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월 1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저희가 지난주 팩트체크 시간에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슈에 대해서 다뤘는데요. 오늘 미디어 비평 시간에도 관련 보도에 대한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소장님께서는 재난 보도 관련해서 올해 재난피해자 중심 관점에서 책을 집필하셨다고 들었어요.
◆ 김언경 : 제가 올해 9월에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가 펴낸 <재난피해자 권리 안내서>라는 책의 언론인 편을 썼습니다. 이 책은 재난피해자 중심으로 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각 부분별로 안내하는 책인데요. 제가 맡은 것은 언론인이 재난피해자의 권리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입니다. 이 책은 피해자편, 조력자편, 법률가편, 심리상담사편, 언론인편, 이주민편, 공무원편이 있는데요. 제가 느끼기에 이중에서 언론인편과 공무원편이 나름 어려운 것 같고요. 제가 써서 그런게 아니고 언론인편이 저 어렵다고 생각되요. 왜냐하면 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재난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분명히 가진 분들이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안내하는 것인데요. 언론인편은 그런 목적으로 쓰면 언론인들이 아니 언론이 그런 목적으로 존재하는것이냐, 언론은 재난피해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익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죠.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다 지키면서 어떻게 보도를 하냐 이런 반론도 많습니다. 그래서 언론인과 언론학자, 재난피해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안내서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왜 재난보도준칙이나 방송심의규정 등에서 왜 이런 내용을 만들어놓은 것인지에 대해서 그 뜻을 설득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은 준칙이 좀 과도한 것은 아닌지, 너무 기계적인 것은 아닌지 고민되어서 함께 논의해보자 이런 이야기도 해보았습니다. 오늘은 제주항공 참사 관련한 보도를 중심으로 해서 이 책 속에 나온 이야기들을 가지고 짚어보려고 합니다.
◇ 최휘 : 네. 안그래도 저도 추가적으로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소장님 저희가 지난주에 재난보도에서 사고 여객기 폭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게다가 이런 장면이 반복된 경우가 있다거나, 잔해를 봉투에 수습하거나 들것에 이송되는 모습 등이 노출된 경우 등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의를 촉구했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지난주에도 제가 방송심의규정과 재난보도준칙 규정을 들었는데요. 그런데도 참 애매하다고 느끼는 것이 그렇다면 앞으로 재난과정에서 이런 장면을 모두 보여주지 말아야한다는 것일까, 그 선을 어느 정도로 해야하는 것일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언경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보도 중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동체착륙을 하는 항공기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다가 벽에 부딪치면서 폭발하는 영상입니다. 이 장면은 처음엔 날 것으로 그야말로 많이 반복 노출되었고, 지금은 폭발 진전에 멈추고 다음은 폭발 이후 화재상황이 보여집니다. 그러나 지금도 유튜브에는 여전히 충돌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콘텐츠가 많이 많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재난피해자 권리 안내서 언론인 편>은 Q&A 형태로 내용이 정리되어 있는데요. "재난에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촬영해도 되나요?"라는 질문과 답이 있습니다. 앵커님은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최휘 : 글쎄요. 재난에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촬영한다.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 김언경 : 제가 정리한 책은 제가 새로 쓴 것이 아니라 기존의 모든 가이드라인이나 준칙 등을 모아서 그중 재난 관련한 부분만 뽑아서 재정리하고 차이를 비교하거나 고민을 도출한 것인데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국영상기자협회에서 만든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서는 '시신을 촬영할 수 있지만 촬영이 곧 방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명백히 공적 관심사로서 국민의 알권리에 부응하고 관련 법령과 내부 지침에 의해 방송이 허용되는 경우가 아니면 시신의 방송은 억제되어야 한다”, “역사적인 기록물로서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의 경우 해당 방송사의 자체 편집 지침에 따른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찍을 수는 있지만, 방송하는 것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 최휘 :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비행가 참사는 참 애매한게요. 이게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를 사건의 실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무엇이 문제일까 여기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 김언경 : 맞습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그렇습니다. 문제의 장면은 181명의 생명이 타고 있는 여객기가 동체착륙하여 속도를 멈추지 못하고 달리다가 벽에 부딪혀 폭발하여 결과적으로 179명이 사망한 장면입니다. 그런데요. 꼭 이런 준칙이나 규정이 없어도 조금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답은 나옵니다. 제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께 당시의 영상이나 사진을 보신 적이 있는지, 이와 같은 보도와 SNS 영상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시는지를 여쭤봤습니다. 많은 유가족이 이와 같은 영상은 차마 볼 수 없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1029 참사 유가족 중에서 자신의 자녀가 어디서 어떻게 쓰러졌으며, 어떻게 구조를 받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해당 영상에서 피해자를 찾아보겠다는 분이 단 한 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외의 유가족 대부분은 법정에서 해당 영상을 틀었을 때도 도저히 볼 수 없어서 뛰쳐나왔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면요. 그만큼 10.29 당일의 속보 장면들은 유가족에게 너무나 큰 충격적인 영상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날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거리에 쓰러져서 심폐소생술을 받는 희생자들의 모습 등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이미 사망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마음을 우리가 공감한다면 이번 항공기 폭발 장면도,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재난에서도 처참한 장면의 보도나 반복적 재연은 아마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건 그냥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진짜 누군가의 가족의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이었거든요. 그것을 그렇게 보여주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죠.
◇ 최휘 : 유가족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그렇게 느끼실 수 있겠군요.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반복 보도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하게 듭니다. 그런데 또 속보를 하게 되면요. 방송에서는 뭔가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장면을 반복적으로 구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김언경 : 맞습니다. <안내서> 162쪽에는 "재난보도 영상에서 단순 반복 보도를 지양하라지만, 재난 초기에 뉴스특보를 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재난 발생 시 뉴스특보 등에서 현장 영상을 반복 사용하지 않고 영상을 구성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바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동일한 영상을 반복 노출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극적인 장면, 불필요한 장면에 대한 단순 반복 노출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안내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재난의 자극적인 장면이 반복 노출되는 것이 재난피해자에 추가적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며, 시청자와 독자가 과도한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반복적 장면 노출은 시청자와 독자에게 감정적 피로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재난에 대한 무감각이나 무관심으로 이어져 재난에 대한 사회적 연대감을 약화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극적인 장면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재난에서 정말 짚어야 하는 본질에 대한 논의가 소홀해지고 맥락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언론이 자극적인 장면을 반복 보도한다면, 그 목적은 국민이나 재난피해자의 알권리 충족이 아니라 상업적 이익 추구로 비춰질 것이 분명합니다.
◇ 최휘 : 이번 제주항공 참사에서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 유족들을 향한 유언비어와 악의적 비방 댓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사고 가족대표단 입장문'을 대독했는데요.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을 제발 좀 멈추길 바란다. 남은 가족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역시 즉시 멈추길 바란다"며 "관계 당국에서는 강력하게 처벌해 주실 것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1월 2일 오전에 이뤄진 유가족·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 측은 유족들에 대한 유언비어와 악플 등 총 4건을 입건해 수사 중이고,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125건의 게시물을 삭제·차단 조치했다고 밝혔고요. 유족 측 법률지원을 맡고있는 광주지방변호사회도 유족에 대한 유언비어, 악플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수일 내 1차 고소·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모두 안전한 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고, 안전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재난피해자의 권리를 지키고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안전사회를 만드는 첫 번째 길입니다. 부디 혐오를 멈추고 함께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제주항공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고 재난피해자 분들의 안녕을 바랍니다.
◇ 최휘 : 네. 참 다양한 형태의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군요. 경찰이 적극적으로 지금 수사, 모니터링 중이고요. 강력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절대 이런 표현들 하시면 안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