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0월 18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강호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2017년 11월의 어느 날 대구에 살던 남성 A씨가 길 가던 여성을 둔기로 때린 후 도주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아내와 두 자녀를 둔 아주 평범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였습니다. 가족들은 A씨가 강도 상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도저히 믿을 수도, 납득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정말 가족들의 말처럼 A씨는 경찰의 잘못된 수사로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된 선량한 피해자였을까요? 아니면 경찰의 말대로 길 가던 여성을 무참히 폭행한 범죄자였을까요? 그런데 수사를 진행하던 도중 정말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강호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강호 변호사(이하 김강호):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김강호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2017년 대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남성이 길 가던 여성을 둔기로 폭행하는 그런 사건이 있었죠?
◆ 김강호 : 네, 그렇습니다. 2017년 11월 21일 늦은 밤 대구의 한 길거리에서 20대 여성 A씨가 강도 상해 범행을 당했습니다. 귀가 중이던 A씨는 길을 걷던 중 모르는 거구의 남성이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기습적으로 가격 당했는데요. 여성은 자신의 가방 등을 훔쳐가려던 남성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범인은 둔기로 A씨의 머리를 수십 차례 내리쳤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범행 현장을 목격한 행인이 뛰어서 달려오자 범인은 도주했습니다.
◇ 이원화 : 지나가던 행인이 없었더라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 김강호 : 네.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데 용감하게 달려와 준 덕분에 범인이 도주했습니다. 중상을 당한 A씨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가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요.행인이 없었더라면 더 큰 비극이 일어날 뻔했습니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고, 범행 현장 인근의 CCTV 속에는 범행 전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범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은 CCTV 속에서 범인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담배꽁초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고, CCTV 영상을 토대로 같은 달 28일 범인을 검거했습니다.
◇ 이원화 : 듣고 보니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남성 이었다면서요.
◆ 김강호 : 대구에 사는 당시 48세 남성이었는데요. 아내와 중고교생인 두 자녀를 두고 있던 평범해 보이는 남성이었습니다. 당시 가족들은 A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A씨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싸움도 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사람도 아니다. 평소에 여자들을 특히 더 조심히 대한다라며 범행을 저질렀다는 걸 믿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A씨의 친동생 역시 A씨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평소 말수가 거의 없다. 감정 표현도 없이 많이 참고 억누르는 성격이라고 밝혔고요. 경찰에 붙잡힌 A씨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하며 잡아뗐다가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제시한 후에야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 이원화 : 어떤 일이었죠?
◆ 김강호 : 앞서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담배꽁초를 수거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가 장기 미제 사건인 2004년 대구 북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 사건 현장 유류품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던 것이었죠.
◇ 이원화 : 그러면 13년 전에 있었던 미제 살인 사건 범인이랑 방금 우리가 이야기한 그 강도 상해 사건의 피의자 DNA가 일치를 했다 말인가요? 동일 인물이다 뭐 이겁니까?
◆ 김강호 : 네 그렇습니다. 당시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 현장에서 경찰은 현장에 버려진 흉기, 담배꽁초 등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물을 수거해 정밀 감식을 벌였지만 용의자 특정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의 피부 조직 일부와 범인이 버린 담배꽁초가 발견돼 국과수에 DNA 샘플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이렇게 진범이 잡힐 수도 있구나 싶은데, 일단 13년 전에 있었다는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 사건 이건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 김강호 : A씨가 2004년 6월 자신이 운영하던 술집에서 멀지 않은 노래방에서 여주인 B씨를 강간하려다 살인한 사건인데요. 그는 이미 기절한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습니다. 살해 후에는 피해자 시신을 엽기적으로 훼손하기까지 했죠.
◇ 이원화 : 수법이 굉장히 잔인했다 싶은데요.
◆ 김강호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발견됐지만 지문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당시 주변에 CCTV가 많지 않았으며 채무 원한 관계 등이 없었기 때문에 용의자를 추려내기가 어려워 장기 미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한편 경찰은 이뿐 아니라 2009년 발생한 또 다른 미제 살인 사건과 A씨의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A씨를 의심했는데요.
◇ 이원화 : 경찰이 생각하기에는 이 남성이 또 다른 살인 사건도 저질렀다. 이렇게 봤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런데 DNA가 나온 사건은 대구 노래방 사건 그거 하나 아니었나요?
◆ 김강호 : 네. 두 번째 살인 사건 현장에 첫 번째 범행과 달리 DNA 등 어떠한 범행 흔적도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 사건은 2009년 2월 대구 수성구에서 노래방 주인 C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사건으로, C씨 역시 2004년 B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잔혹하게 살해되었고 마찬가지로 미제로 남았습니다. 경찰은 범행 수법의 유사성을 근거로 A씨에게 범행에 대해 추궁했지만 A씨는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해를 하기도 했는데요. 경찰은 자해로 부상을 입은 A씨에게 다 털고 가자라고 설득했고, A씨는 결국 C씨 살해 사실도 자백했습니다.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노래방을 운영한 경험이 있던 노래방 업주 모임에서 본 적이 있던 C씨를 이듬해 2월에 찾아가 강간을 시도하다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이원화 : 연쇄 살인이었던 거네요. 근데 10년이 넘도록 용의선상에 오른 적도 없고 본인은 굉장히 우울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또 다른 피해자는 없었을지 사실 그것도 좀 의심스럽긴 합니다.
◆ 김강호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정말 믿기 힘든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먼저 한 청년 경찰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대구 중부경찰서의 K 형사는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자녀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가끔 오빠가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임시 사장일을 보다가 술값이 비싸다며 시비를 거는 범인의 흉기에 그만 세상을 떠나게 되고 맙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K 형사는 사건 현장에 한 발짝도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받을 충격을 우려한 경찰이 현장을 봉쇄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수사본부가 꾸려졌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장기 미제 사건으로 되어 잊혀 졌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경찰이 되었고 파출소 근무 등을 거쳐 2013년 꿈에 그리던 형사가 됐습니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수도 없이 사건 현장을 맴돌고 수사 기록도 되었지만 단서를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31살이 된 K 형사는 어머니 사건도 반쯤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범인이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2017년 대구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이 둔기에 맞고 손가방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죠. 경찰이 현장에 담배꽁초를 수거해 국과수에 보낼 때까지만 해도 K 형사는 강도 사건 범인이 어머니 살해범일 거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감식 결과 그 꽁초 중 하나에서 나온 DNA 정보가 장기 미제 사건 파일에 보관 중인 어머니 살해 현장의 담배꽁초에 위치했습니다.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것이었죠. 이렇게 K 형사의 어머니 살해범은 잡히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어머니가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하고 심지어 누가 그랬는지도 모른 채 1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 피해 여성의 아들이 경찰이 돼서 미제로 남을 뻔했던 어머니 사건의 진범을 잡는다. 드라마 중에 실제 이런 경우 있지 않나요? 정말 하늘이 도왔다 싶습니다.
◆ 김강호 : 네. 2017년에 방영한 터널이라는 드라마에서 윤현민 배우님이 연기하신 김선재라는 역할이 비슷하죠. 본래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으나 병사인 줄 알았던 생모가 연쇄살인 사건으로 살해당했고, 범인은 못 잡았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찰대로 진학하게 됩니다. 과연 주인공이 범인을 잡았을지는 드라마를 통해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앞서도 이야기해 주신 대로 이 남성이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 사실 처음 언급했던 사건도 또 다른 행인이 막아서지 않았더라면 살인 사건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었겠다 싶거든요. 그런데 소름 끼치는 대목은 가족 그리고 주변 지인들까지도 상상조차 못했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내성적이었다라고 했던 부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개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이 떠오르는 케이스 아닌가 싶습니다.
◆ 김강호 : 네 그렇습니다. 수사 당시 진행한 정신분석 결과에서 A씨는 여성이 친근감 있게 남자를 대하는 것은 성적 접촉을 허용하는 것 등 강간에 대한 그릇된 성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A씨 차량에선 콘돔과 전기 충격기 등 성범죄 등에 사용할 법한 물건들이 다수 발견됐고요. 사이코패스로 판명되지 않았지만 A씨는 피해자들이 받은 피해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하고 큰 죄책감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피해자 시신을 훼손한 후 일부를 가지고 가거나 살인 범행 직후 자신의 가게로 가 범행 당시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장사를 하기도 했죠.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던 A씨는 20대이던 1996년 3월 길거리에서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을 시도하다 붙잡혀 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전과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전과도 있었던 거네요. 이 정도면 검찰이 중형을 구형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 김강호 : 네, 그렇습니다. 검찰은 A씨를 강간 살인과 강도 살인 미수로 구속 기소한 뒤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들을 오로지 물욕과 성욕의 대상으로 삼아 잔인하고 극악한 범행을 연쇄적으로 저질렀다며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A씨가 저지른 범행으로 사건이 장기미제에 빠지면서 유가족들이 장기간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겪었는데도 피고인은 재판 진행 동안 반성은 커녕 범행을 은폐 축소하려 하는 등 일말의 교화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라며 선처 없이 극형에 처해 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등을 명령했습니다. 관련하여 재판부는 피고인은 노래방 업주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친 뒤 들킬까 두려워 이들을 살해하고 또 혼자 길을 가는 여성의 금품을 뺏으려다 반항하자 미리 준비한 둔기로 때리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 라면서 범행 사이에 시간 차가 있지만 앞으로 유사 범행을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이원화 : 사건의 엑스파일 오늘은 자칫 미제로 남을 뻔했던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DNA를 통해 13년 전 아무 이유 없이 무참히 살해당했던 어머니의 살인범을 붙잡게 된 형사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요? 아마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범인을 잡는다고 해서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시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마음속 응어리는 많이 풀리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미제 사건을 절대 잊지 말고 추적해 나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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