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26년 3월 13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네. 오늘 메인 토크 시간, <온 마이크> 시간입니다. 매주 금요일이죠?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참 어려웠던 책, 재미있는 책, 의미 있는 책, 봐야지 하는 책. 혼자서는 열기가 어려운데요. 그걸 열게 해주는, 알리바바에 나오는 주문 하나로 책장을 열게 만들어주는 마법 셰르파, 오늘도 최민석 작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안녕하십니까? 여기 나온 덕에 갑자기 마법사가 돼버린 최민석입니다. 셰르파도 됐다가 마법사도 됐다가.
◇ 김우성: 저에게는 100개의 캐릭터를 갖게 하시는 게 목표인데요. 진짜로 그 책을 못 열어봤던 분들이 저희 방송 듣고 열어봤다. 이런 얘기들이 종종 지금 들어오고 있습니다.
◆ 최민석: 너무 감사합니다.
◇ 김우성: 네. 저희 방송 문의하신 분이 있어서, 청취자분이 있어서 남겨드릴게요. 저희 방송은요. YTN 라디오 유튜브 채널 들어오셔서 ‘최민석’ 치셔도 됩니다. YTN 라디오 유튜브 채널 들어오시면 이 프로그램 코너가 올라와 있으니까, 유튜브로 즐기시고요. 또 홈페이지에 오시면 [다시 듣기] 탭에서 언제든지 오디오로 편하게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자, 오늘도 역시 ‘이름은 들어봤는데?’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기 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 다루려고 합니다. 기 드 모파상은 사실 이미 유명한 작가예요. 어떤 분이죠?
◆ 최민석: 네. 19세기 프랑스 사람이고요. 1850년생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북부죠? 노르망디 상륙 작전으로 많이 알려진, 노르망디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에 모파상의 부모님이 별거를 했는데, 일단 프랑스 사람들의 이름에 가운데 ‘드’가 들어간다. 그러면 이 ‘드’가 들어가면 귀족 출신입니다.
◇ 김우성: 아 이거 몰랐던 꿀팁입니다. ‘드’가 들어가면 귀족?
◆ 최민석: ‘드’가 영어로는 ‘오브’의 역할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가문의 누구’ 이렇게 내세운다는 거는 자기 가문이 이름 좀 있는 가문이다. 그래서 기 드 모파상이잖아요? 그래서 ‘드’가 들어갔으니까 좀 살았다는 거죠.
◇ 김우성: 좀 부유한, 저희가 여태까지 만났던 작가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뭔가 고난이 있을 것 같은데.
◆ 최민석: 참고로 발자크는 오노레 ‘드’ 발자크예요. 근데 원래는 ‘드’가 없어요. 발자크는 허영심이 심해서, 자기가 ‘드’를 집어넣은 겁니다.
◇ 김우성: 지금으로 치면은 뭔가 이름에 근사한 걸 본인이 넣었다? 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 최민석: 아무튼 모파상 얘기로 돌아와서, 좀 살았다고 했잖아요? 근데 모계 쪽. 엄마 쪽이 좀 잘 산 편입니다. 그래서 모파상은 부모님이 헤어진 다음에 엄마를 따라가서 살죠. 그리고 엄마 집 안에 노르망디 해안의 ‘에트르타’라는 굉장히 조용한 휴양 도시가 있는데, 여기에 엄마의 별장이 있었대요. 그래서 여기서 유년기를 보냅니다. 그러면서 이때 노르망디 해안의 자연,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습성. 이런 것들을 파악하게 되는데, 겪고 느끼게 되죠. 근데 모파상이 겪은 노르망디 사람들은 굉장히 이문에 밝은 사람들이었어요.
◇ 김우성: 뭐가 돈이 되나? 이게 나한테 유리한가를 잘 따지는 분들?
◆ 최민석: 약간 네덜란드 사람들 같은 면이 있다고 느낀 거죠. 그래서 모파상은 노르망디 사람들을 소설에 종종 등장을 시키는데, 그때 굉장히 좀 ‘이재에 밝은 사람들’, ‘돈을 밝히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 묘사를 하죠. 왜냐하면 모파상이 굉장히 냉소적인 사람이거든요.
◇ 김우성: 좀 가감 없이, ‘어차피 돈을 원하는군?’ 뭐 이런 마음인 것 같기도 하고요. 유명한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에펠탑에서의 식사’ 어떤 내용입니까?
◆ 최민석: 지금은 에펠탑이 명백한 파리의 명물이지만, 지을 당시에는 파리 사람들의 예술적인 심미안으로 봤을 때, 그게 고철 덩어리인 거예요.
◇ 김우성: 맞아요. 기억납니다. 그런 논쟁 많았죠. “저걸 어떻게 파리에” 이랬죠?
◆ 최민석: 그러니까 아름다운 다른 건물들이 많은데, 어떻게 그냥 쇠가 다 노출된, 저런 고철 덩어리를 우리 도시의 상징으로 세울 수 있냐? 그래서 굉장히 유명한 예술가들과 사회 저명 인사들이 반대 운동을 벌입니다. “에펠탑 세우지 마라”. 근데 그 반대 운동의 선두에 선 사람이 바로 모파상이에요. 그런데 에펠탑이 다 서고 난 다음에 모파상이, 종종 그 에펠탑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거예요.
◇ 김우성: 이상한 사람이네. 에펠탑 반대인데 왜 거기 가서 밥을 먹어요?
◆ 최민석: 그래서 사람들이 “왜 당신은 여기서 식사를 하냐” 그러니까 모파상이 말하기를, “이 식당이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안 보이는 식당이니까” 그렇게 답을 했다는 겁니다. 근데 이건 정확하지는 않은데, 이런 설이 돌고 있습니다.
◇ 김우성: 어떻게 보면 모파상의 팬들이 만든 얘기인가 싶기도 할 텐데요. 북한이 싫어서 북한 안에 들어가 있는 거랑 똑같잖아요? 어쨌든 정말 특이합니다. ‘스트레스 받기 싫다’ 이런 거고, 약간 시니컬하다 라는 게 좀 느껴지는 것 같아요.
◆ 최민석: 네 그렇죠. 굉장히 시니컬한 사람이고, 그래서 소설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기가 유년 시절에 겪은 노르망디 사람들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으로 쓰죠. 이 얘기를 제가 왜 했냐면, 오늘 소설에도 이런 식으로 노르망디 사람을 묘사를 합니다.
◇ 김우성: 자, 오늘 기 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라는 작품입니다. 아주 유명한 작품이고요. 모파상은 단편 소설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돈만 밝히는 ‘이문에만 밝은 사람’을 시니컬하게 묘사하는 것. 오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전제를 좀 말씀드렸고, 일단 작품으로 가기 전에 저희가 항상 이거 좋아하시는 분들이 그 말씀하세요. 작가에 대해서 잘 이해하도록 해 주니까, 작품이 더 잘 이해되더라. 일단 모파상도 얘기를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된 거죠?
◆ 최민석: 모파상의 엄마가 돈이 좀 있는 집안 출신이라고 했잖아요? 이름에 ‘드’가 들어가는 사회적인 유대 관계가 좀 좋았는데, 쉽게 말해서 발이 넓었어요. 그래서 당시에 굉장히 유명한 소설가인 플로베르랑 친했다고 해요. 정확히는 자기 친구의 남동생이 플로베르였대요. ,마담 보바리>를 쓴 귀스타브 플로베르. 그래서 그 플로베르한테 “야. 우리 아들한테 니가 잘하는 글쓰기 좀 가르쳐줘라” 이렇게 부탁을 한 거죠.
◇ 김우성: 역시 있는 집.
◆ 최민석: 이 결론이 그렇게 되나요?
◇ 김우성: 그런데 과외 선생님이 이미 유명한 작가 소설가면 너무 훌륭하잖아요. 축구 좀 배우고 싶은데 선생님으로 손흥민을 고용한 거 잖아요?
◆ 최민석: 그런 거죠. “가르쳐 줘라”. 그래서 모파상이 고등학생 때부터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집에 들락거리면서 문학 지도를 받다가, 당시에는 꽤 많은 작가들이 일단은 좀 똑똑하면 법대를 갔어요.
◇ 김우성: 80년대 한국 같아요.
◆ 최민석: 발자크도 소르본 대학에 법대를 갔습니다. 그래서 모파상도 법대에 일단은 진학을 했는데, 공부를 그만두게 되죠. 전쟁 때문에 그만둡니다. 발자크는 적성에 안 맞아서 그만뒀고, 모파상은 전쟁 때문에 그만두는데, 이 전쟁이 뭐냐? 오늘 소설의 배경이 되는 흔히 우리가 번역해서 말할 때 ‘보불 전쟁’이라고 말하는, 오늘날 독일이 옛날에 ‘프로이센’이었잖아요? 이 프로이센과 프랑스 사이의 전쟁이 발발한 거죠. 그걸 우리는 흔히 ‘보불 전쟁’이라고 하는데, 불은 이제 불란서니까. 그런데 그 전쟁이 발발해서 모파상이 군대를 가게 된 거죠.
◇ 김우성: 그래서 법대를 못 다녔군요?
◆ 최민석: 예. 그리고 제대 후에는 아버지 소개로 해군성에 취직을 해서 지내게 됩니다.
◇ 김우성: 자, 여러분. 이제까지 소개한 작품의 작가들과 조금 달라요. 공부는 잘했는데 집안이 가난하고, 여러 가지 역경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최고의 작가에게 과외도 받고요. 또 말 그대로 모두가 잘 가듯 엄친아처럼 법대를 갔는데, 전쟁이 나서 참전합니다. 그리고 제대하고 아버지의 소개로 또 군 관련돼서 일을 하고, 여기까지 보면 ‘글쎄 작가가 안 되고 있네’ 이럴 것 같은데요?
◆ 최민석: 그렇죠. 근데 일단 플로베르의 제자니까, 제자들끼리 어울린 거죠. 제자들끼리 와인도 마시고, 뭐 야외에도 가고 그랬는데, 그 제자들 중에 한 명이 우리나라 번역 제목으로는 ‘목로주점’ 이것도 원제는 ‘아소무아르’. ‘목로주점’의 작가인,에밀 졸라인데, 에밀 졸라랑 같이 1880년에 소설집을 하나 출판을 해요. ‘매당에서의 저녁’, <레소와드 매당>이라는 작품집을 출판을 하는데, 여기에 수록된 단편 소설 오늘의 작품 <비곗덩어리>가 프랑스 문단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죠.
◇ 김우성: 네. 에밀 졸라도 워낙 유명한 작가고요. <매당의 저녁>이라는 작품집에 수록된 <비곗덩어리>가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오늘의 작품입니다. 이제 작가의 길로 가게 되나요?
◆ 최민석: 네. 그래서 프랑스 문단의 일약 스타로 떠오르면서, 모파상은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죠. 그리고 1890년까지 10년 동안 중단편 소설을 엄청 써요. 300여 편을 씁니다. 그리고 장편 6편, 희곡 5편을 창작하면서 스승인 플로베르, 그리고 동료인 에밀 졸라와 함께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자리매김합니다.
◇ 김우성: 자, 그러면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최민석: 네. 때는 1870년 보불 전쟁으로 인해서 노르망디의 수도인 루앙이 프로이센 군에게 점령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정든 고향인 루앙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그리고 소설은 역시 루앙을 떠나는 한 마차를 소개하는데, 여기에는 총 10명의 사람이 다 있습니다.
◇ 김우성: 아, 이제 좀 ‘피난을 떠나는 마차에 타고 있는 10명’. 이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입니까?
◆ 최민석: 일단 포도주 도매업자인 루아조 부부가 타 있는데요. 이 부부, 특히 남편인 루아조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모파상 특유의 냉소로 ‘그가 전형적인 돈만 밝히는 노르망디 사람이다’ 이렇게 묘사를 하죠. 이게 모파상의 평소에 갖고 있던 뭐랄까? 경험, 혹은 편견이 시니컬함이 작용되는 표현되는 것이죠. 그리고 방직 공장을 운영하는 까레라마동 부부가 있습니다.
◇ 김우성: ‘도매업자’, ‘공장 운영’ 일단 좀 잘 사는 사람들 같아요?
◆ 최민석: 네. 뿐만 아니라 귀족인 브레빌 백작 부부, 그리고 민주파인 공화주의자 꼬르누데, 그리고 2명의 수녀가 타 있습니다.
◇ 김우성: 당시면은 수녀여도 종교인이기 때문에, 좀 사회적 존중을 많이 받는 분들 같습니다. 전부 부르주아, 귀족, 정치적 계급이 높은 분들, 종교적 계급이 높은 분들. 이런 분들의 ‘피난 마차’ 같아요.
◆ 최민석: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차에 탄 오늘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 김우성: 주인공이 있군요? 따로.
◆ 최민석: 그녀는 루앙에서 ‘불드 시프’. 불드 시프가 뭐냐 하면, 불은 공입니다. ‘볼’이에요. 드는 ‘오브’라고 했잖아요? 시프는 지방입니다. 그러니까 지방이 공처럼 둥글게 뭉쳐진 것, 즉 ‘비곗덩어리’라고 불리는 매춘 여성입니다.
◇ 김우성: 이제야 나옵니다. ‘비곗덩어리’ 여러분, 볼, 드, 쉬프.
◆ 최민석: 그녀는 덩치가 좀 있는 편이었고, 얼굴은 밝고 건강해 보였으며, ‘비곗덩어리’라는 별명에서 예상했듯이, 풍만한 인상을 풍기는 여성이었습니다.
◇ 김우성: 자 성매매 여성. 소설적으로는 ‘매춘부’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요. 볼, 드, 시프. ‘드‘가 들어가서 저는 ‘좀 산다’ 이렇게 오해하고 시작할 뻔했습니다. 어쨌든 동승자들과는 확연하게 신분과 계급 차이가 나요.
◆ 최민석: 네. 그 때문인지 마차 안의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죠. 상류층 부부들은 그녀의 직업을 알고는 눈길을 피하거나,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 김우성: 아예 대놓고 무시를 하는 거네요?
◆ 최민석: 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입니다. 그러다 마차는 눈보라 속을 천천히 나아갔고, 점심때가 지나도 어느 마을에도 도착하지 못했죠.
◇ 김우성: 아이고, 차를 오래 탔는데 휴게소에 안 가보신 기억 있으실 겁니다.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다들 배도 고프고, 지치고, 좀 짜증이 났을 텐데요?
◆ 최민석: 그렇습니다. 모두 허기졌고, 추위 때문에 지쳐가죠. 그때 민주주의자인 꼬르니데가 럼주를 가방에서 꺼내 홀짝홀짝 거립니다. 하지만 아직은 분위기가 좀 어색해서, ‘그걸 좀 나눠서 마시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죠. 그때 볼 드 시프가 잠깐 망설입니다.
◇ 김우성: 뭔가를 좀 챙겨와서, 제안하려고 할까요?
◆ 최민석: 그렇습니다. 그녀는 준비성이 굉장히 철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디선가 미리 준비해 둔 굉장히 큰 음식 바구니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바구니 안에는 육질 좋은 고기에, 신선한 과일, 고급 치즈에, 값비싼 와인까지 별의별 것이 다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소설은 볼 드 시프가 비록 사회적 기준으로는 계급이 낮았지만, 굉장히 고급스러운 취향의 소유자라는 걸 보여주죠. 그리고 그녀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점심을 먹자,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도 아무 말을 못합니다.
◇ 김우성: 이게 최민석 작가님이 소개해 주는 작품에서요. 음식 먹는 거 나오면, 유독 작품 속으로 못 들어가고 제가 입안에 침이 막 고입니다. 어쨌든 ‘성매매나 하고 말이야. 계급도 낮고’ 막 무시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나머지 지체 높은 분들, 부자들이 ‘한 입 주세요’, ‘아이고 좀 나눠 먹읍시다’ 이 말 못 했겠네요?
◆ 최민석: 네 그때 볼, 드, 시프가 한 명씩 차례대로 묻습니다. “좀 드시겠어요?”
◇ 김우성: 어머 친절하신 분이네요. 사람들이 그러면 이제 뭐랄까, 무장 해제를 하고 다가가나요?
◆ 최민석: 그래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잠깐 거절하는 듯 예의를 차리려 했으나, 이때 굉장히 직설적이고 약간은 상스럽다고 묘사된, 그 포도주 상인 루아조가 원래 발음이 새랑 똑같거든요. 그래서 ‘새가 모이를 재듯이 잽싸게 받아먹자’. 하나, 둘씩 다른 사람들도 호의를 받아들입니다.
◇ 김우성: 네. 여기 타고 있는 부자 계급, 높은 사람 중에 이 포도주 도매상 루아조는 “그럼 내가 한 점” 이렇게 해서 다 나눠 먹는 상황이 됩니다. 호의를 받아들이는 거죠. 역시 배고픔 앞에 계급이 어디 있습니까? 장사 없죠.
◆ 최민석: 그래서 그녀를 무시하던 사람들은 배고픔 때문에 도덕적인 우월감을 내려놓게 되죠. 그렇게 볼 드 시프는 음식을 건넸고, 모두가 고마워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목적지인 ‘디예프’로 향하고 있었는데, 사실 거기까지는 며칠이 걸립니다.
◇ 김우성: 마차로 가야 되니까요.
◆ 최민석: 그래서 중간 기착지인 ‘토트’라는 지방에 들리게 되죠. 그리고 이 기착지에 들어서자, 프로이센 장교가 지키고 있습니다.
◇ 김우성: 전쟁 중인데, 피난 가고 있는데, 프로이센 장교를 만났습니다. 얼마나 떨릴까요? 통행 검문인 거죠.
◆ 최민석: 그런데 이 10명의 승객들은 원래 출발지인 루앙의 총사령관이 발급한 ‘통행 허가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루앙을 지배하고 있는 프로이센 군인인 총사령관이 ‘허가증’을 준 거죠. 그래서 그 기착지에 있는 프로이센 장교가 좀 “통행증을 보자” 요구를 하니까, ‘허가증’을 주죠. 그런데 그 ‘허가증’을 보는 프로이센 장교의 눈빛이 심상치 않습니다.
◇ 김우성: 아니 서류에 뭐가 쓰여 있길래, 그렇게 쳐다보나요?
◆ 최민석: 거기에는 통행 허가를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옆에는 그 사람의 직업이 적혀 있었던 거죠.
◇ 김우성: 여기까지는 아직 궁금합니다. 돈 많은 사람한테 “당신 뭐 좀 줘” 이러는 건지, 아니면 가장 계급이 낮은 우리 불 드 쉬프에게 볼 일이 있는 건지, 일단 어쨌든 장교가 그걸 눈 여겨 봤네요?
◆ 최민석: 그렇습니다. 아무튼 일행은 ‘토트’ 그 동네의 작은 여관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묻게 됩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하죠.
◇ 김우성: 문제가 생기는군요. 무슨 문제입니까?
◆ 최민석: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여관 주인이 와요. 여관 주인이 이 프로이센 장교의 심부름 때문에 왔다면서, 장교가 잠깐 불 드 쉬프를 보자고 했다는 겁니다.
◇ 김우성: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습니다. 이 장교도 그럼 그 여관에 있었던 거예요?
◆ 최민석: 맞습니다. 장교도 이 여관에 묻고 있어요. 그리고 장교를 만나고 돌아온 볼 드 쉬프는 어이가 없다면서, 씩씩대면서 막 분노를 쏟아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러냐” 이렇게 묻죠. 하지만 그녀는 입에 담기도 싫다면서, 장교가 자신이 원치 않는 요구를 했다면서 화를 내죠.
◇ 김우성: 장교가 어떤 요구를 했다? 대충 상상은 됩니다. 왜냐하면 이름 옆에 직업을 봤으니까요.
◆ 최민석: 그렇죠. 눈치 빠른 루아조도 대충 짐작을 하죠. 그래서 루아조는 그날 밤 잠을 안 자고, 그 여관에 보면 유럽 방은 열쇠 구멍이 있잖아요?
◇ 김우성: 구멍 안으로 보이잖아요.
◆ 최민석: 그 열쇠 구멍으로 복도를 지켜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요.
◇ 김우성: 이게 도대체 무슨.. 참 사람의 심리 묘사의 상황이 딱 드러나네요.
◆ 최민석: 그러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죠.
◇ 김우성: 놀라운 장면이 뭡니까?
◆ 최민석: 복도 끝에 ‘불드쉬프와 민주주의자’라고 알려진 왕당파가 아닌 공화당파 귀족이.
◇ 김우성: 럼주 꺼냈던 분?
◆ 최민석: 꼬르니데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 김우성: 이 두 분이 왜 실랑이를 벌일까요?
◆ 최민석: 모파상이 아주 세속적인 인물로 묘사한 포도주 상인 루아조는, 이 상황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엿보죠.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합니다.
◇ 김우성: 무슨 실랑이일까요? 공화주의자 공화당파와, 불 드 쉬프.
◆ 최민석: 꼬르니데가 불 드 쉬프한테 같이 밤을 보내자고 했는데, 그녀는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 김우성: ‘참 남자들이란’ 이러겠어요. 들으시는 분들은.
◆ 최민석: 그러면서 꼬르니데를 훈계를 하죠. “당신은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 짓 생각이 나요? 우리는 지금 피난 중이고, 심지어 옆 방에는 우리의 적군인 프로이센 군인들이 자고 있다고요. 우리를 짓밟는 이들 옆에서, 우리를 죽이는 사람들 옆에서 저는 당신이랑 희희낙락하고 싶지 않아요”
◇ 김우성: 아니 맞는 말인데, 갑자기 공화주의자 꼬르니데가 좀 머쓱해질 것 같습니다. 식사할 때 취향도 그렇고, 가치관도 그렇고, 타고 있는 귀족들보다 오히려 고상하네요.
◆ 최민석: 그렇죠. 네, 그래서 그녀의 질책에 꼬르니데는 그만 부끄러워져서 자기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여관을 출발하려고 하는데, 문제가 생깁니다.
◇ 김우성: 뭐 문제가 계속 생깁니다. 이번엔 뭐죠?
◆ 최민석: 마차도 안 보이고, 말도 안 보이고, 마부도 안 보여요. 그래서 놀란 사람들이 여관 주인한테 묻죠. 그러니까 주인은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이 프로이센 장교가 당신들이 떠나는 거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일단 좀 지체 높은 백작, 그리고 꼬르니데, 그리고 루아조까지 해서 장교를 찾아갑니다.
◇ 김우성: 지체 높은 사람들이 “내가 가서 그 프로이센 장교한테 설득하고 올게” 이러고 아마 갔을 것 같아요. 가서 장교는 뭐라고 합니까?
◆ 최민석: 가니까 장교가 책상 위에 다리를 딱 올려놓고, 들어오는 이 세 남자들을 보지도 않고 말합니다. “내가 원치 않아. 그게 다야” 반말로.
◇ 김우성: 아, 마음이 꼬여 있는 것 같습니다.
◆ 최민석: 근데 이 소설 원문을 보면, 원래 불어는 발음이 ‘주누브 파’거든요? 그런데 독일인 장교잖아요? 그 ‘주누프 파’ 독일 발음으로 얘기해요.
◇ 김우성: 예. 약간 독일 발음 ‘아클라우트’, ‘이클라이트’ 이런 식의 거친 느낌이 들죠.
◆ 최민석: 우리 한국식으로 옛날 일제강점기 때를 생각한다면, “내가 원치 않스므니다”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 거죠.
◇ 김우성: 불어를 독일어처럼 이렇게 쓴 거죠? 어쨌든 ‘통행 허가증’이 있어요. 그 지역 사령관한테 받은. 근데 못 가게 하면 안 되잖아요?
◆ 최민석: 예. 그래서 그 말을 백작이 합니다. 그런데 장교는 “나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원치 않는다”. 이 말만 합니다. 그러고서는 그들을 내쫓아버리죠. 그래서 다들 모여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여관 주인이 찾아와서 모두가 있는 데서 말을 합니다.
◇ 김우성: 뭔가 힌트가 나올 것 같습니다. 뭐라고 했습니까?
◆ 최민석: “프로이센 장교님께서 아직도 엘리자베스 양이 의견을 바꾸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십니다”.
◇ 김우성: ‘엘리자베스’가 누구예요?
◆ 최민석: 이때 소설에서 처음으로 ‘불 드 쉬프’의 이름이 ‘엘리자베스’라는 게 밝혀지는 거죠.
◇ 김우성: 이게 우리 말로는 여러분, <비곗덩어리>잖아요? 비곗덩어리, 비곗덩어리, 비곗덩어리 나오다가, 이제 그 비곗덩어리 이름이 ‘엘리자베스’ 이렇게 나오네요?
◆ 최민석: 네. 이때 그녀는 격분을 하죠. “가서 전해요. 저는 절대로 원치 않는다고요. 절대로. 절대로” 이제 사람들은 궁금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서 그녀 주변을 둘러싸서 신문하듯이 묻죠. “대체 장교가 원하는 게 뭐냐”
◇ 김우성: “뭘 원하는데 저러는 거야?”
◆ 최민석: 그러자 그녀는 분노에 차서 말합니다. “아 글쎄, 그 망할 자식이 나보고 같이 밤을 보내자고 하잖아요” 이 말에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지지합니다. “아, 감히 그런 요구를 하다니. 잘 거절했어. 당신이야말로 프랑스의 딸이자 애국자여”.
◇ 김우성: 이런 분위기에서 뒤에 식은땀이 쭉 흐르는 분은 바로 공화주의자 꼬르니데. 뭐랄까요? 럼주 마셨던 분. 그분도 똑같은 말을 하나요?
◆ 최민석: 아니요. 간밤에 거절을 당한 꼬르니데는 여전히 꿍해져서, 구석에서 조용히 파이프 담배만 피워댑니다. 그런데 볼 드 쉬프를 모두 지지했던 이들의 마음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초조해져 갑니다.
◇ 김우성: 이제 내 문제가, 내 앞가림이 걱정되기 시작하는 거군요?
◆ 최민석: 급기야 이들은 어쩌면, 이 중간 기착지인 ‘토트’를 영원히 떠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 김우성: 처음에는 “잘했어요. 프랑스의 딸입니다. 아니 그런 부당한 요구를 적극 장교한테 들어주면 안 되지” 이랬던 사람들이 점점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이제 생각이 달라지고, 뭔가 다른 입장이 나올 것 같아요.
◆ 최민석: 그리고 이 볼 드 쉬프만 없을 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루아조의 부인이 사람들한테 얘기를 해요. “사실 프로이센 장교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 남자는 분명 저 뚱뚱한 비곗덩어리보다 당연히 우리를 더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정복자인 그 사람이 자기한테 오라고 명령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는 거는 우리 같은 유부녀를 존중하는 거야. 그래서 예의를 차려서 비곗덩어리한테 정중히 요청을 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 장교는 얼마나 신사예요?” 이러면서 “이 비곗덩어리는 그게 자기의 직업이면서, 왜 유독 프로이센 장교만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루아조 부인이 사람들한테 얘기를 하죠.
◇ 김우성: 문학적 감수성이 예민하신 분들은 이쯤에서 ‘위선’ 두 가지 글자가 보일 것 같아요. 프랑스인으로서 기개가 있다고 칭찬하더니, 이제는 내몰고, ‘자기들이 훨씬 존중받고 있는 거다’라고 약간 궤변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즉 일행들이 ‘비곗덩어리’ 즉 ‘엘리자베스’를 배척하기 시작했습니다.
◆ 최민석: 네. 그러면서 이 “불 드 쉬프가 우리 모두의 공동체를 위해서 결단해야 된다” 이렇게 말을 하죠.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백작 부인은 불 드 쉬프가 선량한 우리를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던 종교인인 수녀님도 “희생의 마음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용서하실 것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 김우성: 이게 ‘보불 전쟁’, 프로이센 전쟁의 얘기가 아니라 왠지 요즘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기도 해요. 참 씁쓸합니다. 즉 볼 드 쉬프, ‘비곗덩어리 엘리자베스’가 완전 궁지에 몰렸네요?
◆ 최민석: 네. 여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장교는 자신의 요구를 굽히지 않습니다. 결국 여러 압박과 설득 끝에 볼 드 쉬프는 결심을 한 듯한 굳은 표정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고, 이 소식을 들은 마차 동행자들은 안도감을 느꼈죠.
◇ 김우성: 좀 씁쓸합니다. 박수 치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누가 귀족인가 싶을 텐데, 어쨌든 불 드 쉬프, 말 그대로 그들의 요구를 받아 안고서 그들의 영웅이 된 건가요?
◆ 최민석: 그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들은 ‘그녀 덕분에 길이 열릴 것’이라는 사실만 생각했을 뿐, 엘리자베스가 느낄 구력이나 두려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요즘 말로 1도 없습니다. 심지어 이 기착지인 ‘토트’를 떠날 생각에 그냥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사라지지가 않습니다.
◇ 김우성: 내 문제만 생각하는 거죠.
◆ 최민석: 그리고 다음 날 모두가 평온한 얼굴로 여관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전날보다 훨씬 피곤한 얼굴로 나타났죠.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한순간에 전부 다 그녀와 관계를 끊기로 한 것처럼 행동을 한 거죠. 그리고 마차가 출발한 후에도 엘리자베스에게 감사하다거나 위로를 건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음식을 꺼냈던 그 따뜻했던 순간은 완전히 잊혀진 듯 했습니다. 게다가 일행은 이번에는 각자 쌓아온 음식들을 꺼내서 먹었지만, 그 누구도 불 드 쉬프에게 음식을 건네지 않습니다.
◇ 김우성: 마차가 출발할 때의 장면과, 기착지에서 이런 사건들을 겪고, 볼 드 쉬프에게 어떤 일이 생기고, 다시 떠날 때의 두 번째 마차의 모습은 처음과 정반대 같아요. 대비되네요.
◆ 최민석: 그래서 불 드 쉬프는 조용히 눈물을 훔칩니다. 자신의 희생이 아무 의미도 없어진 듯한 상황에 깊은 상처를 받죠. 결국 그녀는 혼자 굶었고, 그래서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울었습니다. 분노로 흐느끼는 그녀를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모른 채 딴청을 부립니다. 그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바로 민주주의자인 꼬르니데가 부르는 ‘라 마르세예즈’. 프랑스 국가로 굉장히 민중적인 노래인 거죠. 이 ‘라 마르세예즈’가 울려 퍼집니다. 가사를 제가 조금만 소개할게요. “조국에 바친 성스러운 사랑이여, 이끌라, 떠받치라. 복수의 우리 팔을, 자유여. 그리운 자유여. 그대를 지키는 자와, 더불어 싸우라”. 그리고 이제 꼬르니데는 프랑스 국가를 휘파람으로 붑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그녀의 상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고, 그렇게 마차는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 김우성: 여러분 어떻습니까? 누가 과연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에서 더욱 ‘프랑스 국민’ 다웠을까요? 이런 생각 중간에 드실 것 같은데, 저는 충격적인 게, 마치 영화 감독이었어도 잘했을 것 같아요. 모파상. 마지막에 휘파람으로 프랑스 국가를 쫙 부르는 장면이, 글로 읽어도 진짜 영화가 보여요.
◆ 최민석: 네. 그러니까 이 장면이 이 소설의 ‘압권’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 자신의 욕망이 거절당한 꼬르니데가, 공동체를 위해서 모욕당하고 돌아온 그녀 앞에서 공동체를 위하는 척하지만, 국가를 부른다는 거는 공동체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사실은 자기 자존심 때문에 국가를 부르는 장면, 이 장면은 당대 상류층의 위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아 저는 사실 이 소설을 처음에 부드럽게 생각했다가, 지금부터는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거든요? ‘병자호란’ 때 끌려갔다 온 여성들, 강제 일본군 위안부 갔다 온 여성들. 사실은 희생을 당했고, 슬픈 역사의 톱니바퀴 중앙에 끼어 있는 사람들인데, 내부에서도 또 차별을 했죠. 그런 모습도 갖고 있고, 참 마음이 무겁고, 모파상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어쨌든 개인적 복수심 때문에 국가를 부른다? 이렇게 해석을 하더라고요.
◆ 최민석: 네. 그래서 모파상의 스승이 플로베르잖아요? 그래서 이 플로베르는 마차 안에서 ‘라 마르세예즈’가 흘러나오고, 그 소리가 크게 퍼지고, 그 밑에 마치 저음처럼 조용하게 들리는 여인의 흐느낌이, 이 두 소리의 어울림과 대비가 인간의 ‘위선’과 ‘추악한 속성’을 아주 잘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렇게 평가를 했습니다.
◇ 김우성: 소름 돋았어요. 여러분, 휘파람과 누군가가 부르는 프랑스 국가가 있는데, 그 아래는 낮게 흐느끼는 여성의 울음. 그게 동시에 있는 굉장히 음악적이네요.
◆ 최민석: 이 ‘라 마르세예즈’는 톤이 굉장히 높거든요? 굉장히 우렁차요. 근데 그 밑에 그냥 이게 간간히 들리는 거죠. 그러니까 그걸 생각해 보면, 굉장히 막 소름 돋는 그런 장면인 거죠.
◇ 김우성: 진짜 굉장히 ‘인간의 위선’과, ‘간악함’과, ‘사회의 부조리’를 딱 보여주는. 여러분, 이렇게 저희 목소리로 들어도 지금 영화같이 연상이 되시잖아요? 물론 최민석 작가가 워낙 잘 설명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어쨌든 단편인데도 참 깊은 울림 주고요. 스토리는 예상 가능한 것 같은데도,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무방비로 밀고 들어오는 것 같아요.
◆ 최민석: 그러니까 사실 스토리는 좀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 그 감동을 느끼고, 설득 당하는 이유는 저는 모파상이 캐릭터를 진짜 얄밉도록 잘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 소설을 읽어보면, 묘사도 굉장히 잘하거든요. 그래서 서사는 심플하지만, 단순한 이야기를 점층적으로 차곡차곡 풀어낸 게 결국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이유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우성: 저는 좀 정반대의 사람이어서요. 쉽게, 쉽게 공감하고, 쉽게, 쉽게 호의를 베푸는데, 좀 시니컬하고, 집도 좀 살았지만, 나쁜 면도 잘 살펴보던 기 드 모파상은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절묘하게 풀어냈습니다. 요즘 시대에도 많은 사회 갈등이 있잖아요? 이런 책이 좀 굉장히 각광받을 것 같고, 특별히 그래도 셰르파 최민석 작가가 ‘이 책은 이런 분들 한번 읽어보세요’라고 한번 지정해 주시죠.
◆ 최민석: 제가 종종 고전을 소개하는데, 고전들이 대부분 두껍거든요? 그래서 고전을 읽고 싶은데, 그 두꺼운 분량이 부담스럽다? 이 소설은 단편입니다. 그래서 그런 분한테 좋고요. 그리고 또 역사적으로 ‘보불 전쟁’을 둘러싼 이야기를 좀 알고 싶다. 그런 분에게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그냥 모파상의 작품을 한번 보고 싶은데 좀 쉽게 접근해 보고 싶다. 그런 분한테도 좋고, 정말 짧고,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을 좀 읽어보고 싶다. 뭐 이런 분들. 누구에게나 이 작품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우성: ‘너무 저 사람 위선적이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드시는 분이 있다면, 이 기 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 다시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우리에게 고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의 세계. ‘못 갈 데가 없다, 못 오를 데가 없다’를 가르쳐 주는 멋진 분입니다. 오늘은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였습니다. 여러분들, 다음 주도 기대해 주십시오. 이거 인기 코너가 돼 가지고요. 이제 거르면 안 돼요. 꼭 나와 주시고요.
◆ 최민석: 감사합니다.
◇ 김우성: 네.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 최민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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