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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일] 20:20~21:00
제작진진행: 이성규 / PD: 박준범 / 작가: 이혜민
[잠시만요] "어린왕자, 애린왕자, 에린왕자... 오타가 아니라 정체성입니다."
2022-10-11 10:18 작게 크게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2년 10월 9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최현애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오늘 한글날입니다. 이제는 5대 국경일이면서 법정 공휴일이 되어서, 내일이 대체 공휴일이기도 한데요. 한글날인 오늘, 우리말과 글의 아름다움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사투리라고 하면 표준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사투리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문화자산이라고 생각하면서 세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설을 우리 사투리로 다시 쓴 분입니다. 어린 왕자를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로 쓴 이팝 출판사의 최현애 씨인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최현애 선생님. 안녕하세요?

◆ 최현애 작가이하 최현애)> 네, 반갑습니다.

◇ 이성규> 포항에서 오셨다고요? 한번 소개해 주시죠.

◆ 최현애> 도서출판 이팝을 운영하면서, 읽고 쓰고 책 찍는 초짜 발행인 ‘거의 작가’ 최현애입니다.

◇ 이성규> 그러면 서울이 낯서세요, 아니면 사신 적도 있으세요?

◆ 최현애> 20대 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인데요. 사실 서울에서 부단히 인정받으려고 애쓰면서 생활했던 곳인데 오늘 이렇게 라디오 출연을 하다니 좀 감개무량합니다.

◇ 이성규> 서울에서 사신 적도 있군요. 지금은 포항에 사시고. 이번에 태풍 수해 피해는 없으셨나요?

◆ 최현애> 다행히 제가 있는 곳에는 피해가 없었는데 남구 바닷가 쪽 피해가 커서 상심이 심하신데, 포항 시민 분들이 다 같이 수해복구와 일상 회복을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으시거든요.

◇ 이성규> 이팝 출판사는 어디 있어요?

◆ 최현애> 네, 북구에 있습니다. 

◇ 이성규> 오늘이 한글날이에요. 출판사를 운영하시면서 사투리로 된 책을 만들고 계신데, 어떤 소감 같은 거 있으세요?

◆ 최현애> 네, ‘사투리는 모두의 모국어다’라는 모토로 출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사실 표준어는 교과 과정을 통해서 배우다 보니까 표준어의 정의라고 하면 지금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의 서울말이라고 바로 대답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표준어가 아닌 방언이나 사투리의 정의를 과연 표준어 정의의 반대로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면 교양이 부족한 소수의 사람들이 서울이 아닌 곳에서 쓰는 말이라고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방언이나 사투리가 이렇게 정의되어도 되는지 조금 반문이 들더라고요.

◇ 이성규> ‘교양이 부족한’, 이쪽이 좀 많이 걸리는데요.

◆ 최현애> 그렇죠.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방언은 한 언어에서 사용 지역 또는 사회 계층에 따라서 분화된 말의 체계’라고 하고요. 또 ‘사투리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이라고 하는데요. 표준어처럼 방언의 어떤 계층이나 교양의 여부, 그리고 사용자 수의 규모 그리고 시대성, 장소의 범위 등 이걸 구체적으로 합의한 적은 없잖아요. 그래서 방언의 정의를 조금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표준어도 방언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이성규> 서울 지방 방언이네요, 표준어이면서도.

◆ 최현애> 네, 그렇죠. 그렇게 또 받아들일 수 있죠. 그런 해석이 가능하고요. 표준어든 방언이든 지역으로 바라보면 또 언어의 위계가 사라지는데, 서울말은 교과서나 공식 석상에서 쓰는 정말 공식 언어로 쓰일 ‘문어’에 가까운 말이라는 의미에서 표준어로서의 지위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범위를 좁게 보냐, 넓게 보냐에 따라 언어에서 발견되는 힘의 질서가 있는 건데 사투리를 통해서 저는 이런 언어의 위계를 없애고 각각의 언어를 조금 더 풍부하게 쓸 수 있다는 그런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 이성규> 근데 지금 말씀하실 때 들어보니까 서울 방언을 쓰시는 것 같은데요? 서울에서 사시면서 그러신 거예요? 

◆ 최현애> 엄청난 노력과 지적을 받으면서 이게 학생 때 교육 받은 상태의 어떤 말투나 언어 습관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급하면 지역 말이 나오죠?

◆ 최현애> 네.

◇ 이성규> 만드신 책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경상도 사투리로 옮긴 <애린 왕자>, 그리고 또 전라도 사투리로 옮긴 <에린 왕자>. 경상도는 ‘애린’이고 전라도는 ‘에린’이에요. 근데 어떤 계기로 이런 책을 내야겠다, 생각하셨습니까?

◆ 최현애> 타지에서 생활했던 기간이 삶의 절반이다 보니까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이렇게 반문을 많이 했거든요. ‘늘 고향을 떠난 타지에 있다’라는 현실을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제 언어 습관이나, 그래서 자꾸 딱딱한 문체가 나온다든가, 경직된 문장이라든가, 밋밋한 표현. 그리고 또 아까 지적해 주셨듯이 어설픈 서울말로 이게 다 드러나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먼 삶은 실패한 삶이 아닌데 한국식 성공 프레임에 저를 스스로 가두고 있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열패감을 뒤집는 시도가 <애린 왕자>를 출간하는 거였고요. 지역은 시골도 아니고 또 문화의 불모지도 아니다, 그럼 한번 만들어보자. 작지만 우주적 스케일로 한번 도전해보자, 라고 해서 <어린 왕자>라는 고전을 사투리로 새롭게 읽으면서 재밌게 읽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사투리는 지역 문화의 자산이라고도 생각을 했고 이런 작업을 통해서 그동안 해왔던 고민을 해소했다고 봐 주시면 될 것 같아요.

◇ 이성규> ‘열패감’이라는 말을 쓰셨네요?

◆ 최현애> 네, 어떻게 보면 ‘열등감’보다도 조금 더 강한 표현일 수 있는데, 사실 지방 소멸을 언급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2030 때면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로 올 수밖에 없는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생각, 또 지역에 있으면 ‘내가 조금 더 뒤처지지 않나’ 이런 생각들은 누구나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강한 표현을 썼습니다.

◇ 이성규> 그 말을 프랑스 말로 옮기면 되게 예뻐요. ‘르상티망(ressentiment)’. 어떤 철학자가 그렇게 쓰신 말을 읽은 적이 있거든요. 그분도 ‘르상티망’을 ‘열패감’으로 번역을 했더라고요. 어쩌면 지금 청취자분들이 ‘정말 저런 책이 있나’, 궁금해 하실 텐데, <애린 왕자>, 경상도 사투리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건 직접 쓰신 거죠? 

◆ 최현애> 니가 4시에 온다 카믄 나는 3시부터 행복할 끼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행복하겄제? 네 시가 되믄 하마 안달이 나가 안절부절 몬 하겠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줄 끼라. 맘으로 봐야 잘 빈다카는 거, 중요한 기는 눈에 비지 않는다카이. 딴 사람들이 내 책이 숩게 읽는 거 싫어하가 내가 이케죽겐다.

◇ 이성규> 경상도 사투리로 애린 왕자가 외국에 먼저 소개가 됐다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얘기죠?

◆ 최현애> 사실 어린 왕자로, 그것도 사투리로 번역하겠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피드백을 좀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출판업계도 어려운 데다가 하필 또 만들겠다는 책이 사투리와 고전,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이 어린 왕자라 다들 말리는 분위기여서 독일 출판사랑 협업을 먼저 하고 지난 2020년 6월에 독일에서 먼저 출간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독일 출판사 발행인이 언어학자인데 방언 번역에 대한 관심을 좀 보여주셨고. 사실 표현 문자인 한글의 효용을 방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취지를 제가 제안을 드렸을 때 그걸 공감해주셔서 협업하게 됐습니다.

◇ 이성규> 저는 공부할 때 런던에서 했는데요. 정말 스코틀랜드 사람들 얘기하는 걸 못 알아들었거든요. 

◆ 최현애> 영어도 미국식 영어가 있고 영국식 영어가 있고 또 호주식도 있고. 또 한국에는 ‘콩글리시’가 있잖아요.

◇ 이성규> 그리고 또 책의 뒤쪽을 보니까 우리나라 경상도 사투리는 125번째, 그리고 전라도 사투리로 쓴 어린 왕자는 154번째. 이렇게 올라와 있는데, 그러면 다양한 언어로 소개가 됐다는 얘기네요?

◆ 최현애> 네, 맞습니다. <애린 왕자> 책 맨 마지막에 독일 출판사 에디션 목록을 첨부해서 사라지거나 지금은 쓰지 않는 언어도 보실 수 있고. 예를 들면 고대 이집트 언어 상형 문자 로 쓴 어린 왕자라든가 아니면 모스 부호로 쓴 어린 왕자라든가. 그래서 책 전부가 다 점과 선으로만 쓰인 단행본도 있고요. 그 다음에 독일어 지역어뿐만이 아니라 또 시대별로 고대 중세 프랑스어나 영어도 있고 또 소수민족이 썼던 겐트어라든가. 이런 다양한 언어도 있고요. 또 정말 ‘왕팬’, 스타워즈와 그리고 스타트렉 팬이시라면 찾아보실 수 있는 언어도 있습니다. 한번 책을 사서 찾아보십시오.

◇ 이성규> 근데 어린 왕자를 고르신 거는 어떤 연유셨어요?

◆ 최현애> 어린 왕자라고 하면, 어렸을 때 우리가 늘 품고 있는 동심이 있잖아요. 가장 동심을 대표하는 고전이 어린 왕자였고 어렸을 때는 정말 어린이만 보는 아주 쉬운 동화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글쎄요. 고전의 힘을 다시 느끼는 게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또 다른 감성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또 제가 우연치 않게 ‘포항 스틸 아트 페스티벌’에서 도슨트를 하면서 유치원생들과 함께 전시 작품을 감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친구가 제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니까 안쓰러웠던지 옆에 와서 “선생님 덥지요?” 하면서 물통을 한번 건네주더라고요. 그때 어떤 기시감이 들더라고요. 그 넓은 포항 북부해수욕장, 지금은 영일대 해수욕장인데요. 거기에 다양한 설치물들이 널려져 있고. 선생님이라고 나를 쫓아온 그 어린 아이를 보니까 그때 갑자기 어린 왕자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고전을 한번 다시 한 번 찾아봐야 되겠다는 그런 개인적인 경험도 있었고요.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요즘 그 ‘어린 왕자’는 연락 안 되죠?

◆ 최현애> 수소문할 수는 있습니다.

◇ 이성규> <애린 왕자> 출판을 하시면서, 요즘 출판업계 아까 잠깐 어렵다고도 말씀하셨고, 그러셨 텐데 과정이 어떠셨어요?

◆ 최현애> 사실 사투리는 입말이고요. 또 원문은 글말, 문어잖아요. 그래서 영어 공부 할 때 우리가 회화랑 독해를 따로 배우듯이 글말을 입말로, 다시 입말을 또 다시 글말로 옮기는. 그런 게 반복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게 굉장히 저는 좀 어려웠는데, 그냥 소리 내어 말하듯이 먼저 옮겨보자는 생각이 있었고. 퇴고를 아주 많이 했습니다. 수십 번도 더 한 것 같고요. 그리고 또 어문 규정을 넘나들면서, 사투리가 맞춤법의 틀을 깨뜨리는 작업인데 초고를 맞췄을 때가 가장 행복했고. 또 문서 작업창의 맞춤법 교정 기능에 빨간 줄이 이렇게 그어지는데 전부 다 빨간 줄이 그어져 있더라고요. ‘틀려서 오히려 더 잘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한 문장도 빠짐없이 방언, 사투리를 반영해서 그렇게 작업을 마쳤습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소설을 우리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로 된 책을 낸 분입니다. 최현애 씨와 이야기 나누고 있고요. 최현애 선생님, 이쯤에서 우리가 노래를 하나 들어요. 어떤 노래 추천해 주시겠어요?

◆ 최현애> BTS의 <팔도강산>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 이성규> 방언을 생각한 것 같기도 한데, 어떤 의미에서 이 노래를 좋아하세요?

◆ 최현애> 이 노래가 BTS 1집에 수록된 곡인데요. 이 곡도 벌써 10년 전 곡인데, 개인적으로 강산에의 <와 이라노> 이후로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진일보한 사투리 가요 같아서 골랐습니다.

◇ 이성규>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전 세계인이 자랑하는 소설이라고 해도 될 만한 어린 왕자를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로 옮긴 이팝 출판사의 최현애 씨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최현애 선생님, 두 책을 각각 몇 쇄까지 찍으셨어요?

◆ 최현애> <애린 왕자>는 출쇄 제작을 마쳤고요. 또 전라도 <에린 왕자>는 2쇄까지 제작했습니다.

◇ 이성규> 요즘 출판사 아까 어렵다고 그러셨는데, 이팝 출판사는 안 어려운 것 같아요.

◆ 최현애> 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초판 제작만 하고 중쇄만 찍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처음에 시작을 했는데,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요즘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이성규> 비결이 있으세요?

◆ 최현애> 사실 웃기잖아요. 사투리는 표준어에서 반영할 수 없는 그 지역의 정서랑 문화가 담겨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듣기만 해도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알 수 있고 또 웃음이 나잖아요. 해외 나가면 독특한 현지어 하나만 알아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듯이, 한국에서는 그 지역에 갔을 때 사투리 한 마디 딱 던지면 금방 친구가 되는, 아이스브레이킹 하기도 좋고요. 그래서 경상도는 ‘마’ 그리고 전라도는 ‘이이’ 충청도라고 하면 ‘혀, 그려’ 이렇게 하잖아요. 그래서 사투리가 하나의 ‘사귐의 언어’이자 그리고 또 그 지역의 문화자산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경기도 말씨는 또 새초롬하다고 하고 또 강원도 말씨는 순박하고요. 그리고 경상도 말씨는 씩씩하다고 생각을 하시잖아요. 또 충청도 말씨에는 정중한, 선비 같은 그런 태도가 있고. 또 전라도 말씨는 맛깔스럽고. 이렇게 특정 언어랑 방언에 대해서 갖게 되는 심리적 상태나 그런 느낌을 ‘언어 의식’ 또는 ‘언어 태도’라고 하는데, 사실 이렇게 잘 순화된 표준어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그 지역의 독특한 언어의 맛이 사투리에 다 담겨져 있잖아요.

◇ 이성규> 경상도에서는 ‘제가 뭐 먹으러 갈까?’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핏국 먹으러 가자’ 그러더라고요. 선짓국을 ‘핏국’이라고 그러더라고요. 포항도 그런가요?

◆ 최현애> 포항에서는 ‘핏국’이라는 표현 말고도. 포항은 물회가 아주 맛있습니다. 그리고 과메기도 있습니다.

◇ 이성규> 사투리로 되어 있으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 책을 오히려 더 멀리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는데 어떠셨어요?.

◆ 최현애> 사실 그건 선입견인 것 같아요.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잖아요. 약간의 특정 표현이나, 아까 ‘핏국’ 얘기하셨듯이 그 지역에서만 쓰는 독특한 표현이나 억양 차이 정도랄까요. 그 정도만 있지, 다 통하잖아요.

◇ 이성규> 그런데 최현애 선생님 말씀 듣다 보니까, 언어적인 수사가 상당히 미학적으로 볼 때 섬세한 분 같아요. 혹시 전공은 뭘 하셨어요?

◆ 최현애> 네, 제가 ‘문송합니다’. 중어중문학을 전공을 했는데요. 공부는 열심히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때는 영어는 기본이고 또 제1외국어는 선택 사항 필수 까지 되는 게 많은 걸 요구받는 세대였다 보니까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해외 생활도 경험하고 또 제3자의 입장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때도 있었는데, 글쎄요. ‘진짜 내가 가지고 있는 모국어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정체성을 고민을 해봤을 때, 정말 오롯이 남는 언어가 결국엔 태어나서 말하고 자라면서 썼던 경상도 사투리더라고요.

◇ 이성규> 해외에도 오래 계셨군요.

◆ 최현애> 해외는 교환학생 차 중국에도 몇 번 다녀왔었고 그 다음에 싱가포르에서도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 이성규> 그렇게 해서 번역이 된 이 책을 본 분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어떠셨어요?

◆ 최현애> 사실 어린 왕자라고 하는 올바른 표기의 제목도 아니었고, 애린 왕자라고 출간이 됐기 때문에 ‘이게 오탈자다, 잘못됐다’라고 출판사로 제보를 주신 교민 분들도 있었고. 그리고 낭독이나 콘텐츠 제작, 그러니까 채널 운영에 낭독 콘텐츠로 한번 써보고 싶다고 아직까지 문의를 주시는 독자 분들이 많아서 그런 반응에 조용한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그분들이 요청하신 거를 하나하나 수행하면 또 다른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은데요? 사업 아이템도 됐을 것 같고.

◆ 최현애> 낭독 콘텐츠를 제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어쨌든 사투리라고 하는 언어 자체가 소리로 들어야 정말 제대로 이해가 되고 그 의미를 오롯이 담을 수 있어서 오디오북 제작을 먼저 하고 책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오디오북도 잘 활용을 하면 또 다른 콘텐츠를 활용을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성규> 근데 사투리 버전이라고 듣는 순간부터 뭔가 어린 왕자가 상당히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까 말씀하셨듯이 오롯이 사투리만 갖고 있는 그 매력이 있잖아요.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하시니까 몇 가지 사례 들어주실래요?

◆ 최현애> 일각에서 경상도 사투리 채널이나 영상을 보시면, ‘가가가가가’로 시작하는. 가가 가시성을 가진 그 아이냐, 라는 이런 표현을 많이 아시고 있는데, 저는 오늘 ‘니 와 이리 애볐노?’라고 하는 표현을 좀 가져와 봤어요.

◇ 이성규> ‘와 이리 애볐노?’, 말랐다는 얘기인가요?
  
◆ 최현애> 다 아시는군요. 사실 예전엔 이런 말을 들으면 좀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요즘은 이런 말을 여성분한테 하면 날씬해 보이니까 ‘말랐구나, 예뻐 보인다’라고 하는 말로 대체해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성규> ‘가가가가가’, 그게 ‘그 사람이 그 사람 맞냐?’ 그런 뜻인 거죠. 전라도에도 이런 것들이 많이 있죠?

◆ 최현애> 전라도는 제가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라서 패스하겠습니다.

◇ 이성규> 지금까지 두 가지 경상도, 전라도 버전으로 사투리 편을 내셨는데. 다음 나오는 어린 왕자는 또 다른 지역 사투리로 나올까요?

◆ 최현애> 제가 “팔도 지역 언어 프로젝트를 하겠다”라고 많이 공언을 하면서 다녔는데요. 소리의 고장 전라도를 마쳤으니까 강원도 그리고 충청도, 제주도가 남았네요. 부지런히 서둘러서 번역자를 구해서 제작을 해야 되겠습니다. 참여하실 분들 공개 모집합니다.

◇ 이성규> 앞서서 어린 왕자에 대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하셨던 경상도 사투리 편 말씀을 하셨는데 전라도 편도 상당히 궁금하거든요. 소리꾼 임채경 씨가 만드셨다는데 이분은 어떤 분이에요?

◆ 최현애> 젊은 소리꾼으로 아주 능력 있는, 장래가 유망되는 소리꾼을 잘 발굴을 했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아서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전통 판소리나 창에서 쓰이는 아니리 형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성향을 가진 소리꾼의 목소리로 전라도 사투리의 본연의 맛을 정확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러면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내 비밀은 이거요. 겁나게 간단한 거다잉? 맴으로 볼 적에만 지대로 볼 수 있는 뱁이요. 중요한 건 눈에 안 뵈야. 중요한 건 눈에 안 뵈야. 애린 왕자가 까먹듯 않을려고 따라 혔어."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어린 왕자를 우리 경상도 사투리 그리고 전라도 사투리로 옮겨서 출판하신 최현애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지역 사투리와 제주어로 된 어린 왕자 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최현애> 네, 감사합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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