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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월~금] 07:15~09:00
제작진PD: 서지훈, 이시은 / 작가: 현이, 김영조
구자룡 변호사"혼자 넘어진 자전거 할머니, 운전자 무죄 가능할 듯"
2021-07-26 10:36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7월 26일 (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구자룡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혼자 넘어진 자전거’에 거액의 치료비를 물어준, 비접촉 교통사고로 인터넷 게시판이 떠들썩합니다. 운전자가 형사처벌 위기에까지 처해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 사건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의 내막을 짚어보고 법적 의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구자룡 변호사, 안녕하세요?

◆ 구자룡 변호사(이하 구자룡):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사건, 사건 내용은 어떤 건가요?

◆ 구자룡: 네, 이 사건은 지난 3월 22일 운전자 A씨가 제한속도 30km/h인 경남 밀양의 한 도로에서 42km/h 속도로 주행 중, 신호등이 황색 등으로 바뀌는 순간 교차로에 진입했고 이때 차량의 우측에서 적색 신호등에 역주행하던 자전거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자전거에는 할머니 B 씨가 타고 있었는데 B 씨는 자동차와 자전거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놀라 그대로 쓰러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 운전자 A씨는 ‘나로 인해 자전거가 넘어졌다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현장 구호조치 다 했고, 보험으로 치료비 전액을 배상해 줬다. 그런데, B씨 쪽에서는 형사 처벌을 받게 만들겠다는 등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할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 할머니 측이 검찰에 진정서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인터넷 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 황보선: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구자룡: 먼저, 비접촉 사고라는 특색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사고는 차대차 사고로 보는데다가 CCTV 영상을 보면 자전거가 차량과 꽤 먼 거리에서 혼자 넘어졌을 뿐 접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놀라서 넘어진 거 아니냐?’ 또는 ‘아예 차량과 상관없이 넘어진 거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할머니가 적색등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심지어 역주행 중이었습니다. ‘그 위치에서 그렇게 나오면 안 되는데 역주행하다가 혼자 넘어졌다면 차량의 잘못이 무엇이냐?’라는 논란이 나오는 포인트입니다. 세 번째로는, ‘치료비가 왜 그렇게 많냐?’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자전거에서 넘어지면서 대퇴골경부 골절상으로 12주 진단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운전자는 처음에는 4천만 원가량을 보험처리를 해줬다고 주장했고 그 후 정정해서 2천만 원이 지급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두 금액 모두 자전거에서 혼자 넘어진 사고치고는 너무 큰 금액이라서 의아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쟁점은 사고 내용에 비해 금액이 커서 이 사건이 더 화제가 된 이유이긴 하지만, 노인 분들은 뼈가 약해서 살짝 넘어져도 크게 다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병원 치료를 통해 금액이 확정되는 부분이라서 치료비에는 허위가 있다고 의심할 부분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 황보선: 네티즌들은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운전자의 유일한 잘못은 그 자리에서 멈춰서 사고처리를 해준 것이다’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비접촉 사고라는 개념이 아주 익숙하지는 않은데다가 이 사건은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에서 자전거와 자동차 사이의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운전자의 잘못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데 왜 멈춰서 사건에 엮였냐’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운전자가 그 상황에서 대처는 잘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운전자의 잘못이 없다고 이론 구성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 있기는 하지만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도 있기 때문에 기소의 위험성 아래에 있는 것은 맞습니다. 따라서, 만약 그 상황에서 그대로 가버렸다면 특가법상 도주차량죄 혐의가 적용되어 더 큰 문제 사안이 되었을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뺑소니’ 사건으로 다루어지게 됩니다. 형사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은 약자가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죄명이 큰 게 걸리게 된다면 더 힘든 상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죽은 결과는 똑같아도 과실치사와 살인은 수사와 재판을 받을 때 부담이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또, 당시 사건 CCTV 확보된 것이 인터넷 영상으로도 확인되는데, 요즘 교통사고는 거의 이런 영상 증거물이 있습니다. 어떤 사고든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운전자가 현장 대처는 잘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황보선: 손해배상을 해줬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형사사건은 진행 중이라고도 하고요. 이게 좀 의아하던데, 보통, 보험사에서 민·형사 합의를 함께 진행하지 않나요?

◆ 구자룡: 네, 맞습니다. 아주 합리적인 의문입니다. 이게 지금 언론을 통해서 사건의 부분 부분만 보도가 되고 있어서 그 파편적인 정보 때문에 혼동이 유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당연히 보험사는 사건이 발생하면 민사 문제와 형사  문제를 함께 묶어서 합의를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동차 사고로 보험처리 해보신 분들은 다들 의아하실 것입니다. ‘돈은 왜 따로 벌써 물어줬으며, 그러고서도 형사사건이 남아있다는 건 뭘까?’ 하는 의문이 그것입니다. 그런 의문이 법리적으로도 타당합니다. 지금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해서 법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민사상의 손해배상 문제도 아직 해결된 것이 아니고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지금 운전자가 물어줬다고 말하는 금액은 무엇인지 궁금하실 텐데, 이것은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가지급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지급금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사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법적으로 따지게 되면 합의 과정이나 소송을 거치는 동안 책임의 확정이 늦어지면서 피해자가 치료를 받는데 돈이 없어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서, 보험금으로 문제가 되는 금액의 50%까지는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지 않고 일단 선지급을 하는 금액입니다. 아마, 자전거에서 넘어진 할머니가 치료비 등으로 4천만 원이 소요된다는 병원의 객관적 자료가 있었고, 이것을 통해 보험사에서 긴급구제 차원에서 그 금액의 50%인 2천만 원을 가지급 한 것으로 보입니다.

◇ 황보선: 그럼, 지금 이 사건은 법적 책임에 관해서는 민사 문제도 전혀 종결된 것이 아니네요? 

◆ 구자룡: 네,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민사 문제로 돈을 지급했다는 게 착시를 일으켜서 운전자의 과실이 완전히 인정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그것은 착시일 뿐이지 그런 법적 결론이 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지급된 금원은 긴급구호 취지에서 지급된 것이지 아직 누구의 잘못에 관한 판단도 된 것이 아니라서 앞으로 민사 문제도 충분히 다툼의 소지가 있습니다.

◇ 황보선: 그럼, 2천만 원을 지급해 놨는데, 이후의 진행은 어떻게 되나요?

◆ 구자룡: 실무상으로는 위와 같은 가지급금은 일단 지급해 놓고 보험사에서 잘못을 가려보자고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꽤 흔한 경우입니다. 일단 사고를 당한 사람의 치료에는 도움을 주지만 그것이 잘못을 인정하여 지급한 것은 아니라고 유보되어 있으니 가지급 이후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 경우 보험사는 일단 지급한 2천만 원의 가지급금은 부당이득반환으로 청구하고 나머지 아직 지급하지 않은 치료비 2천만 원에 관해서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청구를 병합해서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 사건은 운전자가 형사적으로도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다퉈볼 만한 사건이기 때문에 민사 문제만 떼어서 합의를 보거나 과실을 인정할 리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다투는 동시에 민사상으로도 보험사가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민사 문제는 보험금 지급 여부가 쟁점이 되고, 이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사이므로 보험사와 자전거 할머니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고, 형사사건은 자전거 할머니가 피해자가 되고 운전자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되는 것이라서 사건 당사자의 차이가 있습니다.

◇ 황보선: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형사 문제가 제기된 것은 황색등에 교차로를 진입했기 때문이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업무상과실치상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벌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는데 소위 말하는 12대 중과실이 있거나 피해자가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전치 12주의 진단이 나왔지만, 이것으로 곧바로 불치나 난치라고 단정하긴 어려워서 현재 더 문제되는 것은 황색등이 들어온 순간 교차로로 진입했다는 신호위반의 중과실 문제로 보입니다. 이것은 소위 ‘딜레마 존’에 관한 문제입니다. 특히 교차로 직전 2~3미터 앞에서는 급정거를 했다가는 뒤 차량으로부터 후방 추돌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이건 ‘슈퍼 딜레마 존’이라고 흔히 부릅니다.  법규상으로는 정지선 전에 황색등이 들어오면 멈추고 진입 후 황색등이 들어오면 신속히 지나가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그 상황이 되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교차로 직전 황색등이 들어온 경우 교차로에 진입하면 무조건 신호위반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이런 사안에 관해서도 신호위반으로 보지 않는 판결들이 상당수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판례들을 잘 활용하면 이 사건은 신호위반이 아니라고 해서 12대 중과실이 아니게 되면 공소기각 판결로 가게 되는 이론 구성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공소기각 사안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도 과실이 없다면서 무죄 주장을 하는 쪽으로 이론 구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황보선: 자전거도 신호위반과 역주행이었는데, 이건 법적으로 어떻게 고려되나요?

◆ 구자룡: 통상적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엔 쌍방의 과실을 다투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은 과실상계의 문제로 검토되는데, 이 사건은 특색이 있습니다. 어느 쪽의 과실이 더 큰지 자체를 다투는 게 더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접촉 사고의 경우엔 아예 누구의 교통법규 위반이 더 큰지를 따져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단순히 과실상계 수준에 그치지 않고 어느 쪽의 교통법규 위반이 더 큰지를 놓고 형사책임의 성립 자체를 고려하게 될 것입니다. 차량 운전자의 경우에는 ‘슈퍼 딜레마 존’의 주장을 하면서 신호위반 책임을 벗어나려 할 것이고, 이런 내용을 고려한다면 역주행을 한 자전거의 교통법규 위반 책임을 더 크게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 황보선: 차량 운전자가 이런 유리한 내용을 종합해서 형사적으로 무죄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무죄 가능성이 있을까요? 

◆ 구자룡: 제 사견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영상을 볼 때 자전거가 차량을 보면서 그때부터 비로소 휘청거리는지 자체도 의문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차량을 보기 전부터 휘청거린 것이라면 사실관계 자체로서도 차량으로 인한 사고로 보기 어렵습니다. 비접촉 사고는 상대방으로 인하여 사고가 유발되었다는 것이 엄격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습니다. 사고 영상을 보면, 차량 운전자가 30킬로 제한속도를 넘어 42킬로로 주행하였고 교차로 직전에 황색등으로 변경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이 약점이 될 것이기 때문에 수사단계에서 마무리 짓기 어렵고 재판까지는 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전거는 신호위반을 하면서 차로를 역주행해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역주행 자전거까지 대비해서 예견하고 회피할 의무를 운전자에게 지우는 것은 정상적인 주의의무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의의무 위반이 역주행 자전거가 놀라는 것까지 막기 위한 규범으로 보긴 어려워서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도 부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직진과 좌회전이 가능한 차로에서 발생한 사고였는데, 그렇다면 운전자는 직좌 방향을 주시하는 것이 당연해서 차량이 오지 않아야 하는 오른쪽에서 역주행 자전거가 있을 것까지 살피길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만약 그런 것까지 주의의무로 요구한다면 운전자는 오른쪽의 위반차량까지 봐야 해서 정작 직진과 좌회전 방향의 시선이 분산되어 오히려 그게 주의의무 위반이 될 것입니다. 형법은 인간에게 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 벌을 주는 것입니다. 법이 인간에게 불가능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범죄 처벌의 원칙이기 때문에 엄격히 따져볼 문제입니다.

◇ 황보선: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구자룡: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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