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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월~금] 10:15~11:30
제작진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최재천 교수 "자연의 회복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기후 위기, 절망보다 희망을 얘기할 때
2023-08-31 15:17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방송일시 : 2023831()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출연자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 :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여름맞이 ‘기후위기’ 특집 시리즈! <지금까지 지구를 이용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8월 한 달 동안 식량, 대기, 의학, 생태계 석학들과
기후위기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는 생각보다 많이 아파하고 있고,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또 절망보다는 희망을 갖고 노력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까지 배울 수 있었던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기후위기 특집 시리즈를 마무리 하면서 아주 특별한 분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기후위기 특집 시리즈 <지금까지 지구를 이용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특별판! 환경을 사랑하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특별한 600초 강의, 지금 시작합니다.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재천 교수입니다. 생명다양성재단도 이끌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재앙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제가 요즘 거의 입에 달고 사는 표현인데요. 예전 같으면 그런 기후 재앙 같은 거라든가 동식물들이 사라지는 일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대개 제 3세계에서 벌어지고 선진국들은 걱정하고 선진국들은 원조나 하고 봉사활동이나 하고 그러던 거였던 건데 이번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가 어딘가요? 미국입니다. 선진국도 이제는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는 이런 기후 관련 재앙은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일이 아직도 먼 미래의 일인 줄 알았는데요. 우리에게 남은 기간이 30개월밖에 안 남았다라고 얘기합니다. 근데 아직도 우리 주변에 보면 너무나 많은 분들이 그냥 그래 뭐 기후가 심각하다는데 그 정도로 건성건성 이 문제를 생각하거나 설마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요. 우리 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내일 당장 지구에 어마어마한 재앙이 벌어진다 그래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그런 순간에 우리는 이미 접어들었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말로만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무슨 짓을 해도 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 전체가 그야말로 나는 자연인이다 수준으로 산다 그래도 기후변화는 앞으로 한동안 몇십 년은 그냥 관성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가 저지른 죄가 이미 그렇게 크다는 거죠.

 그러면 그런 얘기를 듣는 분들 중에는 '뭐 뭘 해도 아무 소용없네 그냥 뭐 클럽에 가서 신나게 춤추고 그냥 신나게 살다 가자 무슨 짓을 하든 결국은 종말이 온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근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얘기하는 동물이잖아요. 인간이라는 동물은 동물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기 기만을 할 줄 아는 동물이거든요. 자기 스스로를 속일 줄 아는 동물 우리 인간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자기가 자기한테 하거든요. 이 상황이 이건 뭐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근데 우리는 할 수 있다. 뭐 옆에 사람 힘 부추기고 뭐 근데 그러다 보면 가끔 참 가끔은 일이 되잖아요. 그게 참 어마어마한 인간의 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 우리에게 희망이 있느냐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지난 3년간 여러분 다 코로나 겪으셨잖아요. 다 보시고 느끼셨어요. 우리가 안 나가니까 동물들이 막 나와서 돌아다녔고 우리가 좀 집에 있으니까 공기가 갑자기 깨끗해졌어요. 그렇게 빨리 깨끗해질 줄 우리 미처 몰랐거든요. 제가 이제 나이가 제법 많아서 저는 이제는 진짜 퇴임하고 뒷방노인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시작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제 후배들에게 후배 학자들에게 지금 열심히 그들을 한번 어떻게 움직여 보려고 지금 떠들고 다니는데 우리는 그동안 자연이 망가지는 걸 열심히 기록하고 관찰했어요. 그런 연구는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자연이 회복된 케이스는 많지 않아요. 제가 그래서 쭉 뒤져봤는데 그 깨끗해지는 과정을 기록한 게 없어요. 우리는 우리나라 DMZ 70년 동안 인간의 접근이 금지되니까 지금 온대지방에서 거의 가장 잘 보존된 생태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땅이 됐단 말이죠. 근데 70년 동안 우리가 자연이 되돌아오는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했느냐 못 했어요. 지난 3년 동안 보니까 어쩌면 자연의 회복력이라는 건 우리 영어로 이걸 'resilience'라고 부르는데 자연의 회복력은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막강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과학자들이 희망을 얘기하려면 이제부터 연구해야 된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자연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뜻밖의 회복하는 능력도 굉장히 막강하다 하는 거를 우리가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보여주기 시작하면 그럼 사람들이 할 수 있네 희망이 있네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네 그러면 훨씬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겠느냐 어쩌면 아직 저 모릅니다. 어쩌면 자연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회복할지도 모른다. 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푸른 가을 하늘 지난 10몇 년 동안 우리 뭐 푸른 가을 하늘 언제 봤어요? 늘 미세먼지 꽉낀 하늘밖에 못 봤는데 코로나 와중에 우리는 갑자기 우리나라의 그 유명한 가을 하늘을 또다시 봤잖아요 우리가. 이거 봐라. 어쩌면이에요. 아직 저는 과학적 증거를 제 손에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는 이럴 때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들이니까 어쩌면 우리가 조금 더 세심하게 연구하고 관찰해 보면 자연이 우리에게 굉장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상당히 달라질 거 아니에요 뭐 다 망가졌어요. 그런데 뭐 더 망가지게는 하면 안 되잖아요. 그렇게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잖아요. 용기가 안 나잖아요. 이 상황에서는.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그 연구를 해내면 조금만 노력하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연구를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느냐 그것도 우리가 찾아내겠죠. 

어쩌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자연이 우리 곁으로 되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디 얼마 전에 어디 가서 그냥 하다가 즉흥적으로 나온 건데 자연한테 그냥 '츤데레'가 쓱 되어서 너무 하는 척 하면 항상 망하거든요. 괜히 자연한테 그 어설픈 관심을 보이면 자연이 망가지거든요. 그거보다는 자연에겐 약간 '츤데레'가 되는 게. 무관심한 척하면서 근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을 쓱 해주면서 자연과 함께 이렇게 미래를 만들어가는 그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요즘 이제 그런 꿈을 좀 꾸고 있습니다. '밀당'을 잘해야 됩니다. 

그래도 끝에는 반드시 희망을 얘기해야 된다는 거죠. 희망을 얘기하지 않으면 각성은 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들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거 아니에요. '심각하네 근데 맥빠지네 에휴 관두지 뭐' 아니면 '맥빠지네 잘 모르겠네 세월은 가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죠. 그 어두운 터널 저 끝에 별빛이 비친다. 근데 그거를 터널이 끝나면 별에 다가갈 수 있겠지 그게 아니라 별빛에 다가가기 위해서 터널을 열심히 통과해야 된다는 그런 얘기를 또 하시더라고요. 이게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노력해야 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희망이 있다. 근데 심지어는 그 희망은 거져오는 게 아니라 노력해야만 오는 거다. 희망에 기대할 수 있는 이유가 뭔지를 찾아드리겠다. 그거는 어쩌면 자연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resilience'하다. 훨씬 강하다. 그래서 망가진 거 되돌아올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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