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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월~금] 07:15~09:00
제작진PD: 서지훈, 이시은 / 작가: 현이, 김영조
"韓日 정상회담 무산, 日정부+언론 합작품 韓언론은 받아쓰기 中"
2021-07-20 10:50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7월 20일 (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문희정 국제시사 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보선 앵커(이하 황보선):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세시방 코너입니다. 세시방과 함께 할 문희정 국제시사 평론가 전화연결 돼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문희정 평론가(이하 문희정):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한국 주재 일본 대사관의 2인자격인 총괄공사가 우리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우선 사건의 전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하죠?

◆ 문희정: 지난 15일 JTBC 기자들이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오찬을 겸한 면담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가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 나라 관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한 겁니다. 소마 총괄공사는 이 말을 한 후 “실례했다”는 말을 했지만 그 뒤로도 계속 한국 정부를 자극하는 주장을 쏟아냈다고 하는데요. 발언이 보도된 후 상대국의 대통령을 향한 부적절한 성적 발언은 명백한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과 함께 일본 정부의 본심이 드러났다는 국민적 분노가 들끓자 "절대로 문재인 대통령 개인을 지칭해서 그런 말을 쓰지 않았다"며 해명했지만 파장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 황보선: 그 자리에 여기자도 있었다고 하던데 우리가 일상적으로도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잖아요? 해명이 상당히 궁색한데요?

◆ 문희정: 소마 총괄공사는 발언 후 곧 사죄하고 철회했다고 주장했지만 계속해서 한국 정부가 먼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답안지를 제출해야 한다거나 문 대통령이 오면 ‘정중히 맞이하겠다’고 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발언도 “외교적 표현일 뿐”이라 등 한일 관계 개선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듯이 일방적인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일련의 언행들 자체가 외교가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외교전문가들은 소마 총괄공사의 발언 수위는 외교관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충격적인 표현들인데다가 가장 민감한 시기에 대사관의 최고위급 인사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대응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그 나라를 대표해서 와 있는 외교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결국 은연중에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솔직한 본심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 황보선: 그런데 소마 총괄공사의 해명 과정에서 나온 또 다른 발언도 논란이 일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 문희정: 소마 총괄공사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했다는 말이 더 큰 문제인데요. "한국은 스스로 외교적인 패턴에 있어 일본에 대한 자국의 기대치를 높이고, 그 사항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론에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는 패턴이 있다"며 "과거에 있었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고 주장한 부분입니다. 지난 주 이 시간에 항상 일본 정부는 일본 언론을 통해 한국 관련 외교적 사안들을 흘리고 이에 대해 우리 언론이 받아쓰고 우리 정부가 해명하게 만드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을 한 바 있는데요. 소마 총괄공사가 말한 패턴이란 게 정확히 일본 정부가 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을 우리 정부에게 뒤집어씌우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인 건데요. 실제로 소마 총괄공사의 망언 논란이 한창인데도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내놓은 겁니다.

◇ 황보선: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3일 도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는 기사였죠?

◆ 문희정: 소마 총괄공사 발언 파문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일본 언론이 대신 나서서 얘기하는 느낌의 보도가 나왔는데요. 19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일 회담의 걸림돌이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소마 총괄공사를 경질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 뒤 양국 정상 간의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회담 장소는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이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논의도 포함될 것이라며 의제까지 자세하게 다 보도가 됐는데요.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외교 절차를 통해 해야 할 일을 일본 언론이 간보듯 던지고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며 한국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만드는 식의 이런 패턴이야말로 일본 정부가 늘상 해오던 무례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황보선: 소마 총괄공사의 외교 결례 논란과 관련한 일본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까?

◆ 문희정: 지난 17일 우리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이 판단해서 신속하게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엄중히 항의했지만 19일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서 나온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외교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는 것과 19일 오전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정례회견에서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고 대단히 유감”이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고요. 따로 공식적인 차원의 성명이나 입장 표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던 소마 공사의 경질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는 상황이고요. 스가 총리 역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유감이라고만 언급했을 뿐입니다. 17일 새벽 아이보시 고이치 대사가 한국의 외교부 출입 기자단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소마 공사의 이번 발언은 지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며 본인에게 “엄중히 주의를 주었다”며 개인 일탈로 치부하는 모양새를 취했는데요. 이런 일본 측의 무성의한 대응 방식이 우리 국민들의 분노를 더 키워 결국 한일 정상회담 반대 여론을 확산시켰고 한일 정상회담 무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겁니다.

◇ 황보선: 그런데 일본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정부의 책임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면서요?

◆ 문희정: 19일 오후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의 논의 끝에 일본 방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요.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 정부가 수출규제 해제 등의 성과를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일본 방문을 취소한 것이라는 보도들을 쏟아냈습니다. 마이니치신문과 NHK방송, 산케이신문 등 일본의 주류 언론들은 소마 총괄공사의 발언 파문과 회담은 별개라며 일본 정부가 선을 그었다고 전했는데요. 또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위안부나 강제 징용과 관련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일본 측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했다거나 장시간의 회담을 요구했다는 등 회담 무산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게 돌렸습니다. 하지만 정치 외교적 사안을 언론에게 떠넘긴 일본 정부의 무책임함과 언론들의 도를 넘은 설레발과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훈수질, 고위급 외교관의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는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져 한일 관계 경색의 장기화를 불러왔는데요. 분명한 것은 일본과 한국의 언론 모두 지난 한 달여 간 자신들이 무분별하게 쏟아냈던 보도들을 돌아보며 언론이 외교를 어떻게 망쳤는가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 황보선: 그런데 한일 양국이 회담 개최를 위해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는지도 상당히 자세하게 보도가 나오더라고요? 

◆ 문희정: 19일 오보를 낸 요미우리신문이 오늘자 기사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양보를 압박하는 '벼랑 끝 외교'를 펼쳤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일명의 한국 관계자들을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의 측근에서 어떤 조언들이 오고갔는지와 미국의 입김으로 문 대통령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방일에 긍정적이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신문은 우리 정부가 수출 관리 문제에서 성과가 나오면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에 어느 정도 양보하더라도 국내 여론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며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일본 언론의 보도는 이미 예견됐던 부분인데요. 먼저 간보듯 기사를 던지고 거기에 대한 어떤 반응이나 결과가 나오든 정해진 수순처럼 무조건 한국 정부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실제 회담 성사로 귀결되기까지 수많은 물밑 협상들이 오고가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인데요. 일본의 한 신문사의 일방적인 보도일 뿐인데 도대체 이런 기사들이 무슨 저널리즘적 가치가 있는 것인지 더 나아가 한일 외교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우리 언론들은 왜 추가 취재나 성찰의 과정 없이 받아쓰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황보선: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들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 문희정: 결국 문재인 정부 이후의 차기 정권에 한일 관계 문제의 해결을 넘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문제는 우리 정부가 아니라 일본 총리가 바뀌더라도 어차피 자민당 인사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 회담을 할 용의가 있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요. 하지만 양국 정상 간의 의례적인 만남보다는 수출 규제를 비롯한 현재 당면한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입장이고 이는 다음 정권이 오더라도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 측은 계속해서 일본 위안부와 강제 징용에 대해 우리 대법원이 일본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고 있거든요. 사법부의 판단을 우리 정부에게 뒤집을 것을 선결 요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경색된 한일 관계가 풀릴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굳이 일본 정부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굴욕적인 외교를 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지금 한일 관계가 경색된 이유는 문재인 정권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 한 번도 과거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는 일본 때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 황보선: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문희정: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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