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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 PD: 신동진 / 작가: 김은진
[열린라디오 YTN] 생판 남인데, 아동학대죄라고 피의자 신원 보호하는 우리나라 법...피해자 인권은?
2025-11-24 20:50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1월 22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김언경: 안녕하세요.

◆최휘: 오늘은 참 복잡한 사안을 이야기해보신다고요. 어떤 주제죠? 

◇김언경: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기사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11월 19일 보도인데요. <피겨 아동학대 고발 보도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이라는 제목의 보도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난히 관심이 가는 기사였고요. 또 제가 미디어비평을 하면서 아동학대 보도에 대해서도 여러번 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이 사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최휘: 어떤 내용이죠?

◇김언경: 한 초등학교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코치에게 강습을 받다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 제보자는 지금은 성인이지만 작년 12월 자신이 학대받았던 사실을 언론에 공익제보하고 경찰에 해당 코치를 고소했습니다. 그래서 KBS는 올 4월 코치의 피고소 사실을 보도했는데, 여기에는 “피겨 스케이팅 코치의 아동학대 혐의가 10년 넘게 공론화되지 못한 건 스포츠계의 폐쇄성 때문”이라며 “피해자를 도왔던 증인이 오히려 싸늘한 시선을 받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썼습니다. 탐사보도 매체 ‘셜록’은 올 8월 ‘칼날 위의 아이들’ 연속 보도로 이 사건을 더 자세히 취재 보도했습니다. 제보자는 코치에게 주먹과 발로 폭행당한 것은 물론, 목이 졸리고 가위날을 입 안에 집어넣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하고요. 정신적인 학대는 더 심각했습니다. 보도에서 가명으로 처리된 제보자 이외에도 또 다른 추가 피해자도 있는데 “해당 코치는 엄마한테 말하면 손가락 발가락을 가위로 잘라버린다고 귀에 대고 말했어요.”라고도 보도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이 사건은 일단 명백한 아동학대사건이며 스포츠폭력사건입니다.

◆최휘: 말씀하신 것처럼 KBS와 셜록에서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다 보도하고, 경찰에 고소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거죠?

◇김언경: 미디어오늘에서 보도한 핵심이 바로 무엇이 문제인지인데요. 가해자로 고발된 코치가, 이 사건을 보도한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 직후인 지난 8월28일에 법원에 기사 삭제 또는 신상정보 삭제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사를 작성한 조아영 기자를 상대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는 겁니다. 무슨 근거로 그러는 것이냐가 문제인데요. 가해자로 고발된 코치의 실명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를 주장했고요. 조 기자가 휴대폰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취재를 시도하고, 주소지로 방문해 두 차례 공동현관 호수 초인종을 누른 것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셜록은 해당 코치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가대표 코치’로 알려졌고 빙상 체육계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공적 인물이며, 보도 내용이 중요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해 실명 보도를 결정했다는 입장입니다.

◆최휘: 아동학대를 막자고 아동학대를 고발하는 보도가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해 처벌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그렇다면 아동학대 가해자가 누군지 알아도 보도하면 안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죠?

◇김언경: 아동학대처벌법 35조2항은 언론사와 출판인이 “아동보호 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생각해보시면 이 조항은 아동학대 어린이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아동학대의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일 수 있기에 그를 특정하면서 사건을 설명하다보면 당연히 피해자도 금방 특정됩니다. 따라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강한 조치였던 것이죠. 그런데 정작 이 조항을 둘러싸고 계속 논란이 되었습니다. JTBC는 2019년 9월 피겨 코치 ㄱ씨가 제자에게 폭행·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며 가해 코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는데, 가해 코치가 JTBC와 취재기자를 고소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보도에 공익 목적이 크다고 판단해 기자에 대해 불송치 판단했지만, 검찰은 재수사를 지시했고 해당 기자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재판을 맡은 서부지법이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서 이 사안은 헌법재판소까지 갔습니다. 서부지법의 문제의식이 정말 중요한데요. “피해아동의 2차 피해 우려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아동학대 실태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보도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입니다. 헌재는 2022년 10월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휘: 아동학대 가해자를 무조건 누군지 특정하면 안된다는 결정인데요. 헌재가 어떤 취지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좀 더 들어봤으면 좋겠네요.

◇김언경: 당시 보도를 보면 헌재는 “아동학대행위자의 대부분은 피해 아동과 평소 밀접한 관계에 있어 행위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 등을 보도하면 피해아동의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인적사항 보도를 허용할 경우 피해 아동들이 진술이나 신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할 우려가 있다. 일률적 보도금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보도의 필요성이 큰 경우라도 익명화된 형태로 사건을 보도하는 방법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 조항으로 보호하려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피해자는 특정하지 않으면서 사안만을 보도하면서도 충분히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니 아동학대 가해자는 특정시키지 말라는 것이죠. 미디어오늘에서는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안홍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입장이 나왔는데요. “(JTBC 보도 사례는) 입법 당시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의 적용 범위가 잘못 풀이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을 지낸 신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영)는 통화에서 “이 조항이 만들어진 계기와 법률 편제상 조항이 말하는 ‘아동보호사건’은 형사사건이 아니라 학대 수위가 경미해 원가정 회복을 목표로 하는 보호처분이 내려진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 경우 행위자인 부모가 알려짐으로써 피해아동이 공개 피해를 받는 일을 막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최휘: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셜록 보도는 피해아동이 이미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자신의 과거의 문제를 폭로한 것이잖아요. 그런데도 법에 의해서 가해자가 보도되어야 한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아요.

◇김언경: 그렇습니다. 그런 내용도 미디어오늘에서 취재를 했던데요. 신 변호사는 “셜록 사건을 개별 사건으로 볼 때 성인이 된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사실도 (쟁점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아동학대 사건 기사를 작성하며 법적 검토를 거쳐 본 방송사의 어떤 기자는 “이 법 조항은 가해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 조항을 악용해 문제인데, 성인을 인터뷰한 셜록의 경우 (아동의 불이익 여지가 적으므로) 해당되지 않을 여지가 커 보인다”고 했다는 겁니다. 

◆최휘: 소장님은 그동안 아동인권이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에 아동학대보도 가이드라인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해오셨잖아요. 아동학대보도 가이드라인에서도 마찬가지로 가해자를 밝히지 말라고 되어있나요? 

◇김언경: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아동의 권익 인권 존중, 2차피해 예방, 사실기반 보도라는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중 2차 피해 예방에 “피해 아동, 가족, 신고자, 학대 의심자가 보복이나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인적사항(이름·나이·직업 등)을 보도하지 않도록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이건 학대 의심자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더라도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 아동이 받을 2차 피해가 예상되기에 무조건 하지 말자는 취지였습니다. 

◆최휘: 아까 소장님이 공익제보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신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공익제보자 입장에서는 이런 법이 오히려 자신의 아동학대 이슈를 감추는 것으로 보일 수박에 없을 것 같아요.

◇김언경: 실제 셜록은 형사고소와 가처분 신청으로 후속 보도를 중단한 상태라고 합니다. 조 기자는 “이 법 취지 자체가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반대로 왜곡된다고 느낀다”고 했고요. 비슷한 일을 겪었던 방송사의 A 기자도 “발의한 의원도 법의 미비점을 인정한 사실이 있는 만큼 해당 조항이 ‘가해자 보호법’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공론화돼 국회에서 입법 보완이 이뤄지고, 다른 언론인이 이 조항으로 발목이 잡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는 겁니다. 저는 아동학대를 고발한 공익제보자, 그리고 공익제보를 조력해주는 사람, 공익제보를 받아서 열심히 보도하는 언론인 모두가 취약해지는 문제는 분명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언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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