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11월 24일 월요일
■ 대담 : 허란 한국경제신문 기자
- 주병기 "'금산분리' 대통령실과 입장 다르다..'최후의 수단'" vs 재계 "규제 풀어달랬더니, 규제 폭탄 나와..반발"
- '금산분리 완화' 혜택은 SK만 본다? 경제개혁연대 "AI투자 외피 내면에는 SK 맞춤형 규제완화" 비판
- 美 MS-블랙록, 44조 규모 AI인프라펀드 조성, 美 정부지원 받아 인텔-아폴로 자산운용, 16조 규모 파운드리 공장 신설
- 中 알리페이-알리바바, 결제 대출 투자 아울러..애플-골드만삭스, 애플카드 선보여...韓에선 불가능한 모델
- 재계, '금산분리 완화' 기업 특혜 아닌 국익 차원에서 검토해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 다양한 경제 뉴스들 한 방에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취재부터 뉴스까지 한 큐에 전해드리는 <경제 브리핑> 시간이고요. 허란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기자님 나와 계십니까?
◇ 허란 : 네 안녕하세요.
◆ 조태현 : 예. 안녕하십니까. 요즘 들어서 금산분리라는 단어가 뉴스에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쏘아 올린 금산 분리 이슈, 이게 지금 경제 부처 장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잖아요? 어떤 상황입니까?
◇ 허란 : 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힌 건데요. 주 위원장은 특정 기업의 민원 때문에 수십 년 된 규제를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핵심은 투자 촉진이지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통령실과 입장이 다른지 묻는 질문에 다른 입장이라고 명확히 했고 금산분리 완화는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최후의 수단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더 나아가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 불만이라며 서구에서는 100년 된 규제를 몇 개 회사의 민원 때문에 바뀔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업들을 향해서는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투자 회사를 만들어 여기저기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주요 기업이 규제 탓만 하고 투자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직설적으로 비판도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규제 완화 반대뿐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지주회사의 신규 상장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을 30%에서 50%로 높이겠다고 했습니다. 경제계에서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규제 폭탄이 나왔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좀 그렇긴 하네요. 수십 년 된 규제를 푸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좀 이상하고 시대가 바뀌었으면 손을 대야 할 것 같은데 이런 반응은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 어찌됐건 경제계 그리고 공정위의 시각 차이가 상당히 큰 것 같은데 이 배경을 보면요. 이런 규제 완화가 특정 기업에만 혜택이 된다 이런 시각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봐야 될까요?
◇ 허란 : 네. 비판의 핵심은 SK 그룹만 혜택을 본다는 건데요. 오픈 AI가 대규모 주문을 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하는데 이 중에서 SK만 지주회사 체제입니다. 그래서 최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대로라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첨단 전략 산업에 투자하는 특수목적법인, SPC를 세울 수 있게 되니까 SK만 유리해진다는 겁니다. 한국산업은행이 12월 초 출범을 앞둔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해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 펀드를 조성하는데 공정거래법이 걸림돌이 되니 이를 개정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손자 회사의 투자 목적 회사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이 경제 개혁 연대는 SK 위해 금산분리 원칙도 훼손하나라는 논평에서 AI 투자 확대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특정 재벌 맞춤형 규제 완화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태원 SK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나서서 저희는 금산분리 완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AI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게 제 생각이라며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 조태현 : 복잡하네요. 지금 앞서도 말씀을 해 주신 것처럼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은데요. 구윤철 부총리는 금산분리 완화 검토 가능하다 이렇게 발언을 하기도 했어요. 대통령실과 기재부 그리고 공정위 이렇게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충돌하는 것 같아요?
◇ 허란 : 맞습니다. 특히 공정위원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됐는데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오픈 AI 샘 올트먼 CEO와의 만남 자리에서 대통령은 AI 분야에 한해 안전 장치가 마련된 범위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라고 언급을 했습니다. 배경을 보면 이 AI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에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금산분리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기업들의 절박한 건의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450조 원, 대만 TSMC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223조 규모인데 이런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한국만 규제 때문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겁니다. 이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한다는 원칙인데요. 금산분리는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금융회사 특히 은행을 지배하거나 사금고처럼 쓰는 것을 막는 규제입니다. 대표적으로 산업자본은 시중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보험사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과거에 부작용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 허란 : 네. 해외 사례부터 말씀드리면 미국에서는 기업과 금융의 협업이 매우 활발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블랙록이 작년 9월 44조 규모의 AI 인프라 펀드를 조성했고요. 메타는 사모펀드와 38조 원 규모로 데이터센터를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인텔도 아폴로자산운용으로부터 약 16조 원을 투자받아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펀드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없고요. 기업형 벤처캐피탈, CVC는 소유할 수 있지만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합니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시중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요. 또 해외에서는 금융과 IT 융합 사례도 굉장히 활발한데요. 중국의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의 쇼핑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제, 대출, 투자를 아우르는 거대 금융제국을 건설했고, 애플도 골드만삭스와 협력해서 만든 이 애플 카드도 선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모델입니다. 산업자본이 금융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데이터 공유 시너지를 내는 게 해외에서는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막혀 있는 거죠. 그래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반 지주회사가 투자 전문 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그리고 금융회사도 기업과 공동으로 투자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 조태현 : 앞서서 미국을 언급해 주셨는데요.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이 그래도 금산분리가 엄격한 나라로 꼽히는데 우리나라의 규제 강도는 그것보다 훨씬 세다. 우리나라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세다 이런 연구 결과가 공통적으로 나오거든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될까요?
◇ 허란 : 큰 맥락에서 보면 이것은 특정 기업의 이익이 되냐 안 되냐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될 것 같고요. 미국, 중국, 일본 대만이 국가 주도의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쏟아붓는 상황에서 한국만 규제에 묶여 있으면 이 첨단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 말처럼 첨단산업 투자 속도전에서 한 번 뒤처지면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절박함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업 특혜가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규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주 위원장과 공정위는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 폐해가 여전히 한국 경제에 중요한 문제이고, 한 번 빗장이 열리면 수십 년간 쌓아온 금산분리 원칙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AI 반도체 같은 이런 특정 첨단 산업에 한정해 엄격한 투명성 요건과 감독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제한적으로 완화하는 이런 창의적인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주 위원장의 말처럼 경제력 집중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촉진할 방안을 부처 간 긴밀한 협의로 협의를 통해 찾아야 합니다.
◆ 조태현 : 듣고 보면 양쪽 이야기가 다 맞는 이야기이긴 해서 또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요. 어찌됐건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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