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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10:30~11:30
제작진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쿠팡 물류센터, 아파도 못쉰 방역 사각지대"
2020-05-29 12:06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 코로나 방역은 잘했지만, 일자리 방역에서는 아직 부족
- 쿠팡 부천물류센터 근로자 97.3% 비정규직, 70%는 일용직
- 감기 증상에 아파서 출근하지 못했더니 특근, 잔업 추가 불이익 적용 
- 코로나19 이후 무급휴업 강요 비정규직 19.5%, 정규직 8.0%로 2배 이상 차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1부는 현장의 목소리로 생활 속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경기도 부천시 소재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쿠팡 고양물류센터 근무자 480여 명은 전수조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는 소식이 오늘 아침 전해졌는데요. 헤당 물류센터는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 고용 인력이 많아 수시로 근무자가 바뀌고요. 이렇다 보니 감염 경로도 파악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또, 투잡이라고 하죠.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하루만 물류센터 알바를 한다든지 하는 근로자들이 많아 지역사회 확산 위험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구로 콜센터부터 부천 물류센터까지 방역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로 이런 비정규직 단기 근로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방송 들으시면서 여러분의 의견도 받겠습니다.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셔보죠. 직장갑질119의 오진호 운영위원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하 오진호):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중대본에 따르면 쿠팡 부천 물류센터의 한 37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계약직, 일용직 등의 비정규 근로자라고요?

◆ 오진호: 네, 3760명이라고 저희가 자료를 봤는데, 97.3%, 3500명 이상이 비정규직이었습니다.

◇ 최형진: 거의 대다수군요?

◆ 오진호: 그렇죠. 그리고 여기서도 자세히 보면 일용직이 2580명으로 70% 가까이가 일용직이었고, 나머지 26.8%가 계약직이었는데, 이런 게 당일배송을 하다 보면 그날 물량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이에 따라서 고용인원을 조정하는데, 일용직들이 그런 불안정성을 다 껴안고 있었던 거죠. 그렇다 보니 이번 사태를 통해서 확인된 것이 비정규직들에게 아프면 3~4일 쉬라고 하는 이런 생활방역 수칙이 먼 나라 이야기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사례라고 봅니다.

◇ 최형진: 해당 물류창고 조사내용를 살펴보면 근무 시 착용하는 모자, 신발 등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단기 근무하는 분들은 작업복, 작업화를 불특정 다수가 공용으로 사용하잖아요?

◆ 오진호: 그렇죠. 세척이나 관리하는 부분도 어렵고요.

◇ 최형진: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고용안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당장 오늘 쉴게요, 해서 쉬는 게 어렵잖아요?

◆ 오진호: 네, 그렇습니다. 저희 직장갑질119로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이러한 사례들이 종종 제보가 들어오는데요. 저희가 하나하나 소개를 해드리면 이분은 콜센터 종사자이신데, 출근을 했는데 자기 몸에 열이 오르고, 기침도 나서 걱정된다고 팀장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팀장은 아예 못 들은 척을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열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내가 볼 때는 열 없는데? 이러고 끝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연차를 쓰려면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내가 출근하자마자 열, 감기기운이 있고,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어서 쉴 수도 있고, 혹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쉴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팀장이 미리 보고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 말이 맞지 않는 거죠. 이처럼 방역수칙을 보면 아프면 3~4일 쉰다고 되어 있는데, 저희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거든요. 이러한 방역수칙이 무급일 경우 어떻게 하실 건가요, 물어봤더니 출근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10명 중 3명이었고,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10명 중 2명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실 어떻게 되든 이런 방역수칙이 나왔지만, 실제 직장인들이 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은 더 그렇다는 것이 확인되는 것이죠.

◇ 최형진: 알겠습니다.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감기와 비슷한 증상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 해서 쉬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제보들, 많이 들어옵니까?

◆ 오진호: 네, 저희 직장갑질119로 이런 제보들이 꾸준히 들어오고요. 특히나 아파서 출근하지 못했더니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사례들도 있었는데요. 저희한테 들어온 제보 중에 이런 게 있어요. 감기 증세가 이분이 있으셔서 진료를 받고 팀장한테 출근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알렸죠. 이랬더니 팀장이 이 사람이 다시 출근하니까 도리어 특근과 잔업을 추가로 넣은 거예요. 이분이 다 몸이 낫지 않은 상황에서 출근해야 하니까 나왔는데 얼굴도 붓고, 상태도 계속 안 좋은데 팀장은 네가 감기 때문에 쉬었으니까 일을 더해야 한다고 하면서 특근과 잔업을 더 시켰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런 것들을 묻는 제보들도 있었습니다.

◇ 최형진: 말 그대로 아파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군요.

◆ 오진호: 네, 그렇습니다. 이게 실적 압박이라든가, 아니면 업무의 효율성을 이야기하면서 실제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 최형진: 특히 콜센터 직원 분들도 그렇고, 택배도 그렇고, 정해진 어떤 목표를 채워야 하는 그런 직종이잖아요?

◆ 오진호: 네, 그렇습니다. 특히 콜센터 같은 경우에는 실적이라고 해서 통화를 몇 통 이상 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이 있고 물류센터 같은 경우도 몇 건 이상을 배분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특정 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면 관리자가 스피커폰으로 누구 씨 어디 있나요? 이렇게 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최형진: 그렇군요. 이번 물류센터 근무환경을 들어보면요. 옆에 함께 일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관리자에게 일일이 말하는 것조차 생각도 못 했다고 합니다. 구로 콜센터나 각종 서비스직에서도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어려움이 이야기됐다고 하고요. 회사에 방역과 관련해서 뭔가 요청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 오진호: 적극적으로 방역대책을 요구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회사가 힘든 게 보이니까 더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어떤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는 것 못지않게 정부가, 국가가 나서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최근 상황들을 보면 정부의 정책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다가 생활 속 거리두기를 했다가 하면서 오가는 그런 상황이어서 한편으로 두려움이 큰데요. 제가 드는 생각은 일터 발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 정부가 코로나 방역은 굉장히 잘했지만 일자리 방역에서는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싶고요. 특히나 외국 같은 경우를 보면 아프면 쉬고 그에 대한 수당을 국가가 책임지게 하는 수당이라 있거든요. OECD 가입국가 36개 중에 34개가 이것을 도입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것이 도입되어 있지 않아요. 이렇게 아프면 쉬는 것들에 대해서 국가가 일정 정도 책임질 수 있다고 하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같은 우려들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최형진: 네, 알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방역은 잘했지만 일자리 방역에서는 많이 부족했다, 이런 말씀이셨고요. 한 기업에서 정규직에게는 KF94 마스크를 지급했고, 비정규직에게는 면 마스크를 지급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코로나 방역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있는 건가 싶은데요. 직장갑질119에서 코로나19 관련 제보가 늘면서 대책반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제보도 많이 들어옵니까?

◆ 오진호: 안전장비를 차별적으로 지급한다고 하는 제보가 사실 많지는 않은데요. 그 외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겪는 그런 것을 봤을 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들이 더 많은 것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사례 중 하나가 어떤 거였냐면 연구원이었는데 소속기관에서 정규직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어요. 그런데 계약직이나 기간제 연구원들은 정부의 원격근무 소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로 매일 출근하도록 지시했던 거죠.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되는 동안 기간제 연구원들은 계속 재택근무를 적용받지 못하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것은 차별사례가 아니냐, 이런 저희에게 제보가 왔었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무급휴업을 강요받았다는 비율이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19.5%였는데, 정규직은 8.0%였거든요. 두 배 이상 높았던 거죠. 마찬가지로 권고사직이나 해고 등을 당했다고 하는 비율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대해서 2.2배 높은 8.5%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최형진: 말씀 들어보니까 안타까운데요. 직장갑질119에 코로나 대책반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관련해서 제보는 얼마나 들어옵니까?

◆ 오진호: 저희가 3월 한 달 코로나 제보가 얼마나 들어왔는지 봤더니 1200건 정도가 들어왔더라고요. 하루에 30~40건 이상 들어온 거죠.

◇ 최형진: 어떤 유형이 많습니까?

◆ 오진호: 저희들이 봤더니 크게 세 가지였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회사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연차 휴가 사용을 강요한다. 그리고 무급휴직이나 무급휴가를 강요한다. 그리고 해고한다. 이렇게 세 가지가 제일 많이 들어왔는데요. 사례도 사례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점점 해고와 관련된 제보와 문의가 늘어나고 있어요. 저희가 3월 첫 주에는 코로나 제보 중에서 해고나 권고사직 비율이 8.5%에 불과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점점 늘더니 3월 넷째 주에 가서는 27%가 해고와 관련된 제보였습니다. 즉, 한 달 사이에 코로나 관련한 해고 제보가 3.2배가 증가한 거죠. 그래서 연차 휴가나 무급휴직 강요를 지나서 이제 해고로 이어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정부가 발표하는 현재의 고용위기와 관련된 통계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 아닌가. 실제 고용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넓어지고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굉장히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 최형진: 처음에는 연차 강요에서 시작해서 무급휴직을 거쳐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직장은, 특히 비정규직의 근로자에게는 불안한 곳이 될 것 같습니다. 

◆ 오진호: 네, 맞습니다. 특히 지금도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에 비해서 자신의 일자리가 더 불안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고요. 해고나 고용조정이 어디에서 제일 먼저 시작되느냐고 했을 때 비정규직이 먼저 시작되거든요. 그렇다 보니 이분들은 회사에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이러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위험에 더 노출되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굉장히 우려가 큽니다.

◇ 최형진: 네, 알겠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오진호: 네, 고맙습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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