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음 프로젝트 이거야!원(ONE)]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20~09:57, 23:20~23:57)
■ 방송일 : 2023년 7월 1일 (토요일)
■ 진행 : 김우성 앵커
■ 대담 : 김양희 작가
[이거야!ONE] 남북 정상 만날 때 마다 평양냉면 먹는 이유?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우성 앵커(이하 김우성)> 각각 냉면에 대한 생각. 여러분도 비슷하신가요? 무더운 여름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 또 남과 북 사이를 이어주고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말큰말큰 쫄깃하고요. 살얼음 동동, 슴슴한 듯 감칠 맛나는 육수. 여름엔 이런 얘기만 해도 냉면 주의보가 울릴 것 같습니다. 한여름 열기가 다 가라앉는 것 같은데요. 남북 평화 무드에서도 냉면 이야기 많이 나오고 있죠.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백석 시인,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시인인데요. 맛 좀 아는 미식가들은 냉면이 이야기에서 빠질 수가 없습니다. 오늘 이 이야기를 저희가 ‘문화 키워드로 열리지’에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평양냉면 소개해주실 분인데요. 이분은 정말 냉면에 대해서 아시는 게 많고요. 특히 북한 냉면에 대해서 아주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실 분입니다. 책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의 저자고요. 식품전문기자를 지내고, 북한학 박사이십니다. 김양희 작가입니다. 어서오세요.
◆ 김양희 작가(이하 김양희)> 네, 안녕하세요. 저는 음식이라는 친근한 주제로 북한의 사회를 한번 떠올려보고 그다음에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쓴 작가 김양희입니다.
◇ 김우성> 평양냉면, 평양냉면 아닙니다.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유명한 말이죠. 오늘 오프닝에서도 사실 이 말이 들려 좋습니다. 유명한 말이 됐고요. 오늘 저희가 첫 시간이 바로 냉면 얘기인데, 남북 문화에서 사실 식문화가 굉장히 좀 재밌고 중요한 부분이라서 저희가 특별히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작가님은 어디 파이십니까? ‘동피땡’파, ‘우래땡’파, ‘을밀땡'파 이런 여러 파가 있죠. 저는 참고로 '을밀땡'파한데요.
◆ 김양희> 저는 그 평양면옥 많이 먹었습니다.
◇ 김우성> 평양면옥은 많으니까 광고 효과 아닙니다. 그렇군요. 이만큼 입맛도 다양하고 얘기도 다양한데, 특히 이 북한 냉면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름 자체가요. 냉면이 아니라 평양랭면, 이렇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80년 지금 분단 세월이 흘러가고 있어서 사실상 남과 북이 과거에 한민족이고 또 조선 왕조라는 하나의 국가에 있었지만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음식도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요?
◆ 김양희> 네, 음식 문화에는 원래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러니까 지리적 요인, 정치사회적인 요인 그다음에 종교적인 요인, 문화적 요인. 굉장히 다양합니다. 정치적인 요인이 왜 여기에 들어갈까?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제 핵실험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슈가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지금까지도 굉장히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북한에서는 식량 문제에 대해서 식량을 경제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체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생각을 하고요.
◇ 김우성> 평양냉면에 지명을 딱 붙인 이름이 제가 그래서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주로 냉면 종류. 함흥냉면, 평양냉면, 진주냉면. 이렇게 평양냉면 이름을 딱 붙였습니다. 평양에서 만들어졌나요?
◆ 김양희>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 문헌에 처음 나온 거는 지금 동국세시기라고 조선 후기에 있는 문헌에 나온 건데요. 거기에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 국물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 관서지방의 냉면이 특히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되어 있어요.
◇ 김우성> 그래서 평양 얘기가 좀 나왔나보네요.
◆ 김양희> 네, 그러니까 관서지역의 냉면이 지금은 평양지역의 냉면을 일컫거든요. 그리고 고려시대에 청나라에 사신이 와서 쓴 고려도경이라는 그 책을 보면은 거기에 메밀국수를 먹었다는 그런 기록이 있거든요. 그런 걸 미뤄보면 이미 고려시대부터 냉면을 먹기 시작을 했다는 거고 그리고 또 북한 문헌에 그런 내용이 있어요. 평양냉면하고 진주냉면이 굉장히 유명했다.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 걸 보면 사실 이게 북한지역에서만 먹던 게 아니라 남한에서도 이전에도 계속 먹었던 음식입니다.
◇ 김우성> 진주냉면은 계란을 입힌 육전이 올라가고요. 약간 좀 자작하면서 빨간색 국물이 들어가 있는데, 진한 느낌이죠. 애주가분들 듣고 계신다면 ‘그래도 술 먹은 다음 날은 평양냉면이지.’ 이러실 것 같아요. 냉면, 아주 보들보들한 면에 맛있는 음식인데 뼈대가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역사책에도 등장하는 얘기고 북한만의 음식이라기보다는 북한에서 유명해진 얘기다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아요.
◆ 김양희> 예전 김일성부터 냉면을 굉장히 좋아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거든요. 북한 지역에서 지리적으로 쌀농사보다는요.
◇ 김우성> 메밀 같은 것이 많죠. 산간지방이 많으니까요.
◆ 김양희> 맞습니다. 지금 북한 지역은 지금 한 70% 이상 되는 산간지역이고 쌀농사가 거의 되지 않고 이래서 사실 설날에도 떡국이나 이런 걸 먹기보다는 만둣국을 또 주로 많이 먹었다고 그러거든요.
◇ 김우성> 그래서 만두가 유명하군요. 개성만두, 함흥만두가 유명하죠.
◆ 김양희> 그리고 국수도 굉장히 많이 먹고 이래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발달을 하거든요.
◇ 김우성> 항상 냉면하면 등장하는 연관어가 있습니다. 옥류관, 가보셨습니까?
◆ 김양희> 네, 옥류관을 금강산에 분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금강산 갔을 때도 한번 갔고 방북 취재 기회가 있어서 평양을 한 두세 차례 갔는데, 그때도 가게 됐습니다.
◇ 김우성> 본점하고 분점을 다 갔다. 뭔가 ‘옥부심’이라고 해야 될까요? 옥류관 부심이 느껴지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앞서 저희가 오프닝 인서트 때 가수 지코 씨가 “저는 좀 뭐랄까요. 밍밍하지 않고 굉장히 좀 자극적이에요.” 이랬는데도 그 뒤에 바로 차봉근 감독은 “좀 심심한데요.” 이러고 사람마다 다른데, 전문가의 말이 궁금합니다. 옥류관 냉면, 좀 알아듣기 쉽게 사람들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 김양희> 예전에는 그런 맛이었다고 해요.
◇ 김우성> 이것도 좀 바뀌는군요.
◆ 김양희>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초기에 김대중 대통령 방북했을 때 그때는 사실 양념장이나 이런 걸 넣지 않고 먹었었는데,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방북하셨던 분들 테이블을 보니까 식초도 당연히 넣지만 양념도 넣고 이래서여. 양념도 빨간색의 약간 다데기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렇게 교류를 하면서 오히려 남쪽의 맛이 또 올라가고 북쪽의 맛이 또 내려오고, 이런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식품기자 출신이잖아요. 얘기를 좀 전문적으로 하면 먹을 때마다 비법들이 있으시더라고요. 제가 선배들이나 회사분들을 만나도 면을 이렇게 이렇게 말아서 딱 그릇이 올린 다음에 식초를 쫙 뿌리시는 분들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데 보니까 북한에서도 유명 정치인들이 식초를 그렇게 뿌리기도 했다고 하고요.
◆ 김양희> 옥류관에는 김일성 교시가 걸려 있는데 거기에 적혀 있는 걸로 이제 알려드리면 면발을 들고 그 면발에다가 식초를 뿌리라고 되어 있거든요. 그게 육수 국물의 맛을 흐리게 한다. 이렇게 해서 면발이 오히려 탱탱하게 하고 이러기 때문에 면발에다가 식초를 뿌리라고 되어 있어요.
◇ 김우성> 남북 정상회담 취재를 다녀온 기자 선배가 그렇게 먹길래 ‘왜 저렇게 먹나?’라고 했는데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 김양희> 육수 베이스가 동치미 국물이 들어가 있다 보니까. 치미가 담가먹는 거잖아요.
◇ 김우성> 그렇죠. 동치미는 겨울에 만드는 거죠.
◆ 김양희> 그러다 보니까 겨울에 많이 먹었고 동짓날에 북한에서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냉면을 먹는 게 굉장히 운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먹고 했습니다.
◇ 김우성> 뽀송한 방에서 비 오는 풍경을 보는 느낌, 그럴 수도 있고요. 이른바 ‘얼죽아’의 선구자들이었네요.
◆ 김양희> 네, 맞습니다.
◇ 김우성> 그렇게 추운 겨울에 냉면을. 역사적인 순간들 한 번만 짚어볼게요. 남과 북이 만날 때 냉면이 등장합니다. 다른 음식들도 많을 텐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문하셨을 때는 온반 이런 걸 얘기했던 것도 기억이 나고요. 냉면이 마치 평화의 전령처럼 정치 이벤트에 등장해요. 음식도 또 여러 가지 식품 또 북한학까지 연구하셨으니까, 배경이 있을까요?
◆ 김양희> 지금 말씀하신 대로 남북 정상회담 이전까지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그다음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세 분이 방문을 할 때마다 매번 공통적으로 올랐던 음식이 평양냉면이거든요.
◇ 김우성>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에요. 재밌네요.
◆ 김양희> 그러니까 그만큼 북한에서는 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커요. 아까 김일성이 냉면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해서 교시하고 옥류관이라는 이름도 직접 하사에서 내리고, 이랬다는 언론 기사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심지어는 항일무장 투쟁을 했다고 북한에서는 주장을 하는데 그때도 힘들어하는 대원들을 독려하며 “우리 가서 꼭 냉면을 먹자.” 이런 이야기도 했다고 이러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그렇게 굉장히 자부심이 있는 음식이고 이러다 보니까 그거를 항상 올립니다. 그래서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이제 장관급 회담 이런 데에서도 “냉면은 몇 그릇을 먹어봤냐?” 이거가 지금 이제 남북 교류 협력을 얼마나 해봤는지에 척도로 삼아서 보기도 하고요. 또 재밌는 거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 그때는 저희가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했는데요. 남쪽의 평화의 집에서 만찬을 했는데 그때 이제 북쪽의 요리사가 북측의 통일각이라는 곳에서 냉면을 뽑아요. 냉면을 뽑아서 육수를 붓는 게 한 5분 이내에 부어야지 가장 맛있다고 해서 옥류관 수석 요리사가 그쪽에 와가지고 냉면을 뽑아서 남쪽에 평화의 집으로 전달을 하는데 그게 한 4차례를 오간 걸로 나오거든요. 사실 그때까지 70년 동안 거기를 오가거나 이런 사람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렇게 오가고 그러면서 좀 문턱이 닳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 김우성> 남과 북의 얘기 무거운 주제들도 많고요. 또 체제도 다릅니다. 거기는 또 정치적인 지도자로 모든 사회적 질서와 문화가 만들어져 있고 우리랑 좀 다르죠. 그런 차이 안에 냉면만 가지고도 정말 재미난 얘기가 많네요. 이 북측과 남측을 판문점에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면발을 날랐다라는 것도 정말 새로운 얘기고 그만큼 자주 오가면 문턱은 정말 낮아질 것 같은데요. 오늘 저희가 사실은 ‘이거야!원’ 첫 방송인데 무더운 여름이기도 하고 또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 냉면 너무 좋아하시니까 작가님을 첫 순서로 모셨거든요.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셨는데 소감은 어떠셨는지, 이 이야기 내가 꼭 해줘야 되는데 못했다. 이런 얘기 좀 부탁드립니다.
◆ 김양희>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는 남북이 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거든요. 그 날이 오면 지금 앵커님은 물론이고 청취자 여러분들하고 같이 옥류관에서 평양냉면 같이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우성> 정말 많은 분들이 바라실 것 같고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북한 그리고 음식에 대해서 전문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분이죠. 김양희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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