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26년 07월 08일 (수)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최기일 교수 / 상지대 군사학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박귀빈 :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이른바 CPSP의 최종 우선 협상 대상자로 독일의 TKMS가 선정됐습니다. 한화오션도 정말 많은 기대를 받았었는데 고배를 마시고 말았죠. 하지만 이번 수주 경쟁 과정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다는 점에서 'K-잠수함'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결과 어떻게 봐야 할지, 또 K-방산이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게 됐는지 전문가와 짚어봅니다. 상지대 군사학과 최기일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최기일 : 안녕하세요.
◆ 박귀빈 : 먼저 평가 한 말씀 듣겠습니다.
◇ 최기일 : 제가 며칠째 잠을 잘 못 자고 있는데요. 방산업계와 정부에서도 그렇고,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캐나다 CPSP, '캐나디안 페트롤 서브마린 프로젝트(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의 약자인데요. 이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대규모 잠수함 수주전에서 독일이라는 나라와 우리나라가 국가 대항전급의 국가 총력전을 펼쳤거든요. 그래서 많은 기대가 모아졌던 것이 사실이고, 그만큼 아쉽고 실망감이 컸던 것도 감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표현이, 아마 또 굉장히 거북하게 들리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정말 잘 싸웠습니다. 정부와 방산업계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다만 대서양 동맹 체제의 큰 벽, 그 허들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어떤 기술력이나, 또는 우리가 산업 협력에 대해 제안한 내용보다도 실상은 국제 관계, 국제 정치, 동맹 관계나 외교 안보와 관련된 그러한 특수한 상황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고, 이 결과에 반영된 것이라고 정리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귀빈 : 캐나다 총리도 이렇게 말을 했더라고요. "고도로 자격을 갖춘 두 공급 업체 사이에서 내린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다. 모든 조건을 충족했고, 양사 모두 강력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러면서 왜 독일을 선택했는지, 어떤 점을 짚었냐 하면 방금 말씀하셨듯이 '대서양 동맹 체제 안에서'라는 그 부분이 귀에 확 꽂히던데요. 그것이 결국은 우리가 고배를 마신 원인이었던 걸까요?
◇ 최기일 : 캐나다 총리도 굉장히 예의를 갖추고 격식을 갖춰서 표현을 해 준 거죠. 아주 세련된 표현을 해줬는데, 우리에게는 결코 위로가 안 되죠. 그런데 들여다보면 독일과 한국만의 경쟁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EU 공동체 27개 회원국들과 32개 나토(NATO) 회원국들이 있었다는 거죠. 그거를 캐나다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인데, 제가 금년 1월달에 모 방송에서 이러한 내용을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어제 그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교수님 예언이 적중했다고 난리가 났다는 거예요. 정확하게 그때 한 30분 정도 방송이 나갔는데, 거기서 짚었던 조목조목의 내용들이 와서 보니까 다 들어맞았다는 건데요.
◆ 박귀빈 : 어떤 거를 예언하셨던 건가요?
◇ 최기일 : 제가 비공식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 고위 관료도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그때 당황스러웠어요. 한 가지 일화를 말씀드리면, 한국산 잠수함의 성능이나 우수성에 대해서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하나도 안 물어봤습니다. 예를 들어서 가령 캐나다와 러시아 간에, 북극 항로나 북극해 일대에서 갈등이나 무력 충돌이 일어났을 때, 한국 정부는 캐나다에게 어떤 지원을 해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내 실정법상, 국제 분쟁이 있거나 전쟁 중인 나라에는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굉장히 제약이 많습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죠. 그런데 반대로 캐나다와 독일은 나토 회원국으로서, 나토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군사적 지원을 즉각적으로 해줍니다. 예를 들어서 전투병 파병이라든가 살상 무기 지원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거죠. 안보 파트너로서의 안보 동맹체의 결속과 단단함 이러한 것들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그때 당시에도 약간 '졌잘싸' 분위기로 가는 것 같아서 상당히 마음이 심란했었습니다.
◆ 박귀빈 : 그렇군요. 어제 이런 기사도 나왔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불씨가 남았다.' 뭐냐 하면, 단순한 탈락이 아니라 우리가 예비 공급업체 지위를 확보하면서 이것이 반전의 불씨라는 거예요. 그리고 가장 큰 변수가 캐나다의 단계별 분할 발주 계획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본 계약 체결까지 협상 기간이 앞으로 한 2년 정도 남아 있는데, 그 사이에 독일이 어떤 조건을 맞추지 못하거나 납기를 못 맞추거나 하면 우리한테 바로 기회가 오는 거 아니냐는 전망인데요.
◇ 최기일 : 7월 6일 월요일에 총리가 발표를 하고, 그다음 날 나토 정상회의를 또 갔단 말이에요. 원래 발표가 6월이었는데 지연이 됐습니다. 지연이 된 것은 그만큼 캐나다 정부가 고심을 했다는 얘기인데, 당시에 내부 전언을 전해 들어보면 복수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내용도 검토가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독일과 한국 기업을 복수로 선정해 주고 물량을 분할해 주는 방식도 검토를 했는데, 최종 사용자인 엔드 유저(End User), 즉 캐나다 해군이 아주 난색을 표명한 거죠. 왜냐하면 별도의 2개 상이한 기종은 인력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전문 인력에 대한 운영 규범이나 매뉴얼, 그다음 운영 유지 비용이나 기간도 2배 이상 들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캐나다 해군에서는 굉장히 난망한 상황이었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캐나다 해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라고 하는 독일 기업을 선정했는데, 핵심은 그겁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이런 얘기가 있어요. "한국 잠수함은 바닷속에 있는데, 독일 잠수함은 설계도 안에 있더라." 무슨 얘기냐면, 독일이 제안한 TKMS와 노르웨이가 공동으로 합작해서 개발 중인 잠수함이 있습니다. '212 CD급'이라고 하는데, 이 잠수함은 현재 개발 중입니다. 개발이 완료가 안 됐고요. 아직 안 만든 겁니다. 그게 개발에 성공할지도 독일 스스로 확신을 못 하는 상황이에요. 그걸 캐나다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도산 안창호함이라고 해서, 배수량 기준으로 3,000톤급 이상의 잠수함인데요. 이 잠수함이 최근에 진해에서 출발해서 괌과 하와이 등을 거쳐 1만 4,000km를 직접 태평양을 건너서 캐나다에 와서 보여줬어요. 실제로 운항이 가능하고 바로 실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잠수함을 보여준 거죠. 그런데 캐나다 측에는 이보다 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3,600톤급의 장보고-III 배치-II를, 더 좋은 거를 우리가 제안했거든요. 캐나다 해군이나 캐나다 정부는 우리 한국산 잠수함에 대해서 탐이 날 수밖에 없었죠.
◆ 박귀빈 : 탐나겠네요.
◇ 최기일 : 엄청 탐났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한국 잠수함은 바닷속에 있는데, 독일 잠수함은 설계도 안에 있더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 박귀빈 : 제가 듣기로는 그때 캐나다 관계자분이 같이 탑승했다고 하던데요. 우리 보통 차 타면 승차감이라고 하듯이 승선감이 너무 좋았다는 평가가 나왔다면서요?
◇ 최기일 : 우리가 차를 구매하더라도 차를 직접 타보지 않습니까? 시승을 권유해서 직접 차를 운전해 보게 하듯이 비슷한 경우인데요. 우리가 제안한 게 잠수함의 성능이나 이미 완성에 가까운 실물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대자동차 공장도 지어주고 대한항공, 그리고 또 두산의 에너지 수소까지도 제안할 수 있는 모든 산업 협력에 대한 부분을 제안하다 보니까 캐나다 입장에서는 진짜 고심이 깊었고 머리가 아팠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최종 협상 단계에서도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건데요. 제가 처음에 '졌잘싸'라는 표현을 안 쓰려다가 말씀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뭐냐 하면, 독일이 예전의 독일이 아니에요. 잠수함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독일인데요.
◆ 박귀빈 : 우리가 독일을 통해서 잠수함 기술을 배웠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 최기일 : 원조 기술이 독일 기술이니까요. 그리고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보트(U-boat)'라고 하는 명성을 떨친 것도 독일이 원조였고요. 앞서 앵커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보다 자동차나 잠수함을 만들기 시작한 게 100년이 앞선 나라인데, 독일이 예전의 독일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 생겼냐 하면, 아직 개발도 안 됐잖아요. 그리고 언제 납기를 지킬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봐야 하는 게 캐나다만이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페루, 그다음에 수많은 나라들이 향후 자국의 잠수함 교체 사업과 대규모 도입 사업들을 줄줄이 예고하고 있거든요. 보십시오.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독일이 사업자로 선정은 됐는데, 잠수함 개발 진척이 느리고 쉽지 않아서 납기를 언제 지킬지 모른다? 이것은 글로벌 잠수함 해양 방산 시장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겁니다. 반대로 우리는 최종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을 두고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K-잠수함의 우수성을 입증한 데다가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이후에 벌어질 수주전에서는 아마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제안서 제출도 엄두가 안 날 겁니다. 그게 일종의 '캐퍼빌리티(Capability)'라고 하는 잠수함 개발 생산 능력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독일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박귀빈 : 그렇군요. 그런 데다가 요즘에 유럽 방산 업계 자체가 약간 생산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는 표현도 하더라고요. 일이 되게 많다면서요?
◇ 최기일 : 최근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부터 최근 대이란 전 등 글로벌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니까 '신냉전'이라는 표현을 요즘 많이 쓰시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군비 증강, 일종의 자국의 군 현대화 사업이라는 대규모 무기 도입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대표적인 서유럽의 방산 선진국들이 한 30여 년 전부터 탈냉전 기조에 따라서 군비를 축소하고 감축해 왔어요. 자국의 방산 기반 생산 역량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거죠. 그러한 상황 속에서 K-방산이 일종의 민주주의·자유주의 진영의 무기고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그 갭을 우리가 메꿔주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갭 필러(Gap Filler)'로서, 자유주의 진영의 재래식 무기에 있어서만큼은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거죠.
◆ 박귀빈 : 말씀을 듣다 보니까, 본 계약 체결까지 협상 기간이 2년 남았다고 하셨는데 그 사이에 우리가 무언가를 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바람이 담긴 말씀이었고요. 앞서 교수님이 캐나다 관료를 만나신 게 올해 1월이었다고 하셨죠. 그러면 이 사업과 관련된 일이었던 건가요?
◇ 최기일 : 자세한 말씀을 드리기는 곤란합니다만, 제가 정보 기관에도 자문을 하고 있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 박귀빈 : 그러니까요. 우리나라 K-방산, K-잠수함이 엄청나다는 평가가 나왔고 다 인정을 받았는데,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나토'라는 대서양 동맹 체제 속에서 캐나다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혹시 나중에 우리에게 일이 생기면 당장 도와줄 사람들이 일단 우리 동맹들이니까'라는 생각 때문에 결국 독일이 최종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게 아닌가 평가해 주셨는데요.
◇ 최기일 : 조금 부연 설명을 드리면 입장을 반대로 생각해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서 캐나다와 독일이 우리에게 어떤 무기 체계를 제안하면 우리는 그 무기 체계의 성능이나 이런 것들을 검증하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캐나다만 제안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 금년 초에 제가 '어렵겠다'라고 결정적으로 느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유럽의 공동 방위 기금이 조성되어 있는데, '세이프(SAFE)'라고 하는 방위 기금이 있습니다. 유럽의 국가들이 공동체의 방위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펀딩을 한 것인데, 비유럽권 국가로는 최초로 캐나다가 이 세이프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금년 초에 그 소식을 듣고 '아, 굉장히 어려워지겠구나. 이거는 일종의 캐나다 입장에서도 발목이 잡히는 일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한국산 잠수함을 택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도 반대로 캐나다와 독일이 제안하는 무기에 대해 검토할 때, 캐나다라는 한 나라와 독일 등 말씀드렸던 EU의 27개 국가, 그리고 32개의 나토 회원국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 박귀빈 : 그러네요. 그런 것들이 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까요. 그렇다면 앞서 말씀하셨듯이 우리 잘하는 거 전 세계에 다 소문이 났고, 다들 탐낼 거란 말이죠. 하지만 각 진영마다, 나라별로 이런 이해관계 속에 얽혀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쨌든 좋은 실력을 갖춰서 수출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이제는 가격과 성능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가 단 한 번에 패키지로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 최기일 : 말씀하신 게 핵심입니다. 우리가 일반 커머셜 시장이라고 하는 민수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또는 우수한 제품 성능, 이걸 우리가 세련된 표현으로 '가성비'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또 납기도 철저히 준수를 하니까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집니다. 하지만 국가와 국가 간의 대규모 무기 거래라는 특성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거나 성능이 낫다고 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쉽게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무기를 아무리 비싸게 많이 사주겠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적성 국가한테 무기를 판매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거기다가 우리나라의 동맹 국가와 적대시하거나 대치 중인 나라에도 무기를 공급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국제 관계, 국제 정치, 동맹 관계, 더 나아가서는 그 나라의 국내 정치 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외교와 국방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 방산 수출이라고 하는 방위 산업은 특수한 안보 산업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이 큰 겁니다.
◆ 박귀빈 : 이번에도 우리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총력전을 펼쳤잖아요. 그리고 2년 동안 굉장히 노력했다고 들었거든요.
◇ 최기일 : 그 이전에는 정부 어느 곳에서도 '방산 특사'라는 용어를 제가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방산 특사라는 막중한 중임을 맡고 전 세계에서 방산 수출 세일즈를 하는 데 굉장히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우리 정부나 산업계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그 외에 어쩔 수 없는, 어쩔 도리가 없는 다른 변수에 의해서 이런 결론이 났기 때문에 우린 이것을 수용해야죠. 그런데 이런 게 있습니다. 오늘날 안보를 논할 때는 한 나라의 안보를 그 나라 스스로가 지키는 시대가 아닙니다. 결국은 집단 안보 내지는 집단 방위, 동맹 체제 안에서 우리가 고민을 해야 하는데요. 군사학에서 집단 방위는 가장 대표적으로 나토와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일컫고, 집단 안보 체제는 유엔(UN)과 같은 체제를 얘기합니다. 조금 다행스러운 점은, 나토 회원국이 아닌 비회원국들 중에 이렇게 나토와 같은 강력한 안보 동맹체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현재까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후에 사우디아라비아나 필리핀, 페루, 그다음 그리스나 튀르키예 등 이들 나라들은 약간 우리가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즉 우리가 얘기하는 이러한 특수한 안보 환경에서의 족쇄가 없는 나라들이라는 점입니다.
◆ 박귀빈 :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겠네요.
◇ 최기일 : 비유럽권 국가뿐만 아니라 유럽권 국가들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 갭을 메꿀 수 있는 갭 필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에 유럽 국가들이 '바이 유로피언(Buy European)' 정책에 의해서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하겠다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바이 유로피언 정책 안에서도 일부 국가를 예외로 뒀습니다. 거기에 한국이 포함됩니다.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산 무기에 대한 러브콜을 꾸준히 보낼 것이다, 그렇게 보여진다는 거죠.
◆ 박귀빈 : 그동안 특히 이번 사업과 수주 과정 속에서 정부가 많이 노력했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또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또 다른 방식을 고민하면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계속 있을 것이고 점점 그 관계는 더 복잡해질 것 같거든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 최기일 : 제가 이 자리에서 처음 말씀드리는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이 부분은 저도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한 방송에서 3년 전부터 캐나다 CPSP 사업을 얘기하면서 이거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말을 할 당시에도 이미 수년 전부터 독일은 캐나다에 온갖 정성을 쏟아붓고 공을 들여왔다는 거죠. 우리가 한 발 늦었다는 표현도 안 맞고, 우리가 투 스텝, 쓰리 스텝, 두 발 세 발 먼저 움직였어야 했는데 그런 전략적인 면이 아쉽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정말 저도 현 정부가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이 이렇게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습니다. 국가와 국가 간의 대규모 무기 거래는 일종의 엠바고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잘 알리지 않는 특성이 있거든요. 우리나라가 방산 수출 잘한다는 거 자랑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방산 수출을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홍보를 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없습니다. 캐나다 현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고 제가 얘기를 들었어요.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나 일부 언론에서 캐나다 CPSP 사업을 마치 우리가 수주할 것처럼, 혹은 이미 수주한 것처럼 너무 지나치게 어필을 하다 보니, 그것이 독일한테 반대로 빌미가 됐고 캐나다 현지 여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향후 우리가 이러한 국가 간의 대규모 방산 수출 세일즈 전략을 수립할 때 매우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박귀빈 : 그런 것들이 국민이 알아야 할 국가적인 좋은 일이니까 나라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홍보를 했을 것이고, 또 이런 걸 알게 되면서 국민의 자부심도 올라가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교수님이 짚어주셨던 것처럼 이런 분야는 어찌 보면 비밀스럽게 해야 할 부분도 있겠네요.
◇ 최기일 : 해외 군사 전문가들하고도 소통을 많이 하는데, 약간 배가 아파서 시샘하느라 그런 표현을 한 걸 수도 있겠지만, "한국 정부가 굉장히 아마추어 같고 미숙한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하더군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했었어야 하는 거거든요. 이 안보 산업, 국방 방산 산업 자체가 가진 특성이 그러한 부분이 있는데, 우리 정부가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그런 섬세하고 세심한 신중함이 조금 아쉽지 않았나 싶습니다.
◆ 박귀빈 :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고요. 아마 정부에서도 이거를 홍보하는 과정 속에서 분명히 공개하지 않아야 할 건 공개 안 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공부 진짜 잘하는 친구들 보면, 집에서 밤새워서 공부하면서 "나 어제 잠 되게 잘 잤어, 푹 잤어" 하고 전교 1등 하는 그런 스타일 있잖아요? 약간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 최기일 : 그런 고도의 전략이 있었다면 우리가 '졌잘싸'가 맞는 것 같습니다.
◆ 박귀빈 : 그렇습니다. 어쨌든 한국의 제안이 마지막까지 경쟁력이 있었다는 점, 우리가 충분히 잘했다는 것은 분명히 평가할 만한 것 같고요. 앞으로 이런 국가적인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보실 때, 국민들이 이렇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최기일 : 우리가 무기라고 하면 공격용 무기가 있고 방어용 무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방어용 무기도 경우에 따라서는 공격용으로도 쓰입니다. 무기는 무기인 거죠. 일반 국민들께서는 걱정과 우려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결국 방위 산업이라는 게 인명을 살상하고 전쟁에 활용되는 것인데, 해외에 무기를 수출하는 걸 마냥 우리가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할 일이냐"라고 얘기를 하시는데요. 일단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 우리나라 K-방산은 일단 우리가 그러한 방어용 무기, 지키는 무기를 잘 만드는 나라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결국 세계 평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공감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우리나라 K-방산의 이러한 경쟁력과 저력에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박귀빈 : 지금까지 상지대 군사학과 최기일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기일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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