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8월 23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안녕하세요.
■최휘: 오늘은 재난관련 보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신다고 했는데요. 특별히 이 주제를 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언경: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지난 20일, 10.29 이태원 참사에 출동한 이후 공포와 트라우마, 우울감 등을 호소하던 30대 소방관의 사망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의 실종 소식이 들려온 이후 많은 이들이 무사귀환을 기원했는데 결국은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니 정말 너무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변해야 합니다. 특히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잃었을 때는 철저하게 변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재난참사 생존자와 구조자 등에 대해서 아직도 제대로 된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거듭 느낍니다. 세월호참사 구조 작업에 나섰던 고 김관홍 잠수사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돌아가셨습니다. 10.29이태원참사의 마지막 희생자인 159번째 희생자 16살 고등학생 이재현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현 님은 참사 현장에서는 살아남았으나 제대로 된 지원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육체적 상처는 물론이고, 생존피해자들이나 구조자들의 심리적 정서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데 정부가 더 철저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 그것을 하지 못했고, 그런 이유로 소방관 분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러면 가장 쉬운 일은 그 일을 하지 않은 정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 끝일가요? 저는 이런 사회 분위기를 만든 우리 모두가 잘못이고, 특히 언론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휘: 저도 이태원참사 구조작업에 투입된 이후 정신적 고통을 받다 유명을 달리하신 소방관님을 애도하고요.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합니다. 고인의 사망 이후 다시 관련 대책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죠?
□김언경: 그렇습니다. 8월 18일 한겨레 <“특전사에서도 버텼는데”…이태원 참사, 그날에 갇힌 소방관들>애서는 여러 소방관들의 트라우마 심각성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소방관은 참사 당시 주검 80~90여 구를 옮긴 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요.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소방관이 “불승인 통보에도 일단 빨리 퇴직하자는 생각에 억울했지만 이의신청 없이 받아들였다. 소방 관련 일은 더는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돌아가신 소방관은 참사 직후인 2022년 10월 31일부터 두 달간 소방청이 제공한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 심리 지원’ 프로그램에 9차례 참가했고요. 외부 병원에 4차례 찾아가 우울증 검사와 불안검사, 주의력 검사 등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합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소방청이 매년 실시하는 소방공무원 심리상담도 3차례 받았다는 겁니다. 고인의 죽음 이후에나 언론들은 “여러 차례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았음에도 고인이 사망하면서 소방관 심리 치유와 관리 문제가 과제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 연합뉴스, 뉴시스 등 여러 언론이 “A씨가 속해 있던 인천소방본부만 해도 업무 과정에서 우울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수면장애 등을 겪는 소방공무원이 지난해 1335명으로, 전체(약 3400명)의 40%에 달한다”고 전했고요. 소방청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추가 상담을 실시해 심리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대원은 심층상담, 스트레스 경감 프로그램 참여, 병원 진료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출동 소방공무원도 똑같은 절차를 거쳐 심리 회복을 위한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도했습니다. 이번에도 또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만 보도할 뿐, “무엇을 했는지 점검하고, 무엇이 어떤 점에서 효과적이고 어떤 점에서 한계가 있었는지, 대안은 있는지 등을 언론이 점검해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또 이것을 잊을테고, 국가도 보다 책임감있게 이 일을 추진하지 못할 겁니다. 끝나지 않은 참사의 고통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이것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언론의 감시와 여론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유명을 달리하신 소방관분의 영면을 빕니다.
■최휘: 저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나는 생존자다> 시리즈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의 이야기를 봤는데요. 그걸 보면서 예전에 여러 언론이 많은 실수를 했구나 이런 점도 느껴지더라고요.
□김언경: 저도 오늘 그 방송까지 이야기하려고 했는데요. <나는 생존자다>가 형제복지원 생존자, JMS 성폭력 피해자, 지존파 살인사건 피해자, 삼풍백화점 생존자의 스토리를 각 2편씩 총 8편이 나옵니다. 각 편마다 정말 너무 가슴 아프고 대단하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이 큰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요. 저는 아무래도 삼풍백화점 참사 편이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세월호나 이태원참사에 비해서 삼풍백화점 참사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 대구지하철참사 등의 경우 당시에는 지금보다 유가족의 목소리에 더 무심하기도 했고, 재난피해자의 권리라는 것 자체를 몰랐던 것 같고요. 언론의 보도행태도 더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저 기적적인 생환자가 나올 때마다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 미담 이런 것으로 당시의 상황에 대한 기억이 많이 덮여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는 생존자다> ‘삼품백화점 편’을 보면서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였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에 비해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가슴이 남은 메시지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이 여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최휘: 삼풍백화점 관련 방송을 보면서 ‘야만의 시절이었다’라는 표현을 하셨는데요. 언론의 보도행태에서 특히 어떤 점이 그렇게 보였나요?
□김언경: <나는 생존자다>에서는 지금은 절대 하지 않을 내용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당시에 극적으로 구조되는 생존자를 언론이 마구잡이로 촬영하는 것 자체도 너무 황당하고요. 병원에 누워있는 생존자에게 “목마를 때 소변을 받아먹지 않았습니까? 라고 묻는 어처구니없는 기자의 질문이 있더라고요. 이때 남녀 생존자를 한방에 눕혀놓은 것도 참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일이다 싶고. 두 생존자를 만나게 하는 등 그야말로 방송이 이들을 소비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후 ‘생환의 3인방’이라면서 토크쇼 등에 많이 출연했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방송에서 생존자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하지 말았어야 할 행위였습니다. 당사자도 그때는 그렇게 출연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여러분들은 그분들, 다른 사망자를 대신해서 산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말 열심히 살고 잘 되어야 한다. 좌절 절대 안해야 하며, 우리는 여러분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교훈을 많이 얻을거다”라는 칭찬인지 축복인지 모를 말을 했던 것을 다시 돌이켜보니까 이런 말들도 생존자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이 보상금 운운하면서 재난피해자를 공격하고 모욕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방송을 보면 재난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도 보여주거든요. 돈 얼마를 준다고 가족을 그렇게 잃거나 그런 경험을 하시겠어요? 제발 이제는 이런 몰상식한 행위 자체를 중단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조작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유튜버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심 판사는 "이들은 온갖 억측과 음모로 점철된 거짓 영상을 제작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재난참사와 관련해서 기성언론사뿐 아니라 유튜버, 일반시민 모두 정말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정확한 보도와 코멘트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요. 이를 위해서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방송들 보시면서 재난피해자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주시면 좋겠다 싶습니다.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언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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