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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혐오해도 돼!" 정치인 등 공인이 혐오 부추겨..이태원 참사 혐오 댓글 심각
2022-12-19 11:30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2월 17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혐오해도 돼!" 정치인 등 공인이 혐오 부추겨..이태원 참사 혐오 댓글 심각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의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송경재 교수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송경재 교수(이하 송경재)> 송경재입니다. 안녕하세요.

◇  김양원>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고교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안타까워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 숨진 학생이 악성댓글에 괴로워했단 유족의 증언이 나왔어요. 참사 당시에도 무분별한 댓글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댓글이 또한번 2차 가해의 장이 되기도 하잖아요.

◆ 송경재> 네, 그동안 인터넷 기사나 커뮤니티의 댓글 창이 우리 사회에 혐오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는데요. 관련해서 <국민일보>가 “혐오 발전소 댓글창”이란 기획보도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혐오와 포털뉴스 댓글의 문제에 대해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팀과 함께 분석한 기사가 최근 시리즈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먼저 최근 논란이 되었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12월 14일자 “참사 댓글에 ‘혐오’ 58%… 대선 때보다 갈등 심각” 분석 기사를 보면, 참사 관련 기사 댓글 속 혐오의 비중은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했던 시기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과거 세월호 사건의 경험으로 단기간에 언론사 내부와 시민들 사이에서도 2차 가해와 혐오 표현 등의 문제제기되었고, 어느 정도 이를 하지 말자는 긍정적인 시도가 빨랐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우리 미디어 비평 시간에도 한 번 다룬 적이 있고요.
그런데 사실 뉴스 댓글을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포털뉴스 댓글에서는 젊은이들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한 초유의 비극적 재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에서 농도 짙은 혐오 감정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보도에서는 이태원 참사 기사 댓글에서 혐오가 감지되지 않은 ‘비혐오 댓글’은 41.72%에 그쳤고, 혐오가 포함된 댓글이 58.27%로 절반을 넘었다고 합니다. 

댓글에서 추출된 키워드를 보면 98.8%에서 경찰이나 경찰 비판이 등장했는데, 역시 참사 바로 다음 날 112 신고 녹취록이 전격 공개되고 경찰이 상황 통제에 실패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기사에서는 이런 여론이 댓글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다음으로 이태원 참사 기사 댓글 속 혐오 종류를 보면 악플·욕설(51.12%)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인종·국적(2.08%)과 지역(1.74%)이었는데요... 댓글 속 주요 키워드에서도 ‘희생자 조소’나 ‘외국인 혐오’가 포착될 정도였다고 지적했습니다. 

◇ 김양원> 포털뉴스 댓글 분석에서 혐오가 포함된 댓글이 이렇게나 많았군요. 그런데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댓글은 자체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부적절한 언어나 욕설, 차별적 단어 등을 필터링하고 모니터하지 않나요? 그런데도 혐오와 관련한 발언을 거를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요?

◆ 송경재> 네. 방금 이야기하신 대로 네이버는 <클릿봇>, 다음은 <세이프봇> 등으로 명명된 인공지능 기반의 댓글 필터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심각한 욕설·비속어가 포함된 댓글은 차단이 확실한데, 완화된 형태로의 차별이나 혐오 댓글을 거르는 수준은 아직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TV> 12월 14일자 기사를 보면, “AI 댓글 필터링 카카오, 2년새 욕설 댓글 63.8% 하락” 이라며 다음 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가 지난 2020년 하반기 AI 필터링 기술 `세이프봇`을 도입한 이후 욕설 댓글의 수가 63.8% 줄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이프봇이 자동으로 욕설 댓글의 신고 처리까지 완료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신고한 댓글 비중은 도입 이전 4.2%에서 올해 2.4%로 낮아졌고 이용자의 신고에 의해 삭제된 욕설 댓글도 올해 91.7%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욕설이나 비속어에 비해 혐오와 차별은 직접적인 비속어나 욕설과 다른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거르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자칫 과도한 기준을 설정해 인공지능이 필터링 처리하면 비판적인 정상적인 댓글을 삭제해버리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혐오와 조소, 비하 등은 긍정적인 단어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필터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언어가 가진 다의성, 즉 “아” 다르고 “어” 다른 특성을 혐오 표현 필터링 인공지능이 걸러내기 어려운 것입니다. 

◇ 김양원> 욕설 외에도 성 비하나 지역 차별 내용도 많았다고요? 

◆ 송경재> 역시 같은 <국민일보> 기획에서는 12월 13일자에서는 “정치인 특정발언 뒤 여혐 댓글증가… 혐오해도 된다 권리로 착각” 기사에서는 여성 혐오를, “전라도 관련 댓글 10중 8개는 ‘혐오’… 정치권, 지역 감정 선거 활용에 확산” 기사에서는 지역 혐오와 비난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두 기사 모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데요.

먼저, 여성 관련 댓글 문제에 대한 기사에서 뉴스 댓글창에서 여성 이슈 관련 댓글에 혐오 감정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심화한 탓도 있지만, 유력 정치인 등 공인들이 관련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혐오 댓글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기사에서는 사회적으로 인지도와 영향력이 큰 정치인, 공인들이 대중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혐오할 수 있도록 일종의 ‘라이선스’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비판을 했는데요. 뉴스 분석 결과 가장 심각한 것은 지난 대통령 선거때 나왔던 ‘여가부 폐지 정책’을 언급한 댓글의 72%에서 혐오가 감지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정치·사회 분야 뉴스 댓글 전체의 혐오 비율 34%와 비교해보면 매우 큰 숫자였는데요. 댓글의 3분의 2가 혐오라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한 이원재 교수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여가부폐지 발언 이후 여성 혐오 표현이 확산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공인의 발언은 대중에게 혐오해도 좋다는 일종의 권리를 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공인이 특정 사안에 대해 발언하면 나도 비슷한 발언을 해도 괜찮다는 권리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는데요.. 국민통합을 이야기해야 할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일반 시민들도 여기에 편승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지역과 관련된 혐오 표현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댓글창에서 ‘전라도’라는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가 유난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전라도만 많은 것이 혐오와 차별의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기사에서는 전라도에 대한 혐오가 치솟은 시점은 지난 3월로,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을 이용해 선거에 활용하면서 혐오 감정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3월 한 달간 정치 부문 기사에서 작성된 ‘전라도’ 관련 내용을 포함한 댓글 중 ‘지역 혐오’로 분류된 댓글의 비율은 96.8%로, 댓글을 작성한 대다수가 혐오를 표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 온라인에서 쓰이는 지역 혐오의 표현은 일종의 ‘밈’이나 ‘비방어’의 한 종류로 쓰이는 듯한 현상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전라도 혐오 표현으로 쓰이는 ‘라도’, ‘홍어’, '거시기' 등의 단어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지만, 일상적으로 비하나 배척, 혐오적인 의미의 밈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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