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앱 소개

YTN 라디오


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10:30~11:30
제작진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물량 늘어도 당일 의무 배송... 택배노동자 과로사 올해만 7명
2020-08-12 11:44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8월 12일 수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유성욱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 사무처장

- 택배 노동자들, 대체 배송 직영 기사제, 분류작업 도우미 도입 제안
- 8월 14일 택배없는 날, 근본적 구조변화로 이어져야
- 올해 1월, 7월 비교 택배물량 약 30% 증가...체감은 두 배 
- 코로나19 확산 이후 평균 아침 7시부터 14시간 이상 근무, 폭우에도 쉴 수 없는 환경
- 정해진 물량은 무조건 당일 배달 
- 당일 배달 못하면 계약 해지, 패널티 등 불이익 발생
- 하루 쉬면 다음 날 두 배로 일해야 하는 부담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1부는 현장의 목소리로 생활 속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물건의 구매 형태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직접 가서 구매하는 방식보다는 택배를 통해 비대면으로 받아보는 분들도 많은데요. 특히 택배 서비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방역 유지에 한 몫을 톡톡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물량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에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현장은 과부하 상탠데요. 택배 노동자들의 쉬어가기를 위해 오는 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약 28년 만의 첫 휴가를 마냥 반가워만 할 수는 없는 사정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현장,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분 모셔보죠.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 유성욱 사무처장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유성욱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 사무처장(이하 유성욱):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요새 비가 정말 많이 왔습니다. 이런 날 운전하기도 힘드시고, 짐을 내려서 택배 배달하기도 어려우시죠? 어떻습니까?

◆ 유성욱: 저희들이 비가 많이 올 때는 사실상 배달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비가 그칠 때까지 차안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배달시간이 보통 2~3시간 정도 더 소요가 되고요. 또 비가 많이 올 때는 저희가 물건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탑차 안이 굉장히 미끄럽기 때문에 낙상사고가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 최형진: 혹시 어려웠던 사례들이 있을까요?

◆ 유성욱: 저는 광주에서 배달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광주에서 폭우가 많이 왔잖아요. 그래서 배달을 하는 과정에 도로가 막혀서 거기를 우회하는 과정에서 차량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택배 물품이 많이 젖어가지고 그것을 말려서 다시 배송해야 하는 그런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 최형진: 직접 말리시기도 하는군요?

◆ 유성욱: 네, 고객들한테 전달할 때는 어쨌든 온전한 상품을 전달해야 하는 책임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 최형진: 그런데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택배는 여전히 배달이 되고 있습니다.

◆ 유성욱: 네, 당연히 저희들이 배송해야 하는 의무니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저희들은 고객님한테 어쨌든 배송을 해야 합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지금 최근 들어 긴 장마로 인해서 도로가 무너지고 침수가 되는 등 운전하기 어려운 상황인 곳도 굉장히 많잖아요. 임의로 배달을 중단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입니까?

◆ 유성욱: 저희 택배 기사들은 택배회사와 대리점의 업무지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저희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배송 중단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당일 배송을 또 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당하거나 패널티 등 그런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저희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배송을 해야 하는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지금 조금 전에 ‘당일   배송’을 말씀하셨는데, 택배 경쟁이 부른 문화라고 할까요? 당일 배송으로 홍보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 유성욱: 네, 그렇습니다.

◇ 최형진: 이런 당일 배송 자체도 우리 기사님께는 굉장히 힘든 여건이겠네요?

◆ 유성욱: 네, 당연하죠. 저희들이 대부분 구역별로 택배 업무를 배정을 받습니다. 그 구역 안에 오는 물량은 어쨌든 저희들이 의무적으로 배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일 날 폭발적으로 물량이 늘어서 평상시 300개 배달하시는 분한테 500개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 물량을 다 배송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 패널티, 이런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저희들은 어쨌든 그렇게 물량이 많은 경우에라도 다 당일 배송을 해야 합니다.

◇ 최형진: 장마도 문제지만,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19의 확산입니다. 비대면 서비스가 늘면서 올해 택배 물량이 어느 정도 늘어난 겁니까?

◆ 유성욱: 택배 기사들별로 차이는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만 비교해보더라도 올해 1월과 7월 물량을 비교해보면 수치상으로 약 30%가 증가를 했는데요. 수치상으로는 30%지만 체감상으로는 한 50% 정도 증가한 것 같은 그런 상황입니다. 배송 시간이 보면 통상적으로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보면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 더 증가돼서 저희들이 받는 체감적 노동강도는 한 2배 정도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코로나19 이후로 업무량이 2배 정도 늘어났다?

◆ 유성욱: 네.

◇ 최형진: 그렇다면 이 많은 배송 물품들을 처리하려면 하루에 얼마나 일을 하시는 거예요?

◆ 유성욱: 저희들이 코로나 이전에는 통계로 보더라도 12시간 정도 일을 했었어요.

◇ 최형진: 이전에도 12시간 일하셨습니까?

◆ 유성욱: 네. 저희들이 보통 아침 7시부터 레일이 돌아가서 업무를 시작하면 끝나는 시간이 저녁 7시, 8시 되거든요. 그 정도 해서 하루에 12시간 정도 일을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저녁 10시, 11시까지 일하는 기사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서 14시간 이상은 일한다고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지금 하루에 14시간 가까이 고강도로 일을 하고 계신데, 이러다 보니까 과로사 문제도 났었잖아요. 

◆ 유성욱: 네, 맞습니다. 저희들이 이전에도 장시간 노동 문제는 심각했었는데요. 코로나가 발병한 이후로 거의 한 달에 한 명 꼴로, 그 이상 되는 노동자로 과로사로 사망하고 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단 하루도 쉬지 못하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말씀 듣는데 참 안타깝네요. 청취자께서는 “택배기사입니다. 14일 택배 없는 날이라고 하는데, 저희 택배회사는 출근해서 배송하라고 합니다. 어디는 쉬고, 어디는 출근하고. 14일 택배 없는 날, 무의미합니다,” 하셨는데요. 택배 없는 날이라고 해도 일부는 또 출근을 하시나 봐요?

◆ 유성욱: 네, 그렇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을 저희들이 제안했었고요. 작년에는 택배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저희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만 혜택을 봤는데, 올해 택배회사들, 우체국,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이렇게 로젠까지 다섯 개의 회사만 수용을 해서 올해 처음으로 28년 만에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됐고요. 그 외에 쿠팡, 또는 중소 택배사들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아서 거기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쉬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내년에는 더욱 더 열심히 홍보도 하고, 투쟁해서 모든 택배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혹시 이렇게 택배 없는 날 쉬지면 정해진 물량이 있잖아요. 

◆ 유성욱: 네, 맞습니다.

◇ 최형진: 다음 날 과중되고 이런 건 아닙니까?

◆ 유성욱: 당연하죠. 현재 현장에는 저희들이 오직 배송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 하루를 쉰다고 하더라도 내일은 그 두 배의 물량을 배송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어려움들은 구조적인 문제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지, 하루를 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이 문제와 더불어서 분류작업 문제도 계속 이야기가 되어 오지 않았습니까? 지금 이렇게 물량이 넘치는 상황에서도 배달하시는 분들이 분류 작업까지 도맡아서 하신다면서요?

◆ 유성욱: 네,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아침 7시에 출근을 해서 통상적으로 오후 1시, 2시까지 분류작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하루 업무 14시간 중에 거의 6~7시간을 분류작업에 투입하게 되고, 저희들은 그 분류작업이 저희들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고요. 그 분류작업에 도우미를 도입해 달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물량이 늘어난 만큼 한시적이라도 분류작업 도우미를 시급히 도입해주어야 더 이상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쓰러지는 일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 이렇게 지금 제안을 해놓고 있습니다.
◇ 최형진: 또 이런 고강도 노동이 계속되면서 올해 택배 노동자 중에 과로로 사망한 분들도 발생했습니다.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그 전에 여신 적이 있으시죠?

◆ 유성욱: 네, 그렇습니다. 

◇ 최형진: 어떤 내용으로 말씀하셨나요?

◆ 유성욱: 어제 국회에서 진행했는데요. 택배 노동자 저희들 과로사대책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함께 어제 유가족 분들을 모시고 기자회견 진행했습니다. 올해 과로로 인해 사망한 택배 노동자 수가 5명이라고 밝혔는데, 오늘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최소 12명이나 된다는 것이에요. 

◇ 최형진: 5명으로 기사를 확인했는데, 밝혀진 것을 확인해보니까 12명이다?

◆ 유성욱: 네, 7명이 산재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오늘 10시 반에 국회의원 용혜인 의원이 이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최형진: 지금 10시 반이라고 하시면 잠시 뒤네요?

◆ 유성욱: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노동부가 택배 노동자가 과연 몇 명이나 과로사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고, 택배사는 또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듭니다. 또한 내일 노동부와 택배 회사들이 서명식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 못하고, 또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노동부와 택배 회사들이 과연 택배 노동자를 위해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건지 정말 강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 최형진: 그러면 오늘 잠시 뒤에 열릴 기자회견에서는 그런 내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입니까?

◆ 유성욱: 일단은 현재 올해 상반기에 공식적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 수가 7명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거고요. 저희들 과로사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5명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최소한 12명이 올 상반기에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이렇게 추정을 하고 있고요. 여기에 대한 사실관계를 오늘 용혜인 의원이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네, 알겠습니다. 택배 노동자 분들 휴일이 있어도 쉬지 못한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택배 없는 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쉬면 또 다음 날 엄청난 일에 과부화가 발생할 텐데요. 이런 쉬는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유성욱: 네, 맞습니다. 저희들이 어차피 모든 물량을 오로지 택배 기사들이 배송을 해야만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루를 쉰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두 배로 일해야 하는 이런 부담감. 그래서 택배 회사들에게 대체 배송 직영 기사제를 하루 빨리 도입해서 택배 기사들이 불가피하게 배송을 못하는 경우, 택배 회사들 대체 배송 직영 기사들이 배송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애플리케이션으로 “택배 기사를 왜 특수 노동자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시면서 “택배 기사를 직영으로 해서 2인 체제로 근무하면 더 편할 것이고, 배달 기사님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한데, 직영으로 2인 체제 근무하시는 게 지금 주장하시는 바인가요?

◆ 유성욱: 그것과는 약간 다른 내용인데요. 지금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쨌든 택배 기사들의 피로함과 이런 과로사를 막기 위한 대책. 이런 것들을 위해서 택배 회사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택배 회사들이 직접 고용하는 대체 배상 직영 기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저희들의 주장입니다.

◇ 최형진: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곧 명절, 추석입니다. 이때는 어떻게 일하시고 얼마나 힘드십니까?

◆ 유성욱: 평상시보다 명절이라는 특수 기간이 닥치게 되면 보통 물량의 30~40% 정도 증가가 됩니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거의 2배 가까이 물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명절 특수기가 닥쳐서 30~40% 물량이 또 증가하게 된다고 하면 정말 저희들은 상반기에 12명이나 되는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숨졌는데, 이후에 다가오는 특수기에서는 정말 암담한 심정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정부와 택배회사가 빠르게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정말 저희들에게 명절은 최악의 시기가 될 거다. 이렇게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저희 택배 기사들이 행복 배달부로서 온전하게 고객들에게 좋은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올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 온 택배 노동자들,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또 택배 없는 날, 이런 날들이 일회성이 아닌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응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올 여름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 내용 감사합니다.

◆ 유성욱: 네,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 유성욱 사무처장과 함께했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