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이번 주에 굉장히 많은 언론이 다뤘던 이야긴데요. 추운 집이 수명을 깎는다는 내용입니다. 추운 집에 살면 여러모로 괴로운 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수명까지 깎아 먹는다니 이건 좀 놀랍습니다. 어떻게 나온 이야기인지 좀 살펴보죠.
◇ 선정수 : 일본 도쿄과학연구소(Science Tokyo) 와타루 우미시오 교수와 공동 연구진이 내놓은 논문인데요. 평균 연령 73.6세의 일본인 3만8731명을 6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입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BMJ Public Health)에 실렸는데요. 자가 아파트 거주자에 비해 임대 아파트에 살거나, 자가 단독주택에 사는 이들의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높은 걸로 분석됐습니다.
◆ 최휘 : 단독주택 거주자가 아파트 거주자보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큰 이유는 뭔가요?
◇ 선정수 : 연구진은 주택 구조적 차이로 인한 실내 열 환경의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단독주택은 모든 면이 바깥 공기에 노출되어 있어 실내 온도가 쉽게 떨어지고 변동 폭이 큽니다. 반면, 아파트는 이웃 세대에 둘러싸여 있어 열 손실이 적고 온도 변화가 완만하죠. 일본에서 앞서 수행한 여러 연구에서도 단독주택이 추운 실내 온도와 큰 온도 변화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임대 아파트의 낮은 주거 품질도 문제로 지목됐는데요. 임대주택 상당수가 단열이 잘 되지 않는데요. 단열 개선에 드는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지만, 그 혜택은 세입자가 보기 때문에 집주인이 투자를 꺼리는 게 이유로 지목됩니다. 일본의 임대주택 중 이중창이나 복층유리(두 장의 유리 사이에 공기층을 두고 밀봉하여 단열 성능을 높인 것) 를 설치한 비율은 15%에 불과하며, 이는 자가주택의 38%에 비해 훨씬 낮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최근 연구에서도 임대주택 거주자는 자가주택 거주자보다 평균 실내 온도가 1.76°C 낮았다는 결과가 나와있기도 합니다.
◆ 최휘 : 단독주택이나 임대 아파트가 자가 아파트보다 단열이 잘 안 돼서 겨울철 추위에 취약하다는 이야기군요. 그런데 집 안이 추운 것과 사망 위험이 커지는 건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 선정수 : 인체는 추위를 느끼면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혈압이 높아집니다. 온도가 불안정해지면 혈압 변동성도 커지는데요. 이런 것들이 심혈관 질환 사망률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간주됩니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혈압이 높고 고혈압 환자의 혈압은 실내 환경의 영향을 더 받기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이 연구에선 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은 임대 아파트 거주 남성(2.32배)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뜩이나 혈압이 높은 상태로 지내는 분들이 많은 데 집안이 추워지면서 혈관이 좁아지니까, 높은 혈압이 더 높아지면서 심혈관계 질환이 촉발되는 것이죠.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실내 18°C 이상을 유지하고 단열 성능을 높이면, 특히 노인과 남성의 심혈관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 최휘 : 겨울철 실내 온도 권고 기준이 있군요. 어떻게 정해진 건가요?
◇ 선정수 : WHO는 1985년 '낮은 실내 온도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WHO 실내환경 연구진은 "18~24도의 기온에서 생활하는 건강한 비활동적인 사람들의 인간 건강에 대한 입증 가능한 위험이 없다"는 결과를 도출합니다. 이후 WHO를 비롯한 해외 많은 나라에서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로 18도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실내 온도는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혈액 순환을 억제해 천식 발작이나,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악화, 감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추위는 또한 혈관 수축을 유발하여 순환계에 스트레스를 주고, 허혈성 심장 질환(IHD), 관상 동맥 심장 질환, 뇌졸중, 거미막하 출혈 및 사망을 포함한 심혈관계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입장입니다.
◆ 최휘 : 요즘엔 좀 덜하긴 한데 우리나라는 겨울엔 실내 난방 온도를 낮추라고 하고, 여름엔 냉방 온도를 높이라고 하잖아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요. 그런데 일본은 좀 사정이 다른가봐요?
◇ 선정수 : 일본 여행 많이들 가시잖아요. 일본의 다다미방에 가보면 굉장히 춥습니다. 창문은 홑겹 창이 많고요. 오래된 집은 틈새가 들떠서 외풍이 들어오는 곳도 많고요. 난방은 주로 거실에 집중돼 있고 침실은 굉장히 추운 경우가 많죠. 다른 일본 연구에서 일본 전역의 2190가구를 측정한 결과 겨울철 평균 거실 온도가 16.8도로 나타납니다. 침실은 12.8도였고요. 영국은 거실 온도가 18~20도 정도고, 미국 뉴욕에서 한 조사에선 23.3도로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여러 조사에서 겨울철 실내 온도가 22~23도 정도로 나타나고 있고요. 일부 가정에선 겨울에도 집안에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지낼 정도로 과하게 난방을 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건 좀 생각해 볼만한 문제죠. 일본 연구들은 지나치게 추운 일본의 실내 환경을 반영한 겁니다. 저소득층과 1인 가구에서 겨울철 춥게 지내는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내용도 보이고요. 일본의 건축문화가 예로부터 습하고 더운 여름에 대비하는 걸 우선시했기 때문에 단열에 덜 신경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또 일본인들은 주택가치는 건축 시점부터 해마다 하락하기 때문에 일본 사회 전반적으로 저성능저비용 주택을 짓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관행을 바꾸고 단열에 대한 기준을 높이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 최휘 : 그렇다면 겨울철 실내 온도와 건강에 대한 국내 연구도 있나요?
◇ 선정수 : 작년 12월 서울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윤형진 교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경남 교수, 경상국립대 정보통계학과 김수환 교수, 강북삼성병원 박유진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공동 연구팀은 국내 난방 에너지 가격의 변화가 겨울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입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환경 연구'라는 국제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에서 발생한 심혈관질환 입원 및 사망 빅데이터 595만8617건을 분석해 겨울철 천연가스 가격의 변화에 따른 한파의 건강 영향을 분석했는데요. 이 결과 한파로 인한 심혈관질환 입원 위험은 천연가스 가격이 지속해 증가하던 기간(2012년 1월∼2014년 12월)이 천연가스 가격이 지속해 감소하던 기간(2015년 1월∼2017년 2월)과 비교해 1.71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사용량을 줄여 난방비를 유지하고, 반대로 천연가스 가격이 감소하는 시기에는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소비 패턴에 따른 결과로 풀이됐습니다. 결국 난방비가 부담이 되는 취약계층은 한파가 닥칠 경우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는 해석이 가능한 거죠.
◆ 최휘 :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올 텐데요. 겨울이 되면 추위를 걱정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한랭질환이 염려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그런데 집에서도 한랭질환에 걸리는 분들이 있다고요?
◇ 선정수 : 질병관리청은 겨울마다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합니다. 저체온증이나 동상, 동창 등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사람들을 분석하는 건데요. 지난 겨울 통계를 좀 살펴보면요. 2024년 12월 1일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응급실을 찾은 한랭질환자는 334명이었고 이 중에 8명이 사망했습니다. 한랭질환자의 주요 증상은 저체온증이 80.2%, 268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사망자 8명 중 7명의 사인도 저체온증이었고요. 한랭질환자를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69.8%, 233명)이 여성(30.2%, 101명)보다 약 2.3배 많았고 연령별로는 65세 이상(54.8%, 183명)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30.8%(103명)의 환자와 75.0%(6명)의 추정 사망이 발생해 고령층의 한랭질환 위험도가 높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발생 장소별로는 실외(74.0%, 247명)가 실내(26.0%, 87명)보다 약 2.9배 많았는데요. 장소를 나눠보면 길가(25.4%, 85명), 집(18.3%, 61명), 주거지 주변(14.1%, 47명)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65세 이상 노년층(183명)의 발생 장소는 길가(27.9%, 51명), 집(26.8%, 49명), 주거지 주변(20.2%, 37명) 순으로 나타나는데요. 일상생활 속 한랭질환 예방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 최휘 : 한파가 몰아치는 날에는 난방비 아낀다는 생각보다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겠네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푼돈 아낀다고 병원비로 목돈 날아갈 수 있고, 자칫하면 큰 위험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에 연세가 많을수록 혼자 계실수록 적정 실내 온도 유지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 최휘 : 가을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난방을 시작한 가정도 많을 텐데요.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 18도는 너무 춥다. 물정 모르고 에너지 절약만 강조한다. 이런 불만 가진 분들도 많단 말이죠?
◇ 선정수 :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권장하는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는 18~20도 입니다. 가을철 낮 최고 기온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가을에 밖에 나갈 때 어떻게 입으시는지 생각해보시면 금방 답이 나올 겁니다. 18~20도 이 온도에선 집안에서 반팔 반바지 입고 있으면 춥죠. 집에서 긴팔 긴바지 입는 걸 못견디는 분들이 계시긴 한데. 적정 온도 유지하고 긴팔 긴바지를 생활복으로 입으면 난방비 절감되고, 피부 습도도 유지할 수 있고 좋은 점이 많습니다. 다만, WHO는 "노인, 어린이 및 만성 질환자, 특히 심폐질환자를 포함한 취약 계층의 경우 18°C보다 높은 최소 실내 온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라고 권고하고 있으니 이런 가정에선 온도를 더 높게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최휘 : 추운 겨울이 유독 걱정이신 분들이 바로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사시는 분들일 텐데요. 어떤가요?
◇ 선정수 :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늘진 곳이 많습니다. 주거 분야에선 주택 그러니까 집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요. 국토부의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으로 44만3000가구가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시원이나 고시텔, 숙박업소의 객실, 일하는 곳의 일부 공간, 판잣집 또는 비닐하우스, PC방 등 다중이용업소 등이 해당됩니다. 인구수로 따지면 61만6000명쯤 된다고 하는데요. 이 분들도 춥지 않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최휘 :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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