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음 프로젝트 이거야!원(ONE)]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20, 23:20)
■ 방송일 : 2023년 7월 8일 (토요일)
■ 진행 : 김우성 앵커
■ 대담 : 권기봉 작가
[이거야!ONE] 가봤어~? 금강산 낙지는 다리가 짧아..먹어봤어?
- 남과 북, 세계가 사랑한 자연, 여름 휴가지 금강산
- 정주영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금강산 관광 당시 인기폭발
- 육로 관광 열리고 휴전선 넘는데.. 단 4분.
- 남북관계는 늘 안좋았어...이런 교류가 해빙무드를 불러와
- 거기 낚지볶음은.. 전혀 다른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우성 앵커(이하 김우성)> 금강산, 다시 꼭 한 번 가고 싶다라는 노래 가사. 여러분 어떠셨나요? 1580년에 쓰인, 머리가 좀 아파오네요. 입시 때 많은 분들 보셨을 텐데요.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금강산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어화 조물주의 솜씨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저 수많은 봉우리들은 나는 듯 하면서도 뛰는 듯 하고 우뚝 서 있으면서도 솟는 듯도 하니 참으로 장관이로다.” 금강산, 저도 멀리서만 봤는데요. “저기 수묵화 같은 곳 보이시죠?”라고 했던 앞서 목소리 기억나십니까? 정준하 씨, 파비앙 씨랑 같이 금강산을 소개해 주셨던 그 분. 저희가 YTN 라디오 ‘이거야! 원’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휴가지 중에도 휴가지 금강산을 떠나보는 시간인데요. 작가 권기봉 씨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권기봉 작가(이하 권기봉)>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반갑습니다. 아니 영상으로 볼 때보다 인물이 훨씬 더 인민 배우스럽습니다. 저희가 아무래도 남북 통일 방송이다 보니까. 인민 배우라는 호칭 어떻습니까?
◆ 권기봉> 아유, 어색하네요.
◇ 김우성> 어색하다. 예, 알겠습니다. 훈남으로. 금강산의 별칭이 많아요?
◆ 권기봉> 네, 맞습니다. 계절마다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는데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서대로 말씀을 드리면 금강산, 또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이었고 겨울에는 개골산이라 불립니다. 이게 보면 불교나 신선사상과 연관이 많은데요. 예컨대 금강산 같은 경우는 금강석이 영어로 다이아몬드잖아요. 그 이유가 다이아몬드처럼 생겨서 그런 건 아니고 불교 경전 중에 하나인 화엄경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담무갈 보살이 한 1만 2천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사는 동해에 금강산이 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불교 아주 흥성했던 신라 말기, 그러니까 통일신라 때 지금의 금강산이 담무갈 보살이 1만 2천 명과 사는 곳이 그곳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본 겁니다.
◇ 김우성> 1만 2천 봉의 그 이야기군요.
◆ 권기봉> 그렇죠. 1만 2천 명의 보살 혹은 무리가 1만 2천 봉으로 번역되듯이 불리는 거예요. 실제 1만 2천 봉은 아니고요. 그만큼 정말 수려하고 골이 깊고 능선이 날카롭다는 얘기인데, 그러니까 너무나 아름다운 산인 거죠.
◇ 김우성> 금강의 얘기는 불교적인 의미랑 연결되고요. 저는 가을을 뜻하는 풍악산, 그게 참 마음에 들어요.
◆ 권기봉> 정말 ‘단풍 풍(楓)’자에 ‘바위 악(嶽)’자를 쓰는 의미인데요.
◇ 김우성> 저는 음악의 풍악인 줄 알았습니다. 오늘 모르는 것도 알아갈 수 있는 이거야! 원 열리지 시간입니다.
◆ 권기봉> 그리고 겨울은 개골산이라 불리는데 ‘모두 개(皆)’자에 ‘뼈 골(骨)’자거든요. 모든 바위들이 그냥 뼈 같다. 그게 말 그대로 수묵화의 느낌이 정말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 김우성> 이런 설명을 들으니까 이제 와 닿습니다. 이거 즉석에서 준비 없이 던지는 질문이라 당황하실 수도 있는데, 우리도 금강산 별칭 하나씩 만들어볼까요?
◆ 권기봉> 그럴까요?
◇ 김우성> 어려울 수 있으니까 제가 먼저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는 ‘꿈강산’으로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꿈에라도 가보고 싶은 아름다운 강산이다 해서 금강산하고 좀 어감이 비슷하죠. 꿈강산, 여러분들도 지어서 사연 보내주십시오.
◆ 권기봉> 저는 ‘오작산’이라 이름 짓고 싶은데요. 남원에 가면 오작교 있잖아요. 금강산이 한때는 관광 사업이 있을 때 남북 관계가 좋아서 관광이 시작된 게 아니라, 관광을 통해서 남북 간의 유대관계를 조금씩 높여간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통일, 혹은 그전에 평화의 손길을 위해서라도 이곳을 우리 다시 한 번 가봐야 되지 않을까. 그런 날이 와야 되지 않을까 해서 ‘오작산’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 김우성> 역시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데, 금강산이 글로벌한 세계 자연 경관 명소입니다. 왜 그러냐고요? 1894년에도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위원이었던 이자벨라 버드 비숍, 영국의 여행 작가입니다. 우리 권기봉 작가님하고 거의 비슷한 분이신데 이분이 또 금강산을 이야기한 게 있습니다. 직접 한번 낭독해 주신다고요?
◆ 권기봉> 네, 일부 좀 발췌해서 읽어드릴게요.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세계 어느 명산의 아름다움을 초월한다. 미의 모든 요소로 가득 찬 이 대규모의 협곡은 너무도 황홀해서 사람들을 마비시킬 정도다.” 또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제일의 장관은 1만 2천 봉을 품에 안고 있었다. 확실히 일본에서 심지어 중국에서도 이토록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 김우성> 정말 글로벌 자연 경관 인증입니다. BTS 이전에 대한민국에는 금강산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라는, 기사들에서도 많이 인용하고 있죠. 여기서 2008년도에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번 찾아가기 힘든 세계의 절경을 조사했는데 여기서도 금강산이 꼽혔어요?
◆ 권기봉> 네, 그렇죠. 미국인들이라 사실은 가고 싶으면 갈 수는 있는 곳이기는 합니다. 우리는 못 가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이에요. 2003년 8월 13일에 금강산을 처음 갔었는데요. 이때는 관광이 되기 전에 시범 관광 형태로 육로로 올라갈 때였는데 정말 놀라운 대목은 일단은 금강산 광경도 광경이지만 그전에 놀라운 광경이 있었습니다.
◇ 김우성> 뭡니까?
◆ 권기봉> 우리 남북 간에 비무장지대 있잖아요. 남방한계선이 있고 그 북쪽에 군사분계선 그 위에 북방한계선이 있는데 제가 그걸 통과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아세요?
◇ 김우성>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군인들이 통문을 열고 신분 확인, 차량 밑에 검사하고 그랬나요?
◆ 권기봉> 네, 그렇긴 했는데 놀랍게도 4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 김우성> 4분, 그 시간을 재고 계셨군요.
◆ 권기봉> 남쪽의 통문을 통과해서 군사분계선까지 가는 시간이 한 2분 걸렸고요. 거기서 북한 군인이 버스에 탑승을 해서 신원 확인을 하는 거죠. 예약된 사람들이 그대로 타고 있는지, 그리고 그걸 끝낸 뒤에 이제 다시 북방한계선까지 올라가는데 그게 또 2분. 남북 간에 분단의 역사가 정말 길었지만 그걸 뛰어넘는 데는 단 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 놀랍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나 슬프기도 했습니다.
◇ 김우성> 슬프네요. 4분 거리에 고여 있는 그 슬픔의 깊이, 여러분들도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남북이 프로젝트 ‘이거야! 원’ YTN 라디오에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거 듣다 보면 4분의 거리, 금방 주파할 수 있을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사실은 여기는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분단 이후에도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휴가지입니다. 글로벌 인증도 아까 말씀드렸는데요. 제가 흉내 한번 내볼게요. 지난번에도 북한말 무리수를 뒀다가 조금 비난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금강산 가봤어? 안 가봤으면 말을 하지 마.” 아시겠습니까? 아시겠나요?
◆ 권기봉> 잘 모르겠네요.
◇ 김우성> 자기 방어가 철저하시네요. 이걸 알면 좀 나이가 있죠. 故 정주영 회장이에요. 정말 모르는 척하시면 어떻게 해요. 故 정주영 회장이 “해봤어?” 이런 유행어가 유명한데 이분이 사실은 금강산 관광을 여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하잖아요.
◆ 권기봉> 그렇죠. 사실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남북 간에 분단의 역사가 길었잖아요. 그렇지만 그래도 여기에 계속 돌을 던지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 파문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중에 한 분이 故 정주영 현대 회장이었는데요. 그분이 1989년에 북한 당국과 체결을 합니다. 금강산 관광 개발 및 시베리아 공동 진출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하는데, 왜냐하면 정주영 회장의 고향이 지금의 북한 지역이잖아요. 그래서 통일의 염원, 통일이 안 되더라도 일단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을 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9년이 흐른 1998년에 실제로 무려 500마리의 소와 함께, 보통 ‘통일소’라고 불렀잖아요. 충남 서산에 가면 현대 서산 목장이 있는데 거기서 기르던 500마리의 한우 우리 소와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북에 갑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프랑스 철학자 기 소르망이라고 했는데 그분이 이런 얘기도 했어요. “20세기 최후의 전위 예술이다.”
◇ 김우성> 전위 예술, 정말 뭐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 가장 앞서 있는 예술과도 같은 행위다라고 평가받을 만큼 남북관계 또 평화, 분단에 정말 큰 물꼬를 열었습니다.
◆ 권기봉> 왜냐하면 상상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남북 간 직항로는커녕 비행기를 두 번, 세 번 갈아타야만 평양에 갈 수 있었는데 그걸 걸어서 건너갔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거든요.
◇ 김우성> 맞습니다. 휴가지 얘기를 저희가 지금 ‘열리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모두 사랑한 휴가지 금강산인데, 그래서 1998년도 11월이죠. 그때는 육로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배를 타고 갔는데 많은 분들이 감동과 감탄을 하고 돌아오는데 초등학생들이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한다. 저 이 기사를 보면서 제가 초등학생들이 아이들이 있는데 정말 금강산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다. 저희는 망원경으로 멀찌감치 해서 봤어요. 인기가 정말 어마어마했나 봐요?
◆ 권기봉> 대단했습니다. 금강산 동쪽에 이제 장전항이라고 하는 천혜의 항구가 있는데 여기는 깊숙하게 들어간 만이에요. 그렇다 보니까 큰 파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남녀노소 특히나 어린이들이 정말 겁낼 필요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1998년부터 한 2008년까지 한 10년 동안 무려 193만 명이 넘는 분들이 금강산에 다녀왔어요.
◇ 김우성> 이야, 대단하네요.
◆ 권기봉> 당일치기도 가능했고요. 1박 2일에서 여러 날 잠을 잘 수 있는 것까지 정말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이때 정말 사람들 놀라게 된 거죠. 사실은 이게 단순히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의 일이냐. 사실은 조선시대부터도 금강산 일대, 장전항 일대는 엄청나게 대단한 휴양지였습니다.
◇ 김우성> 민요랑 국악 가사에도 금강산을 간다는 내용이 많이 나와요.
◆ 권기봉> 왜냐하면 지금 같은 한여름에는 위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까. 아주 막 찌는 듯이 덥지 않거든요. 또 겨울에도 정말 대단한 휴양지였던 게 백두대간 동쪽은 우리의 ‘팬 현상’이라고 하잖아요. 온난화입니다. 그래서 따뜻하다 보니까 휴양소가 많았는데 일제강점기에도 그건 이어지고요. 심지어 해방 이후에도 금강산보다 밑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고성 화진포인데요. 거기에 가면 지금 김일성 별장이 있거든요. 6.25 전쟁 전에는 북한 땅이었으니까. 그런데 6.25를 거치면서 이제 우리가 수복을 하잖아요. 그러면서는 이승만 대통령 또 이기붕 부통령의 별장이 또 들어섭니다. 정말 사시사철 엄청난 휴양지였던 거죠.
◇ 김우성> 권기봉 작가에게만 눈에 딱 들었던, 아까 말한 4분 말고도 금강산 자체에 대해서는요?
◆ 권기봉> 정말 저는 자연도 너무나 놀라웠는데요. 크게 두 가지 코스를 제가 등산을 이틀에 걸쳐서 했어요. 하나는 구룡연 코스인데 여기는 정말 모든 게 곡선으로 이루어졌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 김우성> 모든 게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 권기봉> 마치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서 갈고 닦은 대리석의 느낌이 나는 이 계곡이었고요. 만물상 코스 같은 경우에는 정말 거친, 뾰족뾰족한.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에서 표현된 그런 모습의 거친 야성미가 느껴지는 계곡이었거든요. 바로 옆에 마주하고 있는 계곡인데 너무나 달랐던 겁니다. 또 그것만 그럼 놀라웠느냐? 사람들도 저는 너무나 놀라웠어요. 특히나 북한의 곡예단 서커스, 정말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서커스를 공연을 하더라고요. 정말 저만이 아니라 모든 관람객들의 박수갈채가 10분 이상 이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 김우성> 저는 사실은 속초나 동해안 쪽으로 가족들끼리 여행을 많이 갑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맑은 공기와 앞서 말씀하신 조건도 있지만 온천이 좋아요. 그런데 금강산에서 온천을 10달러만 내면 당시에 할 수 있었다고 하던데요.
◆ 권기봉> 맞습니다. 이 동네의 이름이 온정리라고 불러요. ‘따뜻한 온(溫)’자에 ‘우물 정(井)’자를 써서 온천이 솟아나는 동네라는 거죠. 그 역사도 조선 세조 때까지도 올라가는데, 그곳에서 그냥 단돈 10달러 내면은 온천욕을 원 없이 할 수가 있고요. 어떤 면에서는 보통 온천 가면 물을 데워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그 원수 그 자체를 오히려 식혀서 제공할 정도로 따끈따끈한 온천수가 정말 좋았고 심지어 이게 겨울만이 아니라 여름에도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여름에 해가 지면 여기는 상대적으로 서늘하거든요. 닭살이 돋을 정도로요. 그런데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일 때, 정말 지금 상상만 해도 다시 가고 싶어요.
◇ 김우성> 그러니까요. 많은 국민들이 다시 가고 싶을 겁니다.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고요. 아직은 막혀 있습니다만 곧 다시 갈 수 있는 날, 남북 이음 프로젝트 ‘이거야! 원’ 들으시면 가능할 것 같고요. 저는 사실 이런 좋은 관광지나 자연을 갔을 때 딱 ‘여기 왔구나’라고 느끼는 게 하나가 공기의 냄새와 물이거든요. 금강산은 지금 우리 권 작가님의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저희가 가상의 이벤트를 준비해 봤는데, 우리 두 사람은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시면서 굉장히 혀를 끌끌 차시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실감나기 위해서 제가 준비했습니다. 저는 가상의 어느 날 YTN 라디오 청취율 조사 당첨자들을 모시고 금강산을 떠나는 방송국 측 직원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YTN 라디오 청취자분들 다 모이셨죠? 빨리 오세요. 저기 밖에 손을 들어주시네. 어서 오십시오. 버스로 먼저 출발하고요. 육로로 다행히 가게 됐습니다. 여기서 금방 갈 수 있고요. 고추장, 햇반? 그건 좀 내려놓으세요. 거기 입맛 똑같습니다. 북한인데. 이제 군사분계선 넘어서 차로 가고요. 북한 군인들한테 이상한 말은 하지 마시고요. 넘어갑니다. 역관 검사 받으시고, 오래 걸렸네요. 도착했습니다. 금강산 훈남 기봉 씨가 나오기로 했는데, 먼저 답사를 떠나 있었거든요. 이분이 어디 계시나. 이거 현지인분들하고 확연하게 다른 외모인데 안 보이네, 저기 있네요. 기봉 씨 안녕하세요?
◆ 권기봉>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저희 청취자분들 오늘 금강산에 모시고 왔습니다. 저희 큰 맘 먹고 모시고 왔습니다. 금강산, 어디부터 둘러봐야 합니까?
◆ 권기봉> 네, 일단 오셨으니까 장전항에서 한번 우리 시원하게 해수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우성> 바닷물부터 만나보고요.
◆ 권기봉> 여기 거의 파도가 없잖아요. 아주 깊숙한 만이니까요. 그다음에는 너무 더운 여름이니까 한번 산에 올라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더운 여름에 왜 산이냐? 좀 의아하실 수 있는데 우리가 100m 올라갈 때마다 자연에서는 1도씩 내려가거든요.
◇ 김우성> 천연 에어컨이네요.
◆ 권기봉> 그렇죠. 이 금강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가 비로봉인데 해발 고도가 한 1,638m 됩니다. 그러니까 정상까지 가면 최소한 16도가 내려간다는 거죠. 어쩌면 정말 추울 건데 거기까지 못 가더라도 오늘은 좀 부드러운 코스, 구룡령 코스 한번 가보시죠.
◇ 김우성> 벌써부터 이렇게 그림이 다 있고, 정말 찐 금강산 사랑. 인민 배우 수준의 훈남 기봉 씨였습니다. 그런데 저희 청취자분들 배가 좀 고프시대요. 다른 나라 외국 가도 일단 입맛부터 좀 다시잖아요?
◆ 권기봉> 이제 오셨으니까 식사도 한번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 낙지볶음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 김우성> 낙지볶음요? 그건 서울에서도 먹는데.
◆ 권기봉> 그렇죠. 그런데 좀 다를 겁니다. 보시면 낙지볶음을 시켰는데 엉뚱한 게 나왔죠?
◇ 김우성> 엉뚱하네요.
◆ 권기봉> 오징어 볶음이 나왔습니다. 북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부르고 우리가 낙지라고 부르는 걸 서해 낙지라고 불러요.
◇ 김우성> 지금도 들으시면서 거기 낙지볶음? 거기다가 시원하게 한 잔. 이러시는 분들 계실 것 같고 산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갈 수 없잖아요.
◆ 권기봉> 그렇죠. 갈 수가 없습니다. 그게 참 너무나 안타까운 대목인데요. 물론 바로 직전에도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도 북한에 못 들어가긴 했지만, 아마 조만간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은 갈 수 있게 될 전망이에요. 원래 그랬던 것처럼요. 사실 우리나라가 어떤 면에서는 북한을 더 잘 못 갔고 맞아요. 또 우리 한국인들이 북한을 훨씬 더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북에서는 남한 방송이나 이런 것들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잖아요. 정작 우리는 그러지 못하거든요.
◇ 김우성> 맞아요. 뒤에 있는 그림이 제가 판문점을 갔을 때 그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건데 정작은 독일 베를린 대학 사람들하고 갔거든요. 우리가 그냥 판문점 한번 가볼까 하면 절차가 까다롭더라고요.
◆ 권기봉> 맞습니다. 사실 모르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생기면 풀 방법이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자주 만나고 얘기를 해야 갈등이 있더라도 그걸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 금강산을 가는 것은 남북관계가 좋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는 여행을 위한 논의 과정 속에서 이 평화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적극적인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김우성> 남북이 좋아서 금강산을 여행하는 게 아니라 금강산을 여행함으로써 좋아진다라는 작가 권기봉 님의 얘기였습니다. 옆에 있는 손을 한번 잡아보시죠. 따뜻하죠? 그 온기가 막혀 있는 금강산 여행길을 녹일 수 있다라는 생각이 오늘 들게 됐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번엔 진짜 저희 청취자분들 모시고 금강산 한번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때 안내해 주실 거죠?
◆ 권기봉> 네, 제 소원입니다.
◇ 김우성> 여러분 공약 들으셨죠? 그날이 오면 저희가 모시고 함께 가도록 하겠습니다. ‘이거야! 원’ 열리지. 오늘 남과 북이 함께 사랑한 휴가지 금강산 편 권기봉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권기봉>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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