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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월~금] 11:40, 15:40 , 20:40
제작진진행 : 조인섭 / PD : 서지훈 / 작가 : 조경헌
'몽유병' 남편과 이혼...아이 혼자 키웠는데, 양육비 청구 될까
2024-08-05 09:41 작게 크게
□ 방송일시 : 2024년 8월 5일 (월)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손은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더 늦기 전에’... 이 말은 저마다 다르게 들릴 겁니다. 가슴에 꿈을 품고 살아온 사람에겐, 바로 지금 도전해보라는 ‘응원’으로, 건강을 돌보지 않았던 사람에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경고’로... 마음 따로 말 따로인 사람에겐  솔직해질 수 있는 ‘주문’처럼 들리겠죠. 응원도 되고, 경고도 되고, 또 주문도 되는 말, ‘더 늦기 전에.’ 여러분은 어떤 걸 하고 싶으신가요?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지금 바로 문을 열겠습니다. 

◇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손은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손은채 변호사(이하 손은채)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손은채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오늘은 어떤 고민이 기다리고 있는지 먼저 사연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사연자 : 저와 남편은 연애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은 정말이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직업, 성격, 취미, 대화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죠. 하지만... 저희 부부에게 조금씩 불행이 닥쳤습니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아이가 생겼는데요, 그때부터 남편이 전에 없던 모습을 보였습니다. 몽유병이었습니다. 어느 날... 자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눈을 떴더니 남편이 침대 맡에 서서 저를 내려다보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웠지만, 더 두려운 건, 남편이 다음 날 기억을 전혀 못 한다는 거였습니다. 몽유병은 차츰 심해졌습니다. 남편은 밤마다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저에게 손찌검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일 역시 남편은 기억을 못 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고... 결국... 저희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별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협의이혼을 했죠. 아이는 제가 키우기로 했고 양육비는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2000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지금 아이는 어엿한 어른이 됐는데요, 어느 날 문득...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민 끝에 2000년부터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인, 2012년 11월까지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썼던 양육비를 달라고 법원을 통해 청구했는데요, 너무 늦게 요구한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옛날에 썼던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까요?

◇ 조인섭 : 이혼하면서 사연자분이 양육자로 지정됐지만, 양육비에 대해서는 따로 정하지는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나중에 과거의 양육비까지 청구 가능한가요?

◆ 손은채 :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아이를 키우는 분은 상대방에게 현재 및 장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을 분담하자고 당연히 청구할 수 있고요, 부모라면 자녀가 태어남과 동시에 양육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과거 양육비에 대하여도 대부분 그 비용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양육비 분담에 대하여 전혀 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나중에 과거 양육부분에 대한 양육비 청구가 가능합니다.

◇ 조인섭 : 그럼 이런 경우 과거 양육비 액수는 얼마로 정해질까요?

◆ 손은채 : 보통 장래 양육비 청구할 때 양육비 계산 기준으로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산정기준표를 많이 활용합니다. 이 표는 부모의 합산소득에 따른 평균양육비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과거 양육비를 결정할 때도 주요한 기준으로 참고해요. 하지만 반드시 이 표대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 중 한 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 소요된 비용의 액수,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적인 생활비인지 아니면 치료비같이 이례적으로 많이 든 비용인지 여부, 그리고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액수를 정하게 됩니다(대법원 1994. 5. 13. 선고 92스2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사연자 분의 양육비도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될텐데, 2000년이면 무려 24년 전이라 양육비 액수를 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상대방이 정말 단 1원도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았는지 여부도 살펴보아야 할거고요. 그리고 한가지 비교하자면, 이혼하면서 양육비 액수를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매월 60만원씩 받는걸로 정한 경우에는 말이죠, 살다보니 상대방의 소득이 늘었거나 교육비를 더 쓰기로 합의하는 등 사정변경이 있다면 앞으로 받을 장래 양육비는 증액청구할 수 있는데요, 이혼 후 양육비 청구하는 날까지 과거 양육비는 월 60만 원 이상 청구하기는 힘들 겁니다.

◇ 조인섭 : 그리고 과거양육비는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거라서... 상대방에게 경제적 부담을 많이 주게 될텐데요. 감액이 될 수 있을까요?

◆ 손은채 : 사연자 분은 약 12년동안의 양육비를 청구하시는 거잖아요? 현행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를 때 비양육친의 양육비 최저금액을 월 30~40만 원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 금액으로 12년을 계산하면 약 4~5천만 원 정도가 나올 것 같습니다. 다만 말씀하셨듯이 상대방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이보다 훨씬 많이 감액될 가능성도 큽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은 이혼한 뒤에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과거 양육비를 청구했는데요, 어떻게 될까요?
  
◆ 손은채 : 지금까지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 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사연자분의 과거 양육비 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이었는데,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인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 조인섭 : 이번에 바뀐 대법원 판례 소개해주시죠.

◆ 손은채 : [대법원 2024. 7. 18.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 지난 7월 18일에 있었던 2018스724 결정입니다.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장래 양육비와 마찬가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 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본 점은 기존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바뀐 내용은, 만약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면, 양육의무가 종료되고, 이때부터 협의나 심판으로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도 구체적인 양육비가 정해지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았거든요.

◇ 조인섭 : 판례 내용이 좀 어렵습니다. 쉽게 요약을 해주신다면요?

◆ 손은채 : 네, 기존과 달라진 점을 기준으로 요약하자면, 과거양육비청구권은 앞으로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됩니다. 사연자분 자녀가 2012년 11월에 만 20세가 되어 성년이 되었다고 적어주셨는데, 그렇다면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10년이 되는 2022년 11월 생일까지는 과거양육비를 반드시 청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올해는 이미 소멸시효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 점을 주장한다면 안타깝게도 과거양육비는 기각되겠습니다.

◇ 조인섭 : 저는 이 사건 판결 기사가 소개되었을 때, 다른 거도 그렇지만 판결까지 6년이 걸렸다는게 더 놀라웠는데요. 보통 대법원에서 6년씩이나 걸리나요?
 
◆ 손은채 :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사법연감 2022년 기준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사 소송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1심에서 7.4개월, 항소심에서 8개월, 상고심에서 3.4개월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대략적으로 2년 안에 모두 판결이 난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지만 대법원 판결 중에서도 전원합의체 판결, 그 중에서도 판례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2022년에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대법원에서만 2년 정도 심리를 한 바 있는데요(대법원 2022. 11. 24. 선고 2020스616 전원합의체 판결). 그걸 고려하더라도 이번 양육비 판결이 6년씩이나 걸렸다는 것은 대법원에서도 상당히 고심 끝에 판례를 변경하기로 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 조인섭 :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할 게 있는데요. 사연자분은 자녀가 성년이 된 뒤에 양육비 청구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성년이 만 19세가 아닌가요? 그런데 앞서... ‘자녀가 2012년 11월 20일 만 20세가 되었다고 하셨네요?’

◆ 손은채 : 아 역시 예리하시네요. 성년의 나이는 민법 제4조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억나시는 분도 계실텐데, 성년 기준이 스무살이었습니다. 2011. 3. 7. 개정된 민법에 따라 성년의 나이가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춰졌는데요, 시행이 2013. 7. 1.부터였어요. 사연자분 자녀가 19세가 된 2011년에는 아직 법률상 성년의 기준이 20세였고, 2012년에 20세가 되면서 성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 양육비 청구권 소멸시효가 2012년부터 기산된 것입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이혼 후 양육비에 대해 정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과거 양육비 청구가 가능합니다. 과거 양육비는 서울가정법원의 기준표를 참고하지만, 양육 상황과 비용, 부모의 재산 등을 고려해 정해집니다. 12년 동안의 양육비 청구를 계산하면 4-5천만 원이지만 상대방의 경제 상황에 따라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됩니다. 사연자분의 경우 자녀가 2012년 성년이 되었으므로 2022년까지는 청구해야 하고, 2023년에는 이미 10년이 지나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성년의 나이는 2011년 만 19세로 낮춰졌지만 사연자분의 자녀는 2012년 20세가 되면서 성년이 되었으므로 과거 양육비 청구권 소멸시효는 2012년부터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손은채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손은채 : 감사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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