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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국민탐정 놀이 된 '한강 대학생' 보도 이대로 괜찮나
2021-05-10 11:24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5월 8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국민탐정 놀이 된 '한강 대학생' 보도 이대로 괜찮나[미디어비평]

- 포털과 유튜브 폭발적 조회 수로 관심 집중
- 경찰 브리핑 없는데도 사망 대학생 친구에게 초점 맞춘 지난친 보도들
- 평택항 컨테이너 사고로 숨진 대학생 산재사망 보도량과 대조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 씨. 이번 한주... 이 뉴스가 포털과 유튜브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는데요.

◆ 김언경> 네, 세는 것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았어요.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이라는 키워드로 보도가 몇 건이나 나오나 봤더니 한 페이지에 10건씩 배열되는데 160페이지까지가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들이더라고요. 다시 말해서 최소한 1,600건이라는 것인데, 기사가 클러스터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 2,000건 정도는 나왔다는 말이거든요. ‘손정민’이라고 키워드로 쳐서 해당 기사를 찾아봐도 네이버 포털에서에서 163쪽까지가 이번 사건 관련한 보도였습니다. 
유튜브에서도 관련 영상이 정말 많고, 조회수도 높습니다. 관련 영상이 얼마나 많은지는 제가 세어볼 수 없고요. 조회수가 높은 영상 위주로만 찾아보니 한강 대학생 사망 이런 키워드로 뜬 영상 중에서 1천회 이상 조회 영상이 114건 정도 됩니다. 그중에서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은 뉴스1tv의 <한강 실종 의대생 아버지가 밝힌 의문점들...친구는 왜 신발을 버렸나>의 경우 조회수가 588만회나 됩니다. 서울신문의 한강실종 대학생 관련 인근 CCTV 영상은 지금은 아무 관련도 없는 아이들임이 확인된 뛰어가는 학생들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인데, 조회 수가 214만 회나 됩니다. 이들 기사와 영상 모두 적극적으로 개진된 댓글도 매우 많아서요. 엄청난 미디어의 주목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 김양원> 실종 대학생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몇가지 의문점을 제기했고, 객관적으로 봐도 이 의문이 상당히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보니 한 젊은이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을 둘러싼 의혹 제기와 뉴스가 이어졌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제기된 의혹에 상대가 있었어요. 바로 손 군이 실종된 당일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였는데요. 사망원인이나 부검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친구 A씨의 행적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의문을 제기하거나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 댓글 등이 많았습니다.

◆ 김언경> 네, 이미 몇몇 언론에서 짚었던데요. 우선 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도진기 변호사와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언론 보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황망한 아들의 죽음을 맞은 부모의 참담한 심정에서 온갖 가능성을 열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사건의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언론이 지나치게 사망자의 친구에 대해 초점을 맞춰서 ‘왜 이런 행동을 했냐’, ‘왜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냐’ 짚어보는 것 자체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종의 의심을 심어주는 것인데, 만약에 하나 친구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그 친구가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인가에 대해서 짚은 것이죠.
특히 아까 말씀드린 588만회 조회수의 뉴스1 영상의 경우, 전적으로 아버지의 발언만을 전달한 것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아버지의 발언을 직접 인터뷰했거나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도 아버지의 주장을 전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 김양원> 네, 아버지의 주장이 상당 부분 합리적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수사진행 상황이 브리핑 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의혹의 당사자가 된 사람이죠, 당일 만났던 친구 A씨에게 자칫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지 않습니까? 

◆ 김언경> 5월 6일 한국일보의 내부칼럼 <지평선>에서 김희원 논설위원은 1993년 전북 부안군 위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당시 선장을 마녀 사냥했던 우리의 행태를 되돌아봤습니다. 당시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이었는데, 선장의 종적이 묘연하자 언론은 “항구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말을 보도하기 시작했고요. 경쟁이 붙으며 “혼자 탈출해 섬으로 숨었다” “중국으로 도주했다”는 설까지 대서특필되었던 것입니다. 경찰은 그를 지명수배했고 “선장이 살아있을 확률이 98%”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백 선장은 끝까지 남아 배를 지켰던 분이었어요. 언론 보도와 달리 선장 등은 서해훼리호의 통신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어요. 당시 가장 먼저 오보를 내놨던 한겨레는 기명기사로 보도 경위를 자세히 밝히면서 “결과적으로 기사 욕심에 취해 풍문과 억측에 덩달아 춤을 춘 꼴이 된 언론의 행태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사죄했고요. 조선일보도 사설 <조선일보의 사과>에서 “중대한 오보를 한 데 대해 반성과 함께 깊은 사과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해훼리호 오보 파동을 통해서 우리는 무리한 속보 경쟁, 고질적 병폐인 냄비 기질과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조건 따라다니며 나오는 대로 보도하는 떼거리 저널리즘 이런 것들을 모두 극단적으로 주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 김양원> 이번 고 손정민 씨 관련 보도에서도 무고한 특정인을 마녀사냥하는 행태가 보이십니까?

◆ 김언경>김희원 논설위원은 이렇게 진단했어요. “언론과 대중은 어느덧 한 사람의 ‘범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친구 A씨를 겨냥해 “신발 왜 버렸나” “방어기제로 최면수사 안 돼”라는 손씨 부친의 발언이 기사 제목으로 달리고,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말이 가감없이 보도된다. 단정적 비난 댓글이 벌써 나온다. 경찰이 부합하는 증거를 못 찾거나 실족사 결론에 이르기라도 하면 부실 수사를 비난할 판이다“라고요.

저는 이번 사건에 있어서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아버지가 주장하는 의혹이 일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많은 방송인이나 범죄분석을 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이번에 혼자 탐정놀이에 빠지게 되는 시민 모두가 경찰 수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 때문에 정말 경찰 수사가 철저하게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족은 그냥 떼쓰는 사람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 본인이 미심적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추가적 수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공권력은 그의 주장을 허투루 듣지 말고 그가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수사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수사는 경찰이 해야 하는 것이지, 언론과 우리 국민이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손 군 아버지의 주장이 경쟁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 김언경> 저는 누구의 발언이든 은폐되거나 왜곡돼선 안된다고 생각하고요, 억울한 아버지의 주장을 듣고 최대한 유족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 언론이 잘 정리해서 취재하는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주장을 계속 그야말로 앵무새처럼 전언만 하는 것은 적절한 언론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유족은 감정이 많이 담긴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발언을 그대로 옮기게 될 경우, 부적절한 표현,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걸 그대로 받아 옮기거나 과장해서 분석하는 것 모두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이 지적한 내용을 전하고 싶습니다. 승재현 위원은 지금 언론에 대부분 수사라고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말하더라고요. ”경찰이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사실이 발견이 되어야 하고 그 객관적 사실은 죽음이 외인사 즉 외력에 의한 힘에 의해서 사망했다는 게 드러나야 하는데, 아직 직접적으로 외인사라고 결론, 다시 말해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따라서 지금은 내사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수사라고 말하기는 부적절할 수 있다고요. 최대한 신중하되, 증거취집 등의 일종의 내사는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양원> 그럼 경찰이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요? 

◆ 김언경> 경찰이 피의사실공표를 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하는 것은 결코 비판받을 수 없다고 봅니다.경찰 브리핑이 한번 있었긴 한데, '(이번 사안을) 수사하고 있으나, 자세한 것은 말알 수 없다'고 했어요. 이것은 맞다고 봅니다.

우리들 자신에게도 묻고 싶은데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민들이 자꾸만 ‘국민 탐정놀이’, ‘국민 배심원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죽음의 원인을 철저하게 밝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과, 말초적 호기심만으로 누군가에 대해서 함부로 말을 하는 것은 다릅니다. 조금 더 차분해졌으면 합니다.

◇ 김양원> 오늘 저희가 한강공원에서 발생한 대학생 실종, 사망사건에 대해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살펴봤는데, 사실 비슷한 시기에 또다른 20대 청년의 사망사건이 있었어요?

◆ 김언경> 네, 지난 4월 22일 대학생 이선호 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용역회사 지시에 따라 적재물 정리 작업을 하다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몸이 깔려 숨졌습니다. 

◇ 김양원> 무려 300kg 짜리 쇳덩이였다고 해요.

◆ 김언경> 네, 산재 사망사고로 추정되는 사고였죠. 그런데, 이선호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생각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미디어스 김혜인 기자의 보도를 살펴볼게요.
사고 직후부터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5월 6일 이전까지 이 사건에 대한 보도는 중부일보와 기호일보 단 두 매체의 3건이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고 이선호군 산재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한 이후에 보도량이 늘어나서 제가 6일 오후 1시까지 집계한 결과 네이버에서 총 77건 정도 관련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겨레와 KBS 등은 제2의 김용균 참사와 같은 산업안전 사고로 규정하고 주요하게 보도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한강공원 실종 사망 대학생 보도에 비해서 너무 적은 관심, 특히 대책위가 생기기 전에 보도량 차이는 우리 사회의 차별이 언론의 주목에도 분명히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모든 죽음이 저마다 주요한 가치가 있지만, 사실 보도가치에 있어서 평택항 안전사고는 더욱 더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두고 보도하면서 상황을 개선할만한 일임에도 이 사안에는 보도량이 너무 적었던 것이죠.

◇ 김양원> 네, 20대 대학생 두 청년의 사망. 부모님과 가족들의 비통한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가 있을까요, 그런데 보도량에 있어서는 극과 극의 차이를 보였던 두 대학생 청년의 죽음... 언론보도에도 차별이 있는가, 이 말씀까지 듣고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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