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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 PD: 신동진 / 작가: 김은진
[열린라디오YTN]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
2025-11-10 22:37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김언경: 안녕하세요.

◆최휘: 오늘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신다고요. 

□김언경: 2025년 국정감사에서 대교어린이TV에서 근무하다가 사망하신 고 유고운 PD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걸 보면서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론은 다른 주제에 있어서는 부조리나 인권침해를 매우 열심히 보도하지만, 정작 언론사 소속 노동문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보도량이 적어요. 과학적 분석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언론사들은 나름의 동지의식이 있는 것인지 방송사 노동자의 과도한 노동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 등이 이슈로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죽는 그야말로 큰 사건이 발생해도 그 이슈가 다른 비슷한 경우처럼 큰 이슈로 커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오늘 방송에서 두 가지 사안을 이야기할텐데요. 3가지 모두 언론운동,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많이 기억하지만, 언론의 노출량은 많지 않습니다. 

◆최휘: 먼저 이번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고 유고운 PD의 사연을 들어볼까요?

□김언경: 지난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고 유고운 PD에 대한 산업재해가 승인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따져봤습니다. 이날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유고운 PD 사안에 대해 집중 질의했습니다. 유 PD는 EBS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에서 무대감독 아르바이트로 방송 업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2005년 케이블방송사 대교어린이TV에 입사한 유 피디는 <미스터리 타임즈>, <키위>, <미술관에 간 클래식> 등 수많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했습니다. 작은 방송사에서 16년간 일하는 동안 이렇게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총 16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았고요. 특히 ‘키위’로는 2019년 케이블TV 방송 대상에서 PP 작품상 어린이 대상을 받는 등 약 10개의 트로피를 수상하며 그 공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유 PD는 아이 셋을 낳는 동안 육아휴직 한 번 쓰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았지만 “PD는 그래야 한다고 배웠”기에 감당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 피디가 2022년 난소암 3기를 진단받았습니다. 2년 이후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고받았고요. 퇴사 후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고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공단은 산재를 불승인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소송을 준비해 온 유 PD는 지난 10월 3일 별세했습니다.

◆최휘: 회사를 다니다가 암이 걸리면 그게 산재가 될 수 있냐 이렇게 반문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유고운 PD가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한 근거를 좀 상세히 들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김언경: 유고운 피디는 2021년 11월 유씨는 암 수치(종양표지자)가 정상 기준치보다 3배 높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습니다. 당시 유 피디는 프로그램 2개를 동시에 맡고 있었습니다. 건강검진 때 127이었던 암 수치는 5개월이 지난 2022년 4월 1171로 폭증했다고 합니다. 유씨는 팀장의 허락을 받고서야 방송 녹화를 취소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난소암 3기를 진단한 것입니다.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고인의 산재 소송을 대리인 임자운 변호사는 "2022년 1월경 사측에 도저히 이렇게는 일 못하겠으니 조정해달라고 했으나 담당 팀장이 오히려 유 PD를 질책했다"고 "6개월 전에 이상수치가 발견됐으나 일이 너무 과중해 병원에 가지 못하셨다. 그 상태로 12주 정도 주 평균 80시간 이상을 근무하셨으니 살인적 근무를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휘: 퇴사 후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고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공단은 산재를 불승인한건데요. 이에 대한 유 피디 측의 주장을 들어볼까요? 

□김언경: 유 피디는 2024년 7월 회사를 떠나면서도 전 사원에게 메일을 남겼는데요. “최선을 다해 몸담았던 회사를 애정을 가지고 떠날 수 있도록 제가 얼마나 많은 시간 일했는지만 기억해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유 피디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서를 제출하자 회사는 장시간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지난 4월 “장시간 노동이 난소암에 영향을 미쳤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씨의 산재를 불승인했습니다. 유 피디는 생전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한 재판에 쓰일 ‘최후 변론’을 준비했고요. 병상 인터뷰에서 “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했고 이렇게 싸워볼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이건 너무 큰 꿈이지만··· 저로 인해 PD들의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바라요.” 라고 말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유 PD가 생전 촬영한 영상을 재생했는데요. 영상 속 유 PD는 "저는 이 소송의 결과를 직접 끝까지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드리는 이 말이 저와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는 작은 목소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일터에 유익한 선례로 남기 위해 노력하신거죠. 고인의 대리인인 임자운 변호사는 국정감사에서 "변호사로서 10년 넘게 직업병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데 고인처럼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던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고인의 업무 시간이 과중했던 시기에 난소암 관련 표지자가 크게 폭증한 게 나타난다"며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불승인한 건 굉장히 위법하다고 생각하고 법원에서 바로잡힐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7월 근로복지공단은 야간교대근무를 하다 유방암을 진단받은 간호사의 사례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최휘: 국정감사였으니 뭔가 대책이나 대안이 이야기된 것이 있을까요?

□김언경: 조 의원은 근로환경은 고용노동부 소관이겠지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방미통위가 PP사의 전반적인 관리 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전반적 근로환경 조사를 해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반상권 방미통위 위원장 직무대리는 "방미통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앞으로 이런 환경이 계속되어서는 K컬쳐가 계속 갈 수 없다"며 "방미통위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서 보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최휘: 사실 이 이슈는 꼭 방송계뿐 아니라 과로가 산재가 인정될 수 있는가에 대한 매우 중요한 사례로도 보입니다만, 처음 말씀하신대로 이런 이슈에 대해 언론보도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김언경: 그렇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빅카인즈에서 유고운으로 검색해보면요. 경향신문이 고인이 투병중일 때 2건의 보도를 한 것이 전부였고요. 나머지는 사망소식을 전한 보도 8건이 있었습니다. 단순 부고는 제외했습니다. 한마디로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휘: 아까 언론계의 노동인권,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서는 다른 업종의 경우보다 더 보도량이 적고 냉담하다는 개인적 평가를 이야기하셨는데요.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하시고 싶은 이야기 좀 해주세요.

□김언경: 두 분이 생각납니다. 먼저 CJ E&M 이한빛 피디입니다. 그는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는데요. 당시 촬영 55일 동안 단 이틀만 쉬었다고 합니다. 계약직과 장비팀이 해고된 뒤, 신입이던 그가 회계, 딜리버리, 현장 정리 등 대부분의 업무를 떠맡았기까지 했습니다. 하루 20시간 넘게 일하고 2~3시간만 자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게다가 그에게는 비정규직 해고와 급여 환수 업무까지 맡겨졌습니다. 그는 유서에는 “하루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등 떠밀며 살아가는 삶을 더는 이어갈 수 없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습니다. 사망 이후, 장시간 노동, 폭언,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건 발생 8개월 뒤인 2017년 6월에 CJ E&M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문을 전달했지만 유가족은 “그 사과는 너무 늦었고,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사망 이후 방송계에서는 ‘표준 근로계약서 의무화’, ‘방송스태프 근로기준법 적용’ 등의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졌고요. 그의 이름을 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10월 25일 그의 묘비에제막식이 있었습니다. 이한빛 PD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다. 방송 산업뿐 아니라, 모든 청년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는 ‘열정의 착취’, ‘군대식 조직문화’를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피디님은 청주방송(CJB)의 고 이재학 PD입니다. 그는 동료 처우 개선을 요구한 뒤 프로그램 하차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는 14년간 상시·지속 업무를 맡아 실질적으로 정규직과 다름없이 일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회사의 ‘노동자’임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깊은 좌절에 빠진 2020년 2월 4일, 이재학 PD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방송 비정규직 현실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 됐습니다. 사건 이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청주방송의 프리랜서 PD 3명 전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법원도 2021년 5월 항소심에서 고 이재학 PD가 청주방송의 노동자이고 해고는 부당했다고 판결, 임금 지급과 소송비 전액 부담을 명했습니다. 2024년 5월, 고인의 근로자성 부정을 위해 법정에서 위증한 상사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프리랜서도 노동자다”라는 상식을 법과 제도가 확인해가는 과정이었는데요. 이 사건 역시 당시 보도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언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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