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앱 소개

YTN 라디오


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잇따른 산재사망 불구, '노동자의 죽음'에 인색한 언론
2021-06-07 09:14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6월 5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잇따른 산재사망 불구, '노동자의 죽음'에 인색한 언론 [미디어비평]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 사망 소식이 들려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인데요. 그런데 이런 안타까운 사고와 죽음이 짧은 사고단신으로 언급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 김언경> 네, 저희가 지난번에 한강에서 실종후 사망한 대학생 손정민 씨 관련 보도를 비평하면서 평택항에서 안전관리 미비로 사망한 대학생 이선호 씨 보도와 비교한 적이 있어요. 두 청년의 죽음에 대해 보도량과 주목도가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죠.

◇ 김양원> 그날 저희 보도 후, 상황이 좀 달라졌죠. 특히, 일하다 숨진 이선호 군에 대한 보도가 확연히 늘었고, 총리 등 정부관계자들이 고 이선호 군의 아버지 등 유족을 만나 사과와 위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 김언경>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 4월23일부터 30일까지 평택항 이선호 씨 관련 보도는 4건뿐이었지만, 6월 3일까지 기준으로 보면 1600건 정도 됩니다. 이렇게 언론의 보도가늘었으면 벌써 뭔가 해결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고 이선호 군이 컨테이너 벽에 깔려 숨진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진상 조사는 더뎌서 아직 유가족들이 장례도 치르지 못했습니다. 원하청과 인력업체의 과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여지껏 단 한 명도 입건하지 못한 상황이거든요. 5개 항만에 대한 특별 점검도 시작됐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형식적 조사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이런 가운데 딱 일주일 전이죠, 지난 5월 28일은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다가 열차에 치여 19세 청년, ‘구의역 김 군’이 목숨을 잃은지 5주기가 되는 날이었어요. 이를 추모하는 보도들도 눈에 띄었거든요. 그런데 5년동안 산재사고가 줄어들었는가, 죽음의 외주화가 멈추었는가 짚어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언론보도의 탓도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 김언경> 2020년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2062명입니다. 이중 과로 질병 등을 제외한 ‘사고사’는 882명이었습니다. 6월 2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2021년 3월말 산재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는 238명입니다. 그런데 전년 같은 기간에는 산재사고 사망자가 253명이었다고 하네요. 작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수치라는 건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일하다 돌아가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하지 분은 몇분 안됩니다. 언론이 보도를 안해줘서 우리가 그 이름조차, 그 억울함조차 알지 못하는 산재 관련 보도는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최근에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공장에서의 산업재해 등이 계속 이어져서 여러분들이 피부로 느끼는 산재 사망 소식은 많아졌을텐데요. 이게 갑자기 또는 우연히 사망사고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늘 우리 곁에서 노동하다 죽는 사람이 있는데, 이 죽음과 그 원인, 그 해결책이 보도가 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저도 최근 산재 사망이 많이 늘어난다고 걱정했는데요. 올해 새삼스럽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전년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수치라니 정말 많은 생각이 드네요. 산재 관련 우리 언론보도, 이번 평택항 이선호 군 사건을 봐도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하지 않으면 그냥 묻히는 것 같습니다.

◆ 김언경> 네, 가장 문제는 ‘무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산재사망 사고가 그저 일상다반사이니 보도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나 보도량이 참담한지 한번 제가 말해보겠습니다.
4월 22일 사망하신 이선호 씨 관련 보도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매우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4월 29일 새만금 전주 간 고속도로 터널 공사 현장 서 50대 노동자 떨어진 돌에 깔려 사망했습니다. 하루 12시간 노동으로 2교대에 불과한 작업현장이었고요. 여덟명이 한조로 일해야했지만, 사고 당시에는 여섯명만 일했습니다. 2020년 말 공공부문 건설현장에 일요 휴무제가 실시되었으나 터널 굴착은 공법 특성상 연속 시공 필요하다며 예외로 하면서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고는 4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아예 보도가 없었고요. 6월 2일까지 네이버 검색 기준 전체 4건 정도 보도되었을 뿐입니다. 
5월 23일에는 창원 부산신항 물류센터에서 30대 노동자가 퇴근하는 중 대형 지게차에 깔려 사망했습니다. 이 사고는 최근 이선호 씨 관련해서 항만 안전검검이 실시되는 와중에 벌어진 또 다른 항만 산재라는 점에서 보도가 많이 된 편인데요. 네이버 기준으로 6월 2일까지 총 82건 정도 보도되었습니다.

5월 24일 인천 남동공단의 산업용 기계 제조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300kg 철판 구조물에 갈려 사망했습니다. 5월 25일부터 6월 2일까지 이 사건에 대해 26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5월 26일엔 세종시 제지 공장에서 50대 화물 노동자가 컨테이너 문을 열던 중 300kg 이상의 폐지 더미에 깔려 사망했습니다. 상하차 업무는 화물 노동자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작업하다가 발생한 일입니다. 2020년 시행된 안전 운임제도에서도 화물노동자한테 시키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합니다. 5월 27일부터 6월2일까지 네이버 검색기준으로 30건 정도가 보도되었습니다. 
너무 많아서 다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정도인데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말씀드릴게요.
5월 30일에는 울산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컨테이너 청소 노동자 2명이 유독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습니다. 이 작업장은 2016년 황산 누출이 되었고, 컨베이어 압착 사망사고가 있는 등 이미 10년 간 최소 11명 노동자가 사망한 곳이었습니다. 2020년 고용노동부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 비율 가장 높은 사업장이었죠. 이 사고는 jtbc와 국민일보가 매우 적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도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보도량이 고작 39건에 불과합니다. 산재 1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또 사고가 난 것인데, 이 기간동안 2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한 겁니다.

◇ 김양원> 지금 몇달치나 몇년치가 아니라 불과 며칠 새 일어난 사고들인데, 많아야 수십건, 적은 건 4건.. (사고 발생 직후) 아예 며칠동안은 보도 자체도 안됐다고 하셨는데요. 보도가 적다보니, 그만큼 취재와 분석, 대안제시 같은 확장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언경> 맞습니다. 대부분의 산재 보도가 이와 같은 산업재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는 보도가 아닙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지만, 이런 법들이 실제로 이 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사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위험의 외주화라고 하는 하청업체에서 벌어지는 산재, 일용직 노동자들의 산재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제대로 짚지 않습니다. 
도리어 산재가 나서 사람이 죽었는데, 왜 그 이유로 이렇게 공장을 멈춰야 하냐고, 그러면 우리 경제가 멈추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보도가 나옵니다. 예를 들면 지난 5월 27일 조선일보는 <인명사고나면 거의 공장 전체가 스톱,,,수백억씩 손실>에서 "작업중지명령권이 월평균 37곳 발동되었다. 제조업체들이 아우성이다" 이렇게 보도하거든요. 이렇게 산재를 보도하면서, 산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보도, 노동자의 상황을 정리하는 보도보다 도리어 기업측 입장을 두둔하는 보도들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늘어놓고 있는 언론사들의 행태는 정말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 김양원> 과연 2021년 현재 보도가 맞는가, 60-70년대 보도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 김언경> 네, 기업의 입장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면 매우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이 법의 미흡함을 정리해드리면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지난 1월 가까스로 통과된 법입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산재 사망의 36% 차지한 5인 미만 기업 시행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고요. 46%인 5~50인 미만 기업은 3년 간 법 적용 유예됩니다. 즉 산재 사망 발생하는 기업의 80%가 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나머지 20%인 규모 있는 사업장에서는 산업안전보호법 등이 개선되면서 실질적으로 사망 사고가 줄어들고 있는데요. 산업법 등이 개선되었습니다. 
예컨대 2020년 50~299인 사업장 사망사고는 131건이고, 300인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는 37건입니다. 문제는 하청업체 등 작은 업체들에서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이들은 그냥 과태료 내고 말지 연봉 줘가면서 안전관리 직원을 두지 않습니다. 그 작은 기업들에서 계속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걸 모두 제외한 것이죠. 도급 용역 등의 사업주 안전 확보 의무에서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로 범위 축소한 것입니다. 이렇게 범위 자체가 축소된데다가 처벌 수위도 미흡합니다. 5년 사이 안전 의무 3회 이상 위반 시 노동자 사망에 업주 책임 있다고 보는 ‘인과관계 추정 원칙’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도급 구조와 단기 계약 등 부적절한 관행과 산업 구조 문제도 해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 김양원>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이런 문제를 짚기보다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 처벌이 과하니까 이것을 완화하는 게 맞지 않냐는 보도를 하고 있다?

◆ 김언경>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머니투데이는 중대재해법 포비아라는 기획기사를 시리즈로 냈는데요. 이 보도에 따르면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임박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인신 구속 가능성 등 과도한 처벌에 대한 부담으로 대표직 제안을 거절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후유증이 예상된다. 한국에 여러곳의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글로벌 소재 A그룹 한국법인은 내년부터 법인장이 공석이 될 판이다. 현 대표의 임기가 연말까지인데 본사에서 연임을 부탁하는데도 임기 종료를 결정했다. 사내에서 후임을 물색중인데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이다" 이런 식입니다.
그야말로 재계 입장을 받아쓰는 전형적인 보도인데요. 문제는 이런 보도들은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람이 죽으면 무조건 ceo를 처벌하는 법이 아닙니다. 명확하게 법에는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만들어 작동시키고, 사고가 나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실행하며, 안전 관련 법을 지키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람이 일하다 죽으면 대표이사 또는 경영책임자 등(안전보건 업무와 관련해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잘 작동시키면 피치 못한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이 생기면 그 법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야지 여론전을 통해서 회피를 하려고 하는 태도가 참 답답하고 이런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도 답답합니다. 6월 2일 기준 중대법 네이버 뉴스 검색 시 첫화면 10개 기사 중 재계 대변 보도만 7건. 시민사회 1건, 여당의 법 보강 제안 2건 정도 나옵니다. 여전히 아직도 기업을 대변하는 보도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 김양원> 요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게 시대적 흐름 아닌가요? 아무리 실적이 훌륭한 기업이라도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망사고가 잇따르거나, 정당하지 않은 지배구조를 갖는 것... 단지 노동자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 기업의 이미지와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텐데 왜 이런 걸까요? 

◆ 김언경> 안그래도 최근 김수아 서울대 교수가 경향신문에 그와 관련된 기고를 하셨던데요. 김 교수는 우리의 기업 중심의 언론 보도가 우리의 시각을 산업 발전과 국가 성장의 틀에 묶어 놓고,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가 동일한 노동자라는 연결성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의 삶과 죽음에 관련된 노동문제에 대해서 의제 발굴, 지속적인 의제화가 필요하다고 정리해주셨어요. 저도 십분 동의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노동자들의 이어지는 죽음을 막기 위한 법 제개정, 그리고 이미 잃은 죽음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책임자를 찾아내고 기업이든 사람이든 책임을 질때까지 끈질기게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우선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대로 알자' 같은 기획보도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미디어비평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