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앱 소개

YTN 라디오


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이 안에 살인마가 있다"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평화로운 섬에 일어난 미제 살인사건
2024-09-06 17:26 작게 크게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06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신영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겉에서 보기에 그보다 더 평화로워 보일 수는 없을 겁니다.  오죽하면 섬 이름마저 평화로운 섬이라는 뜻의 평일도였죠. 하지만 그날 이후 그곳은 더 이상 평화롭기만 한 곳은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이웃 주민 고 씨가 김 씨의 집 안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고 씨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야말로 온통 피투성이였다고 하죠. 피 비린내도 진동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주민들은 김 씨가 평소 대상포진으로 오랜 시간 힘겨워했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 추측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프로파일러의 생각은 달랐죠. 100여 가구도 채 살지 않는다는 작은 섬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신영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신영재 변호사 (이하 신영재)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신영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전남 완도군에 평일도라는 곳이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명칭 자체가 평화로운 섬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 평화로운 섬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신영재 : 네. 이 이름만큼 평화로웠던 섬마을에는 80대 마을 주민 김 씨가 홀로 지내고 있었는데요. 김 씨가 어느 날 자신의 집 안방에서 피로 얼룩진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평일도 토박이였던 김 씨는 결혼한 자녀들을 육지로 보내고, 10여 년 전에는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 이섬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마을 이장을 역임하기도 할 정도로 마을 사람들에게 평판도 좋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원한 살 일이 없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 이원화 : 주민들은 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 아니냐? 이런 추측도 했다면서요.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거죠?

◆ 신영재 : 예. 사망 전 김 씨가 평소 대상포진을 비롯한 지병을 앓아왔고, 그 증세가 점점 심해져서 극심한 통증을 여러 차례 주변에 호소한 적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김 씨가 스스로를 자해하여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돌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차마 살인 사건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마을 사람들은 이 죽은 김 씨의 손다리를 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후 경직으로 굳어가던 김 씨의 시신을 직접 손으로 잡아 어깨와 허리를 펴고 반드시 눕히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부분 좀 이례적이긴 합니다.

◆ 신영재 : 그런데 이후 이 사망 소식을 듣고 찾아온 김 씨의 가족들은 김 씨의 몸에 심상치 않은 상처들을 보고 그제서야 뒤늦게 경찰에 신고하게 된 겁니다.

◇ 이원화 : 평상시에 힘들어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고 추측하는 건 사망에 있는 모습이 도저히 살인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도 고려가 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어떻습니까?

◆ 신영재 : 일단 김 씨는 매일같이 마을회관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동네분들과 친하게 지냈는데요. 그런 김 씨가 마을회관에 그날 나타나지 않자 그와 평소 친했던 사람들이 그의 집에 찾아가면서 김 씨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겁니다. 방 안에는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김 씨의 시신이 누워 있던 이불 주변에는 온통 피가 낭자했다고 합니다. 당시 목격자 중 1명은 기겁을 하며 뛰쳐나가기까지 합니다. 다만 물론 혈흔이 낭자하기는 했지만 집안이 평소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여서 처음에도 이 목격자들은 누군가 침입해서 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근데요. 그렇게 피가 흥건할 정도였다, 혈흔이 낭자했다 이런 표현도 나오는데 사실 자살의 방법으로 그렇게 뭐 혈흔이 낭자하는 방법을 상정하기가 좀 힘들 것 같아요.스스로 목숨 끊었다고 생각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요?

◆ 신영재 : 타살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는 평소에 김 씨가 폐가 좋지 않아서 각혈을 자주 했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사람들은 김 씨가 자살을 했거나 피를 토하고 병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였지, 이 사람 좋은 김 씨를 이 동네 사람 중에 누군가가 죽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해서 확인을 했고 김 씨 머리 정수리 부분에 무언가에 의한 충격으로 함몰되어 있는 게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자살이나 병사가 아닌 타살이라는 확신이 들어 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고, 국과수는 고도의 두부 손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전문가가 아닌 제가 듣기에도 완벽한 살인 사건 같은데요. 본인이 아무리 삶의 의지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본인을 때린다는 게 사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잖아요.

◆ 신영재 :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또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부검 결과와 법의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했을 때 김 씨의 머리에는 아까 말씀드렸던 둔기에 의한 상처가 무려 12곳이나 발견됐고, 머리의 또 다른 부분에 또 모양과 크기가 각기 다른 둔기에 의한 가격이 있었던 것도 밝혀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 씨의 입술에도 둔기가 아닌 또 다른 흉기에 의한 상처도 발견됐습니다.

◇ 이원화 : 흉기, 그러니까 범행 도구도 하나가 아니었다는 이야기인데 범행 도구는 현장에서 다 발견이 됐나요?

◆ 신영재 : 예. 그러니까 최소 3개 이상의 둔기나 흉기로 누군가 김 씨를 살해했다는 건데요. 경찰은 현장 정밀 감식을 통해 시신 주변에 있던 피 묻은 아령이 둔기인 것까지는 알아냈지만 아까 말씀드린 입 주변의 자상을 설명할 흉기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강도. 그러니까 금품을 노리거나 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 신영재 : 그 부분도 살펴보았는데요. 김 씨는 과거에 미역 공장을 운영하면서 한때 경제적으로 형편이 넉넉하기도 했지만 부도가 난 후에는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해야 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즉 누군가가 돈을 노리고 김 씨를 살해할 동기도 없었다는 겁니다.

◇ 이원화 : 아무튼 용의자를 특정하는 게 관건일 것 같은데 시골 마을이다 보니까 CCTV가 있었을까 싶거든요.

◆ 신영재 : 안타깝게도 이 사건 당시 마을에 설치된 CCTV는 1곳뿐이었습니다. 바로 이 마을 수협 사무소에 설치된 CCTV였는데요. 멀리서나마 김 씨 자택이 작게 포착되고 사건 당일 오전 7시 20분에서 30분대에 희미한 피사체가 잡히기는 하지만 사건 자체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 이원화 : 목격자 진술에서는 혹시 진척이 없었습니까?

◆ 신영재 : 경찰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100여 가구의 마을 주민 전부를 조사를 시작을 했는데요. 김 씨의 통화 내역도 추적했습니다. 그러다 한 명이 드디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됩니다.

◇ 이원화 : 나왔군요. 누구였습니까?

◆ 신영재 : 바로 김 씨와 5분 거리에 살던 마을 구멍가게 주인 백 씨였는데요. 경찰이 조회한 김 씨의 통화 기록에 따르면 백 씨는 김 씨 사망 당일 김 씨와 총 3차례 전화를 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당연히 전화한 이유를 물었고, 백 씨는 김 씨가 집에 호박 모종이 있으니까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라고 대답합니다. 근데 통화 목록에서는 김 씨가 아니라 백 씨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알리바이 역시 맞지 않았는데요. 백 씨는 호박 모종을 가지고 온 뒤 밭일을 하고 손주와 놀아줬다고 했으나 당시 백씨는 손주와 함께 있지 않았다라고 밝혀졌습니다.

◇ 이원화 : 이상하네요. 전화를 받았다고 했으면서 알고 보니 본인이 전화를 먼저 한 거였다든지 본인이 된 알리바이가 맞지 않는다든지 진술이 계속 오락가락했다는 게 굉장히 의심스러운 대목이긴 하거든요.

◆ 신영재 : 그렇죠. 경찰도 이런 백 씨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봤습니다. 진술 번복이 가장 두드러지는 사람이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한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긴급 체포까지 하면서 추가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그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결국 피의자로 입건이 안 된 건가요? 아니면 어떤 건가요?

◆ 신영재 : 맞습니다. 백씨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면 늘 머리가 아프다, 혈압약을 복용한다 며 조사를 거부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컴퓨터를 믿을 수 없다, 내 몸이 좋지 않다라며 거부를 했다고 합니다. 조사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불리하거나 당황스러운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화장실이 급하다며 진술을 회피했는데요. 결국 범행 동기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은 유력 용의자인 백 씨를 입건하지 못하고 석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 씨는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자기도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럴 수도 있죠. 그러면은 이 사건 현재까지도 미제로 혹시 남아 있는 겁니까?

◆ 신영재 : 그렇게 가장 유력했던 용의자가 풀려나면서 경찰 수사도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됐는데요. 수사는 장기화되고 경찰은 신고 포상금까지 내걸면서 전단지를 뿌렸지만 현재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 이원화 : 현장 조사를 한 프로파일러는 면식범일 가능성, 그리고 섬 밖의 인물이 아닌 현재도 이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을 높게 꼽았다고 하던데요.

◆ 신영재 : 맞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평일도는 섬 중에서도 아주 작고 외딴 섬입니다. 배에서 내려서 차를 타고도 20분을 더 들어가야 하는데요.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 수밖에 없는 동네이고요. 범인은 김 씨가 있던 방 안에 신발을 벗고 들어갔기 때문에 발자국도 남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현장을 찾은 프로파일러는 이런 배경들을 두고 외부 사람에 의한 범행으로 보기에는 가능성이 너무 낮다 아직 범인이 이 섬 안에 있을 것이며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섬마을이라고 하는 공간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이야기 나옵니다. 심지어 주민들이 범인을 알지라도 이걸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거든요.

◆ 신영재 : 이 역시 바로 이 미제 사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한 마을 주민은 외지인이었다면 범인을 잡았을 수도 있을 거지만, 섬에 같이 사는 사람 같으면 설령 안다 해도 말을 안 한다 모든 게 친인척 관계지 않느냐라는 말을 남기기도 합니다.

◇ 이원화 : 100여 가구밖에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 신영재 : 결국 이 폐쇄적인 분위기의 섬마을이라는 특수성이 이 사건을 미제화하였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 사건이 일어난 같은 해인 2016년에 한 다른 섬마을에서 여교사가 마을 주민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 혹시 기억하실까요?

◇ 이원화 : 잘 알고 있습니다.

◆ 신영재 :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 당시에도 사건 자체보다도 같은 섬마을 주민들이 이웃인 가해자들을 옹호하고 외지인이었던 피해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대중들의 공분을 샀었습니다. 당시에도 단순히 여교사는 오지에 발령하지 않는다라는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마을 공동체라는 이면에 분명히 존재할 수 있는 다수의 공범화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환경 구축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원화 : 사건의 X파일 오늘은 전남 완도군의 한 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살펴봤습니다. 매주 금요일은 잊혀져서는 안 될 미제 사건들을 살펴보고 있죠. 청취자분들께서도요. 혹시 꼭 다뤘으면 하는 미제 사건 혹은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는데 끈질긴 수사를 통해 결국 범인을 잡아낸 사건 모두 좋으니까요. 의견 남겨주시고요. 함께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YTN 라디오 유튜브로 들어와서 사건 X파일 댓글로 남겨주셔도 됩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