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앱 소개

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13:00~13:35^
제작진기획 : 김우성 장정우 / 연출 : 김세령 / 진행 : AI챗봇 “에어”/ 인간보조출연 : 김우성 외.
좌파·우파 겪어보니, 인간은 다 똑같더라…'마라 맛' 소설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2026-02-06 15:41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2월 6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앞서 말씀드렸지만 우화 같고요. 세계적인 문호가 쓴 이야기인데, ‘아 왜 이거 내 이야기 같지’ 하게 될 겁니다. 오늘 예고해 드린 대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작가고요. 그 작가의 작품이 우화임에도 불구하고, 더 피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은 이야기 바로 <동물농장>인데요. ‘독서 셰르파(Sherpa)’와 함께 이 동물농장 오르다 보면 ‘아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겠다’라고 이해하실 겁니다. 오늘도 그 셰르파, 최민석 작가님 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 셰르파지만 히말라야가 아니라 늘 YTN 8층까지 올라오는 최민석입니다. 

◇ 김우성 : 네, YTN 8층을 열심히 등반하신 셰르파. 네팔어로는 쿠마리, 갈 길이 쿠만리 최민석 작가 오셨습니다. 

◆ 최민석 : 다 기억하시네요. 

◇ 김우성 : 방송인의 기본이죠. 오늘 동물농장을 추천해 주셨어요. 이야기는 많이 압니다. 수능 같은 문제에서도 다룬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이 책은 대부분 어린이용 축약본으로 접했을 거예요.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보니까 어린이용으로 많이 제작이 돼서 어릴 때 많이 접하는 작품이죠. 그런데 그것만 보면 동화 같고.

◇ 김우성 : 교훈적인 얘기일 것 같은데.

◆ 최민석 : 그런데 사실 원작은 굉장히 날이 선, 사회 비판적이고 아주 정치적인 작품이죠. 

◇ 김우성 : 예. 왜 그러냐면요. 이 글을 쓴 작가가 삶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조지 오웰 전공상 <1984>를 더 많이 기억합니다. 빅브라더. 많은 분들이 아실 텐데 조지 오웰이 정치적 글쓰기라는 작가로 유명하다고요. 

◆ 최민석 : 조지 오엘이 ‘우리는 왜 작가가 되려고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자신의 산문집, <나는 왜 쓰는가> 여기에다가 작가가 되고 싶은 동기를 4가지로 정리를 해 놓았습니다. 첫 번째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그냥 ‘순전한 이기심’입니다. 남보다 잘나 보이고 싶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고,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 싶은 욕망. 작가가 되고 싶은 첫 번째 동기라고 해요. 작가뿐만이 아니라 과학자, 예술가, 정치가, 성공한 사업가들한테도 이런 동기가 있다고 말을 하죠. 

◇ 김우성 : 최민석 작가에게도 있죠. 

◆ 최민석 : 누구에게나 있는 거죠. 그렇게 두 번째 이유는 ‘미학적인 열정’입니다. 언어를 아름답게 직조해내고, 그걸 나누고 싶은 열망. 세 번째는 ‘역사적인 충동’ 사건의 진실을 발견해서 후대한테 알려주고 싶은 욕망인 거죠. 네 번째가 중요한데, 네 번째는 바로 ‘정치적인 목적’입니다. 이 세계를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싶어 하는 그 욕망, 타인의 생각을 바꿔보고자 하는 욕망. 이것 때문에 작가가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조지 오웰이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얘기를 해요. 물론 자기한테도 그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동기가 다 있지만 이 네 번째 정치적인 목적, 이 동기가 ‘나머지 세 가지를 압도할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 김우성 : 쉽게 말하면 ‘세상을 바꾸고 싶어’일 수도 있는데요. 여러분, 그러려면 권력과 권력의 분배인 정치를 잘 알아야 될 텐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뭘까, 조지 오웰의 삶을 들여다봐야 될 것 같습니다. 대략적으로 이 방송을 준비하면서 조지 오웰의 삶을 살짝 들여다봤는데도 ‘아휴 이렇게 버라이어티하게...’ 항공권으로 치면 ‘마일리지가 엄청 싸지겠다’ 할 정도로. 최민석 작가도 떠오르고요. 어떤 삶인지 알려주시죠. 

◆ 최민석 : 일단 1903년에 인도 벵골에서 태어났습니다. 가까스로 20세기 사람이 된 거죠. 4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19세기 사람인데. 아무튼 이때 아버지가 공무원이었어요. 급이 높은 사람은 아니었고 하급 관리였는데 인도에서 근무를 했던 거죠. 

◇ 김우성 : 인도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 

◆ 최민석 : 인도에서 태어나서 3살 때 조지 오웰이 영국으로 돌아갔는데, 그 뒤 14살 때였어요. 공부도 잘하고 가문도 탄탄해야만 갈 수 있다는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 ‘이튼 스쿨’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합니다. 공부는 잘했지만 여기 가서 계급적인 좌절을 느낀 거죠. 

◇ 김우성 : 성적으로 채울 수 없는...

◆ 최민석 : 아까 부모님이 공무원이었지만 하급 관리였다고 했잖아요? 굳이 말하자면 중산층쯤 된 겁니다. 

◇ 김우성 : 흙수저에서 조금 위.

◆ 최민석 : 부모가 무리해서 보낸 명문 사학에서 상류층 자제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거죠. 마치 예전에 소개했던 피치제럴드처럼요. 조지 오웰이 회고하기를 이때 자기가 용돈이 너무 궁해서 ‘늘 그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아무튼 그러고 이튼 스쿨을 졸업한 후에는 대학에 안 가고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 현재 이름이 미얀마로 바뀌었죠? 이 버마에서 왕실 경찰로 근무를 합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자기도 공무원이 된 거예요. 그런데 여기가 영국의 식민지였잖아요? 그러면서 여기서 식민체제의 폭력성을 직접 목격을 하고 경험을 하는데, 당시 양심이 있었던 청년 조지 오웰의 마음을 굉장히 아프게 하면서 괴롭혔던 거죠. 정리를 하자면 인도에서 태어나고, 그리고 이튼 스쿨이라는 계급 사다리의 제일 꼭대기에 학창 시절을 보내고, 또다시 현 미얀마 구 버마에서 식민체제의 폭력성을 체험한 조지 오웰이 자연스럽게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겁니다.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거죠. 공산주의자가 된 겁니다. 젊은 조지 오웰은 결국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열망 때문에 글을 썼다 볼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아까 스콧 피츠제럴드 얘기도 했습니다만,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가 ‘너 저렇게 가난한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돼’ 그게 평생 남았습니다. 삶이 고통스러우신 분들은 희망을 가지십시오. 보니까 세계적인 문호들은 다 이런 고통을, 상처를 통해서 새로운 틈을 열어내신 것 같고요.

◆ 최민석 : 저도 상처 투성이입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우리 최민석 작가의 상처 투성이 궁금하신 분들은 당장 <마드리드 일기>를 읽어보시면 ‘도대체 무슨 상처가 있다는 거야? 유쾌한데’ 이러실 수도 있습니다. 

◆ 최민석 : 늘 말씀드리지만 제 상처는 고백하면 여기 고가의 장비가 제 눈물로 다 적기 때문에 감춰두겠습니다. 

◇ 김우성 : 알겠습니다. 여러분 <나는 왜 쓰는가>의 마지막, ‘정치적 목적’이라고 얘기했던 게 바로 여기서 드러나고. 평등,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시기를 설명해 주셨고. 그러면 의외로 진출하고 정치인이 되거나 혁명가, 개혁가의 삶을 살지 ‘왜 소설가?’라고 궁금해하는데. 보니까 그런 경험도 있었던 것 같아요.

◆ 최민석 : 네, 조지 오웰이 처음부터 그냥 바로 글을 썼던 건 아닙니다. 제일 처음에는 자기의 신념을 실천해 보려고 일종의 정치적 실천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을 합니다. 

◇ 김우성 : 어마어마한, 참혹한 전쟁이었죠. 

◆ 최민석 : 이때 조지 오웰은 공화당파. 공화파 소속이었고 상대편은 훗날 스페인 군부 독재 정권이 되는 프랑코의 왕당파였죠. 

◇ 김우성 : 전 세계에서 다 참여를 했었죠? 

◆ 최민석 : 그렇죠. 스페인 내전이지만 헤밍웨이도 가고, 해외에서도 주로 공화파에 많이 가담을 해서 싸웠던 거죠. 그런데 이때 조지 오엘은 공산주의자들과 한 편이었어요. 스스로 공산주의자였고. 그런데 정치적인 실천을 하기 위해서 같이 전쟁에 참전을 해보니까. 이때 공산주의자들이 서로 막 암약과 모략, 허위선전을 하고 심지어 암살까지 하는 거예요. 이걸 목격하고 공산주의자들이 내부에서 분열하는 걸 보고 조지 오웰은 스탈린주의에 환멸을 느낍니다. 그리고 공산주의와 완전히 결별을 해버리죠. 그리고 그 깨달음이 훗날에 오늘 제가 소개하는 <동물농장>의 집필 계기가 되는 거죠. 정리하자면 <동물농장>은 ‘당시 스탈린주의에 대한 고발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왠지 공산주의 국가들이 운영했었던 대표적인 식량 체계가 북한에도 있는 ‘협동 농장’이거든요? 그런 이름까지 연결될 만큼, 어떤 내용인지 봐야 되는데. 작품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두 마리의 돼지 ‘스노우볼’, ‘나폴레옹’. 그러면은 스탈린의 공산주의, 소련 체제에 대한 반발이었기 때문에 실제 인물하고 연결이 되겠네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여기에 등장하는 ‘나폴레옹’이라는 돼지는 결국 조지 오웰이 비판하려고 했던 ‘스탈린을 상징한다’ 이렇게 평가를 합니다. 당시 소련의 지배자였죠? 그리고 소설에서 나폴레옹, 즉 스탈린과 갈등을 빚는 수퇘지가 있어요. ‘스노우볼’은 바로 공산주의 혁명인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지도부 ‘트로츠키를 상징한다’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 트로츠키는 쫓겨났잖아요. 

◆ 최민석 : 네, 작품에서도 스노우볼이 나폴레옹한테 쫓겨나고. 실제로 트로츠키는 스탈린에 의해서 국외로 추방이 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트로츠키는 권력 다툼에서 밀려났다’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 거죠. 

◇ 김우성 : 아마 80년대 세상이 변할 때 스탈린 동상이 끌어내려지는 그 장면,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이 소설 안에서 단지 소련의 공산주의 독재를 주장했던 스탈린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가 과연 ‘현실적으로 정말 평등을 강조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비판들도 등장한다고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원래는 인간이 주인인 농장이었는데 동물들이 혁명을 해서 자신들의 주인인 인간 ‘존즈’를 쫓아낸 다음에, 자기들이 혁명 후에 농장을 잘 꾸리기 위해서 계명을 정하고. 그 계명을 벽에다가 칠해 놓습니다. 그런데 그 지도부가 다른 동물들을 이끌면서 권력의 맛을 보기 시작하죠.

◇ 김우성 : 그 안에서도.

◆ 최민석 : 네. 그러면서 조금씩 자기들 편한 방식대로 계명을 조금씩 바꿔놓습니다. 예를 들어서 원래 계명 5번이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이거였어요. 그런데 나폴레옹이 다른 동물들한테 일을 시키고 자기는 할 일이 없어지니까, 인간들처럼 술을 조금씩 마시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점차 저처럼 술맛을 알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살짝 바꾸죠. ‘어떤 동물도 너무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결국은 가장 중요했던 계명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이 계명까지 바뀌게 됩니다. 어떻게 바뀌냐면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 김우성 : 굉장히 우화적 표현이네요. 

◆ 최민석 : 이렇게 단서를 자꾸 붙이고 표현을 자꾸 바꾸는 거죠. 

◇ 김우성 : 북한에도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정치 세력이 집권하고 있는데도 평양 사람과 자강도 사람은 생활 조건이 다릅니다. 평등하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 모순이 있어요.

◆ 최민석 : 원래 사회주의는 말이 많이 붙거든요. 북한도 공식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잖아요? 다 있죠. 민주주의예요. 그런데 앞에 ‘인민’이 붙는 거죠. 

◇ 김우성 : 참 저 같으면 다섯 번째 계명을 세울 때 ‘그건 부당합니다’라고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금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해 드렸는데, 캐릭터를 앞서도 한번 소개해 줬지만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처음 동물들이 인간 농장주를 몰아내고 평등한 동물들의 세상을 꿈꾸게 된 계기, 인간의 역사로 치면 순수했던 혁명 이런 것들이 궁금한데. 작품 초반에 나오는 ‘메이저’를 들여다봐야 된다고요?

◆ 최민석 : ‘메이저’가 굉장히 중요한 인물로 나오는데, 소설 첫 장면에 메이저가 연설을 합니다. 이 메이저는 늙은 수퇘지인데 그때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메이저가 영어로는 ‘주요한, 중요한’ 마이너의 반댓말. 그런 뜻이 있지만 ‘소령’이라는 뜻도 있어요. 어떤 번역본에서는 메이저를 ‘돼지 소령’으로 소개하기도 하거든요. 

◇ 김우성 : 약간 군인을 다룬 느낌이에요. 

◆ 최민석 : 그렇죠. 공산주의는 어차피 군대와 연결되니까 조지 오웰은 중의적으로 썼겠죠. 

◇ 김우성 : 그래서 판본이 굉장히 여러 개가 있는데, 제가 읽은 판본에서는 그냥 고유명사처럼 이 돼지의 이름이 ‘메이저’인 것으로 번역이 돼 있더라고요. 아무튼 이 메이저 돼지는 동물들한테 ‘인간에게 저항하고 싸워야 하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이런 사상을 전파하고 죽게 되는데. 이 메이저 돼지가 바로 ‘칼 마르크스를 상징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고요. 결국 소설에서 메이저의 사망은 혁명전야의, 순수한 이상주의가 사라지는 첫 신호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 결국은 작품 전체에 깔려 있는 도덕적, 사상적 출발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나폴레옹에 의해서 점차 변질되는 거죠?

◇ 김우성 : 예.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할 때 5살, 7살짜리 아이들이 탄광 가서 일하다 죽고, 18시간씩 노동하고 이런 걸 보면서 썼는데. 그걸 따라서 만들어진 공산주의 사회가 ‘과연 그걸 극복했는가’ 이 의문이 남게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메이저가 죽은 이후 스노우볼과 나폴레옹 체제에서 평등 사상이 점점 퇴색되잖아요. 아까 ‘술은 안 된다’라고 하다가 ‘술은 지나치게는 안 된다’ 이렇게 바뀐 것처럼 퇴색된다고요. 

◆ 최민석 : 메이저의 사상을 이어받은 돼지가 둘이 나옵니다. ‘스노우볼’과 ‘나폴레옹’ 이 둘이 처음에는 각각 동물들의 지도자가 되어서 메이저의 사상에 따라 농장 주인 ‘존즈’를 몰아내고 농장을 동물들의 것으로 만들죠. 이때 스노우볼은 굉장히 똑똑한 인물로 묘사가 되고, 나폴레옹은 매번 딴지를 거는 인물로 묘사가 됩니다. 당연히 둘 사이에 잦은 의견 충돌이 생기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나폴레옹은 몰래 어디선가 키워왔던 사나운 개들을 등장시켜서 자신의 동지인 스노우볼을 쫓아내 버리는 거죠. 

◇ 김우성 : 스탈린과 트로츠키 얘기 같아지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결국 ‘스노우볼’은 ‘혁명의 순수한 이상’을 대표하는 거고요. 그렇지만 ‘현실 정치에서 이상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는지를 드러낸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결국 스노우볼은 단순한 동물 캐릭터를 넘어서, ‘권력과 이상 그리고 진보와 배신의 변증법적인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후부터 나폴레옹은 독재 정치를 시작합니다. 이 소설 속에서 ‘나폴레옹’이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스탈린을 상징하는 게 아니냐’ 이렇게 이해를 하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스노우볼은 그 ‘스탈린에 의해서 추방된 트로츠키를 상징’하는 거죠. 결국 ‘나폴레옹은 전체주의와 부패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서 오웰이 심어놓은 핵심적인 캐릭터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여러분 전체주의가 이래요? ‘국가 전체가 제일 중요합니다’라고 하면서 자기는 제일 좋은 거 먹고, 쉬고, 술도 마시고, ‘지나치게 마시면 안 된다’라고 원칙도 바꾸고. ‘위선’이라는 말이 딱 떠오릅니다. 그걸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기도 하니까요. 악이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요. 착하다고 하고 알고 봤더니 악이면... 위선은 정말 싫어하잖아요. 그 ‘개들’의 존재가 비밀 경찰이나, 과거 공산주의나, 전체주의 국가가 권력 유지를 위해서 운용했던 ‘공권력 폭력’으로 상상하면 되나요? 

◆ 최민석 : 그렇죠. 나폴레옹을 지킨 ‘사나운 개들’은 바로 ‘비밀 경찰’인 거죠.

◇ 김우성 : 그리고 <1984>라는 작품도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회를 교묘하게 선전하고, 세뇌시키고, 메시지를 줘서 통제하는 ‘스퀼러’, 양 이런 것들이 나옵니다. 이것도 공산주의 국가의 대표적인 모습이기도 해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일단 ‘양’들부터 얘기를 하자면, 이 작품에 걸핏하면 행동 강령을 읊어대는 양들이 나와요. 이들이 바로 ‘소련의 선전대’였던 거지 않습니까? 동물들이 나폴레옹의 정책에 회의를 품을 때마다 이 양들이 갑자기 어디선가 등장해서 농장의 계명을 막 외쳐요. 예를 들어서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이런 계명을 몇 시간이나 외쳐대면, 이 구호 속에 동물들의 의구심과 회의가 매번 묻혀버리는 겁니다. ‘질문하지 마’ 이런 얘기가. 이런 식으로 나폴레옹은 자기만의 농장을 완성해 가고요. ‘스퀼러’는 나폴레옹의 대변인으로서 그 언어로 다른 동물들을 선동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김우성 : 약간 괴벨스 같은 존재

◆ 최민석 : 작품 전반에 나오는 이 ‘스퀼러’는 결국은 ‘언론과 선전의 위험성을 대표하는 인물’인 거죠. 

◇ 김우성 : 부하가 아니고요. 이 정도면 ‘사회 청사진’ 같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오늘 최민석 셰르파와 함께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자 어떻게 보면 주인공인데 가장 특별하지 않고, 독특하지 않아서 지나칠 수 있지만 이 캐릭터 봐야 됩니다. ‘복서’. 말이에요. 노동자인가요? 

◆ 최민석 : 말인데 늘 그냥 말이라고 소개가 안 되고 ‘짐 말’이라고 소개가 돼요. 

◇ 김우성 : 짐을 지고 다니는.

◆ 최민석 : 그렇죠. 말은 원래 자유롭게 뛰어다녀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짐을 지고 다니는 거죠. 참 불평등하다. ‘짐 말 복서’라고 나오는데 이 짐 말 복서가 한 평생 일만 하다가 죽어가거든요. 예상했다시피 노동자 계층, 프롤레타리아를 상징합니다. 결국은 굉장히 순박하지만 강인한 노동계급을 얘기하는데, 이 복서가 이 동물농장에 필요한 풍차를 짓다가 부상을 당해서 쓰러지거든요. 그런데 자기는 치료를 받으러 치료소에 가는 줄 알았는데 돼지들이 배신을 해서 치료소가 아닌 도살장으로 보내버립니다. 결국은 혁명의 이상이 어떻게 하면 권력자들에 의해서 배신당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 외에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과 사건, 공간은 당시 구 소련과 유럽의 실제 인물들, 사건, 공간을 아주 구체적으로 가리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직접적인 소설이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1984>만큼 직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우화 형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인 거죠. 

◇ 김우성 : 우화인데요. 지난번에도 판타지... 환상적인 리얼리즘, 마술적 리얼리즘 얘기했잖아요? 현실이 오히려 더 강조된 느낌인데. 이게 우화인데 더 슬퍼요. 어떻게 보면 너무 쉽게 다가와서 그런가요? 

◆ 최민석 : 현실을 그냥 보면 우리가 상상을 적게 하게 되거든요. 우리가 기사를 읽을 때는 진짜...

◇ 김우성 : 그 내용만으로 읽죠.

◆ 최민석 : 우리가 소설 원작을 둔 영화를 봤을 때 감동이 줄어드냐고 느끼냐면, 내가 그렸던 상상보다 화면에 펼쳐진 그림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에요. 가려져 있으면, 에둘러서 표현하면 인간은 더 많이 상상을 합니다.

◇ 김우성 : 크게 보고, 상상하는군. 

◆ 최민석 : 그렇기 때문에 영화보다는 글이 더 상상을 자극하는 거고. 기사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한 소설, 우화가 우리에게는 어떨 때는 더 무섭게 와닿는 거죠. 

◇ 김우성 : 누가 C. 라이트 밀즈라는 학자가 쓴 <사회학적 상상력>을 ‘어떻게 생각해?’라고 했을 때 저는 얼버무렸어요. 기억도 잘 안 나고. 그런데 다시 물어보시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이럴 것 같아요. 상상의 공간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설명까지 정말 멋들어지게 해주신 셰르파 최민석 작가입니다. 결국은 ‘세상은 결국 지옥이네’ 이렇게 허무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거를 어떤 식으로 저희가 해석하고 읽으면 좋을까요? 

◆ 최민석 : 소설은 늘 실패를 얘기합니다. 특히 순문학은 늘 실패를 얘기해요. 때로는 그 실패가 아름답게 느껴질 만큼 잘 그려내서 그걸 ‘미학적 실패’라고 하는데, 순문학은 왜 늘 실패를 얘기하느냐? 결국 소설의 역할은 ‘반면교사’이거든요. 우리가 하나밖에 없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실패도 ‘일어설 수 있을 만큼의 실패’여야 한다는 거죠. 일어설 수 없는 실패는 어떻게 상상하고 경험하느냐? 그건 바로 문학을 통해서 경험해 보라는 겁니다. 소설이 많은 실패를 담고 있어도 그것은 오히려 우리의 삶을 희망적으로 살아내기 위한 안전 장치다 이렇게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비극을 읽는다고 해서 혹은 현실을 아주 따갑게 꼬집는 작품을 본다고 해서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 반면교사로 삼고 내 삶의 지혜를 찾아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픈 이야기를 읽으셨기 때문에 지금 옆에 분을 사랑하시는 겁니다. 최민석 작가가 작가로서 조지 오웰을 보면, 스페인 내전 경험도 그렇고 여러 가지 복잡한 당시의 국제 정치 상황에서 다 경험해 보고 책을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이거는 글을 잘 쓰는 것도 뛰어넘어서 굉장히 용감하고 추진력이 있어야 됐었구나라는 것도 있네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이 책을 낼 당시에 영국은 그 소련과 2차 대전에서 연합군으로 함께 싸운 동맹국이었죠? 그런데 동맹국의 지도자를 암시하고 비판하는 작품을 썼으니까 출간이 어려웠어요. 여러 출판사가 난색을 표했습니다. 결국 출판사를 구하는 데 1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때 영국의 한 출판사는 책을 내기로 했는데, 영국 정보부의 전화를 받고 출판 결정을 번복해버립니다. 그리고 심지어 영국 유명 시인이죠? T.S.엘리엇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쪽에 연락을 해 보니까 뭔가 핑계를 대고 출판을 거절한 거죠. 그리고 미국의 한 출판사는 궁색한 변명이에요. ‘미국에서는 동물 이야기가 안 팔린다’ 이러면서 거절을 한 겁니다. 

◇ 김우성 : 동물 같은 나라인데.

◆ 최민석 : 어떻게 보면 조지 오웰은 스탈린주의자와도 싸웠고 스탈린 체제와 협력했던 서방 세계와도 싸웠던 거죠. 참 외로웠던 작가예요. 아무튼 이때 손을 내민 세커 앤 워버그 출판사라는 곳이 있는데 고맙게도 이 인연으로 나중에 <1984>의 출판권까지 확보하게 됩니다. 

◇ 김우성 : 대한민국 수능에도 나오는 책들을 만든 출판사가 되었습니다. 이 책,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짧게 한 말씀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최민석 : 조지 오웰이 어떤 작가인지 궁금하신 분, 그리고 정치적인 글쓰기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 그리고 끝으로는 메타포가 훌륭한 글, 비유가 훌륭한 글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을 합니다. 

◇ 김우성 : 저는 여의도에 계신 300분의 국회의원들께 추천합니다. 다시 한 번 읽어보십시오. 오늘도 역시 독서뿐만 아니라 생각과 세상살이의 오르막도 도와주신 셰르파, 쿠마리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