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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월~금] 09:10~10:00
제작진진행,PD: 전진영 / 작가: 강정연
“터키 성소피아 성당 모스크 전환... 에르도안 대통령 속내는?"
2020-08-13 10:50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20년 8월 13일 목요일
□ 출연자 :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터키 이스탄불의 최대 관광명소인 성 소피아 박물관이 터키 정부의 결정에 의해 박물관 지위를 잃고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전환됐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은 종족 우월주의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며 우려했고, 터키와 앙숙인 그리스도 공식적인 성명을 통해 비판했는데요, 여기에다 최근엔 터키가 동지중해 천연가스 시추 기간과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리스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터키 정치 상황 분석해보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 전화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하 이희수): 네, 안녕하세요.

◇ 전진영: 먼저 성소피아 박물관이 갖는 세계적인 역사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 저희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원래 이곳이 박물관이 아니라 대성당이었죠?

◆ 이희수: 네, 그렇습니다. 성소피아 성당은 기독교와 이슬람이 한 종교시설에 공존하는 인류 상생 문명의 모범사례였습니다. 특히 건축 면에서도 6세기 비잔틴 건축의 압권으로 저희들이 항상 7대 불가사의의 으뜸으로 꼽히는 뛰어난 문화유산이죠. 아시다시피 960년 이상 로마 카톨릭 교회와 또 1054년 동서교회가 분리된 이후에는 그리스 정교의 총본선으로 사용됐고요. 1453년 오스만 터키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면서 500년 가까이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1934년에 터키 공화국이 성소피아 특별법을 제정하고 모든 인류가 함께 즐기자는 뜻으로 박물관으로 지정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가 최근에 갑자기 모스크로 환원되어 버린 거죠. 이거는 다시 말하면 정말 인류 공생의 상징을 지키자는 역사적 흐름에 대한 도전이고, 또 성소피아 성당의 문명사적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불행한 결정인 셈이죠.

◇ 전진영: 성소피아라는 건물 자체의 역사만 봐도 참 운명이 여러 번, 자주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타깝기도 한데요. 이게 가톨릭교 성당이었다가 이슬람 교회였다가 다시 박물관이 됐던 과정을 보면, 터키에서 정말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그때 당시 세속주의를 주장하면서 종교적 색깔을 지울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박물관으로 중간에 바꿨던 거죠?

◆ 이희수: 네, 터키가 1차 세계대전에 패전하면서 결국 이슬람 종교를 내세우는 정치체제로는 선진국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하는 아주 혁명적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슬람을 국교로부터 폐지하고, 원래의 기능이었던 성당으로 되돌릴 뿐만 아니라 이 성소피아는 기독교와 이슬람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인류의 공통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박물관으로 바뀌었던 거죠. 터키 근대화의 상징이고, 중동의 종주국에서 이제 터키가 나토나 EU 준회원국으로, 친서구화하는 하나의 인식, 발상의 전환점이 바로 성소피아 성당의 박물관 결정이었습니다.

◇ 전진영: 교수님께서 지금 말씀해주시는 내용 가운데서도 성소피아 박물관이라는 곳이 전 세계적으로나, 종교와 문화가 통합되고 융합될 수 있는 의미에서나 굉장히 중요한 유적이라고 하는 것을 강조해주고 계신 것 같은데요. 이런 곳을 갑자기 모스크로 전환한 거란 말이죠. 지난 24일에 86년 만에 이곳에서 첫 이슬람 예배로 열리고, 정말 수천 명의 이슬람 신도들이 참석하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서 나오기도 했고요. 또 이 자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코란까지 암송하면서 성당이 모스크로 바뀐 것을 기념하는 그런 모습도 비춰졌는데, 그리고 7월 24일이라는 날짜가 굉장히 특별한 날이라고 들었거든요.

◆ 이희수: 아시다시피 1차 세계대전에 오스만 터키가 패배하면서 600년 대제국이 산산조각이 나고, 오늘의 터키 모습으로 초라하게 된 역사적 사건이 1923년 7월 24일 로잔 조약입니다. 이 로잔 조약은 600년 터키의 대영화가 무너지는 비극적인 날이기도 하죠. 터키 국민들에게는. 그 상징으로 500년간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던 성소피아가 다시 박물관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고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것을 다시 모스크로 바꾸면서 1923년 7월 24일의 비극을 다시는 우리가 되새기지 않겠다고 하는 굉장히 정치적, 문화적 상징의 의미가 있는 거죠. 그래서 7월 24일을 모스크로 전환한 날로 바꾸고, 이 날 대대적인 금요 예배를 집행하게 된 겁니다.

◇ 전진영: 특별히 7월 24일을 그런 의미를 담고 일부러 정한 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 이희수: 정치적 결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 전진영: 이렇게 성소피아 박물관이 결국, 모스크로 지위가 변경됐고, 이 부분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굉장히 비판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고요.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지위 박탈까지도 갈 수 있다고 언급을 했는데, 실제로 박탈까지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 이희수: 유네스코라는 게 정치적 문제는 크게 개입하지 않고요. 문화적인 기구이기 때문에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인류의 공동 문화유산인 성소피아 성당의 문화적 가치를 얼마나 훼손시키는가. 이게 초점이 맞춰질 텐데요. 터키 정부는 그것을 의식해서 현재 성소피아 성당 내에 있는 모든 기독교 성화와 모자이크, 종교적인 기물들을 하나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겠다고 선언했고요. 동시에 이슬람 모스크로 전환되면서 이슬람이 아닌 일반인들의 관람도 허용하면서 사실은 성소피아 성당 이전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유산 지위 박탈까지는 상당히 어려운 것 같고요. 터키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현재까지는 문화유산 지위는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전진영: 일반인들도 모스크로 전환됐지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말씀을 해주셨으니까 궁금한 부분인데, 그러면 관광객들의 입장에서는 박물관이 모스크로 전환되면 체감하게 되는 변화가 있을까요?

◆ 이희수: 우선 하루 다섯 번씩 예배를 보지 않습니까? 예배 시간에는 관람객들이 입장이 안 됩니다. 예배에 방해가 되니까. 예배 시간 이외에 관람이 허용되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 변화는 종교시설이 되면 이거는 입장료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성소피아 성당은 2만 원에서 3만 원의 상당히 높은 입장료를 내고 관람했어야 했는데, 입장료를 내지 않는 면에서는 비용 측면에서는 관광객이 유리할 수도 있지만, 관광이 제한될 수 있다는 면에서는 너무 불편한 거죠.

◇ 전진영: 그렇군요. 이렇게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도 국제사회의 이런 비판을 예상을 못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왜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교수님께서는 보십니까?

◆ 이희수: 국내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18년 장기 집권을 하고 있거든요. 특히 작년 총선에서 이스탄불, 앙카라, 이스미르 터키 3대 도시 시장이 모두 야권에게 내줬고요.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현재 4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안고 있고, 최근에는 리비아 내전까지 개입하면서 경제적으로 버티기 힘든 막바지 상태에 와 있습니다. 거기다가 나토 동맹국으로서 전통적인 미국과의 관계가 지금 최악의 상태고, EU와의 관계도 악화되고, 아시다시피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의 위기로 국내 정치, 경제는 엉망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기 단단한 국내 정치 지지기반을 묶어두고, 자기의 위기 돌파 국면으로 이런 정말 세계가 반대하는 예상 외의 결정을 내린 정치적 배경인 것 같습니다.

◇ 전진영: 그러면 이 모스크 전환에 대해서 터키 국민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까?

◆ 이희수: 물론 야권이나 뜻이 있는 지식인들 대부분은 절대적으로 반대하죠. 그러나 아시다시피 에르도안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이슬람 보수 성향의 농촌 계층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 환호하고 있는, 터키 내에서도 여론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또 모스크 전환을 지지하는 계층의 논리는 오스만 터키가 지배했던 발칸 반도의 모스크는 다 성당으로 바뀌고 또 그리스에 있는 터키 유산들도 다 박해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그리스의 유물, 유럽의 유물을 지켜야 하나, 이런 극단적인 논리가 지지 계층을 이루고 있고. 그러나 대부분의 의식 있는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이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반대 기류도 상당합니다.

◇ 전진영: 터키가 원래 EU에 굉장히 들어가고 싶어 했잖아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은 어떻게 보면 더 이상 EU에 들어가는 것은 신경 쓰지 않겠다, EU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는 등을 돌리겠다, 이런 의지로 봐도 될까요?

◆ 이희수: 터키의 EU 가입은 사실상 무산됐고요. 그것은 터키 국민도 알고 있고, EU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NO 할 수 없는 입장이죠. 왜냐하면 터키가 중동 테러를 막아주고, 마약 루트를 막아주고, 또 중동에서의 모든 난민을 터키가 콘트롤해주기 때문에 터키를 버리게 되면 마약 루트, 테러 루트, 난민 루트가 속수무책이 돼서 유럽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EU 회원국에 준하는 경제적 혜택, 관세 지위를 주면서 어정쩡한 결합 상태이기 때문에 터키도 굳이 애를 써서 EU에 가입하려고 하는 의지가 지금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EU나 유럽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정치적 지분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이 변환되고, 그 변환의 한 상징이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으로 이어진 거죠.

◇ 전진영: 알겠습니다. 성소피아 모스크 전환에 대해서 모든 국제사회가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크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나라가 그리스인데요. 최근에 터키랑 부딪히는 일이 있었는데, 터키가 동지중해 천연가스 탐사 시추의 지역과 기간을 넓히겠다. 이래서 그리스와 부딪히고 있지 않습니까?

◆ 이희수: 네. 터키 동부 지중해 해역이 거기 세계적인 천연가스 원유 매장지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리스와 터키가 서로 자국 영역이라고 주장하면서 서로가 개발을 못해왔는데요. 현재 그리스가 자국의 배타적 수역이라고 주장하는 수역인 동부 지역에 최근까지 터키 시추선이 천연가스 탐사작업을 해왔는데요. 그러다가 그리스와 어떤 협상이 마무리 잘 되면서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터키가 탐사선을 보내면서 8월 23일까지 시추를 완성하고, 범위도 넓히겠다고 해서 지금 그리스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리스는 EU에 긴급회의를 소집 요청하면서 EU 전체가 터키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극한적인 갈등 상황입니다.

◇ 전진영: 원래 여기가 터키와 그리스가 역사적으로 자국의 영유권에 대해서 갈등을 빚고 있었던 부분인데, 최근에 또 이런 일을 계기로 이 갈등이 다시 터졌다고 봐도 되는 거겠네요?

◆ 이희수: 원래 터키가 EU 가입을 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인 그리스가 비토권을 행사하면 가입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터키와 그리스가 그동안에 공동 유산의 지하자원 개발에 대해서 상당히 좋은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해왔는데요. 최근에 터키와 그리스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터키가 초강수를 두고 있는 거죠.

◇ 전진영: 또 얼마 전에 이런 일도 있었더라고요. 그리스와 이집트가 지중해 배타적 경제수역 획정에 합의를 하고, 이에 대해서 터키가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리스와 이집트가 손을 잡아 버리니까 어떻게 보면 이번에 터키가 동지중해  탐사 영역 확대를 한 것을 일종의 보복조치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 이희수: 그렇습니다. 1923년 로잔 조약으로 터키 눈앞에 보이는 모든 해안선과 섬은 그리스의 영토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터키는 바다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거죠. 두 번째 문제는 이제 카스피해나 모든 가스가 터키를 통해서 유럽으로 공급되는데 따라서 터키는 세계 에너지 전략 축의 생명권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 이스라엘, 이집트, 그리스가 협약해서 터키를 경유하지 않는 새로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개발에 합의를 했습니다. 여기에 터키는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터키와 또 다른 리비아와의 해역 배타적 수역 협의를 하면서 남북 가스라인 축인 그리스와 이스라엘, 이집트. 그리고 터키와 리비아와의 동서 축이 갈등하면서 리비아를 등에 업고 터키가 강력하게 그리스에 대응하고 있는데 굉장히 문제가 되는 점은 뭔가 하면 바로 카스텔로리조라고 하는 작은 섬입니다. 이 섬은 터키 해안선에서 2km 밖에 있는데요. 그리스 본토로부터 580km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는 소위 말하는 그 섬을 기점으로 영해권을 주장하니까 터키로서는 580km 본토로부터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 우리 코앞에 있는 섬으로부터 영해권을 주장하면 터키는 어떻게 살아남을 건가. 이것은 국제적인 관행에도 맞지 않다. 바로 그 섬 일대에서 터키가 지금 천연가스 시추 탐사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터키로서도 굉장히 불편하고, 100년 동안 고립되어 있던 이 상황 타개를 위한 고도의 전략적 제스처를 쓰고 있는 거죠.

◇ 전진영: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희수: 네,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와 터키 정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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