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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월~금] 07:15~09:00
제작진PD: 서지훈, 이시은 / 작가: 현이, 김영조
"용인 농장 탈출한 곰 사건으로 본 곰사육 실태"
2021-07-21 10:19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7월 21일 (수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선정수 뉴스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보선 앵커(이하 황보선): 벌써 2주가 지났는데요.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의 사육곰 농장에서 곰 두 마리가 탈출했습니다. 한 마리는 사살됐는데, 한 마리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무서워서 문도 못 열고 지낸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왜 곰을 사육하고 있었던 걸까요? 더더뉴스에서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선정수 기자(이하 선정수):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아직 잡히지 않은 곰 한 마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혹시 새로운 소식이 전해진 게 있나요?

◆ 선정수: 안타깝게도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미심쩍은 소식이 있습니다. 애초 탈출한 곰이 두 마리가 아니고 한 마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지자체와 포획단이 곰이 탈출한 사육농가 주변을 샅샅이 훑었는데 사살된 한 마리 이외에는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초 두 마리가 탈출했다고 진술한 농장주도 두 마리가 아니고 한 마리일 수도 있다고 하는 등 진술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 황보선: 탈출 곰이 두 마리가 아니고 한 마리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농장주가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이야기이군요. 그나저나 곰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왜 우리나라에서 곰이 사육되고 있는 거죠?

◆ 선정수: 1980년대 정부는 농가 소득 증대 목적으로 곰 사육을 장려했습니다. 이 때 농가들이 1985년까지 곰 493마리를 수입했습니다. 그런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곰 사육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과 멸종위기종인 곰 보호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곰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1993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가입으로 수출길도 막혔습니다. 수출길이 막힌 농가의 손실 보전을 위해 1999년 24년 이상 곰의 웅담 채취를 합법화 했고요. 이 기준은 2005년 10년 이상으로 완화됐습니다. 현재 전국 27곳의 농가에서 곰 398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 황보선: 결국 정부의 정책 실패로 빚어진 일이군요. 정부는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까?

◆ 선정수: 정부는 그동안 사육곰 문제를 방치하다시피 했습니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요. 단체들이 시민 모금을 통해 모은 돈으로 곰을 사들여
동물원으로 보내기도 하고 일부는 해외의 보호구역으로 보내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곰을 중성화, 즉 불임 시술을 시키고 도축 연한을 생후 10년으로 앞당기는 등 도축을 통한 곰 사육 산업 정리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전시관람용으로 허가를 받은 곰들은 중성화수술을 받지 않도록 뒷문을 열어놓았죠. 그래서 최근까지도 새끼곰이 태어나는 등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 황보선: 정부의 정책 실패 탓도 큰 만큼 예산을 들여서 곰을 다 사들여 도축하면 한 번에 해결되는 문제 아닙니까?

◆ 선정수: 그게 그렇게 간단치는 않습니다. 곰을 사들여 도축한다고 했을 때의 반발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여태껏 사육곰 문제에 깊숙이 개입했던 환경단체와 일반시민들은 곰을 사들여 도축한다고 했을 때 격렬히 반발할 게 뻔합니다. 이렇게 되는 걸 정부도 원치 않는 것이죠. 그래서 불법으로 증식한 개체는 몰수하고 합법적으로 기르고 있는 개체는 사들여 곰 보호구역을 만든 뒤 그곳으로 옮기자는 대안이 제시됐고 전남 구례군에 곰 보호시설이 들어서는 쪽으로 정리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설계중이고 2025년 정도면 완공해 운영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 황보선: 그럼 지금 사육하고 있는 곰은 2025년까지는 계속 우리 속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겠네요. 그 전에 10살 이상이 되면 도축될 수도 있고요.

◆ 선정수: 네 그렇습니다. 현재 웅담채취용으로 사육되는 곰들은 생후 10년 이상이면 도축이 가능합니다. 법 제도 상으로는 곰을 도축해서 웅담만 채취할 수 있게 돼 있는데요. 실상은 곰고기도 팔고 발바닥도 팔고 있습니다. 정책실패가 일차적 책임이고, 미신에 기대 웅담, 곰고기를 판매하는 업자도 문제고 건강에 좋다면 무엇이든 먹고 보는 후진적인 보신문화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일부 계층도 문제입니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한 곰 보호구역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

◇ 황보선: 환경부가 지리산에 반달곰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해마다 곰 방사하는 장면, 겨울잠 자는 장면 야생에서 새로 태어나는 새끼곰의 모습, 이런 걸 많이 홍보하고 있는데요. 이 사육곰들도 수매해서 산에다 풀어주면 안됩니까?

◆ 선정수: 일단 이 곰들이 10년 넘도록 우리 속에서만 갇혀 생활을 했기 때문에 산에 풀어놨을 때 야생성을 발휘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생태 전문가들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육곰들은 유전자가 우리나라 토종곰과는 다른 계열이라서 보존가치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쉽게 말하면 순수혈통만 종복원 대상이 될 수 있고 사육곰은 산에 풀어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방침입니다.

◇ 황보선: 구례군에 설치된다는 곰 보호구역은 어떻게 운영될 계획입니까?

◆ 선정수: 축구장 3개 정도 되는 2만4000제곱미터 면적에 야외방사장, 사육장, 의료시설 등을 갖출 계획입니다. 곰들이 죽는 날까지 최대한 야생과 가까운 환경에서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시설을 조성할 방침입니다.

◇ 황보선: 웅담, 곰 쓸개죠. 예전엔 한약재로 선호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유효 성분을 얼마든지 인공으로 합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굳이 곰 쓸개를 찾아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사육곰들도 남은 여생 쓸개 빠질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으면 합니다.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선정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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