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송미정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사랑을 알게 되는 나이에 삐져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사랑니! 사랑니는 인류 진화 과정 중에 우리 몸에 남은 흔적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랑니는 입안에 염증을 유발해서 빼내야 하지만 어떤 사랑니는 그대로 둬도 괜찮다고 하네요.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대로 갖고 가도 되는 것도 있고, 과감하게 정리해야 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오늘도 당신의 편이 되겠습니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지금 문을 열겠습니다.
◇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송미정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송미정 변호사(이하 송미정)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송미정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자... 오늘의 고민 사연은 어떤 내용일까요?
□ 사연자 :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특히 할머니는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머니에게 각별한 정이 있었고요,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할아버지에게는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 할머니가 길을 가다가 자전거에 치인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운전자는 인도에서 매우 빠르게 자전거를 몰았고 무방비 상태로 자전거에 부딪힌 할머니는 심각한 뇌손상을 입어서 현재는 의식 불명 상태가 되셨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할머니는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가정법원에 할머니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고 할아버지가 성견후견인으로 선임되셨습니다.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의 범위에 ‘소송행위’를 포함시키고 그 대리권 행사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했죠. 한편, 자전거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됐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운전자 측으로부터 합의금 4천만 원을 받으셨고, 재판부에 “피해자는 4천만원을 지급받고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ㅜ내용의 서면을 제출하셨습니다. 하지만 저와 다른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합의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 것에 불만이 많습니다. 저희는 할머니를 식물인간을 만든 자전거 운전자가 처벌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 조인섭 : 오늘은 형사사건 상담소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연인데요, 먼저 성년후견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송미정 : 네, 이전에는 정신적인 제약이 있거나 정신이 박약한 사람들의 법률행위를 일률적으로 박탈하거나 제한하기 위해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제도를 두었습니다. 그런데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제도가 본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억압한다는 비판이 있어서 2011년부터는 본인의 의사와 현존 능력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후견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리고 후견의 종류도 정신적 제약의 상태에 따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으로 세분화해서 본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중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의 사람에 대해서는, 이러한 사람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자가 본인을 위해서 포괄적으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법원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한 법률행위를 제외한 행위를 성년후견인은 특별한 제약없이 대리할 수 있고, 이런 성년후견이의 법률행위는 모두 유효하게 됩니다.
◇ 조인섭 : 자전거를 타고가다가 부주의해서 사람을 치게 되면 어떤 죄가 되고 어떻게 처벌받게 되나요?
◆ 송미정 :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다가 상담자분의 할머니를 치어서 식물인간이 되게 만든 자전거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에는 처벌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교통사고특례법은 ,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정하여, 차의 교통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만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이렇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만 처벌을 할 수 있는 죄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는 죄라고 해서 반의사불벌죄라고 합니다.
◇ 조인섭 : 반의사불벌죄에서 가해자의 처벌에 대한 의사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결정할 수 있나요?
◆ 송미정 :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국가는 국가소추권, 형벌권을 발동해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반의사불벌죄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국가의 소추권, 형벌권 발동의 기본전제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소송요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언 그대로의 의미로 충실하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구의 의미는 처벌 여부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달려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명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구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제3자가 피해자를 대신해서 형성하거나 가해자의 처벌여부를 제3자가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 조인섭 : 그럼 성년후견인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사를 본인 대신 밝힐 수 없는 것인가요?
◆ 송미정 : 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여야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의사무능력 상태라면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해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를 하면서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 본인을 대리해서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 조인섭 : 그렇다면 반대로 성년후견인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도 없겠네요?
◆ 송미정 : 네, 성년후견인은 피해자를 대신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여부를 정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 본인을 대신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본인이 처벌을 원한다는 명시적 의사를 밝힌 경우라면 성견후견인이 피해자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이미 피해자 본인이 밝힌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이 있는 성인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후견인이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원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죄를 말합니다. 성년후견인은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송미정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송미정 : 감사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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