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 대담 : ☎ 허란 한국경제신문 기자
- 한미 동상이몽? 李 "관세협상 교착" vs 트럼프 "타결임박"
- 관세협상 장기화에 車부품업계 연 관세비용 2조9천억
- 러트닉 美상무, 日협상 주도..中관세는 베선트 美재무, 한국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 네 취재부터 뉴스까지 한 큐에 전해드리는 경제 브리핑 시간이고요. 오늘은 허란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기자님 나와 계십니까?
◇ 허란 : 네 안녕하세요.
◆ 조태현 : 앞서 문을 열면서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번 주를 슈퍼 위크라고 부르잖아요. 이게 APEC이랑 직접 연관이 돼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에게 아무래도 관심을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거는 한미 정상회담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관세 협상 아직까지는 불확실하죠?
◇ 허란 : 네 맞습니다. 말 그대로 '슈퍼위크'라고 부를 만한 한 주입니다. 다음달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중심으로 29일 한미 정상회담, 30일 미중, 11월1일 한중 정상회담이 연달아 예정돼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일정을 조율 중이고, 북미 정상 간 깜짝 회동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건 역시 한미 관세협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아시아 순방길 전용기에서 "타결에 매우 가깝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동시에 "한국이 조건을 수용할 준비가 되면 나도 준비돼 있다"고 하면서 사실상 공을 우리 쪽으로 넘겼거든요.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공개된 블룸버그 뉴스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이 모든 주요 세부 사항에서 여전히 교착 상태라고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투자 방식, 투자 규모 일정 그리고 손실 분담과 이익 배분 방식 등 모든 것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논의는 진행 중이며 의견 차이는 있지만 협상이 지연되는 것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조태현 : 사실상 어떻게 보면 지연을 예고한 거나 다름없을 것 같은데요. 트럼프가 우리가 조건을 수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 걸 던져놓고서 수용하라고 하니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부 당국자들은 이견이 어느 부분에 있는지 쟁점이 뭔지 여기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재명 대통령 이야기를 보면 역시 대미 투자 이 부분인 것 같아요.
◇ 허란 :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이행 방안입니다. 특히 직접 투자 비중과 투자 기간, 현금 투자 한도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요. 우리 측은 대미 현금투자를 연 70억 달러를 10년에 걸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는데, 미국은 연 250억 달러를 8년 안에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700억달러 대 2000억달러, 금액 차이가 상당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위적인 목표 시한을 두고 협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게 오히려 협상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는 30일 부산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잖아요. 미국 입장에서는 그 전에 전통 동맹국인 한국과의 협상을 타결해서 세를 과시하고 싶은 측면도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자주파를 중심으로 "미국에 끌려다니면서 굳이 관세협상을 해야 하느냐"는 기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을 때 15%인 상호관세율이 기존 25%로 되돌아가거나 그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 조태현 : 참 타결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어떤 선택하기가 어려운 그런 기로에 서 있는 것 같기는 한데요. 이번 APEC이 정상회담 이쪽을 통해서도 협상 타결이 안 되면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칠 수 있는 것도 아닙니까?
◇ 허란 : 네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현재 미국이 협상에 따라 한국에 적용하는 상호관세율이 15%인데요. 협상이 결렬되면 이걸 다시 25%로 되돌리거나 그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로 가는 길에 캐나다가 미국의 무역 정책에 항의하는 TV 광고를 내보냈다는 이유로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소셜미디어에 발표를 했거든요. 관세가 일종의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게다가 멕시코나 캐나다도 APEC을 계기로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기대하고 있거든요. 만약 한국만 협상에 실패하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끌어내면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계는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데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100대 상장 자동차 부품사를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습니다. 특히 2차, 3차 협력사가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는데요. 8월 기준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사가 전달 대비 41곳이나 줄었습니다. 미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이 연간 약 11조7000억 원인데, 여기에 관세 25%를 적용하면 부품업계가 내야 할 연간 관세 비용이 약 2조9000억 원에 이르거든요. 자동차 생태계가 무너지면 철강, 기계, 석유화학 등으로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업계는 정부에 세제 혜택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우리 협상단의 입장입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외교안보에 초점을 두고 국내용으로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는 점을 살짝 드러내고 있는 반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마지막까지 우리 입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거든요. 정말 막판에 극적으로 한미 관세협정이 타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거죠.
◆ 조태현 : 정말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주를 바라보는 시선에서요. 우리는 아무래도 한미 이 협상에 조금 더 주목을 하겠지만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미중 협상이 아닐까 싶어요. 협상 어떤 진전이 있었던 것 같네요?
◇ 허란 : 네, 아세안+3 회의를 앞두고 지난 25일과 26일 이틀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이 열렸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중국 쪽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었는데요. 회담을 마친 뒤 베선트 장관이 "매우 성공적인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졌다"고 밝히며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농산물 구매, 틱톡, 펜타닐, 희토류 문제 등 전반적인 양자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하는데요.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관세 정책을 통해 큰 협상 지렛대를 구축해줬고, 그 결과 미중 간 강력한 프레임워크 합의를 도출했다"고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켰습니다. 이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최근 일본과의 투자 협상을 주도한 것과 대비되는데요. 베선트는 미중 협상 테이블을 장악하며 경제·외교 분야에서의 주도권을 과시하고 있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현안별로 역할을 배분해서 두 인물의 경쟁을 통해 최적 결과와 내부 견제를 동시에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이 협상 전에 압박 카드도 꺼냈는데요. 미국무역대표부가 24일에 중국이 2019년 1단계 무역합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무역법 301조에 따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거든요. 중국은 즉각 반발했지만, 이런 공방은 결국 자국에 유리한 협상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이른바 '샅바 싸움'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조태현 : 글쎄요. 러트닉을 중국에 붙이고 베선트를 동맹국에 붙이는 게 낫지 않은가 싶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관심을 받는 거는 APEC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인가 이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 허란 :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24일 전용기에서 "그가 연락한다면 만나고 싶다", "나는 100% 열려 있다"고 말했고요. 2019년 6월 방한 때 SNS로 만남을 제의해서 불과 30여 시간 만에 판문점 회동을 성사시킨 일화도 언급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표현한 겁니다. 이건 평소 북한이 요구해온 '핵보유국 인정'에 일부 호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김정은을 회담장으로 불러내려는 유인책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합의문 없는 이벤트성 회동이라면 김정은이 시진핑, 푸틴에 이어 트럼프까지 만나는 장면을 연출해서 국내외에 과시할 기회로 여길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경제난과 안보 불안이 완화됐기 때문에 당장은 미북 정상회담을 거부할 것이라고 전망해요. 실제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6일부터 28일까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하기로 했는데, 이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29~30일에 대미 관계 조율의 핵심 인물이 자리를 비운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러시아 혈맹을 중시하고 트럼프와의 회동을 거부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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