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김미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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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김미루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미루 변호사(이하 김미루)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미루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자... 오늘의 고민 사연은 어떤 내용일까요?
■ 사연자 : 제가 어릴 때 엄마가 집을 나가셨습니다. 아빠는 어렵게 생계를 책임지며 저를 돌보셨죠. 안타깝게도 저는 공부에는 소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 어느 여름... 친구들과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술자리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고...그날밤 바로 모텔까지 가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 남자와 연락하면서 몇 번 더 만났습니다. 알고보니 그 남자는 저보다 열 살이나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는 곳도 다르고, 서로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몸이 좀 아팠고 배가 조금씩 나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해봤더니... 두 줄... 임신이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날, 남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그 아이가 내 아이라는 증거 있냐. 중절수술 해라. 난 책임 못진다.”고 하더군요. 이 사실을 아빠가 눈치챘고, 저는 모든 걸 털어놨죠. 그러자 아빠는 남자에게 연락해 “우리 딸 책임져. 결혼해. 아니면 이 일로 평생 상처 입은 만큼의 보상을 해. 약정서 써. 그렇지 않으면 중절수술은 없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남자는 결국 약속을 했습니다. “3개월 안에 결혼하겠다. 만약 결혼하지 않으면 위약금으로 3억 원을 주겠다.” 그렇게 약정서를 작성했고, 저는 믿고 중절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 이후 그 남자는 태도를 바꿨습니다. “결혼할 사람이 따로 있다. 그 약정서는 너희 아빠가 협박해서 쓴 거니까 무효다!” - 라고 하더니 연락을 끊더라고요. 저는 너무 억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그 약정서를 갖고 뭘 할 수 있을까요? 결혼을 꼭 해야한다고 주장해야 할까요, 아니면 약속한 3억 원을 달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지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조인섭 : 오늘의 사연 만나봤습니다. 사연을 보니까, 임신중절을 조건으로 결혼을 약속 받았는데, 상대 남자가 지키지 않았어요. 사연을 보니까 사연자분이 아직 스무살인 것 같은데 안타깝습니다. 자... 사연 하나하나 따져볼까요? 보니까... 상대 남자와 약정서를 작성했어요. 약혼했다고 봐도 될까요? 두 사람 사이에 '약혼'이 법적으로 성립하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나요?
◇ 김미루 : 우선, 결혼하겠다고 했는데 결혼하지 않았다고, 결혼하라고는 강요할 수 없습니다. 다만, 결혼을 약속 즉, 약혼을 했음에도 이것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 파기한 자에게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 사안에서 약혼이 성립했는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성립하게 됩니다(대법원 198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임신사실과 결혼계획을 양가에 알리고 신혼집과 예식장을 알아보는 등 구체적 결혼준비를 하고 혼인을 전제로 한 행동 들을 하였다면 이는 서로에게 장래 혼인할 의사를 표시했다고 할 것이며, 약혼이 성립되었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 사안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입니다. 사연자 분과 그 남자분의 첫 만남 이후 실은 몇 번 보지도 않았은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결혼이야기를 한 것도 아닙니다. 사연자 분의 부친이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개입하여 약정서가 작성되기도 하였을뿐더러, 만약, 사연자 분과 남자 분에게 쌍방 혼인의사가 있었다면, 굳이 임신중절수술을 할 필요도 없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둘 사이에 혼인을 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입니다. 이에, 약혼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약혼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하기 어렵습니다.
◆ 조인섭 : 약혼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남자 쪽이 써준 약정서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는 있을까요?
◇ 김미루 : 남자가 약정서를 작성해 준 부분 관련, 결혼하지 않는다면 위약벌 1억원을 주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사연자 분은 남자분에게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남자 분이 사연자 분 아빠로 인하여 무서워서 작성하니 무효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살펴보자면, 그 의미가 ‘강박을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 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 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여 주지 않으면 임신중절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강박은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사연자분 아버지가 폭행하거나, 협박하거나, 감금하여 그 약정서를 작성하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면 이는 강박으로 취소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은 말씀드립니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강박에 의한 취소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사연자 분이 남자 측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 그런데 그 약정서에 써 있는 금액이 3억 원인데요. 이걸 그대로 다 받을 수 있을까요?
◇ 김미루 : 한편, 3억원이라는 금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는지는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억원에 대해서 위약벌로 청구할 수 있다는 부분 관련하여, 이것이 손해배상예정인지 위약벌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 약정인지는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과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 조인섭 : 말씀하신 ‘손해배상 예정’과 ‘위약벌’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그리고 이번 경우엔 어느 쪽으로 보게 될까요?
◇ 김미루 : 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함과 함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기능이나 목적이 있고,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할 수 있는 반면, 위약벌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과 관계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위반자가 그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자율적으로 약정한 것이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본 사안은, 손해배상 외에 추가로 위약벌 조항이 있는 부분은 아니고,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기도 하며, 심리적인 경고를 하는 차원이라고 보이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보이며, 이에 따라 법원에서 적정히 감액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남자 측이 임신 후 무책임하게 행동한 것에 대한 잘못을 고려하더라도 3억원의 금액이 과도하다고 볼 여지도 있고, 실질적으로 재산적 피해 및 정신적 피해를 고려한다고 해도 법원의 통상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위자료의 금액이 3천만원이내라는 점에서 위 금액은 통상적인 범위 내로 감액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먼저,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약혼’이 성립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약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으면 3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서가 있다면, 그 약정 자체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합니다. 상대방이 ‘강박 때문에 썼다’고 주장하더라도, 폭행이나 감금 같은 위법한 강박이 아니라면 무효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약정된 3억 원 전액을 다 받을 수 있을지는 별개입니다. 우리 법은 위약금이 과도할 경우,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 사안 역시 실제 손해나 위자료 수준을 고려해서 법원이 금액을 줄여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미루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김미루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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