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앱 소개

YTN 라디오


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9:00, 14:35, 20:40
제작진진행: 양소영 / PD: 장정우 / 작가: 황순명
"성관계 거절해 기분 상했다고 생활비 주지않는 남편...받을 수 있는 방법은?"
2022-11-02 11:40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2년 11월 2일 (수요일)
□ 진행 : 양소영 변호사
□ 출연자 : 안미현 변호사

- 이유 없이 생활비를 안 주는 것은 민법 제840조 제2호가 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 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해
- 생존 수단을 이용하여 배우자를 억압하는 행위는 인격권과 자존감을 훼손하는 행위로써 정당화될 수 없어
- 법원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가정폭력 행위자에게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저는 재혼한 지 13년차로 남편과의 사이에 초등 6학년 딸이 있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외도와 폭언, 폭력...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많았는데요. 올 1월부터는 생활비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도 제가 성관계를 거절하면 종종 생활비를 주지 않는 일이 있었는데.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이번엔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3월부터는 제가 생활비를 벌어가며 살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합니다. 남편은 이런저런 핑계로 제 탓을 하며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서 못 주는 건 아닙니다. 순전히 자기 기분을 상하게 했고 가장 대우를 안 해준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아이 충치 치료도 해야 하는데, 돈 이야긴 말도 못 꺼내게 하고 화만 냅니다.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으니 저도 밥을 안 해 줍니다. 집안일은 일이라고 치지도 않으니 해주고 싶지도 않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편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생활비를 마음대로 줬다 말았다 해도 되는 건가요?” 사연자분은 지금 생활비를 주지 않는 부분과 관련해서 질문을 올려주셨는데요. 올 1월부터 생활비를 받지 못했다고 하시니까 벌써 열 달이군요. 아이도 키우고 계신데 힘드실 것 같아요. 이럴 경우 어떻습니까? 배우자 간에 부양의 의무가 있는데 이 부분 설명해 주시죠.

◆ 안미현 변호사(이하 안미현): 지금 민법이 부양 의무에 대해서 정하고 있는 건 두 단계가 있어요. 근데 배우자 간의 부양 의무는 1차적 부양 의무거든요. 민법 제826조 1항에 규정된 부부 간 상호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부부공동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에 대해서 당연히 남편이 생활하는 정도와 동등하게 아내의 생활을 보장을 해줘야 됩니다.

◇ 양소영: 사실 저도 가끔 상담을 하다 보면, 부인이 소득이 있는 경우에 남편이 생활비를 안 준다고 했을 때, 부양의 의무라는 것은 일방 당사자만 부담하는 게 아니고 서로 부담하는 거니까 그 경우에 생활비를 달라고 법적으로 청구할 수는 없을 거다, 이렇게 답변을 드리는데. 지금 이 사연은요, 그게 아니라 ‘성관계를 거절한다’, ‘가장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생활비를 주지 않고 있어요. 이게 정당한 거절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까?

◆ 안미현: 예를 들어서 극단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부부 관계를 계속 거부해서 부부간 성적 의무 이행을 다하지 않았다거나 부당한 대우를 했다거나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이혼 사유로 구성합니다. 근데 사연에서는 그런 정황은 사실 확인이 안 되고요. 그리고 설령 이런 사정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저희가 가정을 해본다 하더라도, 생활비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부부간 발생한 문제와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비 지급을 중단해 버리는 건 저는 생존권 위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양소영: 이거는 폭력 아닙니까?

◆ 안미현: 생존 수단을 이용해서 결국 아내를 억압하고 ‘내 뜻대로 따르도록 하겠다’, ‘네가 내 말을 잘 듣고 성관계에 응하고 내가 원하는 가장 대우를 해주면 돈을 줄게’, 이 얘기밖에 안 되는 거라서 이거는 아내의 인격권과 자존감을 훼손하는 행위로써 절대 정당화될 수가 없습니다.

◇ 양소영: 그러니까요. 지금 사연 주신 분은 일단 이혼에 대해서 문의하시진 않았는데, 그래도 이걸 따져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이유 없이 생활비 안 주는 부분, 재판상 이혼 사유까지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죠?

◆ 안미현: 민법 제840조 제2호가 악의의 유기를 정하고 있습니다. 악의의 유기라고 하는 거는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를 버리고 부부공동생활을 폐지해 버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판례에 악의의 유기로 인정됐던 사례를 살펴보면, 밖에 나가서 배우자 외에 다른 첩을 만들어서 생활하면서 본 자식과 아내에게는 생활비를 주지 않았던 것, 이 부분은 당연히 악의의 유기로 봤고요. 정신 이상의 증세가 있는 배우자를 두고 가출해서 승려가 되셨대요. 그래서 이 부분도 악의의 유기라고 인정했던 판례가 있습니다. 근데 또 부정했던 판례도 간혹 있어요. 그래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서 교도소에서 형 집행 중이다, 그러면 이건 어차피 동서(同棲) 생활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거라서, 이 부분은 악의의 유기라고 보지 않았던 예가 있었고. 그냥 다툼이 있어서 가정불화가 심화돼서 이거를 자제시키려고, 완화시키려고 잠시 집을 나와서 생활비를 안 줬던 기간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거는 악의의 유기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지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 양소영: 그러면 지금 사연 주신 분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생활비에 대한 부분으로 들어가서 부양료 청구 소송으로 하면 가능할까요?

◆ 안미현: 이혼 소송으로 생각을 안 하시면 접근할 수 있는 게 부양료 청구 소송인데, 지금 남편을 앞으로 혼인 관계가 해소되기까지 내지는 어느 일방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생활비를 지급하라는 부양료 청구 소송이 가능해 보입니다. 근데 지금 (생활비) 10개월 치가 밀렸잖아요. 그럼 이 10개월 치 밀린 부양료도 받을 수 있느냐, 이거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지금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양의무자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 청구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 이행이 안 돼서 이행 지체가 빠진 후의 것이어야 된다고 하거든요. 결국 사연에서 남편을 상대로 과거 부양료를 청구를 하시려면, ‘나 생활비 달라’, ‘생활비를 언제까지 지급을 해달라’ 라는 문자라든가 아니면 대화 녹음 등을 해서 생활비 지급을 요청했으나 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겨두셔야 됩니다. 과거 양육비는 또 경우가 달라요.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서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는 그게 내 부모의 일방적인 양육이 아닌 이상은 양육 의무는 부모 모두에게 있는 거기 때문에 보전을 해줘야 되거든요. 그래서 내가 과거 부양료를 청구하는 것은 이행을 청구한 이후의 것만 할 수 있지만 과거 양육비는 그런 개념은 아니라는 거, 참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양소영: 사연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생활비를 주지 않아서 나도 밥을 해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어때요?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 안미현: 전업주부인 아내 상대로 이혼 소송 진행될 때 항상 빠짐없이 나오는 사유에요. 근데 그렇게 해서 이혼이 되려면 가정생활을 아예 포기했다고 보일 정도로 완전히 방치돼서 가정 불화가 계속되어 왔음에도 시정이 안 됐다, 이 정도의 복잡한 구조를 가져야 됩니다. 근데 지금 사연 올려주신 분은 전업주부가 아니세요. 3월부터 일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자녀도 양육하고 집안일도 돌보고 있는 상황인데, 생활비를 안 주고 있는 남편한테 물론 감정적인 측면에서 밥을 안 해줄 수도 있지만 물리적으로도 사실 하기 힘들 것 같아요, 상황으로 봤을 때는. 그래서 밥도 안 해주고 빨래도 안 해준다, 남편이 아무리 말씀하셔도 이게 그동안 해 오셨던 외도나 폭언 폭행 등을 행사해 오신 그 유책성을 상쇄할 만큼의 유책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 양소영: 아내도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밥을 꼭 아내가 해야 되나요?

◆ 안미현: 그러니까요.

◇ 양소영: 그런 점을 본다면 지금 이러한 내용은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네요. 사연자분이 질문 주신 내용은 대충 궁금증이 해결됐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저는 이 부분이 걸립니다. 남편의 폭언, 폭행 부분이 있다고 하는 부분요. 안 변호사님, 사연자분을 위해서 조언해 주실 게 있을까요?

◆ 안미현: 사연 올려주신 분은 이혼까지는 전혀 생각하고 계시지 않아서 이혼을 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라는 게 있어요.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이혼 소송이나 형사고소를 전제하지 않아도 가정법원에 청구를 해서 남편이 나한테 폭행을 하거나 폭언이 너무 정도가 심하다고 하면 ‘접근금지를 해 주십시오’ 내지는 ‘나한테 연락하지 않게 해주세요’, 이런 청구들을 할 수 있고. 법원이 증거 자료나 가사조사 같은 것을 통해서 심리 후에 판단을 해주시는데요. 피해자보호명령은 최대 1년까지 일단 효력이 있고, 다만 연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직권으로 연장을 해주거나 아니면 청구에 따라서 2개월 단위로 최장 3년까지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래서 폭언이나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하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시는 것도 주저하지 마시고, 경찰 신고가 어렵더라도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양소영: 오늘 어려운 사연이었는데요. 안미현 변호사님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