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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 PD: 장정우 / 작가: 김은진
[열린라디오 YTN] 개인의 SNS를 마구 기사화해서는 안 되는 이유
2024-04-01 00:05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방송일 : 202403월 30(토요일)

진행 : 최휘 아나운서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최휘> 최근 의정 갈등 속에서 많은 시민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의료대란 피해자들의 사연들이 언론에 종종 보도되곤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보도 중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올라온 내용을 보고 당사자 동의나 추가적 취재 없이 그대로 보도한 경우가 있다는 보도가 있더라고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김언경> 네 한국기자협회의 기관지인 기자협회보의 보도 <'동의 없는' 의료대란 피해자 보도... "재난보도준칙 위반">를 통해서 이 사례를 알게 되었는데요. 이 기자분에게 몇가지 의견을 드리면서 저도 이 문제에 대해서 새삼 많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주제로 조금 깊이있게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오늘 말씀드릴 사안은 사실 간단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다양한 개인의 소식이 올라오죠. 언제부턴가 기자들은 이런 온라인 공간에서 기사의 재료, 발제거리를 찾곤 합니다. 실제로 많은 기사들이 온라인발 기사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온라인이라는 공간에는 좋은 정보도 있지만, 과장된 내용이나 아예 허위인 내용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기사가 될만한 내용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추가적 취재가 필요하고요. 글을 쓴 본인의 의사도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SNS발 취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휘> 네 기자협회에서 지적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죠?

 

김언경> 몇 가지 보도 사례가 있는데요. 먼저 JTBC가 지난 13일 자녀의 수술이 취소됐다는 SNS 사연을 당사자 허락 없이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SNS에 올라온 환자의 영상 두 개와 사진 한 장을 1분 길이로 편집했습니다. 환자가 어린이였는데요. 그의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는 했지만 사실 환자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모자이크조차 미흡했습니다. 게다가 출처 표시와 함께 SNS 계정명을 노출했습니다. 이 보도를 시작으로 방송사 두 곳을 비롯해 8개 언론이 같은 내용을 받아썼습니다. 또 다른 보도는 뉴스1에서 냈는데요. 지난달 19일 수술이 취소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게시물입니다. 환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동의 없이 기사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병원 이름과 병명, 수술 부위 정보가 특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병원 입장에서는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쉽게 특정할 수 있었겠지요.

 

최휘> 두 경우 모두 보도 이전에 당사자에게 본인의 사연을 언론에 보도해도 되는지 묻지도 않고, 추가 취재를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보도 이후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나요?

 

김언경> 경우가 다릅니다. 우선 기자협회보 기사에 따르면요. JTBC에서 보도한 사연의 주인공, 그러니까 SNS 글을 쓴 당사자는 동의 없는 기사화에 불쾌함을 호소하는 SNS 게시글을 올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JTBC 기자는 해당 기사가 나간 뒤 (당사자가) 의사에게 사과를 듣고 수술 날짜도 다시 잡혔다고 합니다. 해당 기사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는데 기사가 나가게 돼 감사하다는 전화를 기자에게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사는 삭제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불쾌함을 호소하는 SNS 게시글을 내렸다고 합니다. 뉴스1의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삭제 요청을 받았고, 특히 병원명은 가려 달라고 해 다 수정했다고 합니다. 이 사례를 쓴 다른 기사들은 모두 삭제된 상태입니다.

 

최휘> 네 말씀하신대로 두 가지 비슷하게 환자의 어려움을 호소한 보호자의 글이었는데요. 하나는 보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다른 하나는 그렇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아무리 그래도 애초 최소한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고 보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들 입장은 무엇인가요?

 

김언경> 기자협회보 내용에 따르면 JTBC 기자는 해당 아이템을 다룬 것에 대해서 허락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누구라도 도와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해시태그가 많이 달려 있어 공론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해당 SNS 글에 해시태그를 넣었으니까, 해시태그를 넣는다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게시글이 검색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니까 보도해도 된다고 여겼다는 의미로 들리는 그런 답변이었습니다. 뉴스1 기자의 경우엔 커뮤니티에서 SNS, SNS에서 기사로 이미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도 인용했다신빙성이 있다고 느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최휘> 지금 소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기자들은 SNS나 커뮤니티에 있는 글에 대해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것 같고요. 다만 해당 내용이 뉴스가치가 있는가만을 주요하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소장님! 실제로는 어떤가요?

 

김언경> 말씀드린 보도에서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미 SNS 등에 공개했으니 기사에 가져다 써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딱 잘라서 그건 아니다인터넷에 올렸다고 해서 언론에 보도되는 데까지 동의한 적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의료대란 피해자들이 같은 처지의 환자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도움을 얻거나 정서적 지지를 구하는 등 애초 인터넷을 사용한 목적을 벗어나 병력과 같은 사적 정보를 언론에 무단으로 수집 당한 셈이라는 것이죠. 이 교수는 익명으로 인용했다고 해도 특정한 정보로 주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다면 사생활 침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게다가 이번 사안을 보면요. 개인정보 중에서도 어찌보면 굉장히 내밀할 수 있는 의료정보들이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는 큽니다.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데요. 너희가 애초 SNS에 다 공개했잖아. 너희가 해시태그 달았잖아. 어차피 다 공개되어 있는데 보도하는 게 뭐가 문제야? 이렇게 여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SNS 친구들에게 보라고 쓰는 글, 환우나 보호자, 같은 취미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쓰는 글에 갖는 부담과 책무와 언론과는 다릅니다. 결코 언론에 보도되라고 쓴 글은 아니기에 일단 당사자에게 보도를 해도 좋을지 물어야 합니다. 또한 철저한 팩트체크를 해야겠고, 그 과정에서 반론도 잘 담아내야 하지요. 이번의 의료대란 피해자 사례의 경우, 보도로 인해 자신이 다니던 병원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병원에 다닐 때,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 등에게 얼마나 잘 보일려고 노력합니까. 물론 걱정이 되고 불만이 있어서 글을 썼지만, 그것이 언론에 보도되어서 자신의 의료진이 그런 글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불편함과 불안은 휠씬 클 것입니다.

 

최휘> 그런데 이런 일이 이전에도 있었나요?

 

김언경> 제가 이런식의 언론보도에 대해 지적한 사례는 2018년 미투운동 당시입니다. 미투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SNS 등에 미투를 했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이 SNS에 피해자가 쓴 글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본인에게 보도해도 되는지 허락도 받지 않았고, 본인이 보도되기를 허락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강조하려다보니 다소 정제해야 할 표현이 있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분들은 언론인이 아니니까요. 언론에서 보도해도 되는 내용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언론인이 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따라서 당사자에게 허락받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수위로 반영할 것인지 잘 논의해야 하고요. 상대방이 있는 문제이니 반론도 잘 취재해야 하죠. 하지만, 당시 언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SNS 미투 내용을 허락도 받지 않고,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해서 성폭력보도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그래서 당시 <성폭력·성희롱 사건, 이렇게 보도해 주세요>라는 가이드라인에 피해자가 SNS 등을 통해 피해사실을 공개하였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부각시키는 보도는 사생활 침해 행위이다라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최휘> 그렇군요. 그럼 이번 보도들이 언론의 어떤 원칙들을 어긴 것으로 봐야 할까요?

 

김언경> 일단 재난보도준칙 중 적용할만한 부분이 있나 봤는데요. 왜냐하면 재난보도준칙에는 의료를 포함한 전기, 통신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도 재난으로 보고 있거든요.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23일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설치했다. 따라서 이번 보도는 재난보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난보도준칙 제18(피해자 보호)에는 피해자와 가족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취약한 상태에 놓인 피해자에게 또 한 번 불필요한 피해를 안기지 않기 위해서이죠. 그러나 제가 읽어드린 이 내용에 그들의 SNS를 읽고 보도하지 말라는 구체적인 워딩은 없죠? 그러니 괜찮은걸까요? 재난보도준칙 18조에 있는 희망상항을 존중하고라고 햇는데요. 언론인은 그들에게 희망사항을 묻지조차 않은 것 아니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SNS 인용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정확한 내용이 없더라도 재난보도준칙의 취지와 원칙인 피해 최소화, 피해자 존중에 비춰 상식적으로 판단했어야 된다는 것이죠.

 

최휘> 그렇다면 현재의 가이드라인이나 준칙으로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누군가의 글을 보면서 언론보도의 발제거리를 찾아내고, 실제 이를 보도하는 기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안내가 부족하다고 봐야할까요?

 

김언경> 제가 이번에 언론인들에게 어떤 가이드가 있나 찾아봤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는 19(사생활 보호)”이 있는데 여기에는 방송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되며, 사적인 전화나 통신 등의 내용을 당사자의 동의없이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 방송은 부당하게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방송은 특정인의 사생활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녹음 또는 촬영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방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SNS라는 표현은 없지만, 통신 등의 내용이라는 표현이 있으며, 당사자의 동의없이 방송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신문인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신문윤리실천강령에서는 제8조에서 저작물의 전재와 인용 언론사와 언론인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저작물을 전재 또는 인용할 때는 출처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사진, 영상 등의 저작권 보호) 개인이나 단체의 사진, 영상, 그림, 음악, 인터넷 게시물과 댓글 등의 저작권을 보호해야 하며, 보도나 평론에 사용할 때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SNS나 커뮤니티 글도 글쓴이의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런 규정만 생각하고, 글쓴이, 또는 영상을 만든 이의 동의를 묻지 않고 저작권만 딱 밝혀놨을 경우, SNS 계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서 더 키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최휘> 구체적으로 소셜미디어 취재에서 이렇게 하라고 잘 정리된 가이드라인은 없었나요?

 

김언경> 제가 이번에 찾아보다가 쿠키뉴스 취재보도 가이드북을 봤는데요. 이 안에 소셜미디어 활용 보도라는 항목이 따로 있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취재에 활용할 수 있으나, 그 주장을 검증하지 않고 인용해선 안된다는 내용 등을 정리했고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개인이 게재한 게시물을 기사에 인용할 때 작성자에게 보도 활용 승낙을 받는다. 동의를 받기 전이라도 사안이 긴급하고 공익성이 중대될 경우, 당사자가 인용 보도를 문제 삼지 않는 경우에는 데스크와 논의 후 선 보도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보도 후에라도 작성자와의 접촉을 지속해 보도 경위를 설명하고 사후 허락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승낙을 받아야하며, 백보 양보해서 긴급하게 인용할 경우에도 나름의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죠. 시대가 바뀌어서 기자들이 현장을 뛰어다니기 보다는 컴퓨터로 취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SNS나 커뮤니티 등의 글을 보면서 발제거리를 찾는 것이죠. 이것 자체를 하지 말라, 그것은 기자가 할 일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점, 감동적인 이야기를 잘 취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선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언론관련 가이드라인에 이런 부분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추가되고, 또 언론인들은 이런 것에 대한 교육을 받고 그 정신에 입각해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언경>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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