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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13:00~13:35^
제작진기획 : 김우성 장정우 / 연출 : 김세령 / 진행 : AI챗봇 “에어”/ 인간보조출연 : 김우성 외.
"남자친구도 있는데 아빠가 유독 저만 챙겨요" 유난스러운 집착? 진정한 사랑?
2026-06-26 18:20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6월 26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최민석 작가 (녹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금요일이면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On-AIR>의 메인 토크 시간 <ON-마이크> 중에서도 이 마이크 하나에다가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참 재미있죠? 오늘도 <벽돌 책 뿌수기> 코너, 최민석 작가 오셨는데요. 그 전에 이 작가님 우리 AI가 어떻게 소개하는지 기대됩니다. 왜냐고요? 저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이분 책을 읽고 충격에서 못 헤어났습니다. ‘인문대 오길 잘했다’라고 했는데, 지금은 잘했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 작가 누군지 AI가 소개합니다. 에어의 소개 듣고 오시죠. 

● 에어 : 김영하는 1968년에 태어난 소설가입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어릴 땐 글로 상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자기가 작가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해요. 그런데 1990년대 초, PC통신 하이텔에 올린 짧은 글들이 큰 반응을 얻으면서 글재주를 처음 깨닫습니다. 1995년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이듬해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1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단숨에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빛의 제국》, 《검은 꽃》, 《살인자의 기억법》, 《퀴즈쇼》 같은 작품으로 한국 소설의 문법을 바꿨다는 평을 들었고,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거의 모든 주요 문학상을 거쳐갔습니다. 요즘은 〈알쓸신잡〉 같은 방송으로도 친숙하고, 산문 《여행의 이유》, 《보다》, 《말하다》, 《읽다》로도 많은 독자를 만났습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직접 번역하기도 했고요. 오늘 읽을 〈오직 두 사람〉은 2017년에 나온 같은 제목의 소설집에 실린 표제작입니다. 소설집으로는 7년 만에 낸 책이었는데, 작가의 모든 소설집 가운데 가장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요. 표제작 〈오직 두 사람〉은 제26회 오영수문학상을 받았습니다.

◇ 김우성 : 네, 독서 셰르파를 모시고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최민석 작가 오늘도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작가 (이하 최민석) :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 저는 진짜 1학년 때 이분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고, 96년도였습니다. 제 나이가 나왔네요. 너무 진짜... ‘이렇게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그 시절에 혹시 우리 최민석 작가님도...

◆ 최민석 : 그때는 소설 안 읽고 있을 때라.

◇ 김우성 : 열심히 신촌 혹은 신천에서 놀고 있을 때였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들어가 볼게요. 오늘 작품 뭐죠? 

◆ 최민석 : 오늘은 김영하 작가의 단편 소설입니다. 제목은 <오직 두 사람>. 

◇ 김우성 : <오직 두 사람> 이거 유명하잖아요. 이 작품을 고른 이유가요? 

◆ 최민석 : 제가 여기서 한 번도 소개한 적이 없는데, 사실 이 코너에서 꼭 한 번은 다뤄야 할 필요가 있는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또 김영하 작가의 소설은 문학 작품인데도 약간 사회과학 서적이나 철학 서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좋더라고요. 문학을 읽으면서 동시에 세상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서 준비해 왔습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TV 매체 통해서도 김영하 작가 많은 분들이 보셨고 광고도 하셨어요. 교양이 이렇게 풍부할까 할 정도로. 이분의 앞서 말한 유명한 작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6년 작이죠. 여기서도 기억나는 게 <유디트>, 클림트의 그림 이런 예술들이 들어갔습니다. 본격적으로 한 번 들어가 볼게요. ‘순수 미학만 추구한다’는 느낌도 드는 듯 한데 가만히 보면 되게 날카롭게 세상 이야기가 얽혀 있어요. 

◆ 최민석 : 네. 김영하 작가는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작품의 소재를 고를 때 약간 사회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을 종종 작품을 읽으면서 받았거든요. 오늘 작품도 그렇습니다. 

◇ 김우성 : ‘사회학적인 접근’ 이러면 모호하시죠?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인지 알려주시면 좋아요. 

◆ 최민석 : 오늘 소설의 이야기는 ‘통제하려는 사람’과 ‘통제당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예요. 조직에도 해당되겠죠. 조직의 경우에는 통제하는 조직 대 통제당하는 조직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죠. 아무튼 우리는 통제 당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잖아요. 

◇ 김우성 : 맞아요. 밖에 PD가 자꾸 통제하려고 하면 안 당하려고... 욕 써도 되나요? 그렇습니다. 

◆ 최민석 : 네, 아무튼 발버둥을 치는데. 그런데 묘하게도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나를 통제하려던 인간이나 조직한테 영향을 받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 김우성 : 군대 생각나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메시지를 이 소설이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바로 오늘 작품입니다. 

◇ 김우성 : 오직 두 사람 여러분 통제하려는 사람, 통제받는 사람 그러나 어느새 닮아 있거나 섞여 있는 묘한 풍경들 작품 줄거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최민석 : 이 소설은 수취인이 밝혀지지 않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태로 쓰여 있습니다. 서간체 문학인 거죠. 그래서 주인공은 줄곧 언니에게 말하는 것처럼 글을 씁니다. 참고하고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주인공이자 이 편지의 발신인은 40대 독신 여성인 ‘현주’입니다. 현주는 현재 학원 강사로 지내고 있습니다. 현주는 언니한테 편지를 쓰면서 신문 기사를 하나 소개하는데, 그건 바로 뉴욕에 이주한 한 소수 민족의 언어 사용에 관한 것입니다. 

◇ 김우성 : 굉장히 교양적인 얘기 같습니다만 호기심이 가요. 일단 주제가 특이하네요. 어떤 내용입니까? 

◆ 최민석 : 중앙아시아의 산악지대에 소수 민족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들이 스탈린 치하의 폭정을 피해서 뉴욕으로 이주를 했습니다. 그래서 자식들은 영어를 쓰죠. 그런데 고향에서는 러시아어를 씁니다. 소수 민족이니까 원래는 러시아어를 쓴 게 아니에요.

◇ 김우성 : 그렇겠죠. 중앙아시아 그들의 언어가 있겠죠. 그럼 미국에 있는 후손은 영어, 고향에 있는 후손은 러시아어. 두 후손이 각각 다른 말을 쓰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원래 자기들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뉴욕으로 이주한 나이 많은 사람들밖에 없는데, 이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한 명 두 명씩 죽는 거예요. 

◇ 김우성 : 언어가 사라지는 거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현주는 편지를 통해서 언니한테 묻습니다. 어느덧 이 소수 부족의 언어를 쓰는 사람이 둘만 남았을 때를 상상해 보라고.

◇ 김우성 : 김영하 작가가 몰고 들어오니까 정말 상상력이 풍부해지려고 합니다. 모국어를 쓰는, 그러니까 고유한 언어인데 딱 두 사람 남은 거예요. 그 상황이네요. 

◆ 최민석 : 네. 그래서 현주는 언니한테 생각해 보라고 하죠. 이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오직 두 사람만 남았을 때의 그 쓸쓸함에 대해서요. 

◇ 김우성 : 이야, 그래서 소설 제목이 <오직 두 사람>이네요. 은유 같기도 하고요. 저도 약간 한국인이 없는 곳에 출장을 가본 적이 있었거든요. 네덜란드의 약간 북쪽 지역이었는데, 거기서 정말 한국말은 저밖에 안 들렸습니다. 혼잣말까지 했었는데 어쨌든 그런 상황이고. 은유 같아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현주는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둘의 ‘아버지’에 대해서 씁니다. ‘아버지가 암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데 그동안 내가 알아온 아빠와 같지가 않다’고 말을 합니다. 

◇ 김우성 : 자, 이해가 됩니다. 언니는 해외에 있어요. 언니에 대해서 말하는 걸 보니까 아빠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네요. 언니는 아빠가 아프시다는 거를 설명해 줘야 될 상황이라면 언니의 상황도 궁금하고. 뭔가 사연이 깔려 있을 것 같아요. 

◆ 최민석 : 사연이 있죠. 대체 언니는 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지 그 이유는 제가 줄거리를 다 소개한 후에... 약간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소개한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우성 :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들은 이렇게 만들어 놓는군요. 도망갈 수 없게 끝까지 들으셔야 돼요. 그러면 한 번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종의 비밀이 있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아무튼 현주는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신이 대학 입시를 치른 해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 해에 현주는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학교에 합격했습니다. 

◇ 김우성 : 굉장히 축하도 많이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 최민석 : 그래서 아버지는 딸의 대학 입학을 축하도 할 겸 딸과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가겠다고 가족들한테 선포를 합니다. 

◇ 김우성 : 그럴 법도 하고 그래 주고 싶기도 한데, 그런데 다 데리고 가야죠. 현주만 데리고 갑니까? 

◆ 최민석 : 당시 일단 오빠는 군대에 있었고요. 동생은 막 고3이 될 처지였어요. 그래서 둘은 그렇다 쳐도 이 소설이 ‘엄마’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해요. 엄마랑 아빠는 사이가 안 좋은지 이때 그 상황에 대해서 엄마 얘기는 아예 빼놓습니다. 

◇ 김우성 : 의도된 공백일까요?

◆ 최민석 : 의도된 생략이죠. 아무튼 이렇게 현주와 아버지 둘만 유럽 여행을 떠납니다. 

◇ 김우성 : 네, 대학을 박수 받으면서 합격한 딸과 아버지 둘의 여행입니다. 가서 여행하나요? 뭐 합니까? 

◆ 최민석 : 아빠의 직업이 대학 교수거든요. 그래서 아는 게 많아요. 아빠가 유럽에서 박물관을 다 돌면서 현주한테 문화적 취향과 지식을 유산으로 물려줍니다. 

◇ 김우성 : 이른바 ‘문화 자본’이라고 하죠. 의사 아버지 밑에서 의사 나오는 이유가 사교육비도 있겠지만, 어떤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전승되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들을 전해주네요. 

◆ 최민석 : 잘 기억하고 계시네요. ‘피에르 부르디외’가 얘기하는 ‘문화 자본’. 아무튼 이걸 전승하는 거죠. 그런데 약간 황당한 일이 생겼어요. 

◇ 김우성 : 황당한 일이다, 뭔가 또 사건이 발생합니다. 뭡니까? 

◆ 최민석 : 아버지가 없을 때 배낭 여행을 온 한 무리의 대학생 오빠들과 현주가 대화를 나눴는데,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막 불같이 화를 내는 거예요. 

◇ 김우성 : 아니.. 뭐 저, 죄송합니다. 저도 대학생 딸이 있어서 그런지 약간 남성들과 딸이 만나는 걸 경계는 하지만 화낼 일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러지.

◆ 최민석 : 화내는 거 이상하죠. 그래서 현주는 아빠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워낙 논리적으로 미성년자인 여학생이 보호자 없이 타지에서 단독적으로 행동하면 굉장히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으며, 그게 또 자신의 체면을 얼마나 깎는 행동인지 설명합니다. 현주는 약간 이상하다고 느껴요. 그런데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지기 싫어서 그냥 아버지 뜻대로 행동합니다. 

◇ 김우성 : 자, 이쯤 되면 청취자 여러분들 ‘아버지 조금 이상하다’ 하실 겁니다. 계속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여행 마치고 돌아왔죠?

◆ 최민석 : 그렇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현주는 예정대로 대학교에 입학합니다. 현주는 아버지와 주말마다 교양을 쌓기 위해서 함께 레스토랑에 가고 미술관에 갑니다. 

◇ 김우성 : 아휴, 아버지가 조금 숨 막히는데요. ‘현주야 좌빵우물이다’ 이렇게 레스토랑 법칙도 가르쳐 주고요 했겠죠. 그런데 대학생은 됐으니 이렇게 교양 가르쳐 준 게 나빠 보이지 않긴 합니다만 좀 그렇네요. 

◆ 최민석 : 네, 그런데 이렇게 지내던 어느 날 예전에 아버지가 가족들한테 현주와 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선포했듯이 아버지는 가족들한테 또 한 번 선포를 합니다. 

◇ 김우성 : 저희 2024년 겨울 트라우마였습니다. 선포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뭐라고 선포합니까? 

◆ 최민석 : 현주는 예술사를 전공하게 될 것이라고요. 

◇ 김우성 : 점점 ‘이 양반이’ 하는 엄마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아빠가 슬슬 캐릭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면도 있고. 그것도 긴가민가했는데 ‘너 이거 전공해’ 이거는 참견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건지... 일단 그런 상황으로 보여져요.

◆ 최민석 : 약간 통제광적인 면이 있는 거죠. 이렇게 딸이 예술사를 전공하게 될 거라고 선포한 후에 아버지는 본격적으로 현주한테 문화 자본을 물려주기로 합니다. 현주만 데리고 미술관 그리고 오페라 공연장 같은 곳에 가고 아까 말씀하신...

◇ 김우성 : 좌빵우물. 

◆ 최민석 : 고급 식사 예절 같은 것도 가르쳐 줍니다. 

◇ 김우성 : 아니 현주만 이렇게 하는 것도 웃기고, 제가 기억하는 이유가 옆 사람 빵을 뺏어 먹어 봤기 때문에 좌빵우물을 외우고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다른 가족들은 뭐예요? 관계가 이상해질 것 같기도 한데요. 

◆ 최민석 : 그렇죠. 아버지가 현주를 편애할수록 가족들은 점점 아버지의 대소사를 현주한테 물어봅니다. 아버지의 동향까지 현주한테 물어보는 거죠. 아버지의 기분이 왜 좋은지, 아버지가 왜 화가 났는지 모든 걸 현주한테 물어봅니다. 결국 현주는 아버지의 감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현주는 연애를 하는데 이 연애 또한 난항을 거듭합니다. 

◇ 김우성 : 연애는 또 왜 갑자기 문제가 됐나요? 

◆ 최민석 : 일단 현주는 집에 일찍 가서 가족들과 식사를 해야 해요. 아버지가 가족들끼리 하는 식사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아버지와 함께 갈 데가 있죠. 이렇게 말하면 현주의 남자친구는 도통 이해를 못하죠.

◇ 김우성 : 데이트는 언제 하나요? 그리고 너무 아버지의 룰 안에, 아버지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인데. 일단 현주네가 일반적인 가정과 다르니까 더더욱 그럴 것 같은데요. 

◆ 최민석 : 그런데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현주 역시 또래 남자들한테 심드렁해졌어요. 

◇ 김우성 : 아, 이거 아버지 탓인가 궁금하네요. 왜 그래요? 

◆ 최민석 : 아버지와 다니던 격조 있고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 비해서 또래 남자들과 함께 간 식당이나 공간은 너무나 질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시시한 분식점 이런 데 가니까 현주가 만족을 못 하는 거죠. 

◇ 김우성 : 좌빵우물로 스테이크 썰다가 돈가스집 가면 그냥 포크로 찍어 먹으면 되잖아요. 

◆ 최민석 : 그래서 이렇게 문화적 수준이 올라간 현주한테 또래 남성들은 그저 수준 미달인 어린애들처럼 보입니다. 

◇ 김우성 : 이게 아버지가 진짜 바란 걸까요? 굉장히 교양, 교육, 여러 가지 식견을 쌓아줬지만 또래 남자애들은 시시하고 만나지도 않는 상황인데. 결국은 현실에는 적응 못하게 되는 거 아니에요? 

◆ 최민석 : 그렇죠. 이렇게 현주는 점점 아버지와 공통 분모를 가지면서 서로 의존하게 되는 기이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 김우성 : 최민석 작가님 표현대로 기이합니다. 기이하다고 느껴집니다. 결국은 아버지와 현주를 제외하고, 아버지는 또 현주를 제외하고 다른 가족들과 사이가 이상했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 최민석 : 말씀하신 대로 현주를 빼고는 아버지가 가족 모두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 김우성 : 결국 현주만 너무 감싸고돌고, 통제하고, 거의 현주만을 바라보고 살았으니까 그랬겠어요.

◆ 최민석 : 그래서 동생 현정이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리고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등장하는데, 이혼하는 걸로 첫 등장을 합니다. 결국 이혼을 해서 현정이가 유학 갔다고 했잖아요? 미국으로 가버립니다. 

◇ 김우성 : 어머니 얘기가 안 나온 것도 복선이네요. 이혼을 했습니다. 엄마랑은 예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던 것 같고, 유럽 여행을 떠날 때도 역시나 엄마가 안 나오고 이런 게 들어가 있네요. 

◆ 최민석 : 네. 그런 분위기를 풍기죠. 그리고 오빠가 있는데 오빠는 지방에 큰 조선소가 있어요. 거기에 취직을 해서 서울을 떠나버립니다. 결국 현주와 아빠 둘만 남습니다. 

◇ 김우성 : 잠깐만요. 현주가 언니잖아요. 동생 현정이가 대학 졸업하고 미국으로 가고 오빠는 지방에 있고. 그런데 언니한테 편지를 쓰는데?

◆ 최민석 : 그렇죠. 그게 미스테리인데, 이 소설을 다 읽어도 현주가 언급한 가족 중에 언니는 안 나와요. 그래서 이건 줄거리를 다 말하고 난 다음에 추리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독자가 ‘잠깐만, 이거 누구야? 언니 누구지?’ 이렇게 굉장히 의구심을 갖게 되고요. 여러 의심 속에서 각각 등장인물들과도 거리감도 만들어지면서 또 한편으로는 몰입되기도 합니다. 재밌네요. 소설이 어떻게 되어 갑니까? 

◆ 최민석 : 결국 현주와 아빠 둘만 남게 된 거죠. 그래서 소설은 수미상관식으로 앞서 현주가 소개한 그 소수 부족을 다시 언급합니다. 현주와 아버지 이 둘은 어느덧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소수 언어를 쓰는 부족이 된 겁니다. 

◇ 김우성 : 문화 자본 부족이네요. 

◆ 최민석 : 네, 소설 제목처럼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언어를 쓰게 된 신세가 된 거죠. 이때 현주는 이렇게 서술합니다. ‘나는 아버지라는 모국어를 사용했다. 희귀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가 된 것이다’. 

◇ 김우성 : 결국 언어. 물론 사회과학이나 문화 연구에서 언어란 단지 활자와 발음되어지는 말뿐만 아니라 공통의 가치나 이해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까지 포함을 하는데. 역시 그 뜻에서도 본다면 이 문화적 경험, 둘만의 공유, 문화자본으로 전승된 것을 이 화자가 언어로 비유한 것 같네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아버지도 점차 나이를 먹고 나를 그토록 편애하던 아버지도 이제는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갑니다. 

◇ 김우성 : 아, 무슨 막 본인이 다 일일이 A부터 Z까지 만들려고 하더니.

◆ 최민석 : 현주는 아버지가 예전처럼 딸을 배려하고 아껴주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암에 걸려 투병 중이지만 현주는 동생 현정이 있는 미국으로 떠나버립니다. 

◇ 김우성 : 여러분, 여기까지 들으시면 어떠신가요? 약간 현주가 무척이나 안쓰럽다는 마음도 드는데. 어쨌든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이대로 떠나서 안 돌아올 것 같은 느낌처럼 가네요. 

◆ 최민석 : 일단 이렇게 떠나긴 했지만 계속 또 아버지와 둘만 언어를 쓰는 소수 부족이잖아요. 아버지가 마음에 걸려요. 그래서 결국은 돌아와서 병상을 지킵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는 아버지가 싫어할까 봐 담배를 끊고 참으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그 담배를 다시 피우면서 자신의 생을 살려고 하죠. 

◇ 김우성 : 아버지가 쓰던 모국어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담배 안 돼, 외간 남자 안 돼, 뭐 안 돼 이러던 상황에서 갑자기 다시 담배를 폈습니다. 이거 굉장히 심경의 변화가 큰 부분 아닌가요? 

◆ 최민석 : 그리고 현주는 의식이 없는 아버지한테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 저 다시 담배 피워요’. 현주가 아버지한테 한 마지막 말입니다. 아버지 아파요? 아버지 괜찮아요? 들려요? 이게 아니라 의식 없는 아빠인데, 아버지 저 다시 담배 펴요. 이 말을 하고 현주는 병원 옥상에 올라가서 매우 기쁘게 큰소리로 웃습니다. 그리고 이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납니다. 

◇ 김우성 : 어떻게보면 앞에서 듣던 얘기들과 지금까지 연결되는 걸 보고 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갑자기 현주에 대해서 안타깝게 가졌던 마음이 약간 이해가 됩니다. 인연이 이렇게 정리가 되는 것도 같아요. 

◆ 최민석 : 이렇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야 동생 현정이가 장례식에 옵니다. 그리고 오고 나니까 ‘할 일을 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렇게 말을 합니다. 

◇ 김우성 : 이거 얼마 전 기사에도 있었습니다. 부모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자녀들의 특징 이런 기사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어쨌든 그저 ‘해결할 일 했어’라는 부채같이 느껴졌네요. 

◆ 최민석 : 네, 아버지는 다른 가족들한테는 이런 존재가 된 거죠. 그리고 엄마도 오빠도 장례식장에 오지 않습니다. 현주를 통해서 자기가 바라던 삶을 살려고 했던, 즉 자신을 그렇게 통제했던 아버지는 이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현주는 같은 언어를 쓰던 마지막 한 사람이 떠나버려서 왠지 모를 깊은 쓸쓸함을 느낍니다. 

◇ 김우성 : ‘저 담배 펴요’ 하면서 뭔가 해방감을 느끼는 줄 알았더니... 저 이런 경우 주변에서도 많이 봤어요. 아버지가 너무 엄마를 못살게 굴고, 막 시계처럼 때 되면 밥 해야 되고 이랬던 엄마들이 있는데. 아버지들 돌아가시고 나서 그 어머니들이 똑같이 그래요. ‘왜 저러시지? 아버지도 안 계시는데 편안하게 지내시지’. 이런 분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거든요. 굉장히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네요. 

◆ 최민석 : 네, 기본적으로는 상실감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고요. 언어가 사라지는 것 그다음 생명이 사라지는 것, 관계가 단절되는 거 다 상실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근원적으로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통제하려고 하는 인간 혹은 조직 대 통제당하는 인간 혹은 조직과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같아요. 

◇ 김우성 : 아빠와 딸로만 보지 말고요. 다양하게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 최민석 : 우리가 통제를 당하면서 이걸 거부하지만, 결국은 어느 순간 통제하는 주체와 우리가 닮아가는 순간이 있잖아요. 

◇ 김우성 : 맞아요. 권위주의랑 막 싸우다가 어느 순간에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치 집단도 있어요. 

◆ 최민석 :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모르게 길들여지고, 어쩌면 때로는 이걸 그리워하기도 하는 거죠. 이것에 대한 관찰을 마치 민속지학 보고서처럼 서술한 소설 같다. 

◇ 김우성 : 에스노그라피.

◆ 최민석 :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 김우성 : 우와, 맞습니다. 이게 참여 관찰이잖아요? 실제 그 삶에 들어가서 그거를 천천히 분석해 낸 그런 보고서처럼 소설을 쓴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앞에서 말한 이 궁금증 해결해주세요. ‘도대체 그 언니가 어디 있단 말이야?’ 라고 사람들 생각할 거예요.

◆ 최민석 : 그게 이제 미스테리인데, 이 작가가 언니에 대해서 명확하게 서술을 하지 않아요. 이대로 끝나버려요. 

◇ 김우성 : 죄송합니다. 독자로서 말씀드릴게요. 이렇게 찝찝하게 놔두시면 어떡해요.

◆ 최민석 : 이대로 끝나서 독자한테 적극적으로 생각을 해보라는 건데, 그래서 추정을 해 보자면 그 소설에서 아버지가 엄마와 헤어진 다음에 다른 여성과 가정을 꾸리거든요? 그래서 세 가지로 추정을 해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이 언니가 ‘이복 언니’가 아닐까.

◇ 김우성 : 아빠가 새로 만난 여인의 나이 많은 딸. 

◆ 최민석 : 원래 있던 딸. 그러면 말이 되는 거죠. 

◇ 김우성 : 그렇죠. 언니죠. 

◆ 최민석 : 한때는 아빠와 나만 남았으니까, 이때는 아빠가 다른 여성과 재혼을 하기 전이니까 이때는 언니가 없었던 거죠. 이거는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거고. 두 번째는 이게 상징적인데 이게 ‘아빠’가 아닐까. 

◇ 김우성 : 아, 아빠를 일종의 언니로 불러서?

◆ 최민석 : 그렇죠. 워낙 둘이 가까웠으니까. 아빠와 애증의 관계였기 때문에. 언니와 동생 여동생이 원래 애증의 관계잖아요? 그러니까 이 관계는 어떻게보면 부녀 관계라기보다는 서로 굉장히 의존하고 밀착돼 있는 자매 관계일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빠를 언니라고 표현했을 수도 있다. 결국 아빠한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다음에 세 번째는 ‘나 자신’인 거죠. 

◇ 김우성 : 저는 이 말이 참 와닿았었어요. 

◆ 최민석 : 결국은 이게 자기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인데,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나한테라고 쓰면 너무나 뻔하니까 언니라는 가상의 존재를 빌려서. ‘마치 언니한테 쓰듯이 썼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한테 하는 얘기였다’ 이렇게도 추정해 볼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김영하 작가 대단합니다. 이렇게 현주, 우리 주인공 화자가 어떤 일을 향해 이 마음을 쏟아내고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고 움직이게 만들어 놓은 자체가 이 이야기에서 못 빠져나가게 하는 마력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굉장히 김영하 작가답다는 느낌을 여러 부분에서 받게 되네요. 

◆ 최민석 : 작가의 다른 소설도 그런데 이 소설도 역시 현대적이에요. 현대 사회, 대도시 그리고 현대인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을 법한 소재를 다루죠. 그리고 서술 방식이 직접적이지 않고 우회적인데,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 소재에서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닙니다. 소수 부족의 언어라고 얘기는 하지만 그게 사실은 둘만 남은, 서로 의존하면서 통제하는 기이한 관계를 언어에 비유를 한 거죠. 둘만 공유하는 경험인 거죠. 그래서 결국은 이 소설이 전반적으로 도회적이라는 느낌도 주면서 그 비유로 인해서 문학적이라는 느낌도 동시에 주는 거죠. 

◇ 김우성 : 맞습니다. 멸종위기 동물이 암수 딱 두 마리 남았다고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그 특수한 상황도 굉장히 긴장감을 주고, 어쨌든 이 스토리와 작품을 읽다 보면 일화가 여러 개가 나오는데 좀 특이한 게 있어요. 

◆ 최민석 : 재밌는 게 있는데, 편지에서 현주가 신문에서 자기가 ‘재밌는 농담을 하나 읽었다’ 그러면서 소개를 해요. 그 내용이 뭐냐 하면 어떤 남자가 교통방송에서 뉴스를 들어요. 고속도로에서 한 승용차가 역주행을 한다고요. 그래서 마침 그쪽으로 출장 간 친구가 떠올라서 이 남자가 그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요. 그래서 얘기하죠. ‘야, 그 구간에서 역주행하는 어떤 미친 놈이 있대. 조심해’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친구가 대답하기를 ‘야, 말도 마. 한둘이 아니야. 얼른 전화 끊어’. 

◇ 김우성 : 그 친구네요. 역주행하는 사람이. 

◆ 최민석 : 네. 그러면서 현주가 말합니다. 다들 충고를 한다고요. 인생의 바른 길을 자기만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 다들 충고를 한다고 얘기하는 거죠. 

◇ 김우성 : 사실 이걸 읽다 보면 재미있잖아요. 딱 그림이 그려지는데. 생각해 보면 또 이 이야기를 할 때 분명히 아버지를 염두에 뒀구나, 비유했구나 그렇게 느껴지기도 해요. 

◆ 최민석 : 그렇죠. 역주행을 하는 사람은 ‘야, 역주행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야. 다 이상해’ 자기는 맞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거잖아요. 이게 아버지에 대한 비유일 수도 있고 어쩌면 현주가 자기 자신한테 하는 고백일 수도 있는 거죠. 

◇ 김우성 : 그렇네요. 어떻게보면 아버지가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날 때부터 시작해서 그 뒤로 매번 했던 교양 교육과 아버지의 기준이 역주행과 같다.

◆ 최민석 : 자기의 기준이 된 걸 수도 있죠. 현주도 또래 남성들을 만나면서 시시한 어린애들 같다고 여겼었고. 현주도 다른 가족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거든요. 

◇ 김우성 : 그렇죠. 그들이 역주행하는 것처럼 현주 눈에 비춰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 굉장히 열린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어떤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까요? 

◆ 최민석 : 이 소설을 들어보셔서 아시겠지만 하나의 ‘알레고리’거든요? 그래서 우화를 좋아하시는 분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요. 또 김영하 작가 그러면 늘 모던한 소설을 쓴다는 이미지가 떠오르죠. 그래서 모던한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아직까지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안 읽어보신 분들 그리고 끝으로는 짧지만 울림이 있는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 김우성 : 네, 우리 최민석 작가님 덕분에 많은 청취자분들이 금요일을 사랑합니다. 해외에서도 가족과 함께 듣는다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공을 많이 들이고 정말 김영하 작가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얘기를 했지만, 정말 촘촘하게 실오라기 하나씩 다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완벽주의적 성향도 있더라고요. 그런 완벽주의적 성향이 만들어낸 아주 재미난 우화, 은유 이런 것들을 즐기실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사는 게 사실 좀 알레고리 같고 은유 같은데 그걸 더 쾅 하고 울리게 만드는 것 같네요. 오늘도 좋은 작품 감사드립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 김우성 :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YTN라디오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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