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7월 1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김언경: 안녕하세요.
◆최휘: 최근 혐오표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무섭노’라는 표현을 두고, 어떤 사람은 그냥 경상도 사투리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일베식 혐오표현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 논란을 둘러싼 미디어 비평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소장님, 먼저 이 논란이 어떻게 벌어진 것인가요?
□김언경: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예능 콘텐츠에서 "무섭노."라고 말했는데요. 그 장면을 본 김현지 PD가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무섭노'라는 표현은 단순한 사투리 이상의 사회적 맥락을 갖고 있으며,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상징적으로 사용되어 온 표현이라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그 이후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정치권이 뛰어들었고, 언론도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기사들을 읽으면서 오히려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부분의 기사가 ‘사투리냐 아니냐’만 묻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휘: 저도 국립국어원이 사투리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많이 보긴 했습니다.
□김언경: 그런 보도가 많았습니다. “노”는 경상도 방언 종결어미라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기사들이 모두 변죽만 울리는 행태라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했습니다. 정말 이 논란의 핵심이 사투리인지 아닌지였을까요? 이렇게 생각해볼게요. 만약 누군가 "홍어는 음식 이름이다."라고 말한다면 맞는 말입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누군가 "홍어는 지역 비하 표현으로도 사용되어 왔다."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틀린 말인가요? 이것 역시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홍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두 문장은 서로 싸우는 문장이 아닙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하나는 사전적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이것을 사전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사전적으로는 ‘노’가 경상도 사투리 종결어미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종결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데 이용해왔다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들은 대부분 이 두 번째 사실은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휘: 사실 일베용어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홍어’와 ‘오뎅’입니다. 소장님 말씀처럼 ‘홍어’와 ‘오뎅’은 사전적으로는 우리가 맛있게 먹는 식품일 뿐이죠. 하지만 그것을 어떤 이들은 지역 비하, 사회적 참사 희생자에 대한 비하 용어로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단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문제가 아닐까요?
□김언경: 맞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Pepe the Frog'라는 초록색 개구리 캐릭터가 있어요. 원래는 미국 만화가가 만든 평범한 만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부 극우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혐오의 상징으로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지금도 대부분의 사용은 그런 의미가 아니며, 사용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구리 캐릭터가 잘못된 걸까요? 아닙니다. 그림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무섭노"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섭노가 사투리냐 아니냐"를 따지는 언론 보도는 논쟁의 핵심을 비껴가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왜 어떤 단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가, 그리고 언어는 어떻게 혐오의 상징이 되는가를 짚어봤어야 하죠.
◆최휘: 그렇군요. 일단 우리 언론 보도가 어땠는지부터 좀 살펴볼까요?
□김언경: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사이트 ‘빅카인즈’에서 ‘무섭노’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7월 4일부터 9일까지 중복 기사 제외하고 275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보도에 핵심 프레임을 하나씩만 부여하는 방식으로 분류했습니다. 첫 번째로 ‘사투리 프레임’인데요. 국립국어원·방언학자·언어학적 설명을 중심으로 ’노‘는 경상도 방언일 뿐이라는 해석을 제시한 경우들이 여기 해당됩니다. 여기에는 여론조사, 정치인들의 발언도 포함됩니다. 다시 말해서 정치인의 발언이 등장하더라도 그걸 별도의 정치공방 프레임으로 분리하지 않고, 기사가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중심 메시지를 기준으로 나누어보았습니다. 두 번째로 ’-노'가 일베식 표현, 혐오표현, 사회적 맥락을 가진 표현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보도한 ’일베용어 프레임‘으로 나누었는데요.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조국 대표 등 정치인을 포함해서 여러 사람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로 ’일베몰이 비난 프레임‘이 있습니다. 이런 보도는 모든 단어를 혐오표현이라고 비판한다면서 "일베몰이", "사상검증", "낙인찍기", "입틀막"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사투리, 일베용어, 일베몰이 비판 중 우세 프레임을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공방 프레임, 그러니까 공방을 나열하는 보도로 분류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VS 형태, 그러니까 이런 공방이 있다 정도로 정리된 보도였습니다.
◆최휘: 세 가지 프레임으로 나눠서 분류를 하셨는데, 분석 결과는 어떻습니까?
□김언경: 분석 결과 가장 많이 나타난 프레임은 '일베몰이 비판 프레임'으로 전체의 45.1%(124건)를 차지했습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사들이 "사투리를 일베 표현으로 몰아간다", "사상검증이다", "낙인찍기다", "입틀막이다"와 같은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논란의 초점을 '-노' 표현의 사회적 의미보다 '일베몰이의 부당성'에 맞춘 보도가 가장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것은 '사투리 프레임'으로 18.2%(50건)이었습니다. 이들 기사는 국립국어원, 방언학자, 경상도 화자 등의 설명을 인용하며 '-노'가 경상도 방언 종결어미라는 점을 중심으로 보도한 것들이 여기 해당됩니다. 언어학적 사실 확인에 초점을 둔 기사들입니다. 반면 '일베용어 우려 프레임'은 13.5%(37건)에 그쳤습니다. 이 범주의 기사들은 '-노'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획득했다는 점, 혐오표현이나 사회언어학적 맥락을 함께 다루는 보도들이었습니다. 즉, 언어의 사회적 의미 변화 자체를 중심으로 접근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또한 '공방 나열 프레임'은 9.5%(26건)로 나타났습니다. 이 범주는 어느 한쪽의 해석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A는 이렇게 주장했고 B는 이렇게 반박했다"는 식으로 논란 자체를 중계하는 기사들이 여기 포함되었는데요. 이런 기사들은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형식을 취하지만, 동시에 사건의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당사항 없음'은 13.8%(38건)이었습니다. ‘무섭노’ 논란을 단순 언급하거나 다른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 기사들이 여기에 포함되었습니다.
◆최휘: 절반에 가까운 기사들이 일베몰이 비판 프레임 그러니까 김현지 피디와 조국 대표의 문제 제기가 일베 몰이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적하는 프레임의 보도가 많았다는 말씀이신데, 네 이번 무선로 논란 관련 보도 분석의 핵심은 뭐라고 보시나요?
□김언경: 이번 프레임 분석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사투리 프레임(18.2%), 일베몰이 비판 프레임(45.1%) 두 프레임이 전체 보도의 63.3%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언론이 '무섭노'라는 표현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로 소비되는가보다는 '사투리를 일베로 몰아가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논쟁에 훨씬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언론은 이번 논란을 사회언어학적 의미 변화나 혐오표현의 형성 과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투리냐 아니냐', '일베몰이냐 아니냐'라는 대립 구도로만 접근했다는 것이죠. 이것은 ‘스타벅스 가자는 말이 언제부터 5·18 비하가 되었냐’, ‘그게 왜 혐오표현이냐’라는 말과 거의 비슷한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언어는 사전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고, 언어는 그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언어학에서는 이를 의미 변화라고 하고, 사회언어학에서는 공동체가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어떤 언어는 원래 전혀 혐오표현이 아니었음에도 사람들이 그것을 어느 날부터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혐오를 담기도 합니다. 따라서 ‘~노’가 '사투리냐 아니냐'는 접근은 너무 단편적인 말이지요. 그게 아니고, 이 문제 제기가 왜 나왔을까, 왜 일베 표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일베 표현이 어떻게 횡행하게 되었을까를 짚어봤어야 하죠. 이런 접근은 너무 부족했습니다.
◆최휘: 오늘은 혐오표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죠. 혐오표현은 욕설일 것 같지만 위에서 얘기한데로 평범한 단어인 경우가 많죠. 그래서 어떤 말이 혐오표현이다, 차별표현이다 이렇게 지적하면 "그건 표준어다, 사전에 있는 말이다" 이렇게 반박을 하거든요.
□김언경: 맞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언론 보도를 인권 중심으로 모니터링하다 보니 이런 차별표현, 인권침해적 언론 보도, 혐오표현에 대해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럼 가장 많이 돌아오는 반론은 말씀하신 것 같은 “사전에 있는 표준어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욕설이나 비속어도 많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새끼, 미친놈, 또라이 등도 다 사전에 있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있으니까 문제없는 표현이다."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사전은 '이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록하는 것이지, '사회적으로 적절한 표현이다'라고 승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표현들이 상대를 모욕하거나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면 차별적 표현, 혐오표현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과 사회적 의미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이게 바로 사회언어학의 핵심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욕설과 혐오표현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욕설은 대체로 개인을 향하는 반면,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을 향합니다. 성별, 지역, 인종, 장애, 종교, 성적 지향 등 집단 전체를 낮추거나 조롱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반복된다면 그 표현은 사회적으로 혐오표현으로 인식됩니다.
◆최휘: 일베식 표현이 왜 문제인지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요?
□김언경: 저는 이번 논란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언론이 너무 쉬운 질문만 던졌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고 했다, 그 말은 사실에 근거하는가, 누가 뭘 잘못했나 이런 기준으로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베식 표현이 계속 만들어지고 근절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조롱과 혐오를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 5·18 민주화운동,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사회적 사건이나 인물을 조롱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사회적 상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단어를 새로운 의미로 바꾸고 있고, 이걸 내부 결속을 위한 암호와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 사람은 잘 모르지만 같은 공동체 사람은 금방 알아채게 됩니다. "우리 편"을 확인하는 신호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혐오표현은 단순히 그 대상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혐오하자고, 그들을 배제하고 조롱하고 놀려도 된다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혐오표현의 피해입니다. 이런 현상은 일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많은 온라인 공동체는 자신들만의 은어와 상징을 만들고, 때로는 특정 집단을 조롱하거나 배제하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진영이냐가 아니라, 언어가 사람의 존엄을 훼손하고 혐오를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그것은 경계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된다 생각합니다.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
YTN 라디오 박준범 [pyh@ytnradi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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