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22년 12월 26일 (월요일)
□ 진행 : 양소영 변호사
□ 출연자 : 백수현 변호사
- 상대방이 자녀의 친부모임에도 인지나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면 법원에 인지청구를 해서 친생자로 확인받고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어
- 법원은 당사자 간 혼인에 진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전제로 임신, 출산, 성관계 여부를 중요하게 보지 않아
- 상대방의 기망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우연히 다른 테이블과 합석했고 거기서 한 남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잘 맞았습니다. 남자친구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재밌는 사람이었죠. ‘사귀자, 결혼하자’ 이런 약속은 없었지만 누가 봐도 연인처럼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 데이트를 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사귀는 연인이라 생각하고 남자에게 최선을 다했고, 그러다 몇 달 안 가 제가 임신을 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결혼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남자친구는 무척 당황하더니 처음은 결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몇 시간 뒤엔 메시지를 보내와 ‘우린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며 ‘자신은 사귀자고 한 적이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며칠 후엔 결혼을 한다고 하고 며칠 후엔 ‘자기 엄마가 반대해서 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그렇게 오락가락 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습니다. 배가 불러올 동안 남자친구는 여전히 결혼에 대해 결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남자에겐 다른 여자가 또 있었습니다. 그 여자와도 거의 동거를 하는 사이였고요. 결국 저는 남편 없이 아이를 낳았고 미혼모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는데도 남편은 피하기 급급했습니다. 이젠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아이 아빠로서 역할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임신과 출산으로 입은 손해를 남자에게 돈으로라도 배상받고 싶습니다. 저는 직장도 그만뒀고 앞으로 아이와 살아가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해야 하는데요. 남자에게 어떤 법적 요구를 할 수 있을까요? " 남자친구의 무책임한 태도로 결국 혼자 아이를 낳게 되었고, 지금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같군요. 이에 대해서 법적으로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물어오셨는데요. 백 변호사님, 어떨까요?
◆ 백수현 변호사(이하 백수현): 매우 안타까운 사연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안 그래도 결혼시기도 늦어지고요. 출산과 임신을 다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만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어렵다는 뜻이거든요. 그걸 지금 혼자 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그 어려움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 양소영: 이 남성분은 지금 보니까 피하기 급급하다고 하는 걸로 봐서 아이 아빠로서 역할을 안 해 줄 게 뻔해 보이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쨌든 간에 일단 결혼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빠로서 책임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혼외자라도 어쨌든 양육비는 줘야 할 텐데요?
◆ 백수현: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는 부모 두 사람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해당 남성이 자녀의 친부임에도 인지를 거부하거나 양육비를 지급을 거부하면, 법원에 인지청구를 해서 해당 남성의 친생자로 확인받고 양육비를 청구하면 당연히 받을 수 있습니다.
◇ 양소영: 이 부분은 당연히 금방 해결이 되는데. 지금 사연자가 모르고 계신 부분이 임신과 출산으로 입은 손해, 이걸 배상받고 하셨는데. 이게 가능할까요?
◆ 백수현: 사연을 보면 결혼을 전제로 만나다가 임신하였더니 헤어지자고 한 게 아니라, 단지 사귀는 단계에서 임신을 했는데 상대 남성이 혼인을 거부한 경우입니다. 혼인을 거부한 남성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두 사람 사이에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 즉 약혼이 성립됐는지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요. 만약 약혼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부당하게 파기한 경우라면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사실 혼인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혼인 거부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 양소영: 나는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했고, 또 남자친구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하고. 두 사람이 굉장히 엇갈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약혼이 성립했다, 이렇게 보기도 참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떨까요?
◆ 백수현: 약혼이라는 건, 단어의 의미 그대로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를 뜻하는데요. 우리 민법에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 혼인하기로 한 진지한 합의 외에 어떤 경우에 약혼이 성립하는지 구체적으로 절차나 형식을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 연인간의 교제에서 약혼으로 이르렀는지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는데요. 법원에서는 당사자 간에 혼인하기로 하는 진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전제로 대체로 상견례 유무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요. 임신, 출산, 성관계 여부는 중요한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예식장을 예약했다, 신혼집을 마련했다, 동거하면서 생활비를 줬다, 이런 경우는 약혼을 인정하고요. 단지 교제하는 중에 커플링, 커플반지, 명품 등의 선물을 주고받은 경우나 성관계 후 임신한 경우, 심지어 출산했지만 상견례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은 약혼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교제기간이 2개월 남짓인데 성관계를 맺어 여성이 임신했으나 남성의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교제를 반대하여 혼인에 이르지 못하자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약혼 부당 파기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 있었는데, 법원은 이 경우에도 약혼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거든요.
◇ 양소영: 비교적 엄격히 보고 있어요.
◆ 백수현: 네. 사연에서도 보면, 결혼을 전제로 만났다는 얘기는 없고요. 단지 임신 사실을 알리고 결혼하자고 했더니, 처음에는 하겠다고 했다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했다가 다시 결혼한다고 했다가 또 엄마가 반대해서 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양가 상견례가 있었던 거 같지도 않고요. 그렇다면 현재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보면 약혼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거 같고, 결혼을 거부한 남성에게 약혼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어려울 거 같습니다.
◇ 양소영: 그러면 마지막으로, 다른 여성을 만나고 있으면서 사연자를 만나서 임신까지 하게 만든 부분, 성관계를 한 부분. 이 부분에 대한 법적 책임 가능성, 이건 어떨까요?
◆ 백수현: 사연의 경우에 해당 남성이 유부남이었던 것은 아니고요. 사연만으로는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났는지도 확실치는 않고. 그래서 해당 남성이 마치 결혼할 것처럼 속여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인데요. 만약 상대 남성의 기망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라고 하면손해배상 책임을 물어보는 것도 검토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 양소영: 그러니까 백 변호사님 말씀은 상대 남성이 사연자분을 만날 당시에 다른 여성과의 동거하는 사실을 속였다, 이 부분이 잘 입증이 되어야 한다.
◆ 백수현: 내가 결혼할 의사, 아니면 계속 진지하게 교제할 의사, 이런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있는 것처럼 속여서 계속 교제를 이어가거나 만남을 이어갔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뒷받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양소영: 안타까운 사연인데요. 마지막으로 사연자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요?
◆ 백수현: 참 안타깝습니다. 임신과 출산 과정이 축복이 아니라 책임 공방이 되어 버린 것이 안타까운데요.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선택한 것, 용기 있는 결정에 위로를 보내드리고요. 어려움을 잘 극복하실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 양소영: 정말 진심으로 응원 함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 백수현 변호사님 도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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