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26년 04월 02일 (목)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장혜영 전 의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박귀빈 : “국회는 한국에서 가장 뒤처진 곳이다.” 청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사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이후 30대 여성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면서 직접 여성 정치의 현실을 마주했던 분이 지적했던 한 마디였습니다. 젠더, 가족, 청년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 정치’의 대표성을 확대하고, 새로운 가족 제도까지 제안하며 한국 정치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장혜영 전 의원.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K-여성정치’ <시민학교>, 제4교시 선생님으로 모셔보겠습니다. 장혜영 전 의원,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장혜영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귀빈 : 앞에 카메라 있는데요. 인사 한 말씀 먼저 부탁드려요.
◇ 장혜영 : 반갑습니다. 4교시를 담당하게 된 K-여성 정치의 정의당 전 국회의원 장혜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박귀빈 : 어서 오세요. 평소에 YTN 라디오 즐겨 들으세요?
◇ 장혜영 : 그럼요. 애청하는 채널입니다.
◆ 박귀빈 : 그렇군요. 그 채널에서 어떤 프로를 가장 잘 들으세요?
◇ 장혜영 :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역시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이 가장…
◆ 박귀빈 : 역시 저희는 슬기로운 분들만 이렇게 모십니다. 제가 왜 여쭤봤냐면 들어오시면서 저희 방송을 애청하신다고 말씀을 하시길래 너무 반갑고 감사해서 한 번 더 말씀드렸습니다.
◇ 장혜영 : 감사합니다. 제가 국회의원 하던 시기에 자주 가던 방송국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군데가 YTN이었어요. 그러면 아무래도 충성심이라는 게 생기기도 하고, 한 번이라도 듣게 되는데, 제가 박귀빈 아나운서님 목소리를 너무 좋아해 가지고 꾸준히 챙겨 듣고 있습니다.
◆ 박귀빈 : 감사합니다. 제 목소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장혜영 : 우아한 목소리로 너무 재미있는 퀴즈를 내주시잖아요.
◆ 박귀빈 : 어머 진짜 애청자 맞으시네요.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 의상이 굉장히 멋지신데요. 봄이어서 이렇게 하고 오신 건가요?
◇ 장혜영 : 맞아요. 개나리가 피는 봄이다 보니까 화사하게 목도리를 두르고 왔습니다.
◆ 박귀빈 : 벌써 꽃들이 만방에 깔릴 텐데 선생님을 이런 좋은 계절에 모셨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30대 여성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일하셨어요. 그리고 그 이전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셨습니다. ‘어른이 되면’이라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으셨는데, 청년 창작자 였다가 국회의원이 되신 거예요.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셨을지가 궁금해요.
◇ 장혜영 : 네, 그 두 가지가 직업으로만 놓고 보면 뭔가 다른 것 같은데,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이어지는구나 싶으신 얘기인데요. 제가 만든 이 ‘어른이 되면’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저보다 한 살 어린 저의 발달장애인 여동생이 오랫동안 시설에 살았었거든요. 그 동생을 다시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같이 사는 얘기. 저희가 한 18년 만에 너무 어릴 때 떨어져 가지고 30살이 됐을 때 다시 같이 살기 시작했던 거였거든요. 그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아무래도 문화예술인들은 많이 공감하시겠지만, 문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문화가 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는데, 그거는 맞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변화가 또 정치에서 많이 필요한데, 그게 더디다면 그러면 내가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 박귀빈 : 지금도 동생분과 같이 지내신다고요?
◇ 장혜영 : 네, 오늘 아침에도 열심히 투닥투닥하고 활동지원사에게 잘 보내놓고 왔습니다.
◆ 박귀빈 : 지방선거 앞두고 여성 정치가 다시 화두입니다. 선생님도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 국회에 들어가셨을 때 엄청난 꿈과 아까 말씀하셨지만, 내가 정말 이루고 싶은, 내가 사회 취약계층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입법 활동을 해서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부푼 꿈도 있으셨을 것 같거든요. 들어가 보시니까 어떠셨어요?
◇ 장혜영 : 정말 모르니까 이렇게 용감할 수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됐어요. 우선 정당이라고 하는 것이, 물론 큰 당에 가서 정치를 하려면 해야 된다는 얘기들을 어른들이 많이 하시지만, 그래도 세상이 바뀌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소수 정당에서 여성이면서 청년으로 정치를 한다는 거는, 300개의 배지가 있어도 똑같이 하나씩의 배지가 아니라 반 개, 반의 반개로 활동하는 거랑 비슷한 경험이라는 걸 되게 체감하게 됐죠.
◆ 박귀빈 : 한계점을 많이 느끼셨던 거예요?
◇ 장혜영 : 그렇죠. 아무래도 구조 자체가 정치인 한국의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딱 생각나는 상이 있잖아요. 엘리트 대학교를 나와서 남성이고, 중년 이상의 나이를 가진. 이런 사람이 아니면 일단 사람들이 낯설어 하는 게 굉장히 크고,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안정감을 느끼기보다는 잘할 수 있을까? 진짜 정치의 진심일까? 이 사람을 통해서 내 생각이나 내 의지가 국민으로서 정말 정치에 반영될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을 많이 가지시게 되는 것 같아요.
◆ 박귀빈 : 국회에 들어가셔서 한계점을 느꼈고, 많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일화 같은 게 있으시면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정말 이런 일을 내가 겪었다.
◇ 장혜영 : 일단 국회에 들어가면 제가 가장 충격 받았었던 일화 중에 하나가 구분을 못한다는 점이 있어요. 워낙 여성과 청년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존재 자체가 희귀하다 보니까 일단은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출입 게이트를 통과를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때에 의원들은 그냥 스무스하게 게이트를 통과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붙잡아 가지고, 출입증을 확인을 합니다. 저도 그렇고 저하고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청년 여성 국회의원들이 다 공통적으로 겪은 게 저희는 게이트에서 잡혀요. 국회의원처럼 안 생긴 거예요.
◆ 박귀빈 : 배지가 있지만 있는데 잡는다고요?
◇ 장혜영 : 맞아요. 그것보다는 약간 훨씬 더 사람들한테 인식하는 데 있어서 이미지가 중요하다 보니까, 처음에 한 두 달 정도는 잡고 나서 이제는 안 잡더라고요. 아 이런 사람이 있구나 라는 걸 확인을 하지만 그전에는 국회의원처럼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겪는 일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 박귀빈 : 잡는 그분들은 자기의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하신 거거든요. 충실히 한 거지만 그분들 입장에서 젊은 여성 정치인도 얼마나 희귀했으면, 이 배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잡는 거예요.
◇ 장혜영 : 그렇죠. 그리고 또 어려운 게 뭐냐면 한국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 성폭력 문제가 되게 심각하게 있잖아요. 그런데 성폭력 문제를 누가 다룰 일이냐고 하면 국회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거는 여성 국회의원들이 할 일, 만약에 청년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면 그거는 청년 여성들이 해야 되는 일이지 우리 일은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되게 심해요. 실제로 그런 일에 대해서 같이 목소리를 내면 또 다른 종류의 비판이 들어옵니다. 너는 왜 여성 문제만 목소리를 내냐, 너는 왜 여성 청년들 얘기만 하냐, 왜 남성들은 안 챙기냐, 라고 얘기가 들어와요. 그래서 그런 종류의 고충들은 동료 중년 남성 의원님들이 겪으시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천장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많이 있었죠.
◆ 박귀빈 : 그렇군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까요?
◇ 장혜영 : 바뀌었기를 소망합니다만, 구조가 바뀌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 박귀빈 : 국회에 있으실 때 반말도 들으셨다고…
◇ 장혜영 : 어마어마하죠.
◆ 박귀빈 : 그거는 어떤 일화가 혹시 있었는지요?
◇ 장혜영 : 거의 의원님들의 반말 스위치가 카메라들 있잖아요. 언론사에서 오는 카메라에 연동돼 있는 것 같아요.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때는 존댓말 하시거든요. 꺼지면 귀신같이 반말을 하세요.
◆ 박귀빈 : 상대가 누구든요?
◇ 장혜영 : 누구든. 나이 많은 의원님들은 다들 당연하게 반말하시고, 호형호제하시고, 이름 막 부르시고 하거든요.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는 그게 하나의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친근감이라는 거는 상호적이어야 되잖아요.
◆ 박귀빈 : 나는 친근한데 저 사람이 나의 행동과 말에 친근함을 느끼지 않으면 그건 친근감이 아니죠. 그리고 아무리 친근감을 표현하더라도 정말 친해진 다음에 하잖아요.
◇ 장혜영 : 그렇죠. 게다가 저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굉장히 부드러운 방식의 친근감 표현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권위에 의해서 언행 하나하나가 정해지는 공간이라는 걸 되게 많이 느끼죠. 거기서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아 버릇없어’ 딱 낙인이 찍히죠.
◆ 박귀빈 : 보통 우리나라는 나이로 가지 않습니까? 나보다 어리면 기본적으로 반말을 쉽게 하는… 여자, 남자 다 통틀어서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회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 장혜영 : 네, 국회는 여전히 가장 마지막에 바뀌는 공간인 것 같아요.
◆ 박귀빈 :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나 봐요. “국회가 한국에서 가장 뒤처진 곳이다” 이 말을 어떤 맥락에서 하시게 된 거예요?
◇ 장혜영 : 너무 답답하니까 이런 말들을 하게 되는데, 문화적으로도 그렇고, 그리고 구조적으로도 국회라는 곳은 법을 만드는 곳이잖아요. 행정부를 견제하고 이런 것들도 하지만 결국에는 사회의 변동에 따라서 우리 사회의 사람들의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꾸는 공간들인데, 문화적으로 우선은 굉장히 바뀌지 않아도 되는 위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국회가 움직이는 규칙 자체가 굉장히 최소한으로 변화해도 되는 규칙인 거죠. 소선거구제가 양당제를 만든다는 얘기를 아마 정치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텐데요. 아무래도 1등이 당선되는 선거 제도에서는 큰 두 개의 정당이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권력을 갖게 되고, 바꿔서 얘기하면 큰 두 개의 정당만 합의를 하면 뭘 할 수도 있지만, 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면 특히나 사람들의 가구 규범이 달라져서 예전에는 4인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엄마, 아빠 그리고 아들, 딸 이런 가족이 대한민국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다면 지금은 1인 가구가 된 지 오래됐잖아요. 대한민국의 모든 가구의 36%가 1인 가구인데, 그러면 대한민국의 모든 가족 관련된 제도가 1인 가족을 염두에 두고, 혹은 최대한 많은 비중을 두고 설계를 해야 될 텐데, 여전히 4인 정상가족 규범을 중심에 두고 제도를 운용하고 있거든요. 이걸 바꿔야 된다, 바꿔야 된다고 하는 거를 아무리 1인 가구의 형태가 주변에 가까이에 있는 청년 여성 국회의원이 말해도, 국회를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4인 정상 가족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경험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달라지는 경험이 빠르게 반영되기 되게 어려운 구조에 있는 거죠. 그래서 너무 답답해서 국회가 마지막으로 바뀌는 곳이라고 욕을 해 봤는데, 그래도 바뀌지 않더라고요.
◆ 박귀빈 : 국회는 한국에서 가장 뒤처진 곳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거고, 저희는 시민 학교이기 때문에 오늘 나오시는 모든 의원님이나 여성 정치인분들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는데, 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국회는 한국에서 가장 뒤처진 곳이다에 대해서 얘기를 딱 듣고 이거에 수긍하시는 국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 장혜영 : 예전에 고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우리가 외쳐왔던 하나의 슬로건이 ‘국민을 닮은 국회’ 라는 슬로건이 있잖아요. 남녀노소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살고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국회의원들이 자기 몫을 다 할 수 있는 형태라면 좋은데, 국회는 너무 비슷한 사람들의 국회다. 아마도 가장 대한민국에서 뒤처진 것으로 그의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계속 고수하게 되는 하나의 원인인 것 같아요.
◆ 박귀빈 : 되게 아이러니한 게 늘 정치하시는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가장 강조하시는 게 소통이거든요. 소통이고 말씀 들으면 정말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입장에서의 모든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해서 정책하셔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 공간이 또 국회이기도 한데, 오히려 보면 가장 경직돼 있고, 가장 국민이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답답한 부분을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이건 제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 장혜영 : 그렇죠.
◆ 박귀빈 : 그래서 국회는 한국에서 가장 뒤처진 곳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길게 이야기를 해봤고요. 지난 수업 때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출연을 하셨었어요. 4년 전에 지선 여성 기초단체자 당선 비율 3.1% 그리고 광역 단체장은 거의 0%. 여전히 현실에서 여성 정치인들에게 유리 천장의 벽은 굉장히 높고 두꺼운 겁니다. 왜 이럴까요?
◇ 장혜영 :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오늘은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정치권이 요구하는 조직의 조직 규범과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젠더 규범이라고 하죠. 성규범이 충돌하기 때문에 라는 설명을 오늘은 선생님이니까 드려볼까 싶은데, 젠더 규범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여자는 여자답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된다고 하는 생각이에요. 그 생각이 우리 사회에 굉장히 깊이 뿌리내려 있죠. 한국은 굉장히 성별 이분법적이고, 또 가부장적인 문화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사회였기 때문에, 그러면 그 관점에서 비추어 보면 정치는 남성들의 일입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집 안을 돌보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이런 돌봄을 담당하는 역할이 오랜 고정관념이잖아요. 정치는 어떤 사람들이 하는 거냐고 하면 당연히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많이 가진 사람이 정치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같이 생기는 거죠. 막 눈치 보지 않고 큰 소리 내고, 막 싸울 땐 싸우고, 밤늦게까지 술 먹을 수 있고, 그리고 아침 일찍 출근할 수 있고 이런 사람이 정치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유권자들도 생각하고 정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사람들도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이제는 우리가 법으로 남녀 차별을 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자녀가 있는 혹은 기혼 가정이라고 한다면 여전히 가사노동 분담률은 여성들이 훨씬 높거든요. 아이를 돌보는 일도 여성들의 일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들은 밤늦게까지 술 먹기가 너무 어려워요. 다음 날 아침에 새벽같이 목욕탕으로 출근할 수 없거든요. 이런 종류의 조직이 원하는 인재의 상과 여성들에게 부과되는 젠더 규범이 충돌합니다. 그러면 정치를 하고 싶은 여성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걸 뚫고 나가기 위해서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모습들을 갖기 위해서 되게 노력을 하거든요. 그러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냐. 그러면 우리의 인재상이라고 해주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남자 같아? 라고 물어봅니다. 자리가 없어요. 사람들이 이 오랜 규범에 대한 생각 속에서 정치를 하는 여성에 대한 어떤 상 자체가 자리 잡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여성들의 정치 진출 자체가 여성들이 과연 내가 자력으로 뚫을 수 있을까라는 어려움을 많이 느끼기도 하고, 실제로 도전한 사람도 이런 종류의 성문화되진 않았지만 법률은 아니지만 유리 천장을 많이 느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박귀빈 : 어떻게 해야 되죠?
◇ 장혜영 : 거기에는 공인된 처방이 있죠. ‘여성할당제’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 박귀빈 : 제가 그걸 여쭤보려고 했는데, ‘젠더쿼터제’, ‘여성할당제’에 자주 거론이 되고 실질적으로 숫자적으로 이걸 강제성을 두자는 거죠. 아무래도 지금의 짜여진 체계 속에서는 의식이 바뀌고 여러 가지가 바뀔 때 기다리려면 너무 시간이 걸리니까, 아예 강제적으로 숫자를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데, 젠더쿼터제, 여성할당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 장혜영 : 너무너무 필요하고 더 강화돼야 된다고 하는 입장이고, 젠더쿼터제가 특이한 제도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150개가 넘는 나라들이 다 젠더쿼터제를 두고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제도입니다.
◆ 박귀빈 : 다 전 세계적으로 다 비슷한가 봐요.
◇ 장혜영 : 맞아요.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서 정치권력에서 배제되는 거는 너무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성들에게 교육이나 이런 걸 하기도 하고, 혹은 가산점이나 이런 걸 두기도 하지만, 여전히 실제로 작동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럼 가장 확실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하면 젠더 쿼터를 두는 방법인 거죠. 그래서 그런 방법이 세계적으로 계속 시행되고 있고, 더 강화되고 있는데, 그런데 한국은 굉장히 300개 의원들 중에서 46개를 뺀 나머지는 다 소선거구제, 지역구에서 1등 뽑는 방식으로 되고 여성 할당제가 배정돼 있는 건 이 46개의 비례대표 의석 중에서 반이기 때문에, 그 효과 자체가 한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죠.
◆ 박귀빈 : 그 정도의 숫자가 충분하다고 보세요?
◇ 장혜영 :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요.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여성이잖아요. 그런데 절반의 목소리가 반영되기에는 국회를 채우고 있는 여성 비율은 20%밖에 되지 않고, 기초단체장은 3%, 광역단체장은 0%란 말이에요. 그러면 이렇게 여성과 남성의 삶이 여전히 다른,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차별이 해소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국민들의 경험 절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건 여성이 많고 적고의 문제를 떠나서 국민들의 경험이 제대로 정치에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젠더 쿼터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 박귀빈 : 선생님이 국회에 계실 때 생활동반자법을 발의를 하면서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생활동반자법 간략히 설명 부탁드려요.
◇ 장혜영 : 아주 쉽게 설명드리면 결혼이랑 비슷한 건데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혼이잖아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걸 봐도. 결국엔 사돈이 생기는 건데, 생활동반자법이라는 건 생활동반자 관계라는 건 결혼이랑 비슷한 거지만 개인이랑 개인이 생활동반자가 되기로 해라고 약속을 하면 개인들 사이에서만 결혼이 주는 거랑 비슷한 서로의 생계를 책임지고, 돌볼 수 있는 법적인 가족 관계를 규정하는 법입니다.
◆ 박귀빈 :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고, 결혼과 비슷하다 설명을 하시니 자칫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은 어떤 개인들일 수 있습니까?
◇ 장혜영 : 모든 성인들이죠. 여기는 성별에 대한 제한도 없고, 연령에 대한 제한도 없고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성인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두 사람이 서로를 생활동반자로 지정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 박귀빈 : 서로 선택한 사람과 한마디로 가족이 되는 거죠?
◇ 장혜영 : 그렇죠. 그게 친구 가족일 수도 있고, 이웃 가족일 수도 있고,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선택한 한 사람과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 박귀빈 : 그렇게 생활동반자법이 실시가 돼서 가족 형태가 인정이 된다면 어떤 점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 장혜영 : 사실 시급한 게 사회가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잖아요. 그래서 1인 가구 하면 약간 트렌디한 느낌이 드니까, 청년들이 제일 많을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2023년까진 그랬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70대 이후에 고령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분들은 가족이 없었던 게 아니라 있었지만 잃어버리게 된 분들인 거죠. 하지만 우리가 연약해지고 나이를 먹고 고령화되면 돌봄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가 되는데, 혼자서 고립되어 있는 노령 1인 가구에게는 그런 돌봄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누군가가 너무 절실한 거죠. 모든 분들이 다 혼자 산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게 친구가 됐든, 이웃가 됐든 같이 살기는 하는데, 사회가 법적인 가족이기 때문에 허용할 수 있는 돌봄의 권리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수술 동의, 장사를 지낼 수 있는 권리 이런 것들은 법적 가족이 아니면 그 판단을 할 수 없게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 안전장치가 역설적으로 1인 고령 가구들에게는 허들이 되는 거죠.
◆ 박귀빈 : 법적인 보호자가 될 수 없고 실제 함께 하지만 보호자의 권리 역할을 해 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장례를 지낼 때 가족이 없는 채로 무연고가 돼 버리는 상황이 돼 버리는 거예요.
◇ 장혜영 : 맞아요. 이미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돌봄 정책으로서의 생활동반자법이라고 하는 것을 국회가 시급하게 다뤄야 되는 시점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박귀빈 : 실질적으로 이들이 가족과 비슷한 형태로 정서적이든, 실질적으로 현실적이든 살고 있다면 그들을 생활동반자법 안에 법적으로 인정해 주자. 그 가족의 형태를. 그래서 가족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해주자. 이 말씀이시군요. 이거에 대한 여론이라든가 다른 분들의 의견들은 어떠세요?
◇ 장혜영 : 이런 시점들에 특히나 노인 돌봄을 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하시고요. 이 법이 성별이나 이런 제한을 두지 않다 보니까,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얘기되어 왔었던 그런 동성 부부를 사실상 결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 아니냐.
◆ 박귀빈 : 그렇게 한정해서 생각을 하시는 군요.
◇ 장혜영 :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런 문제 때문에 생활동반자법을 지체하기에는 이미 우리 사회의 현재의 결혼 아니면 입양 아니면 출산이라고 하는 경직된 법적 제도가 보호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안한 삶이 너무 많다 말씀드리고 싶네요.
◆ 박귀빈 : 앞으로 더 나은 여성 정치를 위해서 그리고 여성 앞에 주어지는 높은 벽을 뚫어내기 위해서 선생님의 역할도 굉장히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만의 무기 뭐라고 보세요?
◇ 장혜영 : 일단 먼저 시작해 본 사람이라는 거 말고 아주 특별한 무기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민주주의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어떤 한 사람이 아주 잘 나서 할 수 있다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하는 것인처럼 여성 정치가 여전히 척박하지만, 저도 먼저 여성 정치인으로서 무언가를 시작해 본 사람으로서 다음에 올 수 있는 다른 여성 정치인들이 더 활약할 수 있도록 토대를 잘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귀빈 : 제2, 제3의 장혜영을 꿈꾸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여성 후배들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오늘 수업 마무리를 해야 되거든요. 핵심 포인트 한 줄로 정리 부탁드려요.
◇ 장혜영 : 한 줄로 정리를 한다면 사람들이 흔히 성평등은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성평등은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 박귀빈 : 네, 지금까지 <시민학교> ‘K-여성정치’ 네 번째 선생님이셨습니다. 장혜영 전 의원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장혜영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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