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26년 7월 21일 (화)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조성준 교수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박귀빈 : 대한민국은 OECD 자살률 1위 국가입니다. 자살은 더 이상 누군가의 비극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데요. 이 시간에도 오늘을 홀로 버티면서 괜찮다는 말 뒤에 숨어 내일이 두려운 이들을 위해서 편견 없이 서로가 서로를 살펴보는 사회를 꿈꾸면서 준비한 시간입니다. 삶이 힘든 그대에게 <YTN 라디오>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띄우는 절박한 열 통의 편지, 들어볼래요? 그 열 번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조성준 : 네, 안녕하십니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입니다.
◆ 박귀빈 : 예, 오늘 교수님께서 10번째 편지를 띄워주실 텐데. 먼저 그 편지 듣고 와서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 조성준 : 최근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 중에서 ‘최근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16%가 ‘그렇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높지 않습니까? 6명 중에 1명은 그런 생각을 한 것인데요. 그런데 이 비율은 심지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숫자이기 때문에 실제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만큼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치열하고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 정신건강의 키워드를 우울, 불안, 자살 사고 이렇게 꼽아본다면 각각 기여하는 요인들이 중요한 대인관계의 변화, 업무 연관성, 경제적 이유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성이 높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요인들은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 삶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약간 다른 측면에서 전통적인 키워드가 아닌, 우리가 쉽게 언급하지만 아직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한 ‘번아웃’은 어떨까요? 과연 큰 의미가 있는 개념일까요? 그냥 회사 다니면 지치는 게 너무 그냥 당연한 사실일까요? 아니면 이것 자체만으로도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이미 우리가 지치고 번아웃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회는, 직장은, 우리 개인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 박귀빈 : 네, 교수님의 열 번째 편지 잘 듣고 왔습니다. 교수님 말씀에 공감하는 직장인들, 근로자분들 진짜 많으실 것 같고요. 이런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인 건지 객관적인 지표나 이런 게 있나요?
◇ 조성준 : 지표가 굉장히 제각각이어서요. 보는 관점에 따라서 좀 다를 수가 있는데 일단 그래도 전반적인 우리나라 일반 인구 집단부터 얘기를 해보자면, 그냥 우리나라 근로자들 말고요. 그냥 전체적인 인구 집단 보면 ‘한 15% 정도가량은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근로자로 조금 더 좁혀서 보면...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죠?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좁혀서 보면 절반에 가까운 45% 정도가 우울감을 느낀다고 하고, 그 다음으로는 고립감도 느끼고 불안감도 느낀다고 각각 호소했습니다. 직장에 다녀보면 우리가 여기 스튜디오에도 여러 분 앉아 계신 것처럼 사람들이랑 막 얽히고설키고 지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고립감을 느끼고, 거기에 기반한 우울 불안을 느끼고 사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서 혹시 내가 요새 경제적으로 조금 어렵다 이렇게까지 나아가게 되면 이런 우울감, 불안감 느낄 확률이 더 올라가게 되고. 심지어는 자살 사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확률도 올라가는 것으로 저희가 조사되고 있습니다.
◆ 박귀빈 : 실제로 수치상으로도 일단 표현을 할 수 있지만 그 수치 밖에 그런 분들도 분명히 계실 텐데요. 많은 직장인들이 우울감, 자살 사고 이런 거. 단순히 업무 스트레스 이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복합적인 것 같아요. 인간관계도 있고, 말씀하신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치게 되면 요인이 너무 복합적인 게 되잖아요. 이렇기 때문에 그 해결도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조성준 : 맞습니다. 저희가 다 행복하려고 직장 다니는 거잖아요. 직장 생활은 우리 삶의 일부이고 굉장히 그 가운데 무게 중심을 잡고 있거든요. 우리의 삶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중심에 있기 때문에, 직장 스트레스를 직장에서만 해결을 하려고 하고 하다 보면 어려운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생활적인 요소들이 섞여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저희 연구소에서 시행했던 조사에 따르면 저희가 7가지 주요 일상 스트레스들을 가지고 분석을 좀 해봤거든요. 그래서 직장인들이 뭐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느냐 하고 조사를 해봤더니, 순위가 남녀 불문 직장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그다음에 매너리즘을 느끼면서 삶이 좀 지루한 거죠. 직장생활도 좀 지루해지고 이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가족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가족 문제를 제외한 다른 대인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1등부터 4등까지고요. 그다음에 5등부터 7등은 남녀가 조금 다른데, 남자들 같은 경우는 금전 문제, 건강 문제 그다음에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한 충격적 사건이 문제가 되고요. 여자 같은 경우는 금전 문제보다는 건강 문제가 더 우선순위로 꼽게 되고 충격 사건, 금전 문제 등으로 요인들이 조사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대부분 어쨌든 직장 문제 자체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많은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 박귀빈 : 7가지 요인을 분석을 해보셨더니 직장 문제가 첫 번째 요인입니다. 우리가 청소년 자살 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그렇고 가장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분들이 혼자 계신 분들. 얘기할 사람이 없고, 사람과의 교류가 점점 뜸해지면서 끊기는 이것도 굉장히 큰 문제라고 보잖아요? 그런데 일단 직장을 다니면 교류는 할 수 있는 여건은 되는 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도 이 직장 문제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 포함하여 자살 사고까지 있을 수 있다는 걸 보면, 사실 혼자 있든 그렇지 않든 어쩌면 이게 핵심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언뜻 해봐요.
◇ 조성준 : 물리적으로 바로 옆에 있다고 해서 저희가 고립감을 안 느끼느냐?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조금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직장인들이 호소하고 있는 힘듦 중에 ‘고립감’이 항상 꽤 높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아까 굉장히 중요한 말씀하셨는데 저도 환자분들한테 항상 얘기하는 게 “절대 고립되지 마시고 같이 얽혀서 지내셔야 됩니다”라는 표현을 쓰거든요. 그런데 이거는 그런데 꼭 사회적인 변화도 굉장히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근로자들 정신건강에 대해서 연구를 하다 보면 옛날에는 저희가 집단주의적 성향이 되게 컸거든요. 이 집단주의라고 하는 게 단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도 어느 정도 존재했어요. 옛날에는 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옆 책상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집 안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만한 그런 거였었고, 옛날에는 뭐 부장님이 ‘담배 피우러 가자’ 그러면 다 같이 나가고, ‘나 짜장면’ 하면 다 짜장면 먹고 이런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좀 그런 게 많이 좀 희석이 됐잖아요. 대신에 그 안에서 생기는 좀 고립감 같은 것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더 강화되기도 하고. 혼자 있으면 서로 안 건드리는 게 서로 매너기도 하고 서로의 영역을 지켜줘야 된다. 물론 그런 것들이 강조가 되기도 하지만 일면에서는 뭔가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엮어내기 위한 그런 노력들도 같이 병행이 돼야 되는 그런 게 시스템적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박귀빈 : 교수님이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에 계시잖아요? 기업정신건강연구소면 이런 근로자분들, 직장인분들 상담을 하시는 거예요?
◇ 조성준 : 여기서는 근로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서 평가하고요. 연구하고 중요한 데이터들을 얘기하고, 그래서 어떤 방향성들을 제시하는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 박귀빈 : 연구를 하려면 만나셔야 될 거 아니에요. 어떤 이야기를 뭘 가장 많이 호소하세요?
◇ 조성준 : 조금 다릅니다. 직장인들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거를 저희가 호소하는 건 아니고, 어떤 기준에 따라 나눠보느냐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간단하게 연령대별로 좀 나눠볼게요. 저희가 20대, 30대, 40대, 50대 이렇게 딱 나눠보면 20대 생각해 보면 저희가 요새 취준 엄청나게 열심히 준비하잖아요?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 쉼 없이 달려오고, 정말 하나의 실수만 있어도 대학에 못 갈 것처럼 굴면서 대학에 막 가고, 대학에 가고 나면 또 취준 열심히 준비하고 자격증 준비해서 회사에 딱 들어가고 나면 내가 되게 훌륭하게 열심히 살았는데 처음에 딱 시키는 것들이 ‘복사해 와’. 결재 문서 어디에 어떻게... 상신은 어떻게 해야 되고 라인 어떻게 태워야 되고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지적당하고 하다 보니까 직무 자율성이 떨어지는 걸 되게 힘들어 합니다. 뒤집어 놓고 얘기하면 요새 좀 있어 보이게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이런 표현도 쓰는데 , 뭔가 하나하나 간섭받는 것 같은 느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고 이렇게 할 줄 아는 게 많은데 거꾸로 그렇게 간섭받는 것 같은 느낌을 되게 힘들어 하고요. 조금 더 지나서 회사 생활 5년, 10년 하고 나면 할 줄 아는 게 많이 늘어나요. 그럼 회사 안에서 여기저기서 막 찾습니다. ‘야, 같이 하자’, ‘김 대리 이리 와 봐 같이 해보자’ 그러면 처음에는 좀 인정받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회사에서 라인도 생기나?’ 좀 그러면서 좀 신도 나고 일들을 안 된다 못하고 한두 개씩 맡다 보면 업무 강도가 늘어나게 되죠. 그 직무요구도가 늘어나는 거를 힘들어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치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막 정신없이 바쁘게 되고, 또 이때가 사회적으로 보면 막 결혼하거나 신혼 때거나 아기 낳기 시작하고 이럴 때거든요. 육아와 이런 거에 밸런스가 안 맞으면서 힘들어지게 되고. 그러다가 조금 회사 생활을 이직을 하든 뭘 하든 40대가 되고 나면 보통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되거든요. 그런데 중간 관리자들은 어느 집단에 가든 다 힘들어요.
◆ 박귀빈 : 아, 맞습니다.
◇ 조성준 : 항상 세대 교체 이 중간에 딱 낀 세대라고 항상 느끼게 되고. 위에서 내려오는 구시대적인... 구시대라고 하면 좀 그렇고요. 올드 스타일의 이런 것들과 신세대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되고, 방파제 역할도 해야 되고, 버퍼링 역할도 해야 되고. 그런데 우리나라의 중간 관리자들의 보통의 특징은 원래 하고 있던 실무는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인사적인 요소를 얹어줍니다. ‘팀원들 관리해. 너의 팀이 잘 되려면 네가 잘해야지’ 그러니까 일은 일대로 하면서 그런 일까지 하는데, 또 하나 문제는 뭐냐 하면 인사적인 요소들 내가 팀원들을 관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실제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선배들이 나를 어떻게 해줬었지?’ 이거 보고 배운 것밖에 없고 문화적인 거나 시스템적으로 좀 배운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 낀 세대로서 중간 관리자들이 힘들어하게 되고요. 그러다가 어찌어찌 해가지고 50대 임원이 되면 멋있어 보이죠. 사장님 되고, 승진한 것 같고, 최고 그런 것 같지만 이분들은 실적을 내지 못하면 그냥 바로 끝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또 직무요구도가 달라서 받는 압박감 자체가 다르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연령대별로... 우리가 인생으로 치면 생애 주기별 이런 걸 얘기하는 것처럼 직장인들은 그 주기에 따라서 또 다른 것들을 느끼게 되고, 요새는 또 너무 건강하게 오래 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50대 지나가면서 옛날 같으면 직장 생활을 종료를 했는데 이제는 그 뒤에 뒷단에 붙는 게 ‘웰 에이징’이라고 그래서 노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되는가 그리고 인생 2막에 대한 고민들을 또 많이 하시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좀 스트레스의 방향 내용들이 좀 바뀌는 것 같습니다.
◆ 박귀빈 : 연령대별로 힘들지 않은 연령이 없어요. 교수님 말씀 들어보니까 아마 직장인들 다 공감하실 거예요. 일단 직장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다 거칠 수밖에 없는, 아까 업무도 그렇고 나이대별로 맡게 되는 역할이 늘어나는 부분도 그렇고. 이거는 피할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 조성준 : 맞습니다.
◆ 박귀빈 :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데, 그러면 이거 하나만 짚어봐 주세요. 모든 직장인들은 동일한 여건, 거의 비슷한 여건 속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정신건강이 굉장히 피폐해지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잘 정신건강을 유지하면서 보낸단 말이죠. 그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가요?
◇ 조성준 : 이거는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차원의 접근도 필요할 것 같고 조직적 차원에서도 좀 접근을 해봐야 될 것 같은데. 본인이 얼마나 나의 건강한 면들을 잘 지켜가는가가 되게 중요한 면 중에 하나일 것 같거든요. 우선 예를 들어보면 이 직장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들을 직장 안에서 잘 얼마큼 견디느냐는 나의 강점을 얼마나 잘 발휘하고 살아내느냐도 되게 중요한데, 많은 분들이 직장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직장 안에서 어떻게 해결하려고만 하시는 경우들이 개인적 차원에서는 많이 있는데 이러면 좀 어려운 경우들이 많이 있어요. 바꿔 얘기하면 우리가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 생활 자체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 버리는 순간 우리는 매몰되거든요. 그러면 직장생활에서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내 삶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는 그 직장인으로서의 나의 역할은 내가 맡고 있는 수많은 역할들 중에 하나일 뿐이거든요. 이거 자체가 내 삶 자체를 흔들어놔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다른 건강한 면들을 많이 키워놔야 돼요. 그래서 균형적인 삶을 저희가 추구해야 되고, 밖에서의 즐거움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들, 나의 강점들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뭔가의 단단함들을 좀 만들어 놔야 됩니다.
◆ 박귀빈 :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고, 제가 말씀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칼퇴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잖아요. 그래야 나의 시간도 확보하고, 나의 다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간 확보가 되는데 기본적으로 퇴근이 늦거나 업무를 계속하느라고 직장에서 오래 있다 보면 벗어나는 게 그만큼 힘들기 때문에. 계속 내 삶에 너무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잖아요. 그것도 좀 필요해 보입니다. 회사에서 업무 배분도 좀 잘하셔야 될 것 같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모든 직장인들, 그동안에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해온 분들도 다 공감하실 만한 내용이에요. 그러면 현대사회에 와서 다시 한 번 직장인들의 어려움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좀 짚어볼게요. 그중 하나가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물론 예전에도 없지 않았겠지만 요즘 들어 더 큰 문제로 나오고 있거든요. 이건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까요?
◇ 조성준 : 이게 조사가 있어요. 저희가 조사를 좀 해봤는데 좀 남녀가 좀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가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라고 인지하는 순간 저희가 우울증이나 혹은 자살 사고, 즉 죽고 싶다는 생각을 경험할 확률이 많이 올라가거든요. 그래서 남자들, 여자들 비교를 좀 단적으로 해보면 여자들 사이에서 이걸 인지하는 경우가 더 큽니다. 내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다. 어린 나이부터 더 흔하게 경험을 하지만 인지하는 순간 그 임팩트는 남자가 여자보다 큽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나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이 남자 같은 경우는 인지하는 순간 5배 증가하고 여자는 3배 증가해요. 굉장한 수치죠. 그래서 직장 내 괴롭힘 다들 좀 그만 좀 괴롭혀라 다들 사이 좋게 지내자 이런 말들 꼭 전하고 싶어요.
◆ 박귀빈 : 실제로 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나요?
◇ 조성준 : 이게 조금 다른 것 같아요. 10년 전의 진료실에서의 풍경은 ‘저 사람이 제 성과를 가로챘어요. 그래서 속상해요’ 이런 게 좀 많았다면 요새는 ‘직괴’ 그냥 오셔가지고 ‘직괴 때문에 힘들어요’ 그냥 이런 약자 쓰셔 가시면서... 이렇게 법적으로도 보호 장치나 이런 것들을 만들었잖아요?
◆ 박귀빈 : ‘직괴’. 직장 내 괴롭힘.
◇ 조성준 : 이런 말씀들 하시면서 오셔 가지고 이런 워딩도 쓰시고 인식도 많이 올라가는 것 같고. 그래서 좀 제도적인 게 생기다 보니까 서로 조심하는 것도 생기긴 하지만 여전히 알게 모르게 있는 것 같아요. 꽤 많아요.
◆ 박귀빈 : 이 부분도 반드시 짚어봐야 될 것 같고, 또 하나는 예전에는 이 용어가 그렇게 우리가 인지를 못했던 부분입니다. 누구나 일하고 나면 지치고 ‘아, 나 진짜 에너지 다 고갈됐어’ 이런 표현을 했지만 이제는 ‘번아웃’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면서 번아웃 자체도 굉장히 의학적 심리학적으로 큰 의미를 차지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건 어떻습니까?
◇ 조성준 : ‘번아웃’. 저희가 굉장히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데, 정식 정신건강의학과에 있는 진단 체계에는 아직 들어와 있지 않아요. 그런데 WHO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관심을 갖고 봐야 되는 중요한 스트레스 상황인 것 같기는 해’라고 규정은 지어놨어요. 그렇게 규정을 짓고 나면 많은 학자들이 달려들어서 연구를 막 하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진단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좀 핵심 키워드들이 몇 가지 모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 정도를 저희가 꼽아보면, 하나가 ‘지치는 거’예요. 내가 번아웃이 오게 되면 얼마나 지치는가. 그래서 일을 옛날에는 되게 열심히 할 만한 뭔가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았는데 이젠 태울 에너지가 더 이상 없는 거죠. 뭔가 다 짜낸 것 같은 내가 다 타버린 것 같아서 지쳐 있는 그런 상태. 그리고 그다음이 ‘시니컬해지는 거’예요. 냉소적으로 변합니다. 옛날에는 이 프로젝트 같은 걸 내가 굉장히 막 열심히 할 때는 내 새끼 같아서 꼭 성공해야 되는 그런 거였다면, 이 시니컬해지기 시작할 때는 이 프로젝트가 망하든 말든, 회사가 잘 되든 말든 별로 무관심해져요. ‘안 돼라 안 돼라’라고 비는 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쓱 멀리 떨어지게 되는. 약간 냉소적으로 변하는 상태인 거죠.
◆ 박귀빈 : 그것도 번아웃의 상태군요?
◇ 조성준 : 번아웃일 수 있죠.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봐야 되는 게 ‘자기 효능감의 저하’이거든요? 옛날에는 일하면서 좀 즐거움도 얻고... 오늘 방송이 잘 됐다 그러면 리뷰도 읽어보게 되고, 약간 기분도 좋고 이런 게 생기잖아요? 그런 게 없어지는 거예요. 직장에서든 뭘 하든 그냥 즐거움 자체가 없어지는 그런 상태. 이 세 가지 정도 키워드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귀빈 : 지금까지 쭉 직장인들을 어렵게 하는, 힘들게 하는 요인들을 짚어봤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로 인해서 내가 어느 정도로 힘들어야 병원을 간다던가 정말 도움을 받아야 되는 상황인 건가요?
◇ 조성준 : 이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시작하는 정도’면 일단 가보셔야 되는 것 같아요. 수면 리듬이 깨진다거나, 잠이 안 온다거나, 신체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거나, 짜증이 늘어난다거나 사람들이 ‘요즘 너 좀 변한 것 같아’라는 피드백을 좀 준다거나 ‘짜증이 좀 는 것 같아’ 이런 얘기들이 있을 때는 들을 때는 화가 나거든요. 그런데 조금 생각을 해보면 진료실에 오실 때도 보면 많은 경우들이 대인관계에 자꾸 문제가 생기면서 오시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게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지만 지나고 보면 내 에너지 레벨이 조금 고갈이 돼서 평소 같으면 소화가 될 여러 가지 상황들이 소화가 되지 않으면서 내 스스로 더 에너지 갉아먹고, 주변과의 갈등이 생기고 이런 게 반복이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생활 리듬이 깨지거나, 신체적인 증상들을 느끼거나, 대인관계 자꾸 문제 생기고 성격 변하는 것 같고 이럴 때는 전문가 한번 찾아가 보시고, 평가도 받아보고, 솔루션도 받아보고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박귀빈 : 직장인들이 직장 문제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하면 답은 명확하거든요. 직장 그만두면 되거든요. 그렇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직장 다닌다는 건 생계이기 때문에 당장 그만둘 수도 없잖아요. 뭔가 솔루션이 있습니까?
◇ 조성준 : 쉽게 얘기해서 저도 뭐 처음에는 그런 말 되게 많이 했거든요. “그거 버티라고 월급 주는 거야”. 그런데 이건 되게 철없던 시절의 얘기였던 것 같고, 저 같아도 당장 월급 끊긴다고 그러면 다음 달 걱정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이 안에서 잘 고민해 봐야 돼요. 내가 살아남을 방법에 대해서 잘 고민해 봐야 되는데, 첫 번째 대전제 같은 거는 ‘내 직장, 내 회사를 애정하되 짝사랑은 하지 말자’.
◆ 박귀빈 : 어렵네요. 애정하되 짝사랑은 하지 말자.
◇ 조성준 : 따뜻한 마음을 갖고 회사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 거기에 부합하는 나의 행동, 내가 출근했을 때 잘해야 되는 일들에 대해서 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다 패대기 치고, 그냥 내가 여기에 정진해서 여기에서 정말 이 회사가 아니면 다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살면 되게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회사, 명함, 직급 이거 자체의 아이덴티티가 나와 동일해지는 순간 되게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회사를 애정하고, 관심 갖고, 열심히 해야 되는 거는 맞지만 딱 거기까지. 이 직책 자체가 나의 아이덴티티 전부가 되는 순간 어떤 작은 일만 생겨도 흔들려요. 불안하게 되고, 부조리도 넘어가게 되고. ‘다 잘 되려고 하는 일이야’. 그냥 내가 부조리를 넘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부조리를 행하기도 하고 이러면서 조직 문화도 망가지게 되고. 내 스스로도 무리를 하게 되고 여러 가지들이 안 좋은 방향으로 가도 우리가 그걸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 박귀빈 : 지금 솔루션을 주시긴 했지만, 당장 우리에게 ‘오늘 당장 내가 뭘 해야 될까’가 어찌 보면 가장 필요하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청취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행동, 근로자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처방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조성준 :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칼퇴. 그런데 저는 칼퇴를 하라고 하는 것보다 퇴근해서 뭐 하고 놀지, 어떻게 하면 잘 쉴지. 그러니까 스위치를 잘 끄고서 잘 노는 사람들이 결국 회사 생활도 잘해요. 주말에 열심히 놀고 온 사람들이 회사 생활도 잘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밸런스 맞추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들을 잘 하셔야 돼요. 제일 바보 같은 게 출근해서 놀 생각하고, 퇴근해서 일할 걱정하는 게 제일 바보 같아요. 그런 거 잘 지키시면서 밸런스 잘 맞추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박귀빈 : 네, 오늘 회사 일찍 칼퇴근하고 뭐 하고 놀지 여러분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슬기로운 라디오생활>과 ‘한국자살예방협회’가 함께하는 <삶이 힘든 그대에게 – 들어볼래요>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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