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박수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도움말 : 법무법인 신세계로
◇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박수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 박수민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박수민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오늘의 고민 사연 볼까요?
◎ 사연자 : 저는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글쓰기 교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강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신의 아픔을 글로 풀어내면서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는 ‘아픔’이라는 수업이 특히 인기가 많았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성이 제 글쓰기 교실을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힘든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는 것을요. 남편은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고, 가정에도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처음부터 연애 감정을 가지고 만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다 보니 어느 순간 저희는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장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 여성의 남편이 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제가 자신의 아내와 부정한 관계를 맺었고, 그 때문에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파탄 났으니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소장을 받아들고 정말 황당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두 사람의사정은 남편의 주장과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여성을 처음 만났을 당시, 부부관계는 이미 무너져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법원에 협의이혼 확인 신청서까지 접수한 뒤에 별거에 들어갔죠. 게다가 남편은 별거를 시작하자마자 보란 듯이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따지자 “어차피 우린 끝났으니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마라. 너도 네 행복을 찾아가라”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본인 입으로 이미 혼인 관계가 끝났다고 못을 박은 셈입니다. 제가 그 여성과 연인이 된 건,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끝난 이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들의 가정을 깬 책임을 저에게 뒤집어씌우다니요! 너무나도 억울합니다. 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오늘의 사연 만나봤습니다. 결혼 관계가 파탄난 줄 알고 연인관계가 된 건데, 사연자분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기분일 것 같습니다. 박수민 변호사, 정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할까요?
◆ 박수민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연자분은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딱 하나입니다. '사연자분이 그 여성분을 만난 시점에 원고의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 나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 조인섭 : 법적으로는 아직 부부인데,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깨진 상태였다면 그 이후에 제3자와 교제한 건, 왜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가요?
◆ 박수민 : 민법상 상간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본질적 근거는 부정행위 그 자체보다, '그 행위로 인하여 원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는 인과관계에 있습니다. 즉, 권리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죠. 이미 실체가 깨져서 파탄 난 관계에는 더 이상 깨뜨릴 평화나 권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대법원은 이 법리를 한층 더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부부의 혼인관계 파탄에 대해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한 경우에는 어느 일방에게도 파탄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그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게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조인섭 : 그렇다면 사연자분 입장에서는"내가 이분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 부부는 완전히 깨진 상태였다"라는 걸 강력하게 주장해야 할 텐데요. 사연을 들어봤을 때, 이 '파탄의 근거'를 어떻게 입증해 볼 수 있을까요?
◆ 박수민 : 사연자분 사연은 파탄의 증거가 여러 겹으로 쌓여 있어 굉장히 유리합니다. 하나씩 짚어 보면요. 첫째, 협의이혼 확인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히 부부싸움이나 감정적 대립을 넘어, 쌍방이 이혼 의사를 합치하고 법원이라는 공적 기관에 정식으로 서류를 낸 것이거든요. 파탄의 가장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징표입니다. 둘째, 신청서 접수 직후 곧바로 시작된 별거입니다. 법원은 부부가 실질적으로 주거를 달리하며 생활 공동체를 해체한 별거 시점을 혼인 파탄의 가장 유력한 시점으로 봅니다. 셋째, 원고 본인이 별거 직후 다른 여성과 교제를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원고 스스로 이미 이 혼인관계가 끝났음을 전제로 행동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방증이고, 원고 자신의 외도는 사연자분의 책임을 상쇄시키는 유책 사유가 됩니다. 넷째, 원고의 파탄 인정 발언입니다. 원고가 아내에게 ’어차피 우린 끝났으니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마라. 너도 네 행복 찾아가‘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이건 원고 스스로 부부간 정조 의무와 혼인 유지 의사를 포기했음을 확인해 주는 발언입니다. 다섯째, 원고의 상습 폭력·폭언·가정 방치라는 유책 사유입니다. 이 혼인을 파탄으로 몰고 간 결정적 원인 제공자는 제3자인 사연자분이 아니라, 원고 자신이라는 점이 입증되는 대목입니다.
◇ 조인섭 : 듣고 보니 정황이 매우 명확하네요. 그래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협의이혼을 신청했을 뿐이고, 아직 법적으로 이혼한 건 아니지 않느냐. 그러니 혼인 중의 부정행위다”,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박수민 : 그렇게 다툴 수는 있죠. 하지만 법원은 협의이혼 신청서 접수 하나만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실체를 봅니다. 협의이혼 신청, 별거 개시, 원고 자신의 외도, 원고의 파탄 인정 발언, 상습 폭력이라는 요소가 연쇄적으로 이어져 있다면, 사연자분이 여성분을 만난 시점에는 이미 혼인관계의 실체가 돌이킬 수 없이 파탄 난 상태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파탄이 완성된 이후에 개입한 행위는 파탄이라는 결과에 대한 원인 행위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조인섭 : 결국 사연자분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언제, 어떤 이유로 파탄 났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소장까지 받은 상황이라면 지금부터 어떤 증거들을 우선적으로 확보해 두는 게 좋을까요?
◆ 박수민 : 법원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네 가지 핵심 자료를 첨부하셔야 합니다. 첫째, 협의이혼확인신청서 접수 사실을 증명할 서류입니다. 접수증이나 사건번호가 남아 있을 겁니다. 둘째, 원고의 파탄 인정 발언이 담긴 문자나 카톡입니다. "지나간 일은 묻어두자" 같은 표현이 남아 있다면 반드시 캡처해 두어야 합니다. 셋째, 원고가 별거 직후 다른 여성과 교제한 사실을 증명할 자료입니다. 사진, 목격자 진술, SNS 자료 등이요. 넷째, 원고의 폭력·폭언·가정 방치를 알고 있는 가족·친지의 진술서입니다.
◇ 조인섭 : 지금까지 상담내용을 정리하자면 사연자분이 교제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 난 상태였다면, 상간자 위자료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연에서는 협의이혼 신청과 별거, 남편의 다른 여성과의 교제와 파탄 인정 발언 등이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는데요. 관련 문자메시지와 협의이혼 신청 자료 등을 꼼꼼히 확보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박수민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박수민 : 감사합니다.
YTN 라디오 이시은 [sieun080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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