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09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신영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지금부터 여러분께 들려드릴 내용은요. 한 남성이 어린 딸을 잃은 부모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글의 한 대목입니다. 언뜻 이 내용만 들으면 어린 딸을 잃은 부모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듯 들리기도 하죠. 하지만 이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군지를 알게 된다면 아마 이보다 황당하고 기막힌 일이 또 있을까 싶으실 겁니다. 과연 이 글을 쓴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A양을 잃은 부모에게 이 같은 글을 남긴 사람 바로 A양 사망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가해자 B씨였습니다. B씨는 당시 고작 13살이었던 어린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었죠. 그런 B씨가 A양 부모에게 조바심 갖지 말고 남은 자식 생각하며 살아라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는 건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적반하장식의 B씨에게 합당한 처벌 내려졌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신영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신영재 변호사 (이하 신영재)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신영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저희 방송에서 다루는 사건들 어느 것 하나 마음 아프지 않은 사건이 없습니다만 오늘 이야기해 볼 이 사건 같은 경우는 특히 더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차근히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였던 두 여중생 이야기부터 해봐야겠죠.
◆ 신영재 : 피해자 A양과 C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 사이로 종종 서로의 집에 가 잠을 자고 오기도 했습니다. 2020년 1월경 이 A양은 이날도 C양의 집에 놀러가 잠을 자고 오려고 했는데요. 이날 정말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 이원화 :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신영재 : 이날 집에 있던 C양의 아버지, 정확하게는 의붓 아버지였는데요. 이 의붓 아버지 B씨가 두 여중생에게 술을 강권했고, 술에 취한 A양은 C양의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요. 그러자 이 B씨가 C양 몰래 방에 들어가 A양을 성폭행한 것입니다.
◇ 이원화 : 잠시만요. 아이들 나이가 13살이라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런데 술을 먹였어요?
◆ 신영재 : 맞습니다. 당시 고작 13살이었다고 합니다. A양은 이 날 일을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결국 한 달이 넘어서야 C양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한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 이원화 : 친한 친구에게 '너희 아버지가 이랬다'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게 정말 어려웠겠다 싶거든요. 혼자서 얼마나 속을 앓았을까 싶네요.
◆ 신영재 : 맞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들은 C양은 왜인지 나도 우울하고 힘들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A양과 C양은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는데요. 이때 C양이 병원 의사에게 자신도 자신의 의붓 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당한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 이원화 : 정말 추악한 인간이었군요.
◆ 신영재 : 그런 것 같습니다. 이 계부라는 사람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함께 사는 C양을 2003년, 즉 C양이 5살인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끝내 2020년경에는 C양의 친어머니가 집을 비운 틈을 타 C양을 성폭행하기에 이릅니다. 이 C양이 성폭행 사실을 들은 의사는 2021년 6월 27일에 경찰에 이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 이원화 : 정신과 상담 과정에서 상담 내용을 사법기관에 알려야 하는 범죄 행위들 그 기준이 혹시 있을까요?
◆ 신영재 : 예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의사는 자신이 직무상 알게 된 사실을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형법 제317조 제1항 및 의료법상에서 비밀 누설 금지 의무인데요. 의료법상 비밀누설 금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반드시 신고를 해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인데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하면 이 법에서 정의하는 아동, 즉 만 18세 미만의 사람을 대상으로 성인이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등에 의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의료인, 교육인 등은 이를 즉시 수사기관 등에 신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만 18세 미만의 C양에 대한 계부의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됐으니 이 정신과 의사는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있었던 겁니다.
◇ 이원화 : 경찰이 바로 조사에 착수했을 것 같은데요.
◆ 신영재 : 네. 그런데 C양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성폭행 당한 사실이 없다, 꿈인지 잘 모르겠다라며 부인을 합니다. 한편 앞서 말씀드렸던 A양의 부모도 이미 2021년 2월 1일경에 A양의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 경찰에 고소를 접수한 상태였습니다.
◇ 이원화 : 그랬군요. 당연히 바로 체포가 됐겠죠.
◆ 신영재 : 여기서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경찰은 A양의 부모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2021년 3월에 처음으로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계부 B씨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한 차례 받은 점이 있어서 도주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합니다. 두 번째로 경찰은 8일 뒤에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데요. 이때에도 검찰은 피해자 조사의 절차상 문제나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서 보완수사 요구를 내립니다.
◇ 이원화 : 그러면 가해자의 딸인 C양은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도 가해자랑 같이 살았던 건가요? 전혀 분리 조치가 안 됐던 건가요?
◆ 신영재 : 그렇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분리 조치가 전혀 되지 않았던 것인데요. 심지어 이 시기에 C양이 경찰관에게 피해 사실을 녹음하러 간 자리에서 C양의 친모 어머니가 녹음을 중단시키고 성폭행 당한 일이 없는데 왜 성폭행 당했다고 얘기하냐며 C양의 피해 진술을 막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친모도 제정신은 아니네요.
◆ 신영재 : 그렇습니다. 자녀를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도 말이죠. 아무튼 이러던 와중에 경찰은 이번에 세 번째로 보안수사 요구 후 두 달 뒤인 2021년 5월에 성범죄 피해자가 의심된다는 병원 진료기록부 등을 첨부했지만 검찰은 진술 분석 등을 요구하며 또다시 보강 수사를 지시합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정말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 이원화 :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신영재 : 바로 이 기간 조사를 받던 A양과 C양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인데요. 두 피해 여중생이 동반 자살을 한 것입니다.
◇ 이원화 :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 신영재 :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수사 속에서 가해자와 분리 조치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결국 2021년 5월 12일 세상을 등졌습니다. 특히 이 C양은 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해체될 것을 두려워하며 가해자를 두둔해야 하는 이 상황 속에서 매우 괴로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계부는 실제로 C양에게 아빠가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도와달라 하며 성폭행 진술을 번복하도록 하고 A양의 동향을 보고해달라, 대화를 몰래 녹음해달라고 하며 C양을 자신의 방어수단으로 이용하고 C양이 추가 범행을 누설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 진료도 중단시켰습니다. 결국 이 계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고소장 접수 113일 만, 그리고 A양과 C양이 세상을 등진 후인 5월 25일에야 발부됐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담긴 경찰 수사 보고서가 공개가 됐고요. A양의 부모는 경찰의 부실 수사와 검찰의 거듭된 영장 반려를 지적하며 영장 발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신속히 분리됐더라면 이 두 여중생들이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께서도 이번 사건 조사하시면서 자세히 살펴보셨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특히 아쉽던가요?
◆ 신영재 : 저희가 사건을 하다 보면요. 다 큰 성인들조차도 분명히 범죄 피해를 당한 게 맞는데 가해자와 관계 또는 가족이나 어떤 집단 내에서의 관계를 의식해서 의사를 번복하거나 스스로를 세뇌하는 경우가 꽤나 빈번합니다. 하물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아동이었죠. 아버지는 친족 성범죄의 가해자고요. 어머니도 똑같이 방임을 한 가해자예요.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도 사실 이 피해자들이 추가적인 범죄 피해를 당하는 과정 속에 있었던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피해 아동을 진정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절차가 이렇게나 미비했던 사회였던가 이런 점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 이원화 : 맞습니다. 사실 옛날 사건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재판은 어떻게 진행이 됐습니까?
◆ 신영재 : 피고인 B씨의 혐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강간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같은 법, 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 등이었습니다. 청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 검찰은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때 이 여중생들에게 술을 먹인 혐의는 인정을 했지만 성폭행 관련 혐의는 부인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는데요. 다만 2020년 의붓딸 C양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은 C양의 진술이 불분명하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점을 들어서 강간이 아닌 유사 성행위, 강제추행 등만이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 이원화 : 성폭행 혐의를 끝끝내 부인했다고 하니 당연히 항소했을 것 같아요.
◆ 신영재 : 예.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했는데요. 2심 재판부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5년이 늘어난 징역 25년형을 선고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C양에 대한 유사 성행위이나 강제추행이 아닌 강간 범행도 유죄로 인정됐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한 것이 피해자들의 죽음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 이원화 : 형량에도 피해자들의 사망의 결과를 어느 정도 반영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다행이네요. 유사 성행위에 의한 강제추행이 아닌 강간으로 인정된 부분 이거 법적으로 차이가 굉장히 크죠?
◆ 신영재 : 예 그렇습니다. 피고인에게 적용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고요. 유사성행위를 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을 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C양이 상담이나 경찰 조사 등에서 진술을 계속 번복하는 등 가해자인 계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입니다. C양은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의붓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해왔음에도 동시에 가족의 해체를 극히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C양은 투신 전 아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다. 이 유서가 아빠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고 합니다.
◆ 신영재 : 이 C양의 진술 번복 때문에 1심에서는 피고인의 강간 범행이 인정되기 어려웠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두고 가족인 피고인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 이원화 : 자기 친딸을 돕기는커녕 보호도 제대로 안 하고 경찰 조사도 무마시키려 했던 C양의 친어머니라는 사람. 이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 신영재 : 이 사람도 당연히 형사 처벌을 받았는데요. 자신의 친딸이 의붓 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사실을 알고도 딸과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보호, 양육, 치료 등의 의무를 소홀히 했죠. 이 친모는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 유기 방임 혐의로 기소됐고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경찰 수사를 방해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 점을 종합해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그 친구의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A양의 부모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한 것 같은데 혹시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 신영재 : 이 A양의 유족 측은 앞서 말씀드린 공개된 수사보고서 등을 증거로 제출을 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아직 결과는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황당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미리 뒷목 잡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가해자인 계부 B씨가 손해배상 소송 답변서에 이렇게 썼습니다. 법에 따르면 저는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구속 수사를 했어야 했습니다. 나를 일찍 구속했었다면 아이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했었을 겁니다. 비난과 비판은 경찰과 사법기관이 먼저 받았어야 했습니다. 라는 이런 책임을 회피하는 주장이 담겨 있는데요. 아드님을 바라보며 사시라 너무 조바심 내지 말라 하는 황당한 조언도 있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