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3월 8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삼일절 관련 보도를 이야기해보기로 하셨는데요. 올해 삼일절은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펼쳐진 탄핵반대 집회에 초점이 맞춰졌지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올해 삼일절에 이렇게 대규모 집회가 이어진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을 앞두고 주말마다 전국 대도시를 돌며 이어지던 탄핵반대 집회가 주말이며 연휴인 3월 1일에 서울 총집중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날 탄핵반대 집회만 열렸던 것은 아닙니다. 안국역 인근에서는 탄핵촉구 촛불문화제, 야5당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도 열렸습니다. 오늘은 삼일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올해 삼일절 보도 중 의미있는 내용들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 최휘 : 그럼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삼일절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 김언경 : 삼일절이 어떤 날인지는 초등학교 1학년도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올해는 꼭 짚었으면 합니다. 1919년 3월 1일은 제국주의에 맞선 국민적 항거가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삼일운동 이듬해인 192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매년 3월 1일을 독립선언일로 지정했는데요. 이 1주년 축사에서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삼일절! 이 날은 가장 신성한 날이요, 대한민국 자유와 평등과 정의의 생일이니 진실로 상제가 허하신 날이오. 이 날은 한두 개인이 작정한 것이 아니오. 2천만이 하였고 다만 소리로만 한 것이 아니오. 순결한 남녀의 혈로 작정한 신성한 날이오.”라고 외쳤습니다. 해방 이후인 1946년에는 미군정에서 국가경축일로 지정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에 국경일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삼일운동은 우리 헌법이념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표현은 허투루 들을 수 없는 표현인데요. 3.1 운동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가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던 항거일이었다는 점뿐 아니라, 3.1운동은 민주공화국의 체제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됐다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임시정부의 헌장과 강령, 헌법 등이 대한민국 제헌 헌법을 통해 계승되어 오늘날 헌정의 뿌리가 되었기에 대한민국의 출발일로서 삼일절을 국가가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 최휘 : 새삼 삼일운동, 삼일절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윤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도 삼일절이까 삼일절에 대한 언급이 있지 않았나요?
◆ 김언경 : 보도를 보면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1919년 기미년 3·1절 이후로 오늘은 106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유관순 열사가 앞장서서 우리나라의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면 오늘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는 임시정부의 태동이라 할 수 있는 삼일절에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기 위해서 유관순 열사를 들먹인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모순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희 핵심 주제는 이것이 아니기 때문에 삼일절 관련 보도로 넘어가보죠.
◇ 최휘 : 그러죠. 올해 삼일절 관련 보도 어떤 내용이 눈에 감동적이었나요?
◆ 김언경 : 먼저 연합뉴스 최원정 기자의 3월 1일자 보도 <'계엄 아지트' 된 임시정부 부주석 집터 '안가'…"복원해야“>를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이번 비상계엄 관련된 보도에서 ‘삼청동 안가’라는 곳이 여러번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삼청동 안가는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이 쓰던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는 삼청동 안가라는 공간을 둘러싼 역사를 짚으면서, 김규식 선생을 소개하고 그의 후손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저는 이 보도가 올해 삼일절 관련 보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보도였습니다. 12.3 내란 이후 첫 삼일절에 마땅히 나왔어야 하는 지적이지만, 또 이런 보도가 아니였다면 우리가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김규식 선생은 대한민국임시정부 마지막 부주석을 지낸 김규식은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민족대표로 파견돼 국제사회에 독립을 호소하는 등 외교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인물입니다. 또한 독립 후에는 좌우합작 운동으로 민족통일국가를 위해 노력했죠. 김규식 선생이 해방 직후 6.25전쟁으로 납북될 때까지 5년간 머무르며 좌우합작, 남북협상을 논하고 이끌었던 장소가 ‘삼청장’입니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지금의 ‘삼청동 안가’입니다.
◇ 최휘 : 그렇군요. 그런데 그 삼청동 안가가 바로 12.3 비상계엄을 논의했다는 보도에서 등장하는 바로 그 안가라는 것인가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연합뉴스는 바로 이 김규식 선생 관련 역사적 유적지를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부터 안가를 일종의 '아지트'로 사용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공소장에 ‘삼청동 안가’는 8번이나 등장합니다. 계엄 훨씬 전부터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군 사령관들을 불러 술을 먹으며 야권 인사들을 비방하고 명태균 게트를 거론하면서 계엄을 모의했다고 나옵니다. 계엄 당일엔 경찰 수뇌부를 불러 정치인 체포와 국회 봉쇄를 지시했다고 내용도 등장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계엄 해제 의결 직후 김용현 전 국방장관, 박성재 전 법무장관,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 이완규 법제처장이 모여 제2계엄 시도를 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되는 대응 회의를 한 곳도 바로 이 삼청동 안가입니다.
한마디로 민족독립, 통일된 자주국가라는 3.1운동 정신, 우리 헌법 정신이 깃든 장소에서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한 겁니다. 보도에서 김규식 선생의 손녀인 김수옥 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은 "뉴스에서 할아버지의 얼이 서린 곳이 등장할 때마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고 한탄했습니다.
◇ 최휘 : 그렇게 의미있는 공간이라면 당연히 진즉 유적지로 관리하고 국민에게 개방되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김언경 : 보도에 따르면 사실 삼청동 안가를 다시 김규식 선생의 유적지로 관리하고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는 매우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이 경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고 합니다. 꼭 윤 대통령만 이 곳을 애용한 것은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지원을 요구할 때 안가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여러 차례 삼청장 복원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경호 문제'를 이유로 거절되었고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이전하고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이제는 경호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이후에도 여전히 삼청장은 삼청동 안가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김구 선생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는 다 사적으로 지정되어 국가 관리를 받거든요. 사실 대통령이 굳이 안가를 따로 여기다 써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또한 안가라는 것은 비밀적 공간이어야 의미가 있는데 삼청동 안가는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버려 안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헌정 체제의 근본 정신을 마련한 김규식 선생의 역사적 유산을 되살려 국민에게 개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와 달리 한국의 안가는 권력자들이 모여 유흥을 즐기거나 범죄를 모의하는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밀실정치의 용도와 절연하는 의미에서 해방정국의 정치 지도자를 기리는 공간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 최휘 : 그렇네요. 안가라는 말 참 부정적 이미지로 우리에게 남아있고, 고통스런 역사에 자주 등장하는데요. 밀실정치의 용도와 절연하자라는 이준한 교수 말씀이 참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사실 각 언론사들마다 매해 의미있는 기념일을 맞아 어떤 단도보도로 그 의미를 더 부각할지 많이 고민합니다. 그런데 올 삼일절에는 이런 내용보다는 아무래도 탄핵을 둘러싼 찬반집회가 많이 부각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커서 오늘 이런 내용을 전해주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오늘은 여기가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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