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2026년 07월 28일 (화)
■ 진행: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 이서정 씨 / 멘탈헬스코리아 피어스페셜리스트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박귀빈 : 대한민국은 OECD 자살률 1위 국가입니다. 자살은 더 이상 누군가의 비극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데요. 지금 이 시간, 오늘을 홀로 버티면서 괜찮다는 말 뒤에 숨어 내일이 두려운 이들을 위해서 편견 없이 서로가 서로를 살펴보는 사회를 꿈꾸며 준비한 시간입니다. 삶이 힘든 그대에게, YTN 라디오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띄우는 절박한 편지 들어볼래요? 그 11번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멘탈헬스코리아 피어스페셜리스트 이서정 씨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서정 씨 어서 오세요.
◇ 이서정 : 안녕하세요.
◆ 박귀빈 : 네, 이서정 씨가 띄우는 11번째 편지. 그 메시지를 듣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 이서정 : 저는 아주 오랫동안 저를 미워하면서 살아왔어요. 아무도 제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믿었고, 그렇기에 의심을 더 먼저 하고 더 깊이 숨어버리곤 했어요. 정말 힘들었던 날들 사이에선 '나 하나 사라진다고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라고 단정 지으면서 모든 걸 끝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무너졌던 제게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것은 거창한 게 전혀 아니었어요. 주변인들의 "네가 견뎌줘서 정말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였어요. 우리는 종종 혼자 버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폐가 될까, 나의 약점이 될까 걱정합니다. 저 역시도 그래 왔어요. 그래서 밖에선 괜찮은 척 웃으면서 혼자 아픔을 삼키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알아요. 사람은 완벽해야만 사랑받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우린 아픈 채로도 서로의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살아갈 수 있어요. 혹시 지금 삶이 너무 버겁다면 부디 혼자 견디려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도움을 요청하는 그 순간들은 무너지는 순간이 아니에요.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순간이죠. 그래서 전 이걸 듣고 계신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러분들의 삶을 저는 잘 알지 못해요. 어떤 하루들을 견디며 살아가실지 전 예상조차 하지 못해요. 그치만 전 너무 당연하게도 말씀드릴 수 있어요. 살아 계셔주셔서 다행이에요. 오늘 그리고 내일 우리 또 잘 견뎌봐요.
◆ 박귀빈 : 네, 이서정 씨의 편지 잘 듣고 왔습니다. 서정 씨가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정말 귀 기울이고 들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전에 제가 서정 씨를 어떻게 소개를 했냐면 멘탈헬스코리아 피어스페셜리스트라고 제가 소개를 해 드렸습니다. 어떤 역할을 해 주고 계신 거예요?
◇ 이서정 : 우선 개념을 먼저 설명드리자면 멘탈헬스코리아의 피어스페셜리스트는 자신의 정신 건강 경험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청년의 정신 건강 환경을 개선하는 차세대 리더예요. 학교와 대학, 지역 사회에서 정신 건강 지원 체계를 직접 조사하며 평가합니다. 이런 것들이 되게 개념적인 설명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걸 더 길게 준비해 왔는데 짧게 말씀드리면 피어스페셜리스트의 '피어'가 동료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처음에 시작할 땐 동료지원가의 상위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거기서 국한되면 조금 듣는 사람들도 어려워하고 '동료지원가가 하는 거야?'라고 해서 저희는 차세대 정신 건강 리더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박귀빈 : 아, 멘탈헬스코리아에서 일을 하고 계신 거고, 피어스페셜리스트는 그 피어가 P-E-E-R 해 가지고 동료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군요. 그래서 동료지원가, 서로 동료들끼리 내 동료를 도와주고 함께 힘을 내서 걸어갈 수 있는 이런 역할을 해 주고 계신 거네요.
◇ 이서정 : 네, 맞아요. 그리고 조금 첨언을 하자면 서로가 힘을 내는 걸 넘어서 저희는 정책 같은 거에도 관심이 많아서, 정책 같은 거에도 직접 저희가 건의한다거나 하는 등의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 박귀빈 : 예, 굉장히 직업명이 멋있으십니다. 여러분, 피어스페셜리스트 기억해 주세요. 요즘 현대 시대에 우리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마음이 힘들거나 이런 분들 진짜 많아요. 그러니까 이거는 워낙 사는 것 자체가 우리가 팍팍해졌잖아요. 경제생활도 힘들고 사람 관계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까 누구나 마음이 다 지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고 이런 경험을 많이 하시기 때문에 현대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직업을 하고 계시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서정 씨가 피어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그런데 조금 더 궁금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오늘 그 이야기를 해 주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오셨을 텐데, 앞서 편지를 쭉 낭독해 주셨잖아요. 그래서 '나도 많이 힘들었다' 이런 메시지를 담으셨어요. 어떻게 많이 힘든 부분이 있었던 거예요?
◇ 이서정 :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린 시절부터 조금 안 좋았던 것 같아요. 뭔가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을 잘 못 받았고 제 의견이 수용된다는 느낌을 많이 못 받았어요. 그런 것 때문에 제가 버티는 방법은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 버티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삶을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버티는 게 회의감이 들고 지치고, 또래 친구들을 봤을 때 '저 친구들은 나처럼 살지 않는데'라는 비교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 박귀빈 : 그래서 오랜 시간 우울증도 실제로 겪었고, 실제 자살 충동도 겪고 그러셨던 거예요. 어떻게 그때마다 버텼고 견뎌냈는지도 궁금해요.
◇ 이서정 : 저는 처음에는 그냥 제가 이상하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너무 어린 나이였고 처음 충동을 느꼈을 때가 중학생 때였어요. 너무 어리잖아요.
◆ 박귀빈 : 그렇죠. 너무 어리죠.
◇ 이서정 : 그러니까 이게 병원에 가볼까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거예요, 제 문제 같으니까. 그래서 정말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라는 말 말고는 안 나와요.
◆ 박귀빈 : 그때 부모님이나 친구한테 얘기해 볼 수 있잖아요.
◇ 이서정 : 그 당시 친구들이랑은 이런 얘기를 되게 많이 했는데 서로 너무 어렸어요. 그러니까 서로가 위로 대신에 "나도 그런 충동을 느끼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런 말들만 오고 갔던 거예요.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니 어릴 때 조금 비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라와서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 박귀빈 :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 그렇게 마음이 힘들 때 그럼 어떻게 했어요?
◇ 이서정 : 저는 옳지 않은 방법이지만 스스로 해치면서 견뎠던 것 같아요.
◆ 박귀빈 : 해친다는 게 어느 정도인지 얘기해 줄 수 있어요?
◇ 이서정 : 자해라고 하죠.
◆ 박귀빈 : 실제로 그렇게 행동도 했고. 그러면 병원은 언제쯤 갔어요?
◇ 이서정 : 병원은 15살에 동네에 있는 병원을 한 번 갔는데 부모님이 "네가 굳이 다닐 필요가 있냐"
◆ 박귀빈 : 오히려 부모님께서.
◇ 이서정 : 네, 그런 입장이셨어요. 그런데 저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못 내리겠는 거죠. '내가 그 정도로 아프진 않은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자연스럽게 병원을 끊게 되었고, 16살에 '내가 이대로 살다간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이 '죽을 것 같다'가 '내가 자살을 하겠다' 이게 아니에요.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본능적으로 알았죠, 이건 정신과적 문제겠구나. 그래서 울면서 뛰쳐나왔어요. 그래서 아빠한테 가서 "나 병원 보내달라"고, "나 곧 죽을 것 같다"고 애원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 박귀빈 : 그래도 서정 씨는 굉장히 용기가 있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본인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해 가려는 기본적인 마음이 있어서 이게 가능한 것 같아요.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 게 뭐냐 하면 요즘에 우리나라 청소년들 자살이 굉장히 심각하다잖아요. 그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고 해서 저도 이 '삶이 힘든 그대에게' 이 시리즈를 많은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항상 늘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어린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그런데 실질적으로 서정 씨가 본인이 그런 경험을 했고, 본인이 그걸 어떻게 극복해내서 밖으로 나왔는지를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것 자체가, 그런 힘듦을 겪고 있는 많은 친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제가 조금 더 자세히 여쭤보게 된 거고요. 그러면 피어스페셜리스트는 언제부터 활동하게 되었어요?
◇ 이서정 : 저는 병원에 다니기 전부터 활동을 했어요.
◆ 박귀빈 : 정말요? 병원 아까 16살 때 갔다 그랬잖아요.
◇ 이서정 : 네, 16살 말에 예약을 해서 17살 때 갔거든요. 그런데 피어스페셜리스트 활동은 16살 여름경부터 시작을 했어요.
◆ 박귀빈 : 어떻게 활동을 시작했어요?
◇ 이서정 : 제가 피어스페셜리스트 1기예요. 딱 처음 단체가 세워지고 처음 모집을 할 때 들어간 건데, 인스타그램이었는지 페이스북이었는지 SNS였거든요. 기억은 잘 안 나요. 그런데 그 SNS에서 제가 딱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었어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이런 뉘앙스의 문구였어요. 그런데 그 문구를 보고, '당신의 약점이 당신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런 문구를 보고 너무 감명받은 거예요. 그래서 그길로 인터넷으로 지원을 해서 면접을 보고 그 후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 박귀빈 : 그러면 피어스페셜리스트를 10대 때부터 굉장히 어린 나이에 시작을 했고, 그때 같이 시작한 분들도 계시죠? 나이대가 어떻게 돼요? 제일 막내였어요?
◇ 이서정 : 제가 제일 막내였어요.
◆ 박귀빈 : 제일 막내. 피어스페셜리스트 활동을 1기로 시작을 했고, 그때도 본인이 병원을 다니고 있었잖아요, 그렇죠?
◇ 이서정 : 아니요. 처음 피어스페셜리스트 활동할 땐 안 다니다가 피어스페셜리스트 활동을 진행하면서 다니게 됐어요.
◆ 박귀빈 : 정말요? 피어스페셜리스트 활동을 하면서 본인의 삶에도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 이서정 : 네, 되게 큰 변화가 생겼어요. 뭔가 저는 정신과라는 거를 15살 때 처음 다니긴 했지만 중간에 끊은 이유가 마음이 아프다는 걸 스스로도 몰랐기 때문도 있는 것 같아요.
◆ 박귀빈 : 그러니까 '내가 병원을 다닐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네요.
◇ 이서정 : 네, 요즘은 그런 세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예전엔 정신병원 하면 되게 이미지가 좋지 않았잖아요. 제가 어릴 때도 그게 있었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피어스페셜리스트로 활동을 하면서 '마음이 아픈 건 이상한 게 아니구나' 이 인지가 가장 크게 변화했어요. 그리고 전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이 아프다는 것에 대해서 잘 이해받지 못했는데 멘탈헬스코리아에 딱 나가는 순간 "오늘 마음은 어때?" 이 질문이 너무 당연한 거예요. 그래서 '꼭 마음이 아프다 해서 이상한 사람이 아니구나, 누구에게나 그럴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 박귀빈 : 저는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우리도 같이 직장에서든 친구든 그 친구가 만약에 몸이 어디가 다쳤거나 아픈 거 알고 있으면, 감기가 심하게 들었다거나 하면 만나면 뭐라고 그러냐면 "어떻게 요즘 몸은 괜찮아?" 물어보거든요. 나아졌어? 솔직히 눈에 보이기도 하고 요즘에 안색이 안 좋다 이런 거 걱정해 주기도 하고. 사실 마음이 아픈 건 잘 안 보이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아플 수 있어, 그러면 "요즘 마음은 괜찮아?" 이런 질문 너무나 당연한 질문일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그게 늘 궁금해요. 제가 이 자리에 나오시는 분들에게 거의 다 여쭤봤던 것 같은데,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말 한마디든 이렇게 도움을 주고 싶거든요, 그런데 어떤 행동과 어떤 말이 정말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를 잘 몰라요. 어떤 말을 해 주고 어떤 행동을 해 줘야 돼요?
◇ 이서정 : 이 질문은 제가 정말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예요. 그런데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이 행동 하세요"라고 쉽게 말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만큼 어려운 질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네가 어떻게 하면 나았을 거야" 이런 정답을 말해 주는 게 아니에요. 그저 그 사람이 있는 그대로, 그 사람대로 존재해도 괜찮다라고 말해 주는 거예요. 그 사람을 부정하지 않는 거죠. 그렇게 느끼게 해 주는 말과 행동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제가 오프닝에 말씀드렸지만 삶에서 죽음에서, 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삶 쪽으로 기운 한마디가 있어요. "네가 견뎌줘서 정말 고마워"라는 말이었어요.
◆ 박귀빈 :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해 줬어요?
◇ 이서정 : 네, 친구들이 해 줬는데 그 말을 듣고... 저는 진짜 단순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삶을 선택했어요. 삶을 선택했다는 표현도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죽음도 선택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그 말로 알 수 있듯이 무언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보다 때로는 그냥 바라봐 주는 거, 그 사람 그 자체로 바라봐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박귀빈 : 그 사람이 요즘 마음이 어떤지 한번 물어봐 주고, "요즘 마음이 어때?" 그럼 이야기를 하겠죠. 그럼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괜찮아." 그렇죠. 그러니까 마음을 활짝 여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그리고 앞서 서정 씨에게 친구가 해 줬던 말, "네가 견뎌줘서 정말 고마워" 이 한마디가 정말 중요한 말이었다고 했어요. 지금도 피어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그러니까 동료들에게도 실제 도움도 주고 함께 그러고 있잖아요, 서로 그렇지만 여전히 힘들어질 때가 사람은 누구나 있잖아요. 저도 그래요. 직장 생활하고 현대 생활하다 보면 저도 막 힘들단 말이죠. 그럼 나도 예전처럼 마음이 정말 힘들어지는 순간이 올 때, 요즘에는... 예전에는 방법을 몰라서 '이걸 어떻게, 마음을 어떻게 바꿔야 되지?' 그랬잖아요, 요즘에는 어떻게 해요, 그 순간이 오면?
◇ 이서정 : 저는 일단 병원에 다니고 있잖아요. 그리고 아직까지 병원에 다니기도 하고 아직 우울증이 완치 상태가 전혀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여전히 죽고 싶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어요. 그런데 그 생각이 심화되기 전에 저한테 전조증상이 있어요. 뭔가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하거나 아니면 몸이 축 처지거나 이런 전조증상이 항상 있는데, 그것을 겪으면서 '내가 곧 우울해지겠구나', '내가 곧 또 충동을 느끼겠구나'라는 걸 인지하죠. 그렇게 되면 그냥 바로 병원에 전화해서 "저 혹시 외래 당길 수 있을까요?"라고 그냥 말해 보는 거예요. 그래서 외래를 당겨서 주치의 선생님이랑 상의를 하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제가 먼저 입원을 말씀드려요. 폐쇄병동은 조금 답답해서 "개방병동으로 가능할까요?" 이런 식으로 능청스럽게 그냥 말씀드리거든요. 그리고 그것조차 여유가 안 될 때가 있잖아요. 당장 '내가 너무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들면 응급실로 달려가요. 왜냐하면 이게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자살 충동이라는 건 정신과적 응급 상황이거든요.
◆ 박귀빈 : 맞죠, 맞죠.
◇ 이서정 : 네, 그래서 응급실에서 웬만해서 받아줘야 돼요.
◆ 박귀빈 : 응급실 가도 돼요?
◇ 이서정 : 저는 응급실 많이 갔어요. 그렇게 응급실로 가서 입원을 한 적도 있고, 저는 응급실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온 적도 많습니다.
◆ 박귀빈 : 진짜 내가 힘들어질 때는 그렇게 행동을 한다는 건데, 제가 서정 씨 얘기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 하면 '서정 씨는 스스로를 굉장히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이게 되게 힘든 일이거든요. 자기를 이렇게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힘든데, 서정 씨는 스스로가 나의 상태를 인지하고 내가 기저에 그런 생각들이 늘 깔려 있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 내 몸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느껴, 그리고 판단해, '나 병원 가야 되겠구나' 행동해, 그렇죠. 사람이 이렇게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어요?
◇ 이서정 : 저도 정말 이게 너무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그냥 누워서 '아, 나 곧 죽을 것 같은데' 이 생각만 들었는데 계속 반복되고 결국 이게 행동으로 옮겨지고 이런 과정이 정말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러는구나. 그럼 내가 그전에 어떤 증상이 있었을까?'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도 일기를 쓰거든요. 일기를 쓰면서 '내가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고' 이거를 바라봐요. 일기를 쓰고 한 번 읽어요, 저는, 그런데 글 읽는 걸 제 시선에서 보는 게 아니라 '남이 만약에 내 일기를 본다면 어떻게 느낄까?'라는 시선에서 바라보는 거죠. 그렇게 되니까 저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박귀빈 :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다 배워야 될 것 같아요. 저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못 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을 하고, 앞서도 이 시간 시작할 때마다 늘 첫 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거든요. 굉장히 심각하고, 그리고 실질적으로 앞서 그랬어요, 피어스페셜리스트로서 정책 부분에도 영향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하셨어요. 우리 사회가 가장 바꿔야 될 건 뭘까요?
◇ 이서정 : 저는 사회가 가장 바뀌어야 될 거라고 하면 딱 하나밖에 생각이 안 나요. '가장 먼저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안 드는데,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본인들과 다르다 생각되면 배척하는 태도예요. 예를 들면 뭔가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반 살인 사건은 어느 동네에서 몇십 대 남자 아니면 여자가, 이런 게 헤드라인에 뜨잖아요, 그런데 기사 제목에 '정신질환자', '조현병' 이런 단어가 들어가면 사람들은 "조현병은 다 저래" 혹은 "정신질환자니까 저렇지"라고 생각해 버리고 편견이 심화돼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데 알아보잖아요? 그럼 현실이 달라요.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범죄율이 정신질환을 가지지 않은 사람의 10분의 1 수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전 자극적인 뉴스에 포커싱이 정신질환으로 되기보다는 그저 '사람', 이런 식으로 바뀌고 이런 식으로 사회 다방면에서 편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귀빈 : 네, 알겠습니다. 오늘 서정 씨의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저는 많은 부분을, 내가 몰랐던 부분도 있고 이런 부분을 생각해야 되겠구나 저도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 이 방송 듣고 계신 분들도 그러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이 시간에 늘 여쭤봐요. 청취자들이 당장 오늘 실천할 수 있는 행동, 그러니까 내 주변에 혼자 버티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지인으로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처방전이 있을까요?
◇ 이서정 : 저는 딱 하나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인이라면 연락해 보는 거, 안부 인사 전하는 거. 왜냐하면 저는 저를 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잖아요, 저는 충동을 느끼기 전에 가장 큰 감정이 고립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연락 한 번에, 친구들의 연락 한 번, 한마디 그 연결감으로 다시 살 수 있었거든요. 정말 그 연락 한 번이면 저는 단 한 사람만으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고 믿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한번 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 박귀빈 : 네, 주변에 힘들어하는 분이 계시다면 혼자 두지 마시고, 아, 연락하셔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는 거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정 씨에게도 "네가 견뎌줘서 정말 고마워" 이 말을 해 주셨는데, 힘드신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이 견뎌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과 한국자살예방협회가 함께하는 '삶이 힘든 그대에게 들어볼래요?', 멘탈헬스코리아 피어스페셜리스트 이서정 씨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서정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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