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7월 2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7월 18일 쿠팡 인천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요. 오늘 소장님은 왜 이런 대형 물류센터 화재가 계속 발생하는지, 우리 언론이 제 역할을 해왔는지를 중심으로 언론비평을 해보신다고요?
◇ 김언경 : 네. 그걸 해보려고 대형창고, 물류센터 화재 언론보도를 좀 살펴보았어요. 우리가 가장 많이 기억하는 것은 2008년 1월에 있었던 이천 참사입니다. 정확하게는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인데요. 당시 사망 40명, 부상 9명이었습니다. 냉동설비 배관 용접 불꽃이 우레탄폼 등에 옮겨붙었고 우레탄폼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하나뿐인 출입구, 공사와 작업의 동시 진행이 피해를 키웠다고 조사되었습니다. 대형 창고의 방화구획, 피난로 문제가 확인된 대표적 참사였습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도 처음이 아닌데, 2021년 6월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화재였습니다. 당시 소방관 1명이 순직하셨고, 또 다른 소방관 1명 부상을 입었습니다. 큰불을 잡기까지 장시간이 걸렸고 완진에는 엿새가량 소요되었습니다. 재산피해는 후속 통계에서 약 4,743억 원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지하 2층 전기설비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광범위한 적재물, 복잡한 선반 구조, 내부 화재 확산으로 진입과 발화점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당시 화재경보 반복 해제와 초기 대응 문제도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 최휘 : 이번 물류센터 8층이긴 하지만 일반 건물로 환산하면 15층 이상 건물과 맞먹는 높이와 규모라고 해요. 약 109시간 만에 완진 됐는데 이번 쿠팡 물류센터 진화가 어려웠던 배경은 무엇인가요?
◇ 김언경 : 아직은 현재 완전한 피해액과 책임 소재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소방당국과 현장 보도를 종합하자면 대형화재의 배경으로 대량의 가연물 적재, 높은 층고, 복잡한 물류시설 구조를 꼽았습니다. 내부에는 포장 비닐, 종이박스, 물류로봇과 리튬배터리 등이 있어 화재 하중이 컸고, 강한 복사열로 방화구획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고층 랙 구조와 자동화 설비는 불길 차단과 물 공급을 어렵게 만들어 진화를 지연시킨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이 화재의 핵심 문제는 대형 자동화 물류센터의 안전 설계가 화재 위험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류센터가 대형화·자동화될수록 전기 설비와 배터리, 고층 적재 구조가 늘어나는데, 이에 맞는 소방 기준과 진압 체계가 충분히 고도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 최휘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참사가 반복되었는데도 이와 같은 대형 물류센터 화재가 반복되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물류창고와 관련된 소방 건축제도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건가요?
◇ 김언경 : 2008년 두 차례 참사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조례 수준의 산발적 시도만 있었을 뿐, 국가 차원의 물류창고 특화 규제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제도의 결정적 전환점은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인데요. 이전 참사와 판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처음으로 물류센터·건설현장에 특화된 종합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6월에 시공 중인 건설현장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종합대책인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이 나왔던 건데요. 아쉽게도 이후인 2021년 6월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순직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처음으로 물류센터만을 대상으로 한 화재안전기준을 만들었습니다.
2021년 8월,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발표한 「물류센터 화재안전 종합대책」인데요. 처음으로 물류센터에 특화된 화재안전기준이 마련되고요.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화재 안전성을 검토하는 성능위주 설계 적용 대상도 확대됩니다. 컨베이어 같은 자동화 설비가 들어선 구역에 대해서도, 층별·면적별로 불이 번지지 않게 막는 방화구획 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건축법도 개정됩니다. 이 개정으로 처음으로 샌드위치 패널 같은 복합자재의 심재, 그러니까 겉면이 아니라 속을 채우는 재료에 대해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갖추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됩니다. 이제 아무 패널이나 쓸 수 없고, 정부의 품질인정을 받은 자재만 시공에 쓸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런 규제 강화와 함께, 2021년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도 2022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갑니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사망 사고가 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거죠.
◆ 최휘 : 하지만 그 2022년 1월 이후에도 참사는 계속되었던 것 같은데요.
◇ 김언경 : 그렇죠. 법이 강화되는 사이에도 2022년 1월 평택에서 5월에는 이천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합니다. 그러자 그해 12월, 민간 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동 조사단을 꾸려서 「물류창고 화재 원인분석 및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습니다. 물류창고에 특화된 건축·시설 기준을 다시 정비하고, 화재안전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기존에 흩어져 있던 소방 관련 법령도 정비됩니다.
그리고 2024년 1월, 창고시설만을 위한 별도의 스프링클러 기준이 처음으로 시행에 들어갑니다. 기존에는 일반 건축물과 같은 기준을 썼는데, 이제는 창고에 맞게 훨씬 강력한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를 달아야 하고, 랙에 물건을 높이 쌓는 구조라면 3미터 높이마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추가로 설치해야 합니다. 물을 뿌리는 양도 기존보다 두 배, 뿌리는 시간도 20분에서 60분으로 세 배 늘었습니다.
◆ 최휘 : 아, 그런데도 이번 인천 쿠팡 화재가 또 발생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현재도 법이나 시스템이 대형창고 화재 예방에 부족하다는 것일까요?
◇ 김언경 : 문제는, 이렇게 강화된 기준이 새로 짓는 건물에만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지난 18일 화재가 난 인천 쿠팡 물류센터는 2020년에 건축허가를 받았는데요, 그래서 2024년부터 시행된 강화된 스프링클러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대상이었습니다. 결국 옛날 기준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다층으로 쌓인 선반과 많은 물건을 감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천 쿠팡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다시 물류시설 화재안전 제도개선 TF를 다시 꾸렸습니다. 15년 넘게 법을 고치고 또 고쳤지만, 왜 화재는 반복되는지, 새로운 대책을 다시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 최휘 : 그렇다면 소장님이 보시기에 이번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김언경 : 제가 보도량이 많아서 빅카인즈에서 전국 일간지 12곳의 보도만을 수집해 살펴봤습니다. 화재 발생일인 7월 18일부터 23일까지 보도한 기사에서 중복기사 제외하면 대략 280건이었는데요. 먼저 기사량부터 보겠습니다. 화재 첫날인 7월 18일에는 43건, 19일에는 58건이 보도됐습니다. 화재 발생 사흘째인 20일에는 8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후 21일 45건, 22일 29건, 23일 19건으로 빠르게 줄었습니다. 화재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큰 불길이 잡히자 언론의 관심도 함께 줄어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을까 살펴봤는데요. 당연히 화재 진행과 진화 상황에 관한 보도였습니다. ‘불길이 잡히지 않는다’, ‘24시간 넘게 불타고 있다’,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다’, ‘건물 붕괴 가능성이 있다’, ‘61시간 만에 초진됐다’는 식의 기사입니다. 이런 화재 상황 보도는 전체 기사의 약 85%에 해당했습니다. 진화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대형 화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진화 과정과 주민 대피, 소방 대응을 신속하게 전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물류센터가 원래 불 끄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언론의 역할은 끝나는 것일까요? 높은 층고와 넓은 공간, 대량 적재물과 복층 선반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설계했고, 누군가 허가했으며, 누군가 준공을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그 위험한 구조를 누가 허용했고 누가 관리했는지는 따져 묻는 보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였습니다.
◆ 최휘 : 네. 진화 상황에 대한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거 짚어주셨는데요. 그래도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들이 있기는 했지요? 어땠습니까?
◇ 김언경 : 과거 화재와의 연관성을 지적한 보도는 일부 있었습니다. ‘5년 전 대형 화재를 겪고도 쿠팡은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는가’, ‘덕평 물류센터 화재의 악몽이 재연됐다’, ‘강화된 소방 기준에도 기존 물류센터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보도입니다. 전국 물류창고 10곳 가운데 7곳이 강화된 소방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기사 280건 가운데 과거 화재나 제도 사각지대를 제목에서 직접 다룬 기사는 20건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과 ‘지난 화재 뒤 내놓은 대책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추적하는 것은 다릅니다.
2021년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서는 소방관 한 명이 순직했습니다. 당시에도 물류센터의 대형화와 복잡한 내부구조, 스프링클러와 경보설비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화재에서 언론이 가장 먼저 확인했어야 할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쿠팡은 덕평 화재 이후 무엇을 고쳤는가. 정부가 당시 발표한 안전대책은 실제로 시행됐는가. 강화된 기준은 기존 물류센터에도 적용됐는가. 쿠팡은 이번 화재 전에 위험 징후를 알고 있었는가. 점검에서 지적된 사항은 실제로 고쳐졌는가. 하지만 이런 책임과 이행을 추적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쿠팡의 책임을 직접 물은 제목으로는 ‘5년 전 대형 화재를 겪고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나’, ‘쿠팡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화재 일주일 전부터 탄내가 났다는 전조를 무시했나’ 등이 있었습니다. 화재 상황에서도 인근 물류센터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는 노동조합의 주장과 함께, 안전보다 로켓배송을 우선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사과했다거나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는 발표성 보도를 제외하면, 쿠팡의 예방 책임과 과거 대책의 이행 여부를 독자적으로 검증한 기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 최휘 : 네. 물류창고 등 대형 화재참사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으실까요?
◇ 김언경 : 언론보도들을 살펴보니 대체로 화재 진화 경과 등은 잘 보도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위험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 위험을 만든 사람과 허용한 제도, 그리고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실제로 지켜졌는지를 감시하는 데에는 충분히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참사 예방도 참사보도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참사보도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에도 잘해야 하지만, 참사가 없을 때 지난 참사의 진상규명과 원인제거가 잘 이루어졌는지 이후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도 참사보도입니다. 언론이 보다 후속보도에 집중해주기를 바랍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김언경 소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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