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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13:00~13:35^
제작진기획 : 김우성 장정우 / 연출 : 김세령 / 진행 : AI챗봇 “에어”/ 인간보조출연 : 김우성 외.
"바닥에 똥 싸던 애가 어쩌다" 하루 아침에 성숙해진 소년?
2026-03-27 16:10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3월 27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 김우성 PD
□ 출연 :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사랑해 주시는 시간입니다. 최민석 작가와 함께 명작을 만나보는 <벽돌 책 부수기> 시간인데요. 책의 두께가 문제가 아니라 알고는 있지만, 왠지 마음의 벽이 있었던 분들 그 벽을 부숴 드리는 시간입니다. 오늘 이 작품, 제목만으로도 유명하지만 저는 노래 가사가 하나 떠오르네요. ‘모모는 철부지’ 이 노래의 배경이 된 책이죠 <자기 앞의 생> 읽어볼 거고요. 오늘 최민석 작가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작가 (이하 최민석) : 네 안녕하세요. 독서 셰르파 최민석입니다.

◇ 김우성 : 오늘 작품이 <자기 앞의 생> ‘이거 들어는 봤어’ 하실 분들이 많습니다. 유명하고요. 작가 이름이 에밀 아자르. 에밀 아자르 아닌 걸로 봤던 분들도 있을 것 같고. 그렇습니다.

◆ 최민석 : 네. 사실 에밀 아자르는, 프랑스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작가 로맹가리의 필명입니다.

◇ 김우성 : 로맹가리?

◆ 최민석 : 하늘의 뿌리라는 작품으로, 이미 프랑스 문단의 스타 작가가 된 바 있는 사람이고요. 또 굉장히 유명한 배우죠. 진 세버그. 그러니까 진 세버그는 우리가 보통 ‘누벨바그 영화의 효시이다’ 이렇게 꼽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입니다. 장폴 벨몽드와 함께 같이 나왔던 여배우 진 세버그와, 또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쓴 로맹가리가 결혼을 했어요.

◇ 김우성 : 세기의 스타들끼리의 결혼이네요.

◆ 최민석 : 네. 그리고 로맹가리는 감독도 했습니다. 자신의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유명하죠? 이 작품을 가지고 자기가 직접 메가폰까지 잡아서 연출을 한 상당히 유명한 작가였죠.

◇ 김우성 : 예. 근데 그럼 로맹가리만으로도 유명하잖아요? 이미 명성도 있고, 이를테면 당대의 문화·예술계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한 스토리와 인맥도 있는데, 왜 갑자기 에밀 아자르가 된 겁니까? 그리고 이렇게 이름으로 쓴 <자기 앞의 생> 궁금합니다.

◆ 최민석 : 좀 사연이 있어요. 시간이 흘러흘러 때가 1975년입니다. 이 로맹가리가 유명세를 떨친 건 1950년대 중반이에요. 그러니까 한 20년이 흐른 거죠. 20년 정도 흐르면서 세상이 로맹가리의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로맹가리가 세상에서 잊혀졌을 만할 때쯤에, 오로지 나의 이름을 내려놓고 작품만으로 ‘새로운 승부를 한번 걸어보자’ 이런 마음으로 오늘의 작품인 <자기 앞의 생>을 쓰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거를 본명이 아닌 진짜 작품만으로 평가를 받기 위해서,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되는 거죠.

◇ 김우성 : 네. 이렇게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자기 앞의 생>이 너무 평가를 잘 받은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자기 앞의 생>이 세계 3대 문학상이죠. 공쿠르상을 받게 된 겁니다. 근데 이 상은 사실은 명예 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상금은 지금으로 옛날에 프랑이었지만, 지금은 사실 딸랑 10유로입니다. 정말 얼마 안 돼요. 그리고 시상식도 거기 매년 하는 전통이 있는 레스토랑이 있어요. 거기서 그 시상식을 하는데.

◇ 김우성 : 오로지 명예군요?

◆ 최민석 : 네. 근데 실질적인 혜택이 엄청나요. 이게 수상작으로 선정이 되면,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그래서 사실은 경제적인 이익은 상금 10유로가 아니라 진짜 책이 많이 팔리면서 실질적으로 얻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왜 상을 받은 건데 문제가 터졌다라고 표현을 했냐면, 이 공쿠르상이라는 거는 한 작가한테 평생 한 번만 주게끔 되어 있습니다.

◇ 김우성 : 한 작가가 두 번 받는 경우는 없는 상이군요? 근데 그러면 이미 한 번 받은 건가요?

◆ 최민석 : 그렇죠. 아까 제가 로맹가리가 하늘의 뿌리라는 작품으로 스타가 됐다고 했잖아요. 그때 1956년에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받은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에밀 아자르라는 거를 더욱 밝히면 안 되는 상황에 몰렸던 거죠. 그래서 로맹가리가 쓴 꼼수라고 해야 되나요? 어떤 방법을 택했냐면, 자기의 오촌 조카. 좀 멀죠?  아무튼 오가다가 눈에 보였나 봐요. 오촌 조카 폴 파블로비치 라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를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쓴 사람이다’ 이러면서 이 친구를 내세운 거죠. 그래서 폴 파블로비치가 “내가 에밀 아자르다” 그러면서 상을 받은 거죠. 그래서 이 조카는 상도 받고, 인터뷰도 하면서 잘 나가게 됐는데, 문제가 또 생겨요. 나중에 로맹가리가 작품을 쓰니까 평단에서 ‘로맹가리가 오촌 조카의 작품을 베껴서 쓴다’, ‘오촌 작가의 문체에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평가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로맹가리는 사실은 다 자기가 쓴 건데, 이 억울함을 안고 그냥 끝까지 살다가 죽을 때까지 진짜 평생 비밀을 지킨 거죠. 죽을 때의 유서로 “내가 에밀 아자르였다”라고 밝히게 됩니다.

◇ 김우성 : 결국은 이 자체도 너무 소설 같습니다. 죽을 때 밝혔으니까요, 문단과 세상은 또 한 번 놀랐을 겁니다. 우리나라의 <자기 앞의 생> 번역된 옛날 책들을 보면 이 사건을 이렇게  광고 문구로 표지에 쓴 것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 최민석 : 그리고 아까 생각난다고 하신 노래 있잖아요? ‘모모는 우울하게~’ 그게 그 가수가, 이 <자기 앞의 생>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쓴 곡입니다. 알고 계시는군요?

◇ 김우성 : 그럼요. 이 김만준인가요? 조선대 다니는 이 가수가 70년대 책 표지에 쓰여진 문구가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꿈을 쫓아가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저도 이거 어릴 때인데, 노래가 기억이 나네요.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방금 소개한 것만으로도 이분의 삶이 예사롭지 않은데, 읽어본 분도 많이 계시고 영화로도 나와 있습니다. 굉장히 감동적인데, 이분의 개인적 경험이 들어가 있다 라고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소개 좀 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 최민석 : 이민자의 삶과 좀 연관이 있는데요. 일단 로맹가리는 현재는 러시아가 된 리투아니아 출신입니다. 그 리투아니아 땅의 일부가 러시아로 들어갔는데, 그쪽 지방 출신인 거죠. 그런데 여기서 유대인으로 태어났어요. 게다가 1914년생이니까, 당시에 유대인들이 많은 차별을 겪었잖아요? 그걸 우리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인종 차별을 피해서 프랑스까지 엄마랑 같이 이민을 왔는데, 엄마가 로맹가리한테 늘 강조를 했대요. “얘, 성공하려면 프랑스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민자가 한 국가의 시민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군인이 되는 거잖아요?

◇ 김우성 : 어, 이거 소개해 주신 여러 작품들에서도 그랬어요. ‘성공하려면 사제, 아니면 군인.’ <적과 흑>에서도 나왔었고.

◆ 최민석 : 프랑스에서는 특히 그렇죠. 그래서 프랑스 공군이 됩니다. 심지어 되기 어렵다는 파일럿이 됩니다. 그래서 2차 대전에 참전도 하고, 정말 유명한 사람들만 받았다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 이것도 받으면서 완벽한 프랑스인이 돼요. 심지어 프랑스의 외교관도 됩니다. 그러니까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랑스인 중에, 프랑스인이 된 거죠. 게다가 소설가로서 공쿠르상도 받고, 완전히 주류 프랑스인이 된 거예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맹가리의 가슴 속에는 언제나 가난하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남아 있었습니다.

◇ 김우성 : 슬픔의 출발점. 물론 지금은 빛나는 너무나 잘 나가는 멋진 사람이지만,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어린 시절에 슬픔의 출발선에 로맹가리가 서 있었습니다.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쓴 <자기 앞의 생> 최민석 작가가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 그래서 작품을 보면요. 비주류인이 등장합니다. 적과 흑도 좀 떠올라요. 비곗덩어리도 떠오르는데. 소설 속에 등장 인물들 어떻습니까?

◆ 최민석 : 아시는 프랑스 소설 다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 김우성 : 최민석 작가님 덕분에, 이 프로그램 덕분에 알았어요. 주변에도 많이들 그래서 알게 됐다라고 말씀 드렸고요.

◆ 최민석 : 아 제가 농담한 건데 잘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고요. 아무튼 이렇게 이제 로맹가리가 프랑스 사회의 비주류인들을 작품에 많이 등장을 시키는데, 그런 트렌드의 정점이 오늘 작품인 <자기 앞의 생>입니다.

◇ 김우성 : 여러분 기대하십시오. 오늘 정점입니다. 어떤 사람들입니까?

◆ 최민석 : 이 작품에는 세네갈, 카메룬. 프랑스가 북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많이 삼았다 보니까, 이런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도 많이 나오고, 베트남 출신 이민자도 있습니다. 베트남도 한때 식민지로 삼았으니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이 유태인이었잖아요? 유태인인 로자 아주머니가 나옵니다. 로자 아주머니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렇게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모모도 아랍 출신입니다. 이렇게 비주류 이민자들을 작품 전면에 내세워서, 이들 간에 사랑의 정서를 조명하죠. 굉장히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김우성 : 네. 여러분, 듣다 보면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도 떠오를 겁니다. 사랑은 당연한 것에는 없고요. 당연하지 않을 것 같은 것에서 비춰질 때 우리가 감동하는데, 오늘 바로 그런 ‘휴머니즘’ 작품입니다. 줄거리로 들어가 볼게요. 줄거리가 어떻게 시작됩니까?

◆ 최민석 : 네. 소설의 배경은 파리 빈민가의 어느 모퉁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낡은 아파트 7층에 10살짜리 꼬마인 모모가 살고 있습니다.

◇ 김우성 : 네. 이 모모, 철부지. 주인공이죠?

◆ 최민석 : 네.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모모가 서술하는 1인칭 화자의 소설이거든요? 그래서 10살의 시선으로 사건과 세상을 바라봅니다.

◇ 김우성 : 대충 설명을 해줬지만 모모가 보는 세상,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최민석 : 네. 일단 그가 처한 환경부터 한번 보죠. 잠깐 말씀드렸지만, 모모가 사는 이 파리 빈민가의 아파트 7층짜리에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굉장히 낡았습니다. 게다가 이 아파트의 모모는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 김우성 :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다’ 이 설정부터가 좀 의아합니다.

◆ 최민석 : 네. 그리고 이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가 아닌, 엄마 격인 로자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 김우성 : 작품을 모르시는 분들은 여기서 로자 아주머니가 악역인지, 선역인지 긴장하시게 될 텐데, 로자 아주머니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요?

◆ 최민석 : 소설은 로자 아주머니에 대해서 소개를 합니다. 사실 아주머니라고 부르지만, 거의 할머니와 같은 그 정도의 나이입니다. 그런데 호칭을 그냥 아주머니라고 소설 내에서 하는 거죠.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매춘부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을 대신 돌보는 일을 하게 됐죠.

◇ 김우성 : 예. 어떤 아이들이어서, 이렇게 돌보는 건가요?

◆ 최민석 : 모두 매춘부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원래는 보육비를 아주머니한테 보내고, 아이들을 맡기기로 했죠. 그리고 쉬는 날이면 아이들을 보러 오기로 했죠. 하지만 아이를 보러 오는 부모도 있었지만, 안 오는 부모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약속한 보육비조차 보내지 않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 김우성 : 본인이 매춘부였었는데요. 매춘부의 아이들을 맡깁니다.

◆ 최민석 : 의도치 않게 생긴 아이들을 로자 아주머니가 다 거둬들이고 있었던 거죠.

◇ 김우성 : 그 ‘앞뒤 전후를 아줌마는 다 알고 있을 것 같아’ 라는 상상이 되죠? 이 소개만 들어도 그런데, 사정이 그렇다 보니 보육비도 안 내고 오지도 않는데, 로자 아주머니 돈이 많나요?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요. 애들 먹이고 재우는 게 보통이 아니거든요. 갑자기 제가 너무 감정 이입이 되네요.

◆ 최민석 : 그렇죠. 로자 아주머니는 그래서 생활이 굉장히 어렵죠. 그런데 로자 아주머니는 일단은 아이들을 맡은 이상, 부모들한테 연락이 끊기거나, 또 돈이 끊겼다고 해서 이 애들을 모른 척할 수 없게 됩니다.

◇ 김우성 : 괜찮은 분이네요.

◆ 최민석 : 겉으로는 자기 신세 한탄을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맡은 아이들은 책임감을 갖고 보살폈죠.

◇ 김우성 : 그랬군요. 이 정도 되면 나쁜 분 아닙니다. 흔한 슬픈 동화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면 어쨌든 애들이 그걸 알면, 말 잘 듣고, 로자 아주머니한테 좀 협조해야 될 텐데, 그러지 않을 것 같아요. 철없는 애들이 말썽도 피우고, 정말 속썩일 것 같은데요?

◆ 최민석 : 그렇죠. 이런 아이들이 꽤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말썽을 많이 부리는 아이는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모모’입니다. 모모의 경우에는 엄마 아빠의 소식은 물론, 보육비도 옛날부터 다 끊겼어요.

◇ 김우성 : 정말 그냥 고아 같은 상황이네요.

◆ 최민석 : 네. 게다가 나, 즉 ‘모모’는 10살이라고 했잖아요? 여기 있는 아이들 중에 나이가 제일 많습니다.

◇ 김우성 : 더 신경 쓰이겠네요.

◆ 최민석 : 근데 상대적으로 10살이니까, 아주머니가 좀 신경을 잘 안 쓰게 된 거죠. 알아서 할 수 있게 되니까.

◇ 김우성 : 그러면 모모 입장에서는 저도 사실은 많은 아이들을 먹이고, 키우고, 입히는데 10살 정도면 얘들이 관심 받으려고 막 시끄러워요. 와서 다 보여주고, 모모도 그럴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모모가 아주머니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뭘 하냐면, 아주 몹쓸 짓을 하는데, 곳곳에다가 대변을 봐요.

◇ 김우성 : 아니 10살이 왜 그러냐. 모모, 부끄러워요. 10살짜리가 똥을 싸다니?

◆ 최민석 : 그러다가 진창 혼이 나죠. 그러니까 그만큼 아주머니의 사랑이 고팠기 때문에, 막 나쁜 짓을 골라서 하는 겁니다. 아이들이 쓰면 안 되는 거친 말도 일부러 위약적으로 쓰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나’는 일부러 아주머니를 괴롭혔습니다.

◇ 김우성 : 일부러.. 좀 마음이 아프네요.

◆ 최민석 :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아주머니를 찾아오죠.

◇ 김우성 : 10살 아이가요. 산전수전 다 겪은 로자 아주머니 관심 받으려고 똥까지 싸는데, 어쨌든 어떤 남자가 찾아옵니다. 여기서 또 뭔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무슨 일입니까?

◆ 최민석 : 그러면서 이제 소설이 분위기가 확 변하는데요. 이 남자는 아들을 찾으러 왔어요. 아주머니는 그 남자가 찾는 아들이 바로 모모라는 것을 알았지만, 모른 척합니다. 그런 애는 없다고 하죠. 그리고 또 모모도 로자 아주머니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을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 김우성 : 이심전심이네요.

◆ 최민석 : 네. 하지만 이 일로 모모는 심정에 큰 변화를 겪게 되죠.

◇ 김우성 : 로자 아주머니가 ‘사실 날 보호하고 싶었구나’ 이것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아요. 왜 이렇게 큰 변화를 겪었죠?

◆ 최민석 : 로자 아주머니는 이 남자가 ‘애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거다’ 라는 걸 직감을 했어요.

◇ 김우성 : 이상한 사람이구나?

◆ 최민석 : 네. 아무튼 못 믿겠는 거죠. ‘차라리 내가 얘를 키우겠다’ 이때까지 한 번도 안 해 놓고. 아무튼 근데 모모가 어떤 심정의 변화를 겪게 됐냐면, 그 남자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까 자기 진짜 나이를 알게 된 거예요. 이때까지 10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모모가 14살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갑자기 4살이나 나이를 먹어버린 모모는 진짜 갑자기 어른이 돼버린 기분을 느낍니다.

◇ 김우성 : 이것도 참 충격입니다. 10살로 알던 아이가 “너 사실 14살이야” 14살이 똥을.. 어떡합니까? 아무튼 모모가 갑자기 성숙해진 것 같아요.

◆ 최민석 : 네. 자신의 실제 나이를 인식하자 모모는 정말로 갑자기 성숙해집니다. 그리고 독자는 이제야 모모가 그동안 왜 그토록 조숙했는지 이해하게 되죠. 그리고 어느 날, 모모는 친구인 하밀 할아버지를 찾아갑니다.

◇ 김우성 : 친구가 있네요? 하밀 할아버지. 이름이 조금 모모의 고향 같기도 하고요. 어떤 분입니까?

◆ 최민석 : 네. 그쪽, 아랍 계통 할아버지입니다. 이 하밀 할아버지는 양탄자를 파는 사람이었는데, <레미제라블>을 쓴 작가 있죠? 소설가 빅토르 위고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의 책을 늘 소중히 아껴서 간직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너무 들어서 가끔씩 그 책을 코란과 헷갈려 했습니다.

◇ 김우성 : 역시 아랍에서 온 분이군요. 코란 항상 갖고 다니시니까.

◆ 최민석 : 이 빅토르 위고처럼 책 두껍게 쓰면 이렇게 되는 거죠.

◇ 김우성 : 네. 그러면 할아버지도 기억력이나 기력, 정신. 이런 것들이 좀 예전만 못한 나이 많이 드신 분 같은데.

◆ 최민석 : 네. 그래서 이 소설에는 이렇게 무언가를 상실하고, 상실 당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 김우성 : 지금까지 등장 부분만 얘기해 주셔도 그래요.

◆ 최민석 : 네. 일단 아주머니 집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전부 다 떨어져 있고, 로자 아주머니도 사실은 아주머니라고 부를 뿐이지, 할머니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래서 자기의 삶이 끝나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소설 제목이 <자기 앞의 생>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앞의, 괄호 치고 남겨진, 괄호 닫고 생인 거죠. 남겨진 생이 얼마 안 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소설은, 애초부터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이 계속 상실당하는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독자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죠.

◇ 김우성 : 예. 지금까지 들은 얘기만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래도 이들이 뭔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버틴다, 뭐 이렇게 표현해야 될까요? 이들이 가진 것도 얘기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걸 말씀드리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하밀 할아버지는 언제나 뭐가 어떤 질문을 하든 간에 진솔하게 답을 해 줬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모모는 할아버지한테 한번 물어봐요.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머뭇거리다가 답을 해 줍니다. “어.. 그렇단다”

◇ 김우성 : “사랑 없이 살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무심하게 “아 그래” 라고 한 게 아니라, 머뭇거리다 답을 했습니다. “그렇단다” 좀 슬퍼요.

◆ 최민석 : 네. 그래서 대답을 들은 모모는 어쩐 일인지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모모에게는 어느새 큰 걱정거리가 하나 자리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 걱정거리요? 뭐죠?

◆ 최민석 : 그건 바로 로자 아주머니의 건강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겁니다. 나이가 든 로자 아주머니에게 7층까지 걸어서 오르내리는 일은 갈수록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에게는 좋은 이웃이 있었죠.

◇ 김우성 : 모모에게 로자 아주머니가 사랑인데, ‘그분이 없어져도 내가 살 수 있을까?’

◆ 최민석 : 그 질문이었던 거죠.

◇ 김우성 : 그렇죠. 네. 이제 이해가 되네요.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근데도 좋은 이웃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어떤 이웃들입니까? 

◆ 최민석 :그 이웃 중에 한 명인 자움 씨네 맏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인데, 심장이 안 좋아요. 근데 이 자움 씨네 맏형, 그리고 심장이 안 좋은 카츠 선생님이 아주머니를 업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7층까지.

◇ 김우성 : 너무 뭐랄까 배려심이 좋은 분들이네요.

◆ 최민석 : 그리고 또 여기에는 여장 남자인 롤랑이라는 아주머니가 나오는데, 이 롤랑 아주머니는 자신도 돈이 별로 없지만, 그 얼마 없는 돈을 쪼개서 생활비를 나눠줍니다. 그리고 청소부로 일하는 왈룸바 씨는 자기 고향의 의식을 치러주면서, 아프리카 사람들..

◇ 김우성 : 풀로 막 머리에다가 연기 뿌리고..

◆ 최민석 : 스스로 의식 같은 거 하잖아요? 그걸 치러주면서 로자 아주머니의 병이 낫기를 빌어줬죠.

◇ 김우성 : 어려운 상황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 매번 상실만 당하는 것 같은 사람들인데요. 뭐가 가졌는지 여러분은 지금 어렴풋이 느껴지나요?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최민석 작가님의 설명을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그렇게 아픈 마음을 좀 어루만져주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있었네요?

◆ 최민석 : 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자 아주머니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만 갑니다. 자주 정신을 잃어버렸고, 심지어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게 됐죠.

◇ 김우성 : 이게 지금 연세가 많은 부모님들이 있는 청취자 분들은 좀 마음이 여기서 같이 흔들리실 것 같아요. 사실 모모가 10살인 줄 알았지만, 14살짜리 모모가 여기저기 똥도 막 싸놓고 하는데, 이게 스스로 뭔가 ‘누가 안 챙겨주면 나 혼자서 아무것도 못해’ 이거의 대명사가  대소변 가려주는 건데, 이게 마지막에 겹치는 것 같아요. 로자 아주머니의 사정과 좀 의미심장하네요.

◆ 최민석 : 그렇죠. 대비를 이루는 거죠. 그래서 모모가 관심을 끌기 위해서 소위 말하는 그 ‘애기 짓’을 했는데, 이제는 모모가 10살에서 14살로 부쩍 성장한 걸 넘어서, 사실상 아주머니의 보호자까지 돼야 했던 거죠. 게다가 아주머니가 처한 상황도 가슴 아프고요.

◇ 김우성 : 유일하게 의지하는데요. 갑자기 ‘애기 짓’을 하다가 확, 보호자가 된 모모. 그 마음이 느껴지시는 분들도 있을까요? 아주머니는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아주 안 좋아지실 것 같은데, 어떻게 되어 가시는 겁니까?

◆ 최민석 : 의사인 카츠 선생님은 로자 아주머니를 “이제 그만 병원에 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식물같이 살면서 삶을 연명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모모는 그런 로자 아주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결심을 하죠.

◇ 김우성 : 요즘에서야 우리는 ‘연명의료 거부’ 이런 것들도 있는데, 이분도 병원에서 ‘그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아’ 이게 있으신 분이에요. 모모는 아주머니의 결정을 이해한다고요? 성숙 정도가 아니라 뛰어나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소설에서 모모는 더 이상 어려 보이지 않습니다. 모모는 부쩍 커버려서, 세상의 모든 슬픔과 고통을 다 이해하는 성숙한 어른처럼 보이죠.

◇ 김우성 : 모모가 아주머니에게 어떻게 해 드립니까?

◆ 최민석 : 아주머니의 결정을 존중했기 때문에, 모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끝까지 로자 아주머니의 곁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치 시절에 유대인 학살을 경험한 로자 아주머니는 오래전부터 지하에 ‘비밀 안식처’를 마련해 뒀습니다. 모모는 아주머니를 그곳으로 옮기고, 숨을 거둘 때까지 곁을 지킵니다. 사랑하는 로자 아주머니를 떠나보낸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한테 했던 예전에 그 질문을 다시 떠올립니다.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그리고 모모는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합니다. ‘그럼에도 사랑해야 한다’ 라고요.

◇ 김우성 : 모모는 철부지가 아니었네요. 마음이 울적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아주머니 옆에 끝까지 있는 것,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모모는 자신을 내어줬고, 자신의 사랑을 아주머니한테 내어주면서 더 어른이 됐네요. ‘그럼에도 사랑해야 한다’ 이거는 하밀 할아버지의 답하고 좀 다른데, 모모의 생각 좀 더 알려주시죠.

◆ 최민석 : 네.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가 죽고, 혼자가 된 채 하밀 할아버지한테 묻습니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이제야 본심을 드러낸 거죠. 질문을 구체화했으니까. 하지만 이때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서 “네 말이 맞아. 나도 젊은 시절엔 누군가를 사랑했어” 이렇게 딴소리를 합니다. 이렇게 소설은 모모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주지 않고,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죠. 그리고 모모는 의지하고 사랑했던 유일한 존재를 잃었습니다. 독자들은 이제 이 아이가 어떻게 살지 걱정이 되죠.

◇ 김우성 : 갑자기 ‘겨우 14살인데..’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 최민석 : 이때 모모는 독백을 합니다. 외로웠던 자신을 사람처럼 위로해 줬고, 그래서 자기가 사랑했고, 사람처럼 이름까지 붙여준 우산 ‘아르튀르’를 보면서 말하죠. “사랑해야 한다”고요. 이걸 보면 이제 독자는 알 수 있는 거죠. ‘모모는 어떻게든 이 세상에 사랑을 품고 살아낼 것’ 이라는 걸요. 결국 이 소설은 이렇게 말한 셈입니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는 없다’고요.

◇ 김우성 : 짧은 시간 안에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쓴 이 <자기 앞의 생>에서 나온 말. 글들 읽어보면 다 이해 못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우산을 보면서 사람처럼 대하고,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모모는 정말 마음이, 생각이, 상상이 넓은 아이였구나 라고 나름의 해석을 합니다.

◆ 최민석 : 참고로요. 우산 얘기 나와서 말인데, 우산 이름이 ‘아르튀르’ 라고 부르는. 근데 이게 그 영화 알서 있잖아요? 아서. ‘아더 왕’ 할 때 그 아서의 불어식 발음입니다. 이게 어원이 곰을 뜻하는 켈트어, 아르토스에서 유래한 거예요. 즉 이거는 ‘힘과 용기’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모모한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존재가 아닐까,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있는 거죠. 이건 그냥 저의 생각입니다.

◇ 김우성 : 앞서 시작하면서도 얘기했지만, <허삼관 매혈기>와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남이고 복잡한 상황인데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걸 찾아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최민석 작가가 뽑아주는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고요?

◆ 최민석 : 네. 저는 이 작품에서 시를 읊어주는 대목이 있는데, 그 대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좀 설명을 드리자면, 로자 아주머니가 아플 때 하일 할아버지가 아주머니한테 병문안을 가고 싶어 해요. 근데 할아버지는 자기도 아파서 잘 못 걸어요. 아주머니 집이 7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할아버지도 7층까지 올라갈 수가 없거든요. 이렇게 가난이 장벽이라는 걸 한번 보여주는데, 이 와중에 할아버지는 아주머니를 위로하기 위해서 시를 적어 주겠다고 해요. 빅토르 위고의 시를요.

◇ 김우성 : 빅토르 위고의 시를 워낙 좋아하니까요.

◆ 최민석 : 예. 근데 여기서 또 안타까운 거는, 할아버지는 눈이 나빠져서 글을 못 씁니다. 게다가 글씨를 모르고요. 결국 어떻게 하냐면, 할아버지가 낭송을 하면 모모가 외워서 전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안타까운 건 뭐냐 하면, 모모가 기억력이 나빠서 이 시를 한꺼번에 외울 수가 없어요.

◇ 김우성 : 설상가상이네요.

◆ 최민석 : 그래서 할아버지가 씨를 한 구절 읊어주면, 그걸 잊기 전에 모모가 잽싸게 달려가서 아주머니한테 말해요.

◇ 김우성 : 아, 모모가 갑자기 방자가 됐네.

◆ 최민석 : 이렇게 7층까지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되는데, 더 안타까운 거는 시를 잊지 않으려고 계단을 너무 급하게 오르다가, 그 와중에 또 모모가 넘어지고 맙니다. 그러면 충격 때문에 시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몇 번을 반복해서 겨우 시 한 편을 전합니다. 이 장면이 저한테는 너무 가슴 아프면서도, 낭만적이더라고요. 가난하고, 아프고, 생이 끝나가는 와중에도 이 시를 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결국은 생을 포기하지 않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처럼 느껴져서, 기억에 굉장히 오래 남았습니다.

◇ 김우성 : 시지포스 신화 얘기도 종종 해 주셨잖아요? 그런 느낌도 떠올라요. 끊임없이 올라가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런 시선도 정말 저희가 작품을 소개하는 이 코너를 통해서 배웁니다.

◆ 최민석 : 시지프 신화를 까뮈가 썼을 때, 까뮈가 후반부에 그렇게 쓰거든요? “이 시지프는 불행했을까? 아니 행복했다. 시지프에게는 왜냐하면, 정상을 올라가야 한다는 자신의 그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있을 때,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 최민석 : 생이 어떻게 보면 고통일 수는 있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있다는 거는 행복인 거죠.

◇ 김우성 : 그래서 사실은 ‘살아 갈’ 이런 말로 앞에 붙게 되잖아요? 살아갈 이유, 살아갈 이 웬수야. 이러면서도 살아가는 가족들 때문에 그런 힘처럼. 제 얘기였습니다. 작품의 매력은 앞서 ‘휴머니즘’ 얘기를 해 주셨지만, 그냥 통상적인 ‘휴머니즘’. 우리 <허삼관 매혈기>도 그렇고, 느껴지는 어떤 전체적 구조와 달리 모모 때문에 굉장히 작품의 인류가 좀 남다를 것 같아요.

◆ 최민석 : 모모가 애 어른이잖아요? 그래서 모모가 통찰력을 갖고 있어요.

◇ 김우성 : 그러니까요. 어떤 통찰력입니까?

◆ 최민석 : 모모가 14살이죠? 그런데 일찍이 어려운 환경에 떨어져서인지, 굉장히 애가 현실적입니다.

◇ 김우성 : 애어른이 돼버렸네요.

◆ 최민석 : 때로는 정말 서늘할 정도로 대단한 현실 감각을 갖고 있는데, 예컨대 자기 같은 하층 계급 아이들은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를 해요. 그런데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 있는데, 그건 바로 경찰이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대목만 봐도  모모는 선택이 불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모모는 경찰이 되거나, 테러리스트가 되는 이 양극단의 선택지 앞에서 줄타기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소설이 성장 소설이면서도, 동시에 당대의 프랑스 사회를 날카롭게 다루고 있어서, 굉장히 아프게 느껴지죠. 그것도 아이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어서, 더 아프고, 더 예리하게 느껴지는 거죠.

◇ 김우성 : 10살, 14살 모모의 시선은 어떨까요? 주변에 있는 또래 아이들의 눈으로 한번 세상을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못 보시죠? 이 작품 만나시면 됩니다. <자기 앞의 생>. 저는 자꾸 자기 앞의 생이 내 생일까, 남의 생일까? 이런 궁금증도 생깁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누가 읽으면 좋을까요?

◆ 최민석 : 일단 로맹가리는 굉장히 독특한 사람이잖아요? 이 로맹가리라는 작가가 궁금하신 분,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고 싶은 분. 혹은 과연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을까?’ 이런 철학적인 고민을 하시는 분. 누구에게든지 이 책은 읽을 만한 책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모두에게 추천 드립니다.

◇ 김우성 : 예.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잖아요? 그 이유로 아까 시지프스 얘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사랑인데요. ‘사랑 없이 살 수 있을까?’, ‘아유, 가족인데 사랑은 아니라, 무슨 원수 같아’ 온갖 생각 드시는 분들. 오늘 최민석 셰르파의 도움으로 만나본 로맹가리 에밀 아자르의 이 작품, <자기 앞의 생> 한번 읽어보시기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도 감사드립니다.

◆ 최민석 : 감사합니다. 네.

◇ 김우성 : 독서 셰르파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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