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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팩트체크] 맨발 걷기, 정말로 건강에 효과 있을까?
2023-10-08 01:39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10월 07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지난 한 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는 시간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송영훈 팩트체커 전화로 연결돼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네. 안녕하세요.

◇ 최휘> 오늘 첫 번째로 팩트체크해 볼 내용은 무엇인가요?

◆ 송영훈> 최근 공원이나 지자체 관광지에서 맨발로 흙길을 걷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e-a-r-t-h-i-n-g, 어싱이라는 건데요. 최근 어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인터넷에 “맨발걷기, 어싱을 했더니, 고혈압, 뇌졸중 심지어 병원이 포기한 말기 암을 두 달 만에 완치했다.”는 등의 경험담이 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근거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 최휘> 맞아요. 최근엔 맨발걷는 분들이 종종 보이기도 하고요. 맨발걷기 동호회나 지자체 흙길 조성 기사도 본 것 같은데요. 의과학 분야이니, 관련 연구와 논문부터 찾아보셨나요?

◆ 송영훈> 맨발걷기를 키워드로 찾아봤습니다. 가장 최근 논문으로 지난 3월 발행된 한국산림휴양학회지에 실린 <숲길 맨발 걷기의 효과 검증>논문이 있습니다. 맨발 걷기의 급증으로 인해 흙길 복원 및 조성이 확산하는 추세에서 숲길 맨발 걷기의 실질적인 효과를 검증한 연구였는데요, 실험을 통해 숲길 맨발 걷기가 스트레스와 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숲길 걷기 양상과 심리적 행복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실험에서는 전국 6개 숲길에서 같은 조건으로 맨발걷기를 한 집단과 신발을 신고 걷기를 한 두 집단을 비교했는데, 분석결과, 두 집단 모두 유의미한 긍정 효과가 나타났는데, 신발 집단보다는 맨발집단에서 좀 더 높았습니다. 설문조사에서도 맨발 이용객이 심리적으로 행복감을 더 강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에는 인문사회21 학회지에 <맨발걷기와 운동화 걷기가 청소년의 신체구성 및 생리적 지표에 미치는 효과성 분석>이라는 논문이 게재됐습니다. “맨발걷기는 통제그룹과 운동화착용 걷기보다 청소년들의 신체구성 및 생리적 지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비만방지 및 건강 개선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같은 연구자의 이전 연구도 인문사회21에 게재됐습니다. 2020년 <비만 남자 중학생의 맨발걷기와 일반걷기의 운동효과 분석>인데, “맨발걷기는 운동의 형태와 강도가 동일할 때 일반걷기보다 운동 효율이 더 높아 중학생의 비만과 대사질환에 미치는 주요 건강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 최휘> 산림휴양학회와 인문사회학회 모두 맨발걷기에 긍정적인 내용이군요. 의학 쪽 연구나 논문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 송영훈> 2020년 대한통합의학회지에 게재된 <모래사장 위 맨발걷기와 운동화걷기가 허리통증이 있는 노인의 통증, 장애, 운동기능, 수면만족도, 삶의 질에 미치는 효과 비교> 연구가 있습니다. 결론은 “허리통증을 가진 노인의 모래사장 위 맨발걷기는 통증 강도, 장애, 균형 능력 및 균형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허리통증 관리를 위한 해당 중재의 사용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표본 크기와 장기적 적용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전 연구로 2003년 한국체육과학학회지에 게재된 <맨발 걷기운동이 비만 여중학생의 신체구성과 혈중 지질성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는 운동화착용이 체중 감소가 더 많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 최휘> 음... 대한통합의학회와 한국체육과학회의 연구는 결론이 상반되는 듯 한데요?

◆ 송영훈> 네. 결론이 다르거나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연구가 필요하다는 거죠. 5개의 연구논문을 종합하면, 맨발걷기가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결국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최휘> ‘어싱’이라는 별도의 단어가 있는 걸 보면 해외연구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송영훈> 영어로 ‘어싱’을 검색해보면 ‘신체가 지구와 연결되는 접지 효과’, 땅을 맨발로 밟을 때 몸속으로 흘러드는 자유전자가 염증과 만성질환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중화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012년 해외학술지인 <환경과 공중보건>에 실린 논문이 시작인데요. ‘접지: 인체를 지구 표면의 전자에 재연결하는 것의 인체 건강 영향’이라고 번역되는 논문입니다. 연구진은 “지구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신체에 흡수된 자유 전자의 유입은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급성 및 만성 염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이 연구진은 비슷한 주제의 논문 여러 편을 학술지에 발표했고, 이들의 접지 이론이 언론 등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고 확산됐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강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2016년 6월 과학잡지 스켑틱은 ‘세도나에서 맨발: 발을 땅에 접지시키는 것에 대한 가짜 주장’ 기사를 통해 어싱을 비판했습니다. “접지를 지지하는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거나 의미가 없거나 테스트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해당 연구진이 어싱 연구를 후원하는 회사의 계약자이자 회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는 거죠. USA투데이의 어싱과 관련한 2022년 8월 10일 기사에서도 어싱의 효과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할 연구가 너무 적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료전문가의 코멘트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또, 맨발걷기를 할 때 상처 등에 의한 감염을 우려하는 의료전문가들도 있습니다.  

◇ 최휘> 정리하면, 맨발걷기는 발 건강과 환경 등이 안전하다는 전제하에서는 할 만한 운동입니다. 하지만 맨발걷기의 근거가 되고 있는 ‘어싱’은 아직 주류 과학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이론입니다. 효과를 봤다는 체험담이 있기는 하지만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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