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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 PD: 장정우 / 작가: 김은진
[열린라디오 YTN] 아동학대 가해자 실명·얼굴 보도한 기자 유죄, 법적 근거는?
2024-06-01 21:22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6월 0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지난 29일, 공익적 목적으로 아동 피해자 쪽의 허락을 받아 아동학대 가해자의 실명과 얼굴을 보도했더라도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미디어비평이라기보다는 이 판결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신다고요.

◆ 김언경 > 네. 사실 저도 이 판결을 보고 참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야 저의 혼란의 이유를 이해하실텐데요. 대법원이 지난 9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JTBC 기자에게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JTBC 기자는 2019년 9월 피겨스케이팅 코치의 아동학대 혐의를 취재한 뒤, ‘믿고 맡겼는데… 유명 피겨코치가 폭행·폭언 정황’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 코치가 초등학생인 제자들을 폭행하고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담긴 보도였습니다. 당시이 기사에는 피해 아동이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처리했지만, 가해 코치에 대해서는 실명과 얼굴, 경력과 함께 사건 발생지역이 특정될 수 있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해당 코치는 이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되고,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으며, 빙상연맹의 징계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코치는 기사에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것은 위법하다며 JTBC의 손석희 당시 앵커와 이 기사를 리포트한 기자를 고소했습니다. 당시 JTBC ‘뉴스룸’의 앵커였던 손석희 전 JTBC 사장은 해당 기사를 소개하는 멘트를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약식 기소되었고요. 서울서부지법은 2020년 3월 손 전 사장에게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손 전 사장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며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JTBC 기자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가 대법원까지 가서 이번에 최종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선고를 확정받은 것이죠. 

◇ 최휘 > 지금 설명을 들어보면, 해당 코치가 가해행위를 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고, 해당 기자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한 것이 없음에도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유죄가 나온것인데요. 어떤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인가요?

◆ 김언경 >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 제2항에는 “아동보호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번 재판에서는 이 조항에서는 말하는 방송 금지 대상에 ‘형사처벌을 받게 된 아동학대 행위자의 경우까지 포함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아동보호사건은 아동학대 범죄로 인해 같은 법 제36조 제1항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은 사건을 가리킵니다. JTBC 기자는 해당 코치가 형사사건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아 아동형사사건에 관련된 경우에 해당되므로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은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 제2항의 목적은 아동보호사건에만 한정되지 않으므로 형사처벌을 받은 아동학대행위자의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다"며 JTBC 기자의 보도가 방송 금지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1심에서는 코치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추가 아동학대 행위를 막으려는 목적이었으므로 정당행위에 해당"된다는 JTBC 기자의 주장도 기각했는데요. 여기서 핵심은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서 그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점보다는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자칫 피해자아동의 신상까지 공개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온라인 매체의 발달과 방송의 파급력 등을 고려하면 가해자의 실명과 얼굴을 밝힌 보도로 인해 자연스럽게 피해아동들의 인적사항이 알려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보도 전 코치의 변호인에게서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음에도 법률전문가에게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 사건 조항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보도를 감행한 점 등을 종합하면 보도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사실 제가 이 보도에서 가해자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피해아동의 부모가 승낙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얼핏 생각해서는 피해아동의 부모가 코치의 행위에 분노하여 공개해달라고 요구한 것 아닐까. 그렇다면 피해아동의 부모가 가해자 신상공개를 승낙한 것이 무슨 연관성이 있나 했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가해자 신상공개가 피해아동의 신상공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이 오간 것이었군요. 2심에서는 어떤 판결이 오갔나요?

◆ 김언경 > 말씀하신대로그 내용, "피해아동의 부모가 실명 보도를 승낙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을 JTBC 기자가 했어요.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식별정보 보도를 원한다는 부모의 의사가 반드시 피해아동의 의사와 같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아동 스스로 보도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보도 방식이 아동 스스로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죄형법정주의, 정당행위, 피해자의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JTBC 기자는 최종 벌금 100만원을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건데요.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지만 선고를 미룬 뒤 2년이 지나면 형 자체를 면해주는 판결입니다. 

◇ 최휘 > 그런데 2022년에 헌법재판소에서도 이와 관련된 판결이 나왔었지요. 이것은 JTBC 기자가 신청했던 것이었나요?

◆ 김언경 > 맞습니다. JTBC 기자는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 제2항이 위헌이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 신청을 인용했는데요. 이때 “피해 아동의 2차 피해 우려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아동학대 실태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아동학대행위자 관련 보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 즉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인의 언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022년 10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이 사건 조항이 추구하는 피해아동의 보호라는 공익이 이 사건 조항으로 침해될 수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우선하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아동학대처벌법 내 보도금지 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사익은 아동학대행위자의 식별정보를 보도하는 자극적인 보도가 금지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면 아동학대처벌법 내 보도금지 조항을 통해서 보호하려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고 못 박았어요. 헌재의 취지를 더 살펴보면요. △대부분 피해아동과 밀접한 아동학대 행위자 특정은 피해 아동의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정보통신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대중에 알려질 가능성이 두려운 피해아동의 진술·신고를 포기하게 할 수 있으며 △보도 여부를 피해아동의 의사에 맡길 수 없다는 점 등을 합헌 결정의 이유로 밝혔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최근 우리 국민들 사이에 인권은 왜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보호하는가 이런 자조적인 이야기들도 오가고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심정적으로는 이런 판결로 인해서 아동학대 고발 보도가 위축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 김언경 > 사실 그런 댓글이나 지적도 많고요. 언론인들의 생각도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들도 그렇고요. 그러나 헌재는 “아동학대처벌법 내 보도금지 조항은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보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아동학대행위자의 식별정보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사건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보도의 필요성이 큰 경우라도, 익명화된 형태로 사건을 보도하는 방법을 통해 언론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JTBC 측의 나승철 변호사는 “아동학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는 모순에 대해 헌재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최휘 > 네. 인권을 지킨다는 것은 참 여러모로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동학대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 등 실질적으로 기자들이 보도에 참고할만한 가이드라인이 있나요? 

◆ 김언경 > 네. 있습니다. 2022년 11월 18일애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이 함께 만든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이 있어요. 저도 이 기준이 만들어지는 당시에 자문의견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냥 필요해서 만든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미 이때 당시 헌재 판결이 나온 이후였네요. 아무튼 저는 이 가이드라인이 잘 정비된 내용이라고 평가하거든요. 이에 대해서 한번 설명을 드리면요. 전문에 “언론은 보도 과정에서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피해아동과 그 가족, 신고자, 학대행위의심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거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를 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2차 피해를 당해 구제를 요청하면 언론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합니다.”라고 써있습니다. 이어 아동의 권익과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보도하라는 내용, 부모가 아동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자 극도의 아동학대임으로 ‘일가족 동반 자살’, ‘일가족 극단 선택’ 등으로 표현하지 말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한 민법상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은 폐지되되었음으로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폭행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훈육’, ‘체벌’ 등의 표현은 쓰지 말자는 내용도 있어요. 그리고 오늘 우리가 다룬 내용도 들어있는데요. 2차 피해 예방 관련 조항에서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할 때, 피해자, 신고자, 학대행위의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직장, 직업, 성별, 나이 등의 인적 사항을 되도록 보도 내용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고요. 아동학대 장면을 묘사하는 사진·영상·음성·삽화 및 실제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사진·음성은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사용하라고 적시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할 때는 피해아동과 그 가족, 신고자, 학대행위의심자 등의 인적 사항이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고요. 또한 학대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사진 등은 피해아동과 그 가족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 최휘 > 소장님께서는 인권 관점에서 미디어를 비평하고 계신데요. 이 판결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 김언경 > 저는 사실 꼭 아동학대 보도뿐 아니라,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서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학대 관련해서 아동인권 언론보도 권고기준의 정신을 지킨다는 점에서 학대행위 의심자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헌재 판결이 있었던 2022년 당시 미디어오늘의 <‘아동학대 가해자 신상’ 공개 금지 조항 합헌, 환영하면서도 고민인 이유>라는 보도를 보면 당시 인권 관련 단체들은 헌재 결정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선임매니저가 이런 말을 하거든요. “가해자를 공개함으로써 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아동의 권리, 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면 여기에 무게를 둬야 한다. 필요한 판결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피해 아동이 사망하더라도 같은 가정의 피해 아동이 있을 것이고, 교육기관이나 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났을 경우엔 그 기관을 이용하는 아동들도 있을 것”이라며 “(가해자) 신상공개에 있어서도 그런 부분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력범 신상공개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이런 설명이 충분히 공감이 되더라고요. 고 매니저는 실제 학대 피해를 신고한 아동이 양육자의 학대 행위가 보도되면서 더 위험해질 수 있었던 사례가 있었다고 하면서, 피해 아동이 “보복성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 있다면 가해자 신상공개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보도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분의 주장도 담겨있었는데요. 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을 지낸 신수경 변호사는 “아동보호사건이 아닌 아동학대 형사사건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면 안 된다”면서 “학대의 수위가 너무나 경미해 행위자를 전과자로 만들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경우를 ‘아동보호사건’으로 넘긴다. 일반적으로 가정 내 아동학대”라며 “이 경우 행위자 보도를 하면 피해아동이 특정되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것이 35조2항의 취지”라는 것입니다. 이 설명도 일면 이해가 되고 동의가 되더란 것이죠. 그러나 저는 일단 이번 판결의 정신에 동의하고요. 헌재가 말한 익명화된 형태로 사건을 보도하는 방법을 통해 언론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최대한 이 기준에 맞춰서 보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휘 > 네. 오늘은 여기가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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