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3월 19일 (수요일)
■ 대담 : ☎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양동훈 경쟁 과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이하 조태현) : 날이 곧 풀리면서 골프 즐기는 분들 많아지실 텐데요. 최근 공정거래 위원회에서 이 골프채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받은 업체를 제재했다고 합니다. 관련 내용,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양동훈 경쟁과장님과 말씀 들어 보겠습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양동훈 경쟁 과장(이하 양동훈) : 안녕하세요.
◆ 조태현 : 공정위에서 최근 한 골프 용품 회사를 제재했다고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양동훈 : 네, 던롭스포츠코리아는 일본 스미토모고무공업으로부터 골프용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골프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친숙하실 ‘젝시오’나 ‘스릭슨’과 같은 브랜드 제품들이 이 회사의 주된 상품인데요. 특히 '젝시오' 골프클럽은 국내 여성 골퍼들 사이에서 점유율 1위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가 사용하는 채로도 유명하죠. 이 던롭이 자기 제품을 파는 대리점들에게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한 것이 저희 공정위에 신고되었고, 저희 조사결과 법위반이 확인되어 약 18억 6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습니다.
◆ 조태현 :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행위인지, 청취자분들을 위해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 양동훈 : 어려운 말 같지만 사실 의미는 단순합니다. 쉽게 말해서 제조사나 수입업자 등이 자기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이나 소매점 등에 "이 가격 이하로는 팔지 마라"라고 가격을 통제하는 행위입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동네 슈퍼에서 양말 한 켤레를 천 원에 살 수 있었는데, 어느 날 양말 제조사가 모든 가게에 “2천 원 이하로는 팔지마!”라고 하면 여러분은 무조건 2천 원 이상을 주고 사야 하는 거죠. 이런 행위는 소비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던롭의 경우 대리점들에게 골프채의 최저 판매가격을 정해주고 이 가격을 강제하였기 때문에 이번에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 것입니다.
◆ 조태현 : 대리점들이 자기 물건을 얼마에 팔지는 대리점 사장님들 마음인데, 기업이 이걸 어떻게 강제할 수가 있나요?
◇ 양동훈 : 네, 말씀하신대로 자유시장경제하에서는 공급자가 일단 물건을 판매자에게 팔고 나면 판매자가 이걸 얼마에 되팔지는 판매자가 정해야 하는 것이지 공급자가 이에 관여해서는 안되는 것이 상식인데요. 이 사건에 던롭은 판매가격을 강제하기 위해 두 가지를 이용했습니다. 첫 번째는 판매 1위를 거의 놓치지 않는 젝시오 골프클럽의 인기, 두 번째는 던롭이 대리점들에게 지급하는 각종 영업장려금이었습니다. 던롭은 대리점들에게 가격을 정해주는 동시에 이를 어기면 젝시오를 포함한 클럽의 공급을 중단하거나 영업장려금을 중단하여 대리점들이 판매가격을 따르지 않을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판매 1위 상품인 젝시오가 빠지거나 영업장려금이 삭감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던롭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 조태현 : 그렇군요. 어떻게 모든 대리점의 가격을 다 확인했을까요? 전국에 대리점이 많을 텐데요.
◇ 양동훈 : 저희의 조사에 따르면 던롭은 상당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가격을 감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위 미스테리 쇼퍼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조사 요원들이 일반 고객으로 위장하여 대리점 매장에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고, 흥정도 해보고 해서 대리점들이 가격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점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증거를 남기기 위해 녹음까지 했고요. 만약에 대리점들이 지정된 가격보다 더 싸게 팔려고 하면 조사요원들은 그 물건을 산 뒤에 본사로 가져와서 위반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던롭은 일 년에 일곱 번에서 아홉 번씩 전국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체크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매일매일 직원들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던롭 제품을 검색해서 어느 대리점이 가격을 낮췄는지 감시했고요.
◆ 조태현 : 정말 철저하게 관리했네요. 그런데 또 다른 혐의로 '구속조건부거래'라는 게 있다는데, 이건 무슨 내용인가요?
◇ 양동훈 : 이건 던롭이 시장에서 자신의 골프채가 싸게 팔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대리점들이 던롭과 계약관계가 없는 비대리점들에게 던롭 골프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은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던롭과 계약관계가 없는 골프 매장도 젝시오를 팔 수 있습니다. 던롭의 대리점에서 이를 도매가 수준으로 구입한 뒤에 팔면 되죠. 이게 딱히 계약상 금지되는 행위도 아닙니다. 그런데 던롭이 이러한 비대리점에 대한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던롭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자기 대리점들에게 젝시오 공급도 끊고, 영업장려금도 안주고 해서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비대리점들에게는 이러한 통제를 할 수가 없거든요. 그렇다 보니 통제를 받지 않는 비대리점들은 가격을 마음대로 낮출 수 있고, 이래서는 시장 전체에 가격 경쟁이 일어날 수 있어서 아예 원천 차단했던 것입니다.
◆ 조태현 : 이해가 되네요. 그럼 이런 행위가 결국 우리 같은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 양동훈 : 직접적으로는 그 동안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던롭의 골프채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젝시오 드라이버에 대해 던롭이 75만 원으로 가격을 정하지 않았다면 대리점들은 가격경쟁을 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어떤 매장에서는 70만 원, 또 다른 곳에서는 특별 행사로 60만 원에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던롭이 "최소 75만 원 이하로는 팔지 마라"고 해서, 소비자들은 무조건 그 이상의 가격을 주고 사야 했던 거죠. 골프를 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젝시오같은 인기 브랜드는 드라이버 하나가 70~80만 원이 넘어갑니다. 이게 10%만 싸져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될 수 있죠.
◆ 조태현 : 말씀을 들으니 정말 피해가 크네요. 혹시 이런 일이 골프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인가요?
◇ 양동훈 : 아닙니다, 사실 2009년에도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타이틀리스트 같은 유명 브랜드들이 비슷한 행위로 저희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최대 4억 원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했고요. 당시에는 던롭이 이런 법 위반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이런 일로 제재를 받는 걸 던롭도 분명 지켜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경각심이 풀어져서 이번 일이 발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재발방지 차원에서 훨씬 더 큰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골프 업계에 더 이상 판매가격 통제를 해서는 안된다는 신호가 확실하게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조태현 : 그럼 과거에 경쟁사들이 이미 이런 일로 적발됐는데도 던롭은 똑같은 일을 반복한 거네요?
◇ 양동훈 : 네, 정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던롭은 과거 사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교묘하게 움직였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저희가 조사해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대리점들에게 판매가격을 어기면 골프채 공급 중단 같은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를 하면서도, 그 통지를 문서나 사진 같은 걸로 전달하지 말고 꼭 구두로 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를 했더라고요. 증거가 남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요. 그런 점에서도 좀더 엄중한 제재가 필요했던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조태현 : 그렇군요.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네요.
◇ 양동훈 : 네 그렇습니다. 요즘같이 물가가 많이 오르는 시기에는 그걸 틈타서 이렇게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높은 수준에서 고정시키려는 시도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저희 공정위에서는 앞으로도 소비자 이익을 위해서 이런 행위를 적극적으로 적발하고 시정해나가려고 합니다.
◆ 조태현 :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양동훈 경쟁 과장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양동훈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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