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16년 7월 7일(목요일)
□ 출연자 : 나태주 시인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모두 다 시인”
◆ 나태주 시인(이하 나태주):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이익선 DJ(이하 이익선): 당신의 전성기 오늘, 목요일 코너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지난주에 이어서 두 번째 모셨습니다. 영광입니다. 또 반갑습니다.
◆ 나태주: 감사합니다.
◇ 이익선: 지난주는 6월, 오늘은 7월입니다. 다르죠? 7월과 6월은 어떻게 다르세요?
◆ 나태주: 7월은 여름이죠. 그리고 모시옷이 어울리는 계절. 6월까지만 해도 봄은 아니지만 여름이 아직 완전히 오지 않았는데요. 7월에는 여름입니다.
◇ 이익선: ‘멀리서 빈다’를 읽어 주셨는데요.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듭니다. 이 시는 어떤 계기로 쓰셨나요?
◆ 나태주: 제가 아프고 나서 많이 앓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다들 어딘가 다 아픕니다. 관절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어딘가 다 아픈 사람들입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그 사람이 다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나는 내 방에 있고 제 집사람은 안방에 있고. 집사람과도 멀리 떨어져있어요. 그 떨어져 있으니 빌어야 합니다. 잘 있기를. 당신이 있는 곳에서 아프지 말길. 나도 아프지 않으려 노력할 테니 당신도 아프지 마라. 끝 구절,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저에게 스스로 하는 말입니다.
◇ 이익선: 목요일마다 감성 토크쇼, 우리 안에 무뎌진 감성을 찾아 깨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나태주 시인 모셨습니다. 평소 시인께 궁금한 것 있으신 분들 #0945 유료 문자 보내주세요. 문자 보내 주신 분들 중 몇 분 선정해 나태주 시인의 책 ‘죽기 전 시 한 편 쓰고 싶다’ 보내드리겠습니다. 시인께서는 시를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시 공부 따로 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지, 어휘가 부족해도 쓸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나태주: 어휘는 연습하고 많이 공부해야죠. 하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어휘만으로도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내 마음속 감정 덩어리를 어떻게 말로 옷을 입혀 밖으로 꺼내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시인입니다. 그게 시인이라는 말은, 누구나 다 울컥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언어로 바꾼 것이 시입니다.
◇ 이익선: 그게 분노, 기쁨, 희열, 슬픔이든 다.
◆ 나태주: 누구에게나 있거든요. 억제하거나 잘못 변형되면 우울증 앓고, 화가 나고, 잘못 일을 저지르고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기가 바꿔서 언어의 옷을 입혀 밖으로 꺼내도록 해야 합니다. 연습이 필요하고 자꾸 해봐야 합니다. 그럼 되지 않을까. 시는 그럴듯하게 쓰는 게 아니라 자기처럼 쓰는 거다. 싸우듯, 욕하듯, 유언을 남기듯 쓰는 것이 시입니다. 그럴 때 짧을수록 좋고 시는 또 쉬울수록 좋고, 내 마음 속 감정 덩어리가 밖으로 잘 표출될수록 좋지 않나. 오늘날 시가 독자들에게 환영받기도 하고, 외면당하기도 하는 그 이유는, 독자들은 자기에게 가깝게 와 있는 마음을 써 줄때 ‘나도 저 마음이야’, 공자님이 말씀하신 측은지심이나, 부처님이 말씀하신 자비심이나, 예수님이 말씀하신 금욕 있는 마음, 이것이 시거든요. 이렇게 생각하고 그것을 써 주면 그게 시입니다. 시를 너무 어렵게 시인, 시집에서 찾지 말고 내 삶속에서 내 마음속에서 내 말 속에서 뱉어내는 외마디를 기록하면 그게 시가 아닐까.
◇ 이익선: ‘죽기 전에 시 한 편 쓰고 싶다.’선생님 책에서 은영 씨라는 사람에게 시에 대해 알려주시던데요. 은영 씨가 누구입니까?
◆ 나태주: 제가 여자 이름을 생각해보니 은영이라는 이름이 편하고 부드러워서 은영이라고 썼습니다. 실제로 있기도 있고요. 그 은영 씨가 언니가 아파서 언니 호스피스 병동으로 따라갔습니다. 그 분은 제가 공부를 가르쳤던 문학 캠프에 있었습니다. 본인도 어디가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제 마음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이야기하듯 편지를 쓰듯 쓴 책이 ‘죽기 전에 시 한편 쓰고 싶다.’입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얘기를 은영 씨가 대신 들어주는 식입니다.
◇ 이익선: 책에서 시를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먼저 잘 들여다보라고 하셨는데요. 내 마음을 보면, 수 만 가지 갈래로 흩어져있고 제 각각 놀고 있거든요.
◆ 나태주: 그것을 들여다보는 방법, 기술, 수련... 저는 명상이라고 하는데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면 자기 마음의 어떤 모습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지만 자꾸 해보고 연습해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 마음을 자기가 봅니다. 들여다보고 알게 되고요. 사람을 때리려 할 때도 때리는 사람은 순간 자신의 화에 못 이기고 화에게 지배당해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이거든요. 내가 돈을 들고 있든, 막대기를 들고 있든, 주먹을 쥐고 있든. 그것을 아는 순간 ‘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아는 순간 그것에서 풀릴 수 있습니다. 살아갈 때 힘든 마음이 있을 때 그것을 들여다보며 훨씬 더 그 문제에서 해결되어 나올 수 있습니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글로 쓰면 그 마음에서 완전하게 해방됩니다. 이것은 참 좋은 방법들 중 하나입니다. 제가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6개월 동안 앓고 나와, 그 병원의 기억을 잊기 위해 시 하나를 썼습니다. 쓰고 나서 병원 기억을 잊었습니다. 제 처는 함께 병원에서 간호 생활을 했는데 그 기억을 끝내 잊지 못하더라고요. 제가 6 개월 만에 쓴 책을 읽으라고 했습니다. 읽고 그 기억에서 많이 해방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반쯤, 글을 쓰는 것은 완전히 해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 이익선: 책을 읽는 것은 반쯤, 쓰는 것은 완전히. 사람을 때리려고 할 때 자신이 화의 지배에 있다고 말씀하니, 사람인데, 그런 하나의 감정에게 짓눌려있었구나. 오늘 당신의 전성기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우리 안에 숨겨져 있는 그 감성을 건드려서 밖으로 나오게 해 숨 쉬게 하는 코너입니다. 시인 나태주 님 모시고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사모님도 시를 쓰신다고 들었거든요. 책에 나오는 사모님이 지은 시도 훌륭하던데요. 시를 두 분 다 쓰시고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 나태주: 집사람은 시 쓰는 사람 아닙니다. 집사람은 미안한 이야긴데, 글씨 쓰는 것과 글 쓰는 것을 구별 못했던 사람입니다. 글씨 쓰는 것은 외부적 활동, 글 쓰는 것은 내부적 활동입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저를 ‘당신 글씨 써요?’라고 대했는데,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겉으로 멀쩡하게 앉아서 글씨 모양을 내고 있지만 내부로 투쟁하고 있구나. 글 쓰는 것은 내부적 투쟁입니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요. 그것을 전혀 몰랐던 사람이 글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3년에 한 편은 쓸까요? 저와 살며 10편 정도 썼으니까요. 그 사람에게 시가 온 것도 감사한 거죠. 이 사람이 처음에는 제가 시를 많이 들려주니 ‘귀시인’이 되었습니다. 귀로 듣는 시인. 그 다음에는 입으로 말하는 ‘입시인’ 그 다음엔 ‘글시인’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어설픈 ‘글시인’입니다.
◇ 이익선: 기쁘시죠?
◆ 나태주: 제 집사람은 본인도 결코 글 쓴다고 생각 안 합니다. 하지만 기특하죠.
◇ 이익선: 저희 당신의 전성기 주 청취자층이 중장년층이신데요. 그분들의 고민 중 하나가 부부관계입니다. 의외로 많습니다. 경제 문제도 있지만, 평생 살아온 사이인데 나이가 들수록 갈등이 더 깊어지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 보듯 하고,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이런 부부들에게 어떤 말씀 하시고 싶으세요?
◆ 나태주: 가장 큰일입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은 가족에게 용서받는 일입니다.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용서받을 일이 왜 없을까. 가족에게 용서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노력해야 하고, 용서해줘야 합니다. 우리 아버지를 교장 연수 받을 때, 용서해드렸습니다. 아버지가 너무너무 불쌍한 거야. 그 뒤로 용돈을 더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돈 달라고 할 때 안 주기도 하고, 왜 안줬겠어요? 힘드니까 그렇지. 그리고 나에게 뺨도 때리기도 하고. 그런 것 다 용서해 드려야 합니다. 그분도 필요해서 힘들어서 그랬겠죠. 나도 우리 아들에게 용서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부 간에도 용서해야 합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을 용서해야 합니다. 나는 이정도면 됐다고, 낙엽처럼 떠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분하고 원통하고, 내가 준 것은 100인데 나는 20밖에 못 받았다고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버리세요. 용서해주세요. 버리는 게 용서입니다. 저도 잘 못 합니다. 마지막 단계는 성숙. 진화의 과업은 용서하는 것입니다. 가족을 용서하는 것. 가족이 제일 문제입니다. 누이동생, 오빠 그리고 남편을 용서하고. 남편 거북하기도 하죠. 그래도 그 사람 밖에 없어요. 그 사람을 용서하고 자신을 용서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익선: 용서를 먼저 구합니까. 구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용서하겠다고 합니까?
◆ 나태주: 그냥 나 스스로 유해지는 겁니다. 내가 늘 이겼거든요, 집사람에게. 그러나 져도 괜찮다고. 사랑의 게임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진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집니다. 보통 게임에서는 더 많이 힘쓰는 사람이 이기는데, 사랑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면 더 많이 져줍니다. 사랑 때문에요. 저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젊은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익선: 두 번만 모시려고 했는데 듣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나태주 선생님의 전성기는 언제라고 생각합니까?
◆ 나태주: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늙어서. 젊은 사람의 명예는 명예가 아니고 돈이 아닙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 건강도 건강 아닙니다. 젊은 사람 다 건강하잖아요. 늙어서 건강한 것이 건강한 겁니다. 명예도 젊은 사람의 명예는 가볍게 날아가지만 늙은 사람은 떠나갈 때가 가깝잖아요. 명예 훼손할 일도 별로 없고.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늙은 사람의 사랑이 사랑이에요.
◇ 이익선: 이 시를 부탁드릴까 했는데, 황홀 극치라는 시가 있는데요. 앞을 읽어주세요.
◆ 나태주: 황홀 극치.
황홀, 눈부심.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함
좋아서 까무러칠 것 같음
어쨌든 좋아서 죽겠음
해 뜨는 것이 황홀이고
해 지는 것이 황홀이고
새 우는 것 꽃 피는 것 황홀이고
강물이 꼬리를 흔들며 바다에 이르는 것 황홀이다
그렇지, 무엇보다
바다 울렁임, 일파만파, 그곳의 노을
빠져 죽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황홀이다
아니다, 내 앞에
웃고 있는 네가 황홀, 황홀의 극치다
도대체 너는 어디서 온거냐?
어떻게 온 거냐?
왜 온거냐?
천년 전 약속이나 이루려는 듯
◇ 이익선: 이 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 나태주: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지금도 제가 매우 예뻐하는 아이인데 결혼했어요. 그 아이가 와 있을 땐 안 예뻐요. 그런데 그 아이가 너무 꽃처럼 예쁜 거예요. 안 예쁜데 꽃처럼 예쁜 거예요. 사랑은 안 예쁜 것을 예쁘게 봐주는 겁니다. 계속 안 예쁜 것을, 좋지 않은 것을 좋게 해 주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래오래 하는 겁니다. 생이 끝날 때까지.
◇ 이익선: 오늘 사실 일반인도 시를 쓸 수 있다, 시는 어떻게 쓰는 건지 여쭤보려고 하다가 자꾸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는데요.
◆ 나태주: 시 쓰는 데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많은 것을 사랑하고 많은 것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그리워해야 합니다. 없어진 것, 사라진 것, 내게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리워해야 합니다. 그럼 자동으로 시를 안 쓰고는 못 이깁니다.
◇ 이익선: 청취자 여러분께 한 마디만 해주세요.
◆ 나태주: 건강하시고 이 세상은 아름다우니 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늘의 꽃입니다. 지상의 별이고요. 하늘의 별이 아니라 하늘의 꽃입니다. 지상의 꽃이 아닌 지상의 별입니다. 유일무이한 존재이니 앞으로 잘 사시고 자기를 먼저 사랑하십시오. 자기밖에 더 귀한 것이 없죠.
◇ 이익선: 꽃과 별의 차이가 뭘까요?
◆ 나태주: 꽃과 별은 같은데 제가 뒤집었죠. 귀한 존재.
◇ 이익선: 유일무이한 의미를 강조하셨구나. 목요일에 만나는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풀꽃’ 시인 나태주 선생님과 함께 한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태주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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