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3년 5월 21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양희경 배우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배우 양희경"부모님 일찍 이혼하시고, 힘든 유년시절 오히려..."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집밥엔 특별한 힘이 있죠. 추억을 떠오르게 하거나 지친 하루를 위로하기도 하는데요. 오늘 만나볼 분은 따뜻한 집밥처럼 푸근한 매력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분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국민 고모’ 양희경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양희경 배우(이하 양희경)> 네, 안녕하세요.
◇ 이성규> 다 아시는 전 국민의 고모님이지만 소개 한번 해 주시죠.
◆ 양희경> 저는 배우 양희경이고요. 배우 이전에 어린 시절부터 부엌놀이를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집밥에 애정을 특별하게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 이성규> 그동안에 참 너무 뵙고 싶었는데, 방송도 오랫동안 하셨고요. 그래서 이렇게 모시고 나니까 너무 좋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양희경> 요즘도 그냥 그전같이 똑같은데요. 한 가지 일을 계속 열심히 했다면 요즘은 여러 가지 일을 조금씩 하면서요. 그전에는 일의 90%가 드라마였다면 지금은 드라마도 하고, 나레이션도 하고, 홈쇼핑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죠.
◇ 이성규> 유튜브도 하시고, 또 홈쇼핑도 하시고 그런데 또 연기는 연기대로 하시잖아요.
◆ 양희경> 네, 얼마 전에도 드라마가 3월에 끝났고, 5월 초에 영화가 끝났고, 지금 연기는 쉬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일은 계속 하고 있고요.
◇ 이성규> 그 와중에 책을 내셨더라고요. 어떤 책이죠?
◆ 양희경> 책도 집밥 에세이입니다.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이게 제목인데요. 부제는 ‘양희경의 집밥 에세이’이죠. 밥 이야기하고 엮어서 제가 살아온 이야기, 살고 있는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 끝에 어울리는 또는 이야기 끝에 꼭 넣고 싶은 레시피를 넣어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 이성규>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되게 기네요?
◆ 양희경> 제목이 길죠? 그래서 제 마음에 별로 좋지 않았는데 그런데 뭔가 여운이 있고, 우리가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상태로 만나는 사람들도 많고, 밥이 목적이 아니라 밥과 함께 일이 영글어지는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 제목을 보시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제목이 뭔가 끄는 힘이 있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 이성규> 책을 내시게 된 동기가 있어요?
◆ 양희경> 특별히 없는데요. 팬데믹이 딱 시작이 되면서 정극이 잠시 죽어 있었잖아요. 한 2년 정도를요. 그때 막 공연을 하고 있는 중에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앉아 계시게 된 거예요. 2020년 1월 29일날 객석에 앉아 계셨던 그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배우들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하얀 마스크를 쓰고 객석에 앉아 있는데, 가슴이 철컥 내려앉기도 하고 ‘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 며칠 전서부터 시작이 됐지만 마스크를 끼라고 해서 전체가 마스크를 끼고 앉아 있었던 날을 제가 잊지를 못해요. 그래서 그날 이후에 공연을 저로서는 잠시 접게 됐고, 그리고 제가 뭔가 기록을 좀 남기고 싶은데 제가 살고 있는 일산 정발산에서 하루에 한 시간씩 산책을 하면서 자연의 모습들 또 그날 그때 제가 요리했던 사진들을 올려서 SNS로 사람들한테 내 소식을 같이 나눠야 되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걸 너무 좋아하고 거기에 이제 댓글을 달아주시고 응원의 말을 달아주시고 그러다 보니까 일상이 재밌게 됐어요. 그렇게 2년을 하루도 빼지 않고 그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걸 보시던 많은 분들이 “이거 책으로 한 번 엮어보시면 어떻겠느냐.”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무슨 내가 책을 내냐. 사람들의 이야기에 또 힘을 입기도 했고 제가 혼자 마음속에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해서 내 아이들에게 내 손주들에게 그 할머니의 또는 우리 엄마의 레시피를 쭉 보관할 수 있도록 글과 함께 엮어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걸 A4 용지에다가 적어서 복사를 해야 되나, 또는 그러면 1인 출판이라는 게 있다는데 그걸 해볼까. 그리고 돈도 목표가 아니고 그냥 기록을 남기는 게 목표이다 보니까 한 1천 권 정도를 내 돈을 들여서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나눠줘야 되겠다. 그렇게 해볼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이게 출판사를 통해서 책으로 나오게 된 겁니다.
◇ 이성규> 원래 글은 쓰시는 걸 좋아하신 거죠?
◆ 양희경> 글쎄, 좋아했다기보다는 기록을 끄적 남기는 그리고 일과표 같은 거를 그날 남기는 정도였지 글을 기록하고 그런 적은 없어요. 옛날에 제가 MBC에서 라디오를 한 10년 정도 했는데요. 원고를 제가 직접 쓰면서 방송을 하기도 했었어요. 작가분도 계셨고요. 오프닝, 클로징하고 한 꼭지를 써주시면 나머지 멘트는 제가 써서 그렇게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도 했고 그냥 글 쓰는 게 어려운 일이다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고요. 왜냐하면 어렵게 쓰고 싶지도 않고 또 잘난 척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제 일상을 적는 거니까 어려운 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정도로 했었지 책을 내야 될 정도로, 그래서 SNS에 2년 동안 기록했던 그 글은 없습니다. 정작 제 책 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쓴 거예요. 그래서 그 글하고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사는 이야기니까 비슷하지 않겠나 생각을 합니다.
◇ 이성규> 또 마침 언니 양희은 씨는 <양희은이 차리는 시골밥상>이라는 책을 냈죠?
◆ 양희경> 네, 오래됐죠. TV프로그램에 <시골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시골 할머니들, 어머니들이 해주셨던 음식을 책으로 엮여서 낸 적이 있죠.
◇ 이성규> 이렇게 두 자매께서 밥을 주제로 글을 쓰셨는데, 선생님한테는 집밥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양희경> 집밥은 모든 가정의 중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이성규> 가정의 중심, 그중에서 좋아하시는 메뉴가 있나요?
◆ 양희경> 저는 제가 한 거 다 좋아합니다. 이상하죠?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자기가 한 건 지겨워서 안 먹는다고 그러는데 저는 제가 하고도 제가 너무 맛있어요. 그래서 꼭 집어서 뭐가 맛있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 이성규> 그러면 내가 한 맛있는 밥을 같이 나눠 먹고 싶은 분은 있나요?
◆ 양희경> 그거는 이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같이 먹는 사람들이 되겠죠. 밥이라는 게 사실은 아무나 하고 못 먹는 게 밥이잖아요. 그래서 모든 걸 터놓고 또 속 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고, 이런 사람들하고 밥을 먹는 거지. 그래서 저는 솔직히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어요.” 이런 약속을 난발하는 사람들이 밥을 진짜 먹자고 연락 오는 사람 별로 없거든요. 그렇게 얘기하는 약속을 별로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하고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은 굉장히 ‘절친’들이 저랑 밥을 먹죠. 그 사람들도 뭔가 맛있는 거를 먹게 되면 저를 생각하게 되고, 저도 또 맛있는 거를 하게 되면 그 친구들을 떠올리게 되고요.
◇ 이성규> 저는 집밥 그러면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어머니 생각이 나거든요. 선생님은 집밥하면 어떤 분이 떠오르세요?
◆ 양희경> 집밥은 가족이 떠오를 수밖에 없고요. 집밥이라는 게 중요하고 잘해 먹어야 된다는 걸 가르쳐 주던 분들이 외할머니, 엄마, 이모, 저희 집안의 윗대 여성분들이고요. 그렇게 자란 우리 자매 셋도 역시 집에서 밥 해 먹는 거를 즐기게 되고, 그리고 또 저희 아이들도 역시 밖에서 뭘 사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맛있는 거 해 먹는 걸 더 좋아하게 되고요. 그래서 그게 가정교육이고 가정에서 지킬 수 있는 최고의 융합의 자리, 그런 게 이제 집밥을 먹으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그리고 어렸을 때 사실 밥상 앞에서 잔소리 무지하게 들으면서 컸잖아요. 싫은 소리도 듣고 야단도 그 자리에서 꼭 맞고, 그래서 밥 먹는 자리에서 야단도 많이 맞고 그랬는데. 크면서 생각하니까 그 밥상머리 잔소리라는 건 꼭 필요한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밥과 동시에 잔소리를 먹는 거잖아요. 그게 몸에 배서 어려운 자리에서 뭐가 좀 해결이 안 되고 갑갑할 때 ‘아 맞아. 그때 우리 엄마가 또는 우리 아버지가 나한테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고 그랬어’라는 잔소리를 떠올리면서 그 일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도 되고, 그래서 저는 집밥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집밥을 먹는 밥상이 중요하고요.
◇ 이성규> 언젠가 어머니하고 언니 양희은 씨하고 양희경 선생님하고 같이 어느 TV프로에 잠깐 나오신 거를 본 거 같아요. 어머니는 어떤 존재세요?
◆ 양희경> 저희 어머님은요. 요즘 태어나셨다면 정말 엔터테이너였을 거예요. 다방면에 재주가 많으시고 그야말로 예인, 또 그 손맛은 외할머니부터 내려와 가지고 손맛도 기가 막히시고 맛있는 음식, 또 맛있는 간식. 이런 거를 저희 자랐을 때 쭉 집에서 해서 먹이셨던 분이시고, 저희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 예능 쪽의 소질, DNA 이런 게 다 어머니로부터 왔거든요. 노래도 잘하시고 그림도 잘 그리시고,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지 다 잘하시는 그런 분이셔요. 너무 일찍 태어나셨어요.
◇ 이성규> 레시피 중에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게 있으세요?
◆ 양희경> 저희 엄마의 음식은 다 어렸을 때 맛있었는데 제가 제 책에도 썼듯이 제가 어려서는 먹는 걸 안 좋아했어요. 밥상 앞에서 꼭 먹기 싫다고 울고 징징거리고 그래서 엄마의 마음을 많이 속상하게 했던 딸이었는데, 그래서 엄마가 해줬던 음식들 여러 가지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그 엄마가 해줬던 간식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꽈배기랄지, 도너츠랄지, 또는 푸딩이랄지, 젤리랄지, 또 애플파이 같은 것. 그런 것들을 아주 잘 만드셨거든요. 기존의 집밥 외에 간식을 그렇게 잘 만들어 주셨었어요. 그런 어머니셨죠. 옷이나 이런 것들 다 만들어 입히시고, 털실로 짜고, 디즈니에 나오는 그 동물들을 퀼트로 해가지고 옷에다가 자수로 입혔고, 그래서 저희 아버지가 이제 대령으로 예편을 하셨는데 가회동에 가면 양 대령 집 딸들 옷이 참 예쁘다. 딸들이 이쁘다가 아니라 옷이 참 이쁘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 이성규> 꽈배기 간식, 요즘 젊은 청년들이 그런 거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양희경> 요즘은 주로 밖에서 사 먹죠. 옛날에는 그런 거가 참 귀했습니다. 밀가루라는 것 자체가 귀했으니까요. 그리고 옛날에는 집에 1년에 한 번씩 도배장판을 했지 않습니까? 풀을 쑤면 거기에다가 초콜릿 파우더를 넣어서 초콜릿 푸딩을 만들어 주셨었어요. 그러니까 굉장히 모든 면에서 창의력이 뛰어나신 그런분이시죠.
◇ 이성규> 집밥과 연관해서 요즘 청년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양희경> 가엾어요. 집밥이 지겨운 것 같아도요. 사실은 우리가 제일 많이 먹는 게 쌀이잖아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밥보다는 다른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고, 세상에 글로벌화 되다 보니까 외국 음식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서 돈만 내면 어느 나라 음식이든지 맛볼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집밥이 귀한 걸 모르니까 너무 가엾어요.
◇ 이성규> ‘한국인 밥 힘’은 원래 집밥을 얘기했는데요.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의 저자 배우 양희경 씨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책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양 선생님, 책 초반에 부엌놀이라는 단어가 나와요. 얼핏 연상은 되는데, 말씀 좀 해 주세요.
◆ 양희경> 제가 부엌일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맡아서 하게 됐어요. 저희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언니는 가장이 돼서 돈을 벌어 오고, 저는 집에서 빨래, 청소, 밥하기. 이걸 제가 맡아서 한 거죠. 그때 해먹을 수 있는 거는 뻔하죠. 그때 저희 집이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봉지쌀을 사다가 집에 있는 거랑은 된장, 고추장, 간장. 그걸로 할 수 있는 된장찌개, 고추장찌개, 나물이라고 하는 제일 싼 콩나물, 무생채나물. 이런 거를 해 먹으면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결혼해서 또 아이 낳아 기르고 부엌에서 살림을 쭉 맡아서 하는 그게 지금까지 안 끝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운명처럼 저한테는, 때때로 우리가 하기 싫을 때도 있지 않습니까? 부엌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지겹기도 하고 매일 엄마들이 숙제잖아요. ‘오늘은 도대체 뭘 해먹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겨워할 때 그걸 일이라고 여기지 말고 놀이라고 한번 바꿔 불러봐야 되겠다. 부엌놀이. 그래서 양희경의 부엌놀이, 부모님도 그렇고 저희도 나이가 들면 자주 다니는 것이 병원 아닙니까? 어르신들 모시고 병원 가는 일이 너무너무 힘들거든요. 팬데믹 이후하고 이전하고 완전 달라졌잖아요. 병원 한 번 가려면 막 절차도 복잡하고 그런데 저희 어머니도 이제 아흔넷이신데요. 병원에 자주 가십니다. 정기적으로 가셔야 되고, 또 갑자기 가실 일도 생기고요. 어른들 모시고 또 내 자신도 아프고, 병원 다니는 일이 너무너무 힘든데 그냥 ‘병원놀이’라고 이름을 붙이자. 엄마와 함께하는 병원놀이, 이래갖고 우리 본의 아니게 어렸을 때는 왜 그 지겨운 병원 놀이를 그렇게 했을까요? 의사, 간호사 역할을 하면서 주사 맞겠습니다. 이런 거 하고, 그런 놀이의 연장으로 나이 들어서도 놀이로 생각하면서 살면 좋지 않겠나. 그래서 부엌일을 부엌놀이라고 그렇게 불러보자.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책의 일부분에서 본 것 같은데,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 말씀이죠?
◆ 양희경> 그렇죠.
◇ 이성규> 그러니까 힘든 순간도 그런 마음으로 넘기신 건가요?
◆ 양희경> 지치고 그만하고 싶고 그럴 때일수록 아니야 이건 놀이의 일종이지.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또 가족들이 즐겁게 먹고 건강할 수 있고 나도 또 건강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 이성규> 아까 ‘국민 고모’라고 소개를 드렸는데요.
◆ 양희경> 저는 이모가 좋습니다.
◇ 이성규> 왜 이모를 좋아하세요?
◆ 양희경> 여자들은 이모 좋아합니다. 남자들은 간혹 고모 좋아하는 분들 계세요. 어렸을 때 아버지 형제 중에서 여자 형제로 살갑게 해줬다든지 그리고 남자 쪽으로 보자면 성이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모는 성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남자들은 이모가 거리가 멀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여자들은 이모가 훨씬 가까워요. 우리 그냥 밥 먹으러 가도 모든 분들은 이모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저는 왜 제가 국민 고모라 불리는지를 모르겠어요.
◇ 이성규> 그런데 왜 국민들은 양희경 선생님 이미지를 고모로 만들었을까요?
◆ 양희경>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으로 많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집 안의 태풍의 눈 같은 존재, 결혼도 안 하고 또는 결혼했다 돌아와서 ‘돌싱’이 돼서 오빠네 집에 얹혀살면서 문제 일으키고 그거는 따뜻한 고모도 아니에요. 드라마 속의 고모는요. 그런 고모였는데 왜 국민 고모라고 부르시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수긍할 수 없어요. 저는 이모가 좋아요.
◇ 이성규> 지금 말씀을 잠깐 듣다 보니까 배역에 대해서 또 다른 욕구가 있으신가 싶네요?
◆ 양희경> 배역에 대한 욕구 없어요. 드라마를 통해서 천편일률적인 모습, 젊은 시절에 제가 방금 말씀드렸던 태풍의 눈 같은 존재였었는데. 그렇게 한 10년쯤 하다 보니까 너무 이게 지겨운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일을 멈출 수는 없고 하기는 해야 되는데 이걸 어떻게 극복할까. 그때 만났던 작품이 <늙은 창녀의 노래>였어요. 송기원 씨의 단편 소설을 희곡처럼 써놓으셔서 그대로 공연을 올렸던 작품이었는데, 그게 히트를 해가지고 한 1년 반 정도 서울 공연, 지방 공연으로 전국을 다 돌았죠. 그 작품을 하면서 ‘아 이제 내가 똑같은 역을 앞으로 10년, 20년, 30년 해도 잘 하고 살 수 있겠다.’ 충분히 해소됐던 작품이에요. 그리고 제가 드라마 속에서 못 했던 거를 연극 무대에서 또 하기도 하니까요. 뮤지컬도 하고 제가 하고 싶었던 연극 작품 섭외가 들어오면 이런 거는 내가 한번 해봐야 되겠다. 그래서 한 작품들이 있고요. 그래서 골고루 다 할 수 있었어요. 드라마는 최근에 와서 엄마 역할을 조금 했어요. 제가 별로 엄마 역할을 안 해봤어요. 엄마를 해본 적이 없는데 최근에 비로소 드라마 속에서 엄마 역할을 하게도 되고, 그런데 특별히 제가 하고 싶은, 동경하는 역할은 없습니다.
◇ 이성규> 다시 음식 얘기 좀 해보죠. 제철 음식, 향토 음식 이런 부분에 대한 내용도 그 책에서 인상을 많이 줬는데요. 전국에 많은 음식들이 있잖아요. 맛있는 음식이 집적돼 있는 도시가 있던가요?
◆ 양희경> 전국이라고 그러면 저는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곳곳을 다녀보지 않았어요. 기껏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 지방에 내려가면 항상 지방 내려가서 촬영장, 숙소. 촬영장, 숙소 하다가 올라왔기 때문에 돌아다닌 곳이 음식이나 그곳의 향토의 모든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은 없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통영과 제주입니다. 그중에서도 음식은 통영 음식이 저는 더 맞더라고요.
◇ 이성규> 어떤 면에서요?
◆ 양희경> 바다와 산과 들과 모든 것이 있어서 재료가 다 갖춰져 있고 통영에 서호시장 이런 데 가면요. 저는 시장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거기에서 가면 막 환희를 느낄 수 있어요. 그 재료들을 보면서 ‘이걸로 뭐 해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되고요. 자극적이지 않고 굉장히 시원하고 깔끔한 음식들이 많아서 제가 좋아합니다. 제주도 그렇고요.
◇ 이성규> 제주는 또 어떤 면에서 좋아하세요?
◆ 양희경> 제주는 제주의 모든 집밥을 하시는 어머님들이 해녀일을 하시거나 밭일을 하시거나, 둘 다 하시거든요. 제주는 집 앞에 텃밭들이 다 있어요. 거기에 모든 채소들을 다 심어서 직접, 그리고 밭에 나가서 또 밭일 하시고요. 이래서 거기 재료들은 뭐가 특징이냐 하면요. 어머니들이 시간이 없으셔요. 그래서 간단하게, 그러다 보니까 요리를 하는 조미료들이 거의 없죠. 그래서 우리가 돔베고기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얼마나 시간이 없으면 도마의 고기를 썰어서 바로 식탁에 되겠어요. 그런 자연스러운 맛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음식 맛이 좋다면 강원도는 해산물이나 이런 것들을 특별한 조미를 안 하고도 그냥 맛있게 해서 드시고, 곳곳마다 다 특징이 있고, 맛이 또 다 특색 있어서요. 그런 음식들을 저는 즐겨요.
◇ 이성규> 아까 어린 시절 부엌놀이를 하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어린 시절의 그 추억들이 생생하신가요?
◆ 양희경> 저희 집안이 일단 편안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엄마, 아버지 일찍 이혼하셨고 딸 셋이 똘똘 뭉쳐서 컸기 때문에요. 그렇게 같이 공유했던 시간들, 그런 시간들이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죠. 엄마, 아버지 이혼하고 새엄마 밑에서 자라면서 그 우울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자매가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렇게 같이 지낸, 그 특히 언니하고 저는 두 살 터울이고 동생하고 제가 네 살 터울이기 때문에 동생은 좀 어려서요. 언니랑 저랑 둘이 많이 붙어서 컸죠. 전후애, 고통을 함께 이겨나가는 그런 것들이 이제 기억의 편린 속에 많이 남아 있죠.
◇ 이성규> 언니 얘기 잠깐 나왔는데 양희은은 양희경에게 어떤 존재예요?
◆ 양희경> 교과서이자 참고서.
◇ 이성규>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시네요. 요즘도 그렇게 참고서 역할 하세요?
◆ 양희경> 그럼요. 중요한 일이 있으면 언니하고 상의하고 언니의 조언을 많이 듣는 편이고요.
◇ 이성규> 아드님이 두 분이시죠? 두 아들은 어머니랑 자주 소통을 하시나요?
◆ 양희경> 일단은 같은 쪽 일을 하니까요. 큰 아이는 무대, 조명, 영상 이런 게 전공이고 작은 아이는 연기를 전공했기 때문에요. 같은 쪽 일을 하니까 다른 집 아들들하고는 좀 다르게 엄마하고 소통이 많이 되는 편이죠. 상의도 하고,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좋다. 이렇게 좀 고쳤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서 다른 집들보다 대화하는 시간이 많은 집이죠.
◇ 이성규> 어머니가 두 아들한테 참고서, 교과서가 많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 양희경> 그거는 모르겠어요.
◇ 이성규> 지금 새로 내신 이 책,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겠습니까?
◆ 양희경> 집밥이 두려우신 분, 집밥이 그리우신 분, 집밥을 해먹고 싶으신 분이요.
◇ 이성규> 마지막으로 청취자 여러분께 한 말씀 하시죠.
◆ 양희경> 우리가 흔히 밥이라는 걸 참 우습게 생각하면서 살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열심히 챙겨야 되는 게 저는 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리를 누구를 위해서 하냐?”라는 질문을 제가 많이 봤는데요. 요리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제가 하는 요리는 나를 위해서 하는 요리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손으로 내가 해먹을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몸에 좋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게 우리가 지금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세상은 너무 살기 어려운 세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때에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것은 자기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줘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서 밥을 부지런히 해먹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야 돈도 조금 들고, 그리고 ‘내가 뭐는 진짜 맛있게 해. 이거는 나눴으면 좋겠어.’ 그랬을 때 두 세 사람 모여서 같이 먹고, 저는 파티나 몇십 명을 불러서 집에 오라는 것은 별로 해본 적 없어요. 소수의 인원으로 내가 온 정성을 다해서 그 사람을 위해서 음식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숫자를 저는 좋아합니다. 그런 것이 사실은 나를 위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나. 그러니까 애청자 여러분들도 그런 마음으로 나를 일단 위하고, 그다음 이거 했더니 맛있으니까 우리 가족들 모두에게 먹여야 되겠다. 또 주변에 있는 사람하고 같이 먹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되는 삶이면 참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입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배우 양희경 씨 모시고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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