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송미정 변호사
- 상담자와 남자, 아무런 법률적 관계 없어...상속인 결격사유 적용 안돼
- '상속등기' 마친 유언장, 보여주지 않아도 '은닉'한 것으로 보지 않아
- 본처와 본처 자녀들, 상속인 지위에 해당...유류분반환 청구는 가능
- 불법행위 손해배상 시효, 불법행위로 성립되긴 어려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사랑을 알게 되는 나이에 삐져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사랑니! 사랑니는 인류 진화 과정 중에 우리 몸에 남은 흔적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랑니는 입안에 염증을 유발해서 빼내야 하지만 어떤 사랑니는 그대로 둬도 괜찮다고 하네요.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대로 갖고 가도 되는 것도 있고, 과감하게 정리해야 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오늘도 당신의 편이 되겠습니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지금 문을 열겠습니다.
◇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송미정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 송미정 변호사(이하 송미정)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송미정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오늘 상담소의 문을 두드린 분은 어떤 고민이 있으신지, 사연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사연자 : 저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에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그래서 더 의지가 됐고 우리는 금세 가까워졌죠. 그러다가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아들을 낳고 나서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에겐 법률상 아내가 있었고, 심지어 아이도 셋이나 있었습니다. 저는 화가 나면서도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의 아내를 찾아갔고, 제가 속았던 것을 밝혔죠. 제 아들만 키워준다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딱 잘라서 거절하더라고요. 결국, 저는 미혼모가 되어 아이 혼자 키우게 됐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아이 아빠가 제 앞에 나타났고, 저와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 청구를 했는데요, 기각됐습니다. 혼자 갓난아기를 키워야 했던 저는,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고,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 아빠와 살게 됐습니다. 저와 남편은 가게를 열었고요, 저는 남편의 아내가 돼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족 경조사를 전부 챙겼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열심히 일한 덕분에 남편 명의로 아파트, 토지, 건물을 샀습니다. 그렇게 40여 년이 흘렀습니다. 남편은 모두 다 제 덕분이라면서 저와 아들에게 재산을 절반씩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해줬습니다. 얼마 후... 남편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와 아들은 유언에 따라 남편 명의의 부동산에 대한 명의이전을 마쳤죠. 그런데 본처와 본처 자녀들이 나타났고, 남편 재산을 가로챘다면서 유언장을 보여달라고 행패를 부렸습니다. 저는 저와 남편이 함께 쌓아온 재산을 두고,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유언장을 은닉했으니 상속결격이라면서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모두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제가 남편과 장기간 부정행위를 했다면서 거액의 위자료를 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오늘은 이혼 상담소입니다. 먼저 상속인 결격사유에 대하여 알아볼까요?
◆ 송미정 : 우리나라 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인 결격사유로는 첫 번째, 피상속인 등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두 번째, 고의로 피상속인 등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세번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네 번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다섯번째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ㆍ변조ㆍ파기 또는 은닉한 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속인은 법률상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 등 친인적 관계에 있는 자들이 될 수 있는데, 상담자분과 그 남자분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적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분에게는 상속인 결격사유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만약에 상담자분과 그 남자분 사이를 사실혼관계로 보더라도 상속인의 지위는 법률상 배우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라서 상담자분은 상속인 결격사유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의 경우처럼 유언장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상속결격에 해당하나요?
◆ 송미정 : 음.. 상담자분께서 그 남자분의 상속인인지 여부를 떠나서, 유언장을 보여주지 않은 행위가 상속결격에 해당하는 행위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상속결격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인정되면 상속권 박탈이라는 중대한 효과가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기 때문에 그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에서 명확히 정한 것 이외에 유추로 상속결격사유를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은닉한 자’라 하는 것은 유언서의 소재를 불명하게 해서 유언서의 발견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자나 유언서의 존재여부나 유언서의 내용을 알지 못하게 방해한 자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담자분께서는 이미 유언장을 등기원인으로 해서 상속등기를 마친 상황입니다. 그리고 본처와 본처의 자녀들은 그 등기부를 떼어보면 등기부에 적혀있는 등기원인만으로도 유언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유언장을 직접 보여주지 않더라도 등기부 등을 통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면, 가령 상담자분께서 그 남자분의 상속인의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본처와 본처의 자녀들에게 유언장 자체를 직접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을 가지고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은닉한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처와 본처 자녀들이 상속인 결격을 문제삼아서 피상속인 명의였던 재산을 자산들에게 내놓아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본처와 본처의 자녀들은 상속인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유언으로 상담자분과 아드님께 증여된 부동산들에 대해 유류분반환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어느 정도 유류분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내려질 것입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 송미정 : 그 남자분과 본처와의 혼인관계가 사실상 회복의 여지 없이 완전히 파탄되었고, 그 남자분과 본처와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원인 중 하나가 상담자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 후 제3자가 부부 중 한명과 부정행위를 했더라도 다른 한명에 대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최근 법원의 입장은 이렇게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이나 주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이 없는 이상, 제3자가 파탄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인제공 행위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된 상태에서 행해진 부정행위에 대해서까지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법행위 손해배상에는 시효가 있는데요, 불법행위를 안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남자분이 돌아가시기 3년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서 본처는 상담자분께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남자분이 사망하기 3년 내의 일은 본처와 그 남자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된 이후의 일이었기 때문에 3년 내의 기간에 대해서도 상담자분께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원인제공행위에 대한 책임도 이미 40년 전에 원인제공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역시 시효가 완성되어 상담자분께는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법원의 입장은 중혼적 사실혼관계나 부첩관계에 있는 자를 면책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부정행위를 사실을 알게 되었어도 오랜 기간 그 상황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책임을 묻거나 혼인파탄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서야 제3자에게 뒤늦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취지일뿐입니다. 그러니 부정행위를 알게 되면 완전히 덮고 살 것이 아닌 한은 빨리빨리 책임을 묻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 조인섭 : 본처와 그 자녀들이 유류분 청구를 하면 보통 얼마만큼의 비율로 반환되는지요?
◆ 송미정 : 배우자와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입니다. 이 사연의 경우 돌아가신 분의 상속인은 본처와 본처의 자녀 3명, 사연자분의 아드님, 이렇게 5명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의 배우자인 본처의 상속비율은 자녀들의 1.5배, 자녀들 4명은 각 1씩이므로, 본처의 법정상속분은 3/11, 자녀들은 각 2/11씩입니다. 이 법정상속분의 1/2이 유류분이기 때문에 본처의 유류분은 3/22, 자녀들은 각 2/22씩이 됩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사연자분은 그 남자와 법적 관계가 없으므로 상속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유언장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상속결격 사유가 되지 않으며 본처와 자녀들은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난 상태라면 제3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고 더구나 사연자분의 경우 시효가 만료되어 책임을 묻는 것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송미정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송미정 : 감사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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