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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09:20, 23:20
제작진진행: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강정연 / 영상 AD : 박연수
[이거야!ONE] 언어학자가 본 남과 북의 “한국어”
2023-09-25 02:17 작게 크게
[남북이음 프로젝트 이거야!원(ONE)]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20, 23:20)
■ 방송일 : 2023년 9월 24일 (일요일)
■ 진행 : 김우성 앵커
■ 대담 :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이거야!ONE] 언어학자가 본 남과 북의 “한국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우성 앵커(이하 김우성)>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통역이나 배석자 하나 없이 단 둘이서 1대 1회담을 나누던 장면,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참 많은 주목을 받았던 역사적 순간이었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남과 북이 하나의 언어,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민족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며 남과 북이 쓰는 언어표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노력을 해나가면 좋을까요. 남북이 함께 사랑한, ‘오늘의 키워드’ “한국어”입니다. 오늘 이 시간 함께해주실 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요즘 북한 말, 북한 삶 안내서 <문화어수업>을 쓰신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한성우 교수,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화과 교수(이하 한성우)>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우성> 교수님께서 북한의 언어를 연구하고, 관련해서 <문화어수업>이란 책을 쓰셨잖아요. 구성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가족이 평양에서 1년 동안 생활하면서 겪는 일들을 소설처럼 엮어내셨는데 언어학자로서, 북한의 말을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한성우> 네,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말소리 분야인데 말소리 연구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말소리를 듣고, 녹음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 전공 분야가 평안도 방언이다 보니까 실제로 그 지역에 가서 그분들을 만나고, 말을 들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서 적극적으로 자료를 수집했거든요. 그 간접적인 자료들을 어떤 식으로 제시할까 하다가 실제 가서 6개월 정도 체류하는 방식으로 그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말을 듣고, 설명할 것은 설명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 김우성> 사실 저희가 북한 정치를 연구하고 싶은데 북한을 갈 수가 없으니까 떠밀려 오는 쓰레기를 통해서 경제 사회를 연구하는 교수님도 계셨는데요. 평안도 방언을 연구해야 하는데 못 가니까 상상을 한 겁니다. 6개월 동안 교환 교수로 갔다면, 이런 내용으로 구성을 한 거잖아요. 그런데 보니까 외국어를 전공하는 교수님들이 외국을 가는 것과 남과 북의 언어가 조금 다른데 평안도 방언을 연구하는 교수님이 평안도에 가는 것은 차이가 있을까요?

◆ 한성우> 실제로 차이가 많을 것 같은데요. 외국어를 전공하는 교수님들은 자기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연구하는 거잖아요. 저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언어. 우리 모두가 함께 쓰는 언어인데 조금 다른 언어를 연구하니까 같은 것과 다른 것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저는 다른 것보다 오히려 같은 것들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일상에서 대화하는 데 99% 통하고 1%만 통하지 않을 뿐이거든요. 그래서 나머지 99%에 대해서 강조하고, 1%는 어떻게 우리가 많은 것을 이해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 쓰고 싶었습니다.

◇ 김우성> 맞습니다. 해외에서도 한국어와 똑같은 표현으로 “엄마” 이렇게 쓰면 신기하잖아요. 하물며 남과 북의 한국어도 정말 공통점이 특별하다, 이런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사실은 분단 이후에 남과 북의 언어가 많이 달라졌는데 뿐만 아니라 지역에 있는 방언, 사투리라고 하는 말, 특히 제주어도 그렇고요. 못 알아듣는 것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 차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한성우> 어떤 언어든 차이가 없는 언어는 없습니다. 한국어가 단일한 언어이기는 하지만 시간에 따라서, 공간에 따라서 또 같은 시간을 살더라도 세대에 따라서 성별에 따라서 직업에 따라서 말이 다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정하면 그다음부터 같은 거만 보면 되거든요.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차이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죠.

◇ 김우성> 미래를 조금 보는 것 같아요. 책 제목에도 그래서 ‘다음 세대를 위한 요즘 북한 말, 삶 안내서’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표준어라고 하는 것을 북한에서는 문화어라고 한다고요?

◆ 한성우> 분단 이전에는 표준어가 남북의 공통 언어였는데 분단이 되고 난 다음에 북쪽에서는 남쪽의 표준어를 그대로 받아쓰기에는 거부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60년대에는 평양말을 중심으로 남쪽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문화어라는 것을 제정했는데요. 그것 역시 문화어라는 용어 속에서 발전적인, 세련된 말이라는 느낌을 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김우성> 교양 있는 사람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이게 표준어의 정의인데 문화어도 정의가 있습니까?

◆ 한성우> 문화어의 사전적 정의는 우리처럼 분명하게 내리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북한 사회 내에서 두루 통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이런 서울에서 쓰던 말, 중부의 말을 같이 쓰는 것도 좋았겠지만 특색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외래어를 보면 남과 북이 다릅니다. 이번에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는데 푸친이라고 표현하고요. 로시아 이렇게 표현해서 사람들이 뉴스를 보면서 무슨 말이지, 이랬는데 외래어 표현은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 한성우> 어쩔 수 없이 접하는 언어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북한 같은 경우는 당연히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다 보니까 러시아어에 기반을 둔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서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똑같은 대상을 보고 남쪽에서는 트랙터라고 한다면 그것의 러시아어는 뜨라뜨로니까 받아들여서 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어떻게 보면 사회문화적 조건, 경제적 조건, 지리적 조건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거고요. 유행어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교수님이 말씀해주셨잖아요. 유행어나 이런 것들, 젊은 세대의 언어. 세대별 언어도 북한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 한성우> 북한 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희처럼 급격하게 사회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또 젊은이들의 고유어 문화가 형성될 기반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유행어가 심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조사한 바로는 우리처럼 재밌는 것들은 없었습니다.

◇ 김우성> 사회문화적인 분위기가 다르니까요. 제일 중요한 거는 사실 <문화어수업> 내용을 저희가 들여다봐야 하는데 딸과 아빠가 대화를 나누는 상황도 등장하고요. 사실은 표준적인 언어조차도 차이가 조금 납니다. 아까 공통점을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책 내용 중에서 쓰시면서 이 장면, 이 내용은 모두가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떠오르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 한성우> 책 내용 중에 남북한의 자판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이것에 대해서 여러 상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희 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남쪽의 자판으로 통일하자, 또는 북쪽의 자판으로 통일하자, 또는 제3의 자판을 만들자는 건데요. 젊은 세대들의 접근 방식은 아주 다르거든요. 뭐하러 그럽니까.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면 되지. 지금 이미 스마트폰에서 자유롭게 어플로 내려받아서 자기가 쓰고 싶은 자판을 쓰는 거거든요. 이게 바로 미래 세대에 통일을 위해 언어를 맡겨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김우성> 방송에서의 언어 차이, 조금 달라요. 국가의 정체성, 이념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 한성우> 방송 언어 면에서는요. 전통적인 방송, 혹은 드라마 대화에서의 말하기 방식은 오히려 북한 쪽에서는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거든요. 대한뉴스만 들어봐도 억양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아실 수 있는데요. 그 이전에는 그것들이 더 심하게 유지되어 오다가 남쪽에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바뀌고 북쪽에서는 그것을 유지해야 하거든요. 방송이 선전, 선동의 도구가 되다 보니까 점점 강도가 세졌을 뿐인데 그것은 방송 용어고, 실제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 김우성> 북한은 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이 방송으로 흡수되는 게 한국보다 더디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 한성우> 상대적으로 그렇죠. 전체적인 사회가 폐쇄적이고 하다 보니까 변화의 속도도 느리고, 그다음에 외국어 환경에 영향도 덜 받고.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우성> 이렇게 남과 북이 시기별로 다르고, 안보의 문제, 서로의 이해관계, 이런 여러 가지가 얽혀 있어서 장애물이 있습니다만, 계속 교류를 하면 서로의 언어가 섞이기도 합니까?

◆ 한성우> 교류의 문제는 인적 교류나 직접적 교류가 상당히 중요한데 그거는 정치적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지금은 오갈 수 없는 상황이고. 그런데 전파는 마음대로 오가고요. 그다음에 문화콘텐츠가 담겨 있는 CD, 또는 USB, 이런 것들이 북한 사회에 자유롭게 넘어가고 있거든요. 오히려 직접적인 인적 교류보다는 이런 콘텐츠를 담은 다양한 전파라든지, 매체라든지, 이것을 통해서 남북한의 통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되게 큽니다.

◇ 김우성> 끝으로 <문화어수업>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남북의 관계, 어떤 부분에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요?

◆ 한성우> ‘헤어질 결심’을 하면 다른 부분을 보게 될 것 같은데요. 같이 살 결심을 하다 보면 같은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 같거든요. 이제까지 남북의 언어에서 다른 부분을 강조한 것은 다른 부분을 강조해야지 뭔가 그것에 대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고, 그다음에 다르다는 것이 발전시키게 되면 잘못됐다, 틀렸다. 그러면서 증오심을 키우려는 쪽이었는데 그런 헤어질 결심보다는 앞으로 같이 살아갈 결심을 한다고 하면 1% 다른 것이 아니라 99% 같은 부분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결국 언어를 연구하시고, 문화를 연구하시는 분입니다만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을 볼 때 더 많은 가능성이 있고,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죠. 네, 여러분 한국어라는 이름으로 또 그 안에는 남과 북이 쓰는 표준어와 문화어가 다릅니다만 헤어질 결심으로 바라보지 마시고요. 사랑할 결심으로 바라본다면 더 풍성하고, 더 재미있는 그런 방식으로 된다는 것.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정말 언어가 차이가 있어, 라고 생각했던 것이 한 걸음 바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한성우>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인하대 한국어문화과 한성우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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