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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13:00~13:35^
제작진기획 : 김우성 장정우 / 연출 : 김세령 / 진행 : AI챗봇 “에어”/ 인간보조출연 : 김우성 외.
‘레이디 두아’ 세라 킴 급 야망가? “사랑에 빠진 게 죄가 아니잖아” 외친 남자
2026-02-27 19:11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2월 27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검찰의 사형 구형, 그러나 판사의 무기징역 선고. 그러면 다들 지난주에 있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 떠올리실 텐데. 저희가 하필이면 그때 이 사형 구형이 들어가는 소설을 다뤘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다뤘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많이 본 뉴스에 올랐더라고요. 저희를 많이 본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로 만들어 주시는 분입니다. 독서 ‘셰르파(Sherpa)’, 갈 길이 ‘쿠마리’ 최민석 작가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 안녕하십니까, 최민석입니다. 우연치 않게 그렇게 오해를 하게 만들어서 죄송하고 참 어깨가 무겁네요. 

◇ 김우성 : 가는 곳마다 손만 대면 많이 팔리는... 책도 많이 팔리시기를 응원드립니다. 어쨌든 이 프로에서 다루는 게 ‘고전 같지만 지금의 세상과 연결돼 있다’를 증명하는 거겠죠. <이방인> 얘기에 이어서 오늘도 프랑스를 더 파보겠습니다. 오늘 소개해 주실 책 스탕달의 <적과 흑>이네요?

◆ 최민석 : 네, 스탕달의 <적과 흑>인데. 일단 저자에 대해서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스탕달은 옛날 사람입니다. 아주 옛날 사람이에요. 1783년생, 18세기 사람인 거죠. 

◇ 김우성 : 정약용 선생님과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 최민석 : 발자크와 함께 ‘프랑스 근대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고요. 아울러 ‘낭만적 사실주의’ 사실 이게 약간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인데. 왜냐하면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는 반대되는 성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스탕달은 ‘중간 시대’의 사람입니다. 낭만주의가 쇠하고 우리는 소설에서 낭만을 추구한다기보다는, 희망보다는 ‘파리 노동자의 엄중한 현실을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돼’ 그게 발자크죠. 그 중간에 있었기 때문에 스탕달은 ‘낭만주의가 끝나는 시대에 사실주의를 어느 정도 시도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낭만적 사실주의 작가’로 정리가 됩니다. 둘 다 그런 경향이 있는 거죠. 

◇ 김우성 : 그런 경향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환상적 리얼리즘. 판타지는 판타지고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인지. 그런 것들을 많이 저희가 다뤄왔는데.

◆ 최민석 : 시사 프로에서 다루는 문화 코너. 

◇ 김우성 : 그래서 이렇게 조회수도 많이 나오는 기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연애 소설의 탈을 쓴 역사소설’ 이 얘기거든요? 낭만주의적이지만 사실주의적이다 이런 얘기인데. ‘스탕달’이 본명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이 작가도 역시 어려움이라든지, 저희가 통상적으로 읽어온 작가들과 비슷한가요?

◆ 최민석 : 그렇죠. 작가의 삶을 이해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일단 스탕달은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아버지가 부르주아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랑 관계가 안 좋았어요. 당연히 이러면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부르주아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퍼졌죠. 이게 작품에 영향을 끼치죠. 그래서 오늘 작품 <적과 흑>을 보면 쥘리앵이 어머니가 없어요. 약간 스탕달의 페르소나 같은 면이 있는 거죠. 그리고 아버지가 이 베리에르라는 지역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는데 아버지가 돈밖에 몰라요. 돈밖에 모르는 부르주아처럼 묘사가 되는 거죠. 

◇ 김우성 : 본인의 이야기가 좀 반영되어 있네요.

◆ 최민석 : 많이 들어간 겁니다. 엄청 들어갔고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굉장히 학대당하는 인물로 나와요. 그런데 스탕달이 원래 똑똑했나 봐요. 쥘리앵 소렐은 굉장히 똑똑한 인물로 나오죠. 아무튼 그래서 이 작품 속에 나오는 부르주아들은 그냥 돈과 출세에만 혈안이 된 인물들로 그려지죠. 그리고 스탕달은 군인 출신이었어요. 1800년도에 소위로 임관을 해서 이탈리아에 갑니다. 그래서 나폴레옹 제정 때 관료로서 승승장구를 해요. 나중에는 이탈리아 외교관 원정을 떠나서 알프스까지 넘어갑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다들 아시다시피 나폴레옹이 나중에 몰락을 하죠. 1814년에 러시아 전쟁도 패했고, 그 후에 또 돌아오지만 워털루 전투도 패하고. 그래서 결국 스탕달은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자기도 관료 생활을 그만두고 나중에 밀라노로 넘어가요. 밀라노에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하는 거죠. 

◇ 김우성 : 어머니의 부재, 조금은 이기적인 아버지. 이 환경을 머릿속에 잘 넣고 계시면 오늘 작품의 틀도 조금 이해할 텐데. 일단은 작품 요약은 빼고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너무 빠지면 어려우니까 스탕달 얘기는 뒤에 또 나오게 되겠지만, 어쨌든 군인을 한 이력도 특이하고요. 이후에 또 이탈리아로 가게 됐습니다. 이 책이 고전이라고 읽히는 이유도 한번 짚고 가줘야 될 것 같네요. 

◆ 최민석 : <적과 흑>은 얼핏 보면 그냥 연애 소설이에요. 연애담입니다. 

◇ 김우성 : 이걸 읽은 어떤 서평가분은요. ‘간통 소설’이라고

◆ 최민석 :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이 소설의 부제가 ‘1830년의 연대기’입니다. 결국은 이 작품이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거죠. 이 스탕달이 그리고 싶었던 거는 꿈을 실현할 수 없었던 하층민, ‘능력은 있었지만 사회적인 계급 문제 때문에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없었던 아주 출중한 쥘리앵 소렐이라는 한 청년의 삶을 통해서 왕정복고 시기의 프랑스가 얼마나 개인을 질식시키는 사회였는가’ 이걸 보여주고 있는 거죠. 그 점이 이 소설을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닌 오늘날 고전으로 자리 잡게 만든 거죠. 

◇ 김우성 : ‘1830년대 프랑스랑 도대체 왜 지금의 대한민국?’ 이렇게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200년의 시차가 있는 것 외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천에서 용나고, 성공하고 이 이야기는 요즘도 유효하잖아요? 줄거리로 가보면 ‘군인’ 얘기 아까 했어요. 스탕달도 군대를 갔고, 그 당시에 군인이 일종의 요즘으로 치면 행시 통과, 예전에 우리도 그렇죠. ‘성공하려면 육사 가라’ 있었거든요. 비슷한 그런 건가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그때 ‘군인’과 ‘신부’가 ‘당시 프랑스 청년들이 출세하는 두 가지 길’이었던 거죠. 그게 제목과 연관이 되거든요. 그 얘기는 이따가 말씀을 드리고, 어차피 줄거리를 소개하는 시간이니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보자면 이 소설이 시작되는 배경은 프랑스의 한 지방인 베르에르입니다. 여기서 쥘리앵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죠. 그런데 엄청나게 똑똑해요. 그래서 이 지역 신부한테 라틴어를 배우는데, 옛날에는 우리도 한 자 다 배워야 했듯이 라틴어를 배워야 했잖아요? 너무 똑똑해서 라틴어로 성경 전체를 그냥 외워버립니다. 그래서 누가 ‘야 거기 마태복음 몇 장 몇 절 뭐야?’ 그러면 그냥 그 앞뒤를 전부 다 라틴어로 다 암송을 해버리는 거예요. 

◇ 김우성 : 진짜 엄청난 머리네요. 

◆ 최민석 : 그런데 이렇게 영리한 청년이지만, 이 쥘리앵 소렐한테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군인이 되거나 성직자가 되거나’. 왜냐하면 ‘하층민’이었기 때문인 거죠. 

◇ 김우성 : 하층민의 출세 방법은 둘 뿐이었습니다. 

◆ 최민석 : 네. 왜냐하면 때는 바야흐로 ‘왕정복고 시대’였습니다. 다들 프랑스 대혁명은 어느 정도 아시겠지만, 나폴레옹이 집권을 하면서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결국은 다시 부르봉 왕가가 왕좌에 오르면서 왕이 통치하는 왕정 시대가 다시 돌아왔잖아요?

◇ 김우성 : 이게 뒤집혔어요. 

◆ 최민석 : ‘왕정복고’라고 하죠. 쥘리앵 소렐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거예요. 한때 사람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품었는데 그게 다시 안 된다. 이 ‘상실감’을 겪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거죠.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욕망이 거세돼 있는데, 다들 은근히 나폴레옹을 숭상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나폴레옹은 신화적인 인물이니까

◇ 김우성 : 초급 장교에서 시작해서 황제의 지위까지 올라갔습니다.

◆ 최민석 : 그렇습니다. 그래서 쥘리앵도 나폴레옹처럼 되길 원하죠. 그래서 처음에는 군인이 되길 원합니다. 그런데 군인들이 출세하는 길이 막히는 걸 살면서 몇 번 목격해요. 그래서 ‘군인은 안 되겠다.’

◇ 김우성 : 레드 오션이군요. 

◆ 최민석 : 그래서 그냥 오로지 ‘성공하겠다’는 마음만으로 신부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 김우성 : 여기서 갈등의 지점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신부가 되고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제의 추천을 받아서 말 그대로 상위 집안과 만나게 됩니다. 상류 사회의 집안과 만나게 되는데 그렇죠. 그 뒤에 얘기는 ‘아 신부가 되려는 사람이 이런 …….’이 나와요.

◆ 최민석 : 신앙심 때문에 신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오로지 ‘출세욕’ 때문에 신부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똑똑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라틴어로 성경을 통째로 암송을 했고. 소문이 나서 이 지역의 시장인 레날 시장의 집에 라틴어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돼요. 거기서 그냥 라틴어 가르치면서 지내는 게 아니라 가보니까...

◇ 김우성 : 본인이 겪었던 것과 다른...

◆ 최민석 : 네, 운명적인 여인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의 부인’입니다. ‘마담 드 레날’이라고, 레날 부인이죠. 가보니까 이 레날 부인이 너무 질 좋은 드레스를 입고 있고, 피부도 너무 곱고, 몸에서는 향기가 나고. 자기가 살면서 겪었던 사람들과는 너무 다른 거예요. 그래서 쥘리앵이 호감을 느낍니다. 한편 이 레날 부인도 라틴어 선생이 온다고 하니까 나이 많은 엄격한 사람이 와서 우리 애를 괴롭히면 어떡하나 이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다가 20살의 앳된 청년이 오니까 갑자기 무장 해제되면서 호감을 느끼는 거죠. 쥘리앵이 허영이 있거든요. 어느 날 왠지 모르게 벤치에 둘이 앉아 있다가 그날 왠지 부인의 손을 잡아야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런 마음이 드는 날이 있죠. 그 마음의 깊은, 본연의 욕구는 뭐랄까 나폴레옹을 숭상하는 마음이 있듯이 자기의 정복 욕구 같은 게 발현이 됐던 거예요. 그래서 손을 잡으면서 이럽니다. ‘부인 오늘 밤 제가 부인의 방으로 올라가겠소’. 어처구니없는 얘기인데 20살 청년이 35살 귀족 부인한테 그 말을 하는 거죠. 그러면서 새벽에 남들 눈에 들키면 안 되는 거잖아요? 부인 방에 올라가기 위해서 정원을 수리하는 사다리를 갖고 와서 사다리를 놓고 부인 방에 올라가요. 상징하는 바가 있습니다. 

◇ 김우성 : 자 여러분들의 오해를 조금 불식하겠습니다. <마담 보바리>도 그렇고 이런 프랑스의 당시 사회 풍속이나 혹은 개인의 내면을 묘사하기 위한 여러 작품의 배경입니다. 저희가 오늘 19금과 아슬아슬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고, 실제 작품에 달빛에 비친 피부색 이런 식으로 막 정말 야한 묘사가 되나요? 

◆ 최민석 : 전혀 없어요. 

◇ 김우성 : 그러니까요. 

◆ 최민석 :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사다리를 놓는다’ 그 대목만 굉장히 상세하게 묘사가 돼 있어요.

◇ 김우성 : 거기서 긴장이 최고조 되는 거잖아요?

◆ 최민석 : 왜냐하면 그게 ‘계급 상승을 알려주는 메타포’이거든요. 그러고 거기에다가 스탕달이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창문을 넘어갔는데, ‘점’을 찍습니다. 진짜 말 그대로 점을 찍어요. 

◇ 김우성 : 흔히 우리가 아는 ‘…’.

◆ 최민석 : 네. 저걸 찍고 그냥 넘어가 버려요. 마치 내가 쓰려고 비워뒀는데 바빠서 못 썼다는 듯이. 그리고 아무튼 둘은 아침을 맞이하고 또 다른 존재가 된 거죠.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어 있었던 거예요. 

◇ 김우성 : 왜냐하면 야망은 있는데 아무런 배경도 없고, 집안도 없는데. 아름다운 시장의 부인입니다. ‘나는 이 사람과도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그 정도 사람이야.’ 이렇게 바뀐 거죠.

◆ 최민석 : 그러고 둘이 은밀한 사랑을 이어가다가 결국은 발각이 됩니다. 그래서 쥘리앵은 쫓겨나죠. 어디로 쫓겨나냐면 브장송 신학교로 쫓겨납니다. 여기서부터 소설의 2부가 시작되는데, 또 가보니까 쥘리앵은 여기서 너무 똑똑한 거예요. 완전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되는데. 이 브장송 신학교에서 쥘리앵은 엄청난 환멸을 느껴요. 신앙심 때문에 신학교에 온 애들은 없고 다들 가난한 집에서 오로지 출세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이곳에 온 거예요. 그래서 환멸을 느끼다가 이 신학교의 교장이 쥘리앵이 너무 똑똑하고 훌륭하니까 라몰 후작이라는 귀족의 ‘비서’로 추천을 합니다. 이때부터 쥘리앵의 인생이 또 바뀌는 거죠. 이렇게 해서 파리로 입성을 하게 되는데, 그런데 이 집에 가보니까 레날 시장의 집에 부인이 있었던 것처럼 ‘마틸드’라는 아리따운 딸이 있었는데요.

◇ 김우성 : ‘쥘리앵, 너!’ 이렇게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 최민석 : 쥘리앵이 잘생겼어요. 굉장히 똑똑하고 피부가 곱고 잘생긴 청년으로 묘사가 되는데, 이 마틸드라는 후작의 딸은 조금 이상한 욕망을 갖고 있어요. 

◇ 김우성 : 또 뭐가 있군요. 

◆ 최민석 : 모든 걸 다 가졌기 때문에 마틸드의 삶은 너무나 권태로운 거예요. 마틸드의 꿈이 뭐냐 하면 ‘교수형 당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 김우성 : ‘교수형 당하는 남자?’

◆ 최민석 : 왜냐하면 이 시대에 교수형을 당한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서 자신을 내던지는 돈키호테와 같은 로맨티스트인 거죠. 나폴레옹과 같은 인물인 거죠. 실제로 자기 조상 중에 ‘라 몰’이라는 사람이 왕을 살해하려고 했다는 음모를 쓰고 교수형을 당하거든요. 그런 사람을 사랑한, ‘여왕 마고’라고 불리는 ‘마그리트’라는 여인이 있어요. 그 여인을 마틸드가 숭상을 합니다. 이 마그리트가 죽은 남편의 목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거든요. 아무튼 이런 굉장히 극단적인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한테 쥘리앵이라는 잘생긴 하층민이 왔으니. 둘 사이에 어떤 화학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 김우성 : 또 ‘…’인가요? 

◆ 최민석 : 또 ‘…’이에요. 둘이 처음에는 밀당을 하는데, 그게 지나가고 결국은 쥘리앵이 또 어느 날 서재에서 얘기합니다. 마틸드한테 ‘내가 새벽에 당신 방으로 건너가겠어’.

◇ 김우성 : 예고를 해야 됩니다. 예. 

◆ 최민석 : 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고 계급 상승을 하는 그 장면이 나오고 스탕달은 또 ‘…’을 찍죠. 그렇게 해서 둘은 사랑을 하고 나중에 결국은 둘이 관계가 깊어져서 마틸드가 쥘리앵의 아이를 임신을 하게 돼요. 그래서 라몰 후작은 굉장히 열이 받았지만 어쩔 수 없이 쥘리앵을 받아들이기로 하죠. 그러면서 쥘리앵한테 요즘으로 치자면 낙하산처럼 군대에 자리도 하나 주고, 쥘리앵이 그토록 원했던 패밀리 네임, 귀족의 성을 내려줍니다. 

◇ 김우성 : 드디어 쥘리앵 소렐이 원하는 바를 이뤘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런데 여기서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면 소설이 안 되겠죠. 이 소식을 들은 레날 부인이 라몰 후작한테 편지를 보내죠. ‘쥘리앵 소렐은 위선에 가득 찬 인물이고 자신 역시 계급 상승의 희생양으로 이용당했다.’ 그래서 그 편지가 왔다는 소식에 쥘리앵이 엄청나게 격분을 해서 말을 타고 가서 베리에르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는 레날 부인의 어깨에 총을 두 발 발사합니다. 그러고 쥘리앵은 감옥에 갇히고 결국은 교수형을 당하고. 레날 부인은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죽으면서 소설은 끝이 납니다. 그리고 쥘리앵이 교수형을 당하잖아요? 쥘리앵의 잘린 목을 들고 마틸드는 시내를 행진합니다.

◇ 김우성 : 결국 꿈을 이룬 사람은 마틸드네요. 

◆ 최민석 : 그래서 ‘이 소설의 승자는 마틸드다’ 이렇게 보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 김우성 : 조각조각 보시면 이 스탕달이 표현한 ‘…’. 에로틱한 장면이겠죠? 이것만 보고 지금 청취자님이 ‘어이쿠야 이거 19금인가요? 오늘 귀 쫑긋’. 너무 쫄깃쫄깃한데요. 저희는 ‘…’이라고 밖에 말을 안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청취자님이 ‘진짜 재미있게 듣고 있어요. 금요일마다 할머니에게 동화 듣는 것처럼요.’ 할머니라는 캐릭터도 하나 추가하겠습니다. 쿠마리에 이어서 할머니까지. 그리고 또 다른 청취자분은 ‘다른 책들 여러 권 읽어보면 지루하지 않더라. 재미있게 읽어보는 거 너무 재밌다. 위대한 사랑은 모든 걸 포용할 수 있지 않나요’라는 감상평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줄거리 얘기를 했는데, 디테일한 것도 봐야 되는데요. 일단 저는 스탕달과 주인공 쥘리앵 소렐의 한 가지 공통점이 이 스토리에 드러나는 게 있습니다. ‘엄마의 부재’잖아요? 그런데 엄마 같은, 이제 아이가 있는 부인...

◆ 최민석 : 그래서 엄마에 대한 사랑이 레날 부인에게로 간 거예요. 그리고 마틸드의 관계도 나이 차이가 그렇게 나지는 않지만 마틸드가 엄마 같은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 김우성 : 주도하는 여성이죠. 

◆ 최민석 : 그런 것들이 스토리 상에서 구현이 된 거죠. 

◇ 김우성 : 네, 그런 욕망들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신분 상승’. 이른바 ‘개천 용’ 욕구가 있는 겁니다. 줄거리에 그래도 하나를 더 추가해서 봤으면 좋은 게, 레날 부인은 처음 신분 상승의 욕구와 사랑인데. 레날 부인이 쥘리앵을 오히려 옹호하고...

◆ 최민석 : 그렇죠. 제가 시간 관계상 넘어갔는데 레날 부인이 쥘리앵을 죽이고 싶어서, 복수하고 싶어서 그 편지를 쓴 게 아닙니다. 레날 부인이 쥘리앵과 불륜을 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져서 신부가 윽박을 질러서 레날 부인한테 그렇게 쓰라고 한 거죠.

◇ 김우성 : 진심은 아니었네요. 

◆ 최민석 : 네. 원래 글은 신부가 다 써놓은 거예요. 그냥 레날 부인이 그렇게 옮겨 적도록 편지가 준비된 거였죠. 그리고 레날 부인은 그 편지를 협박당해서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고, 나중에 쥘리앵이 교도소에서 재판을 받을 재판을 받을 때 청원까지 해요. ‘이 사람 살려달라’ 쥘리앵이 결국은 배심원의 판결에 의해서 교수형을 당하게 되는데, 그때 쥘리앵이 그런 말을 합니다. ‘이곳에 있는 변호사 그리고 이곳에 있는 배심원들 이 모든 사람들 중에 그 어느 누구도 나와 같은 농부 출신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부르주아들에 의해서 농부의 삶이 결정되는 부르주아들의 의사결정장이다’.

◇ 김우성 : 이게 사실주의라는 부분이 반영이 되어있네요.

◆ 최민석 : ‘계급 투쟁의 장’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리고 결국 ‘자신은 그냥 살고 싶은 욕구에 충실했을 뿐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래서 이 소설이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니라는 게... 정리를 하자면 쥘리앵이 살고 싶었던 이유는 원래 쥘리앵은 책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당시에 독서는 귀족들에게만 허락된 거였습니다. 소설에서 처음에 시작하자마자 쥘리앵이 제재소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쥘리앵 아버지가 와서 책을 던져버리거든요. ‘이따위 쓸데없는 것을 왜 읽고 있냐’ 그래서 쥘리앵이 생각을 해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기 위해서 나는 신분 상승을 해야 된다.’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길은 ‘군인’이 되거나 ‘성직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제목이 <적과 흑>인 겁니다. ‘적’은 그때 당시에 ‘군복’이 빨간색이었다고 해요.

◇ 김우성 : 맞아요. 나폴레옹 그림 보시면 기억할 겁니다.  

◆ 최민석 : ‘적’은 ‘군복’을 상징하는 거고 ‘흑’은 당시에 ‘사제들이 입고 있던 옷’이 검은색이었어요. 그래서 ‘흑’은 ‘신부’를 상징하는 거죠. 그래서 <적과 흑>이라는 것은 ‘쥘리앵 앞에 놓인 인생의 선택지는 군복과 사제복밖에 없다’. 

◇ 김우성 : 나의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사제복 아니면 군복.

◆ 최민석 : 이거는 그냥 ‘0’이라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스탕달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적과 흑이 결국은 군복과 사제복을 상징하는 거 아니냐’

◇ 김우성 : 작가의 해석이 아니군요? 

◆ 최민석 : 그냥 사람들의 해석이고 작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열어둔 거죠. 아무튼 그래서 ‘흑’은 사제, 즉 ‘성직 계층’을 뜻하면서 동시에 이거는 ‘구체제’를 뜻합니다.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그런데 ‘적’은 결국은 ‘나폴레옹을 통해서 실현되는 혁명 세력’, 즉 ‘신체제’를 얘기하는 거죠. 그렇게 보면 <적과 흑>이 굉장히 단순한 제목 같아요. ‘사제와 군인’, 혹은 ‘구체제와 신체제’. 이렇게 단순한 제목이 아니라 이 적과 흑은 궁극적으로는 이 강렬한 색채 대비를 이루잖아요? 그리고 이런 색채 대비를 통해서 다른 두 가지 즉, ‘이상과 현실’, ‘열정과 타산’, ‘순수성과 위선’ 이런 식으로까지 확장되는 제목인 거죠. 또 하나가 ‘진정한 나와 꾸며낸 나’입니다. 그렇게도 쥘리앵 소렐이 굉장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남들 앞에서는 허영을 떨쳐내지 못해서 ‘위악적’으로 행동하거든요. 여기서 쥘리앵 소렐은 착한 척하지 않아요. 소설을 얼핏 보면 위선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쥘리앵 소렐은 오히려 ‘자신의 본성을 감추기 위해서 더 나쁜 척 행동’을 합니다. 위악적으로 행동하는 거죠.

◇ 김우성 : 그냥 신분 상승이 열망인데 손목 잡지, 사다리 걸고 새벽 1시에 방에 가지.

◆ 최민석 :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적과 흑’이라는 것은 ‘진정한 나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는 꾸며낸 나’ 이 두 가지의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고도 볼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엄마 없고, 힘들고, 일만 하라는 목수 아버지. 그런데 나는 성공하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싶어.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여러분은 어떤 게 붉은색, 어떤 게 검정색일까요? 갑자기 듣다 보니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의 그 버스가 우리 민주화 운동 시위에 등장했던 수많은 버스들이었을까, 서민의 발이었을까. 그 해석을 우리 최민석 작가는 어디에도 남겨놓지 않았는데 저 혼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 최민석 : 그런 식으로 큰 생각 갖고 쓴 건 아니고요.

◇ 김우성 : 데뷔작이 그렇게 재미있었고 화제가 됐으니까 말씀드렸고요. 그러면, 조금 얘기를 들어가 보겠지만 앞서 설명은 다 드렸습니다. 여인들의 방이 주로 2층에 있잖아요? 그 신분 상승의 욕구 혹은 사다리 이런 얘기도 다 ‘상징이 있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흘러가는 내용 안에서도 쥘리앵이 ‘프랑스 소설사에서 최초의 샐러리맨’이라는 되게 재미있는 표현이에요. 이거는 어떤 의미인가요? 

◆ 최민석 : 이전에 프랑스 소설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부르주아 출신이었고 그래서 이 사람들은 귀족 사회를 그려왔어요. 그 이전의 소설들은 궁중 소설이라서 대부분의 주인공들, 아니 사실상 모든 주인공들이 직업이 없었습니다. 

◇ 김우성 : 신화적이기도 하고요. 

◆ 최민석 : 직업이 있다고 해도 기사였고. 그런데 쥘리앵 소렐은 ‘최초로 월급을 받는 가정교사’, 즉 ‘최초의 샐러리맨’이었던 거죠. 이게 농담인데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쥘리앵이 ‘최초로 노동자로서 실전적인 고민을 하는 인물’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쥘리앵을 <적과 흑>식으로 소개를 하자면 쥘리앵은 ‘귀족성’이 있는 인물입니다. ‘귀족’과 ‘귀족성’은 다른 거죠. 귀족은 그냥 날 때부터 본질적으로 귀족인 거고.

◇ 김우성 : 태생적으로 부여받은.

◆ 최민석 : 그렇죠. 피가 태생적인 귀족이고, 쥘리앵은 자신에게 ‘귀족적인 취향이 있는 인물’인 겁니다. 지식 능력, 고로 ‘지적 탐구를 좋아하고 고고한 인물’인 거죠. 그런데 쥘리앵은 귀족성은 있는데 귀족이 아니기 때문에 자아의 충돌, 내면의 갈등, 사회와의 불화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 불화의 가장 비극적인 결말이 결국은 ‘교수형’이었던 거죠.

◇ 김우성 : 예. 교수형당하는 장면이 책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잘려나가는 그 순간만큼 그 머리가 그렇게 시적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소설가들의 말을 통해 세상을 그려내는 방식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도 성공은 누구나 바래요. 요즘은 투자 잘해서 대박 나길 바라는 사람도 너무 많고. 우리 이 시대에는 이걸 어떻게 다시 읽으면 좋을까요? 

◆ 최민석 : ‘욕망’이 그릇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우리의 ‘욕망을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건강하게 분출시키는 게 결국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데 이 소설은 읽어보면 쥘리앵 소렐은 실패하잖아요. 그건 왜 그러냐면 본질적으로 순문학은 실패를 다룹니다. 그 실패를 통해서 ‘반면교사’를 얻는 거죠. 

◇ 김우성 : 현실이면 그걸로 끝나버리잖아요?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죽어버리고, 실패하고.

◆ 최민석 : 네. 그래서 소설을 읽더라도 좌절하지 마시고 ‘쥘리앵 소렐이라는 실패한 인물을 통해서 나는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라는 길을 모색하시길 바라고요. 그럼 쥘리앵 소렐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냐? 순문학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런가? 반드시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 김우성 : 또 시대적 배경이 있을까요? 

◆ 최민석 : 왜냐하면 이때 실제 사건이 있었어요. ‘앙투안 베르테’라는 사건이 있었는데. 앙투안 베르테라는 신학생이 자신의 가정 교사였던 귀족 부인을 총으로 쏘고 부상을 입혀서 살인 미수 혐의로 교수형을 당합니다. 이게 보도가 됐어요. 이걸 보고 스탕달이 영감을 얻어서. 자신이 나폴레옹 군대에 근무하고 했으니까. 이런 표현이 웃기긴 하지만, 당시에 많은 청년들은 ‘나폴레옹 어게인’을 꿈꾸고 있었다. 

◇ 김우성 : 오늘 썸네일 제목 나왔는데요?

◆ 최민석 : 아니 지금과는 전혀 다르죠.

◇ 김우성 : 그 의미가 아니죠. 

◆ 최민석 : 엮으면 안 돼요. 

◇ 김우성 : 네, 엮으면 안 된답니다. 

◆ 최민석 : 아무튼 그런 걸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청년들의 욕망을 결합시켜서 이 ‘앙투안 베르테 사건’을 극화시킨 게 바로 오늘 우리가 소개한 <적과 흑>인 거죠.

◇ 김우성 : 스탕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지난주에 알베르 카뮈 이야기도 겹치네?’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고요. 이렇게 문학 속에서는 오늘의 세상을 오르내리면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혜안이 있습니다. 그거 누구랑 볼 수 있냐, 이 험난한 문학의 산을 올라가게 도와주는 ‘셰르파’ 최민석 작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많은 조회수 기대해 보면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설가 최민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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