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3월 0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지난 3·1절에 행정안전부의 SNS 공식 계정에 3·1 운동과 관련해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설명을 했다 게시물이 업로드되어 지적을 받고 삭제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소장님께서 이렇게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열심히 무언가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문제가 되었던 사례들을 중심으로 짚어보신다고요.
◆ 김언경> 네 방금 전 말씀하신 사례를 보면서, 이런 홍보물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많은 분들이 애써서 만드는 것인데 왜 이렇게 논란을 빚고 있는가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어떤 홍보물들이 논란이 되었는지 지난 1년간의 홍보물 관련 논란을 검색해보았습니다. 굳이 남의 실수를 들추어서 지적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 홍보물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고 국민들도 이런 홍보물을 비평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좀 키울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에서 오늘 방송을 준비했습니다.
◇ 최휘> 네 그럼 먼저 이번 3·1절에 행정안전부가 SNS 공식 계정에 올린 홍보물부터 이야기해볼까요?
◆ 김언경> 논란이 된 홍보물은 3·1절 기념식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카드뉴스입니다. “3·1절을 맞아 방문하기 좋은 뜻깊은 명소를 추천한다”고 하면서 “3·1운동이란 1919년 3월 1일,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거에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하이에서 출발했지 하얼빈이 아니었고요. 또한, 3.1운동은 민족 대표 33인이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 모여 '기미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면서 촉발되었잖아요. 임시정부는 1919년 3·1운동이 기폭제가 돼서 그해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되었습니다. 이에 앞서 만주에서 항일 독립운동지도자들이 ‘대한독립선언서’를 발표하긴 했지만, “1919년 3월 1일,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이라는 설명을 정말 어느 것 하나 맞지 않는 팩트오류였습니다. 행안부는 해당 카드뉴스가 논란이 되자 이를 삭제했고요. “역사적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삭제했다”며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주의깊게 확인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워낙 심각한 오류이기 때문에 시민이나 정치권에서 많은 비판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최휘> 네 처음에는 누군가 장난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의, 정부에서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실수였지요. 이처럼 팩트체크가 되지 않아 논란이 된 정부 홍보물이 또 있었나요?
◆ 김언경> 지난해 7월에 보도된 사례가 있는데요.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2023 대한민국 국토대전' 홍보물에 광주광역시와 울릉도, 독도가 빠진 지도 이미지가 삽입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남한 지도를 점으로 묘사한 이미지였는데, 일단 독도와 울릉도는 빠져있고요. 광주 지역은 점이 없어서 구멍이 나있었어요.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이 오류를 지적했고, "국토부는 외주 업체에 제작을 맡겼다가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다고 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이미지 수정을 마치고 포스터를 다시 게재했습니다. 광주 지역에는 일부러 점을 찍지 않은 것이나, 울릉도 독도라는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역을 그려넣지 않았다는 것 모두 매우 부주의한 홍보물이었다는 것인데요. 서경덕 교수도 지적했듯이 디자인은 외주업체에 맡겼다 하더라도, 최종 검수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것이 걸러져야 마땅한데 이런 실수가 나왔다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휘> 그렇네요. 그런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만든 홍보물에 대한 지적이 이처럼 팩트체크 수준의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죠?
◆ 김언경>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엔 시민의 눈높이, 시민의 정서, 해당 행사의 성격 등과 상관없이 유행어를 따라하거나, 부주의해서 논란이 된 사례들도 많았습니다. 에컨대 작년 설에는 충청남도 천안시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이 ‘왜색’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는데요. 동영상에 등장한 천안 명물 ‘호두과자’ 인형이 “모에모에큥”, “오이시쿠나레” 같은 일본어를 연발했기 때문입니다. 독립운동가인 유관순 열사의 도시이며, 공익을 추구해야 할 지자체가 민족 명절에 왜 이런 영상을 만들게 되었는지 보면, 당시 일본 유흥계 종사자 패러디로 인기를 얻은 한 코미디언이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했고요. 그래서 이게 유행어가 되며 이를 모방한 각종 밈이 확산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많은 시민의 비판을 받자 천안시는 부랴부랴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습니다. 또한 영상은 아니지만, 작년에 명량대첩축제에 다나카라는 부캐를 가지고 있는 개그맨 김경욱 씨가 출연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반대의 목소리가 있어서 결국 출연하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 캐릭터는 일본 호스트인데 일본에서 인기가 없어 한국으로 온 캐릭터였는데요.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하는 어설픈 한국말도 인종 차별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지역축제에 굳이 일본의 호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고도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적적치 않다는 비판을 받은 것입니다. 결국 축제 준비위원회는 출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최휘> 국민 감정, 행사의 취지 등과 맞지 않는 홍보라는 점은 정말 아쉽네요. 또 어떤 사례가 있었을까요?
◆ 김언경> 지나치게 재미 위주로 만들려다보니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만들어 지적된 사례도 있습니다. 작년 2월에 전북도는 공식 유튜브에 2분41초 분량의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 참가자 모집을 위해 홍보영상을 게시했는데요. 이 영상은 ‘사랑…참 어렵더라. 그래도 사랑은 스포츠로 시작된다’를 주제로 한 짧은 콩트 형식이었습니다. 문제는 내용인데요. 이성을 제대로 못 만난 중년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과의 소개팅에서 거절당하고 어린 여자 조카에게 “여자를 만나려면 운동을 해라”라는 조언을 듣는다. 이후 이 남성은 용기를 내서 아태마스터스 대회에 참가하고, 열 살 차이 나는 소개팅 여성과 연애하는 것으로 영상은 끝을 맺습니다. 영상 중간에 대회 일정·종목 등을 소개하는 자막이 들어갔지만, 주요 내용은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사랑을 얻었다는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웹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논란이 일어 당황스럽다. 대회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홍보 영상에서 방향을 바꿔 가볍고 재미있게 제작한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나 재미를 위해서 열 살 어린 여성을 만나려면 대회를 나오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은 사실 성인지감수성이 낮아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고요. 전 세계 생활체육인이 참여하는 국제대회 취지를 무색게 할 만큼 구성이 조악해 제작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 영상은 한국어·영어·중국어 3개 국어로 만들었고 제작비가 약 1천만원이 들었는데 끝내 삭제되고 말았습니다.
◇ 최휘> 제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관공서에서 내는 홍보물이라는 것이 무겁고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조금은 가볍게 접근하려고 했을텐데요. 이런 과정에서 실수가 빚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김언경> 이런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잇단 홍보물 논란은 부실한 인력 관리 탓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한 공공홍보 종사자는 지자체는 물론 공공기관도 뉴미디어 홍보 담당 공무원을 임시 혹은 경력 민간 인재로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 홍보에는 서툴다는 문제도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공공홍보라고 해서 특별히 무조건 더 엄숙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민을 위해서 알려야 할 내용이 많으니 더 생활밀착형으로 시민에게 접근해서 홍보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공적 홍보물이다보니 민간의 홍보물보다 더 바람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예컨대 성별영향평가를 고려하여 성인지 감수성에 걸맞는 홍보물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은 민간에서도 고려해야 마땅하지만, 공공의 영역에서는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봅니다. 인권 감수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웃기기 위해서 누군가에 대해서 비아냥거리거나 희롱하는 듯한 모습, 누군가를 비난하여 웃음을 주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연합뉴스에서 지난해 보도한 <“간남 비싼 냄새”“갤럭시 어떠냐”일부 지자체 유튜브 ‘눈살’이라는 보도는 눈에 띄었습니다. 이 보도를 보면 서울 강남구가 작년 10월 12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속에서 한 여성이 "야, 너네 촌스럽게 건물들 좀 그만 쳐다봐. 완전 시골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이거든?"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서 누리군들의 비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영상에서는 "건물들이 반짝반짝하고 사람도 많잖아? 킁킁, 뭔가 비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등의 말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영상 속 여성은 누군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인 멘트들입니다. 이 기사에서 공공영역의 홍보물이 이처럼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콘텐츠를 추구하는 것은 조회수와 댓글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회수와 댓글이 지자체들의 홍보 성과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익추구가 유일한 목적인 개인 유튜버들과 달리 지자체 SNS는 정책 홍보와 정확한 정보 전달이 본래 목적이기 때문에, 이처럼 부적절한 내용으로 물의를 빚으면 그야말로 역효과만 날 뿐입니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는 “ 무원들의 새로운 시도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논란 없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무원 한 사람의 역량에만 의존하지 말고, 조직이 홍보물 제작부터 검토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제안합니다.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평가가 좋으면 조직의 성과로,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조직문화를 버리고 조직 차원에서 최소한의 검수를 책임져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 최휘> 네 마지막으로 공공홍보, 이것만은 지켜야한다 그런 점을 말씀하신다면요?
◆ 김언경> 작년 10월에 나온 보도는 보면 경기도는 ‘양성평등 홍보물 제작 사전 컨설팅’을 통해 지난 2년간 총 425건을 조정했다고 합니다. 경기도가 이처럼 사전 컨설팅을 한 이유는 정책홍보물 발간 전 성인지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성차별적 표현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업 담당자가 홍보물 제작 단계에서 1차 전문가 확인을 거친 뒤 2차 개선의견 이행 여부를 확인받는 절차를 거쳐 홍보물을 배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도는 각종 홍보물·책자·동영상 등 도에서 제작하는 다양한 홍보물에 대해 밑그림이나 시나리오 단계부터 사전 컨설팅을 실시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경기도에서 나온 <경기도 성평등 홍보물 제작 가이드>라는 책자와 <경기도 성평등 홍보물 길라잡이>라는 책자를 봤는데요. 구체적으로 홍보물에서 많이 발견되어 온 성차별적 요소를 분석하여 유의사항을 정리해주었기 때문에 홍보를 맡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단 성평등 관점, 성차별적 요소뿐 아닙니다. 인권 관점에서 이 홍보가 조금의 웃음은 주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하거나, 장애 비하, 외국인 혐오, 동물학대 등 여러 가지 부적절한 요소가 되지 않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작년 태화강 대숲 납량축제는 호러 트레킹이라고 해서 무서운 체험을 할 수 있게 기획되었는데요. 이 홍보물을 보면 무속신앙에서 마을을 수호하는 신을 모시는 사당인 '성황당'과 황천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삼도천 다리' 등이 소개돼 있는데, 여기에 '731부대'가 들어있었습니다.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생화학무기 개발 등을 위해 구성된 일본의 기밀 부대로 살아있는 사람에 세균을 주입하는 등 잔혹한 생체 실험을 자행한 부대이고요. 해당 부대에서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등이 말도 못할 끔찍한 고통을 당하며 죽어갔습니다. 이런 끔찍하고 잔혹한 역사를 호러트레킹이라는 지역 축제 아이템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인권 관점이나, 민족적 관점에서 모두 부적절한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행사 주최·주관사인 한국연극협회 울산광역지회(울산연극협회)는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렸는데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획하고, 준비하여 홍보물까지 나오게 되는데 체크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짚지 못해서 결국은 논란만 빚고 예산 낭비가 벌어지고, 또 누군가는 상처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 최휘>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소장님께서 오늘 이야기해주셨지만, 말씀하신대로 이것이 특정 자치단체나 정부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공 홍보 영역에서도 많은 홍보물과 영상 등이 나오고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 김언경>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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